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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그... 유서깊은 성당이었는데
이름을 홀랑 까먹었다.
역시 기억이 날 때 업데이트 해놨어야 했다.
순교자를 기리는 어쩌구 머 그런데였는데
아무튼 높은 데 있기 때문에 파리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그 유명한 몽마르뜨 언덕. 오래된 집, 까페들과 그 곳에 살고 거기 모여서 토론하고 예술하고 철학하고 시 지었던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위인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
발걸음을 옮기는 족족 여기는 로트렉이 살았던 곳, 저기는 고흐가 술마셨던 곳, 거기는 피카소가 살던 곳 머 그런 식이다.
여기가 피카소가 맨날 술마셨던 재빠른 토끼 술집.
맞은편에는 작은 포도밭도 있다.
이런 현판들 슬쩍 보면 머라머라 써놓은 사이에 유명한 이름들 천지다.
이게 바로 그 물랑루즈. 조금 더 해가 졌을 때 봤으면 조금 더 화려해 보였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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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IS 시즌8이 띄엄띄엄 느릿느릿 하는 와중에 케이블의 바다를 헤엄치다 문득 멈춘 채널, 대한민국 넘버원 채널 오씨엔.
류덕환이 차 뒷자리에 앉아서 깐죽깐죽대며 수상한 삼형제의 검사님을 골려먹고 있었다.
아...이게 뭐더라... 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언젠가 예고편을 본 것 같은 드라마 '신의퀴즈'.
워낙에 수사물을 좋아하는 터라 예고편을 볼 때에도 '음 내가 저걸 보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잘 만들어 줬으면 좋겠군'하고 살짝 기대도 해 보았으나 전반적인 심정은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 수사극은...ㅡ,.ㅡ' 머 요정도에서 정리를 했더랬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마주쳤으니 그래? 어디 한번 봐보자 하는 마음에 채널 고정. 그것이 신의퀴즈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 몸뚱아리가 다이빙대 위에 서서 발구르기를 하는 순간이 될줄이야.
일단 다른 것 다 무시해 두고 내가 제일 꺼려 혹은 걱정했던 부분은 전체적인 화면의 톤앤매너였다. 미드와 확 다른 그 쌩조명에 합판세트, 생활적인 때깔이어버리면 내용이 뭐가됐든 나는 안보겠다라는 생각이었으므로. 그런데 고부분이 무리없이 해결되고 있을 뿐 아니라 꽤나 훌륭하기까지 해서 내가 우리나라 드라마를 너무 깔봤나 하고 좀 미안한 마음까지 생겼다. 뭐 물론 아잉.. 저건... 하는 소품이나 설정이 간간히 보이긴 하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니까 박수!
근데 미드 보면 부검할적에 장기들을 다 꺼내서 무게도 달고 성분분석도 하고 그러던데, 에피1에서 두번째 검시인데도 불구하고 몸안에 장기가 다 있었던 것이 의문. 도로 넣어놓는 것인가? 갈비뼈는 없던데... 그리고 사건현장에서 왜 장갑을 안낄까? 지문 뜨려고 던지는 미끼도 너무 잘 만지고... 지문 다 섞여도 괜찮은거임?
오프닝이 쫌 아쉽긴 하다. 쪼끔 더 멋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뭔가 능력은 되는데 시간이 없었나? 하는 느낌.
우얏든 때깔이 해결 되고 나니 내용과 캐릭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물론 가장 먼저 내 시선을 끌어 준 것이 류덕환이 연기하는 한진우슨생. 그 캐릭터라는 것이 상당히 만화적이기도 하고, 아주 흔한 느낌이기도 한데 그 마수의 법칙에 말려들고 마는 나는 역시나 별 수 없는 한떨기 남주퐈슨. 어릴적부터 완전 천재에 미친 잘났는데 세상에 대해서는 초 시크, 대충대충 무심하게 장난치는 듯 행동하지만 집중해서 머리 한번 굴리면 척척 사건 해결, 공손이랑 겸손이랑은 전혀 안친한데 주변사람들이랑은 다 친한 딱 고론 스타일의 캐릭터. 그것을 류덕환이 아주 상큼하게 처리해주고있다. 게다가 엄청난 떡밥을 간혹 날려주며 드라마틱한 비밀까지 간직하고 계셔서, '어맛 저 귀여운 천재슨생이 어디가 아프신거야 콩닥콩닥 모성본능' 머 이렇게 만들어버리고 있다. 캐스팅이 참 잘 된 것 같은 것이 몇 회 하지도 않았는데 저 캐릭터를 다른 어떤 배우가 저만큼 잘 맞춰 입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심지어 그 아담한 신체사이즈까지 캐릭터를 위해 만든 것 같아버리니까, 저 배우 참 잘하는구나 싶다. 경력이 꽤 있는 배우니까 그 능력 당연 그만큼 있겠긴 한데, 완전 청순 귀요미 열매 따먹은 소년얼굴에서 너 그러다 할아버지 되겠다 싶은 세상 다 살아본 것 같은 얼굴을 별다른 오바 없이 왔다 갔다 하니 그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힘 빡 주고 캐릭터적인 캐릭터로 연기하는건 오글거려 잘 못보는데 이렇게 해 주면 참 고맙다.
그러다 갑자기 생긴 버닝 포인트는 그의 손. 그 손 생김새와 움직임이 매력적이다. 특히 엄지손가락과 손등이 연결되는 부분의 뼈가 주는 어떤 느낌적인 느낌. 나 좀 너무 봤나 ㅡ,.ㅡ
내 손이 그런류의 섬세한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보니 그런 손을 동경하는게 좀 있다. 특히 반지가 잘 어울리는 남자 손. 껄껄.
그 다음 윤주희가 연기하는 강경희 형사. 수상한 삼형제 때에도 검사역으로 봤기 때문에 뭐 거부감 없이 잘 어울린다. 이 캐릭터도 충분히 응 그렇겠구나 하는 캐릭터. 정의감 넘치고 포기를 모르고 드라마속 표현을 빌자면 머리에 가슴이 같이 있는. 한슨생과는 정 반대적 캐릭터. 그래야 말이 되지 암 그렇고 말고. 그런데 한슨생에게 유독 까칠하고 강압적으로 구는 것이 좀 잘못 표현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강직하고 프로페셔널해서 장난 싫어하는 성격은 알겠으나, 함께 일하는 파트너를 사고치는 꼬마취급 하는 모양새가 오히려 캐릭터와 안어울리는 느낌이랄까. 뭐 그래서 갈등이 좀 생겨야 또 재미가 있는 것이니 필요악인가 싶기도 하지만. 조금 다르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는 말이다. 다른 캐릭터들이 영 잘 안보인다. 항상 옆에 있긴 있는데, 능동적인 느낌이 안들고 한슨생이 뭐 해결하는 거 구경해주는 느낌이 강하다 아직은. 그래서 한슨생이 매우 돋보이긴 하지만, NCIS의 팀원들이 각자 미친듯 살아 움직이는 것과 비교하자면 많이 약하긴 하다. 그니까 이건 연기의 문제라기 보다는 스토리의 문제. 그 많은 인원이 모여있으면 뭔가 누구는 뭘 해결하고 누구는 뭘 해결하고 해서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과정이 보이면 좋을텐데, 다 모여앉아서 보고 듣고 이건가? 저건가? 이상한데? 하고 있으면 한슨생이 좌좐~ 이거 해결하느라 머리좀 썼어요 하면서 강의하고 끝내는건 암만봐도 좀 아쉽다. 누구 하나 반박하는 사람도 없고 말이다. 촉탁의 라는 자리가 얼마나 막중한 자리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촉탁의와 아이들 뭐 이런건 아니지 싶은데. 암만 천재라도 책 몇권 아몬드 몇알 쌓아놓고 혼자 눈감고 고민하다 짠 해결하는 것도 좀 단순한 느낌이고. 나는 천재가 아니므로 한슨생이 무슨 어떤 과정의 생각을 거쳐서 해답에 도착하는지 알 길이 없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 소장님. 연기 참 좋으신데 그 오글오글 사투리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요? 내가 고향이 경상도인지라 경상도 사투리에 상당히 민감하기도 하지만서도. 그게 오히려 확 티나게 못해버리면 잉... 하고 보는데, 워낙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시다 보니 청산유수같이 경상도에 강원도에 알 수 없는 억양이 섞인 말을 막 내뱉으셔서 내가 좀 부담스럽다. 꼭 사투리 쓰는 캐릭터로 할 필요가 있는건가 모르겠다. 의도가 무엇입니까?
놀라운 것은 각 에피마다 나오는 조연배우들의 퀄리티. 상당히 연기 잘하시는 분들이 피해자나 피의자로 출연하고 있고, 아역배우들이 특히나 훌륭하다. 어머 어쩜 조끄만게 저런연기를 할까 싶은.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것은 의외로 외로움이다. 희귀병을 앓고 있어서 소외당하고 버림받고 비뚤어지고 외로운 사람들. 그리고 꽤나 원색적으로 이상하게 돌아가는 사회를 꾸짖는다. 우리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거냐고. 지금 이거 좀 아니지 않느냐고. 그래서 가볍게 볼 수 있는 미드 수사물과 달리 마음에 좀 앙금이 남는다. 너무 그런 쪽으로 몰고 가서 무거워져버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가르치려 들면 거부감이 생기니까.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완전 빠져서 보다보니 이런 저런 말이 생각이 나는 것이고, 더 좋았으면 하는 바램도 생기는 것이고 그렇다.
이런 재미난게 한창 심심했던 요 며칠을 꽉 채워줘서 좋아 죽겠고,
10회짜리라는게 매우 아쉽고, 벌써 5회나 지나가 버렸다는 것이 슬프다.
시즌2 같은게 나오면 좋겠긴 한데, 별순검마냥 배우 다 바꿔버리면 또 좀 김새고. 그대로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가능할까?
우리나라 배우들은 왜 같은 조합으로 시즌2를 하려하지 않을까? 제작사의 문제인가? 진심으로 좀 물어보고싶다. 누가 그걸 못하게 하는 것인지.
10회까지 열심히 볼테니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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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에서 브뤼헤로 가는 차편을 자세히 설명하고 싶다.
일단 로테르담에서 기차를 타고 zwijndrecht(뭐라고 읽는지 정확히 적기 힘든데 아무튼 끝에 가래끓는느낌으로 ㄹㄹ레ㅀㅎ흐트흐ㅎ 정도의 소리가 난다)에 가야 한다. 약 12분 거리의 역이다. 그 곳에서 기차역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갈아탄다. 기차로 왜 갈 수 없는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역에서도 계속적으로 방송을 하고 있었다. 로테르담에서 벨기에로 가려면 어찌어찌 갈아타야 하는데 그 가운데 버스도 있다고. 버스를 타고 Roosendaal(왜 o와 a가 두개씩일까)로 40여분 달려 무사히 도착한 후 앤트워팬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역에서 끊어준 스케쥴표에는 4a플랫폼이라고 써있었지만, 플랫폼에 도착한 기차의 모양새가 도통 인터내셔널해보이질 않아서 전광판을 확인해보니 플랫폼이 바뀌었단다. 환승 여유 시간이 30분정도 있었기에 망정이지 영 다른 기차를 탈 뻔 했다. 인터시티를 타고 30여분간 달려 앤트워팬에 도착한 후 겐트행 열차를 타야한다. 환승시간은 6분. 플랫폼도 안적혀있다. 재빨리 내려서 보드를 확인하니 14번이란다. 14번으로 갔더니 열차는 없고 다른 스케쥴이 써있다. 전광판을 확인하니 12번이란다. 12번으로 뛰어가니 열차 문이 닫히고 있다. 차표아저씨가 준 스케쥴표도, 기차역에 있는 보드도 믿어서는 안된다. 실시간 전광판만이 나를 인도하는 진리의 길이다. 앤트워팬에서 브뤼헤로 바로 가는 기차는 왜 없을까 궁금해하며 이런 저런 노선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다음 겐트행 열차가 겐트를 지나 오스텐드까지 간다고 적혀있다. 그렇다면 그 중간에 있는 브뤼헤에도 가는 것이 마땅할 터. 오히려 잘됐다 싶어서 다음 열차를 야무지게 기다린다. 열차가 도착하고 플랫폼의 전광판을 보니 겐트-브뤼헤-오스텐드가 예쁘게 써있다. 열차를 하나 놓친 덕분에 겐트에서 또 한번 열차를 갈아타는 수고를 덜고 브뤼헤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당찬 소년이 한분 나오셔서 캐릭터카드인지 게임카드인지 어떤 카드를 팔고 있다.
여유롭게 흥정까지 해가면서.
멋쥔새퀴. 잘커라.
우리가 알고 있는 프렌치 프라이는 사실 벨지언 프라이다.
벨기에가 원조인 감자튀김을 위한 뮤지엄이 있었다.
어쩌다 그게 프렌치 프라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강대국의 힘인건가.. 기무치 처럼.
여기 저기 부부들이 손을 꼭 잡고, 팔짱 끼고 다닌다.
뭐가 그리 정이 좋아 저나이가 될 때 까지 손을 잡고 다닐까 싶다가도
아.. 그렇게 사이좋은 부부니까 여행을 다니겠지 라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그래도 그렇지 참 다정한 남편들이다.
광장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노천까페에 앉아 오후를 느긋하게 보내고 있었다. 종탑에 올라가볼까 하다가,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바가 있다기에 거기 찾아가볼양으로 내일로 미루고 이리저리 길 구경을 하며 목적지를 찾아갔는데, 아직 문을 안연 것인지 없어져버렸는지 눈에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섰다. 내일 다시 한번 가볼 작정이다. 돌아오는 길에 와플가게가 보이길래 와플에 휘핑크림을 얹어 3유로주고 하나 사서 걸어오면서 먹고, 장터에 로테르담에서 먹었던 것과 비슷할 것 같은 류의 베트남 요리를 파는 트럭이 있기에 6유로 주고 면과 이런저런 고기와야채류를 사서 분수앞에 앉아 맛나게 먹었다. 로테르담의 그 체인점 요리가 더 완성도가 있었지만 오늘은 토핑이 다양해서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와플은 자하연 와플과 별로 다를 바가 없어서 좀 놀랐는데, 물론 그 구운정도나 달콤한 정도가 매우 적절해서 잘 만들어진 와플이긴 했지만(방망이 깎던 노인이 원한 바가 결국 그것이었긴 하다. 잘 모르겠지만 약간의 차이로 참 좋은 어떤 것) 딱히 특별한 것이 없어서 내가 뭘 바랬던 것인가 잠시 생각했다. 그냥 자하연 와플가게에 휘핑크림 토핑도 추가하면 안되겠느냐고 건의해보는게 어떨까 싶다. 3유로면 4500원인데 자하연 와플이 한 600원 하던가?
중앙역에서 까르푸 익스프레스를 본 기억이 나서 물이랑 아침꺼리나 사다놓을까 싶어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일요일이기 때문인지 시간 때문인지 잘 모르겠는데 영어로된 안내문이 없었기 때문에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손에 든 것도 없겠다 가지 않았던 골목길로 들어서서 이리 저리 구경을 하고 다녔는데, 세상에 거리에 어찌나 사람이 없는지 서울에서 그 정도 크기의 공터에 그 정도 인구밀도를 가진 곳을 찾을 수나 있을까 싶다.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서 묵는 것은 여행의 큰 로망 중 하나인데, 이 호텔에 수영장이 있음에도 무언가 망설여지는 느낌에 아직 수영장에 가지 않고 있다. 볼 때 마다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에서 너무 잘 들여다 보인다는 것, 조명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 등이 접근을 쉽지 않게 한다. 오늘 아침에도 수영장에 가보리라 마음을 먹고 잤지만 결국 포기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시내에 인터넷이 되는 바가 3곳 있다고 되어있는데, 그 중 한 개는 어제 가 보았으나 문을 닫았고 나머지 두개 중 하나를 선택해 점심을 먹으며 인터넷을 해볼 양으로 먼 길을 찾아갔는데, 호스텔을 겸하는 곳이었다. 바에 들어가 앉아보았으나 호스텔에 묵는 사람인줄 알았는지 신경끄고 잡담하는 분위기였고, 내 생각에도 호스텔 바들은 대게 저녁에만 사람을 받는다는 것을 어디서 본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나왔다. 이 도시에는 스타벅스 따위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맥도널드도 버거킹도 KFC도 없으니까 스타벅스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딱 하나 피자헛을 보았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는 피자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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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에서 로테르담에 오는 기차여행은 썩 즐겁지 않았다.
일단 전날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찾기위해 조작한 기계가 카드의 마그네틱을 읽지 못했고, 데스크 직원은 자신은 인터넷 티켓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게 왜 전산처리가 함께 되지 않는지 한국인인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고, 지구인인 나로써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표를 받을 수 있냐고 했더니 글쎄 밴&제리라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인터넷이 되니까 거기 가서 프린트를 해보라는 것이 아닌가. 자기 앞에 컴퓨터와 티켓출력기가 있는데 말이다. 너는 못하냐고 했더니 자기는 죽어도 못한덴다. 예약기록을 확인하고 표를 출력해주는 것이 그렇게 네 일 내 일 따진 후에 며칠 전에 자라에서 잔뜩 쇼핑을 한 카드가 조금 손상되었을 지도 모르는 손님이 13유로를 날리게 할 일인가 말이다.
전혀 도와주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을 뿐더러 귀찮으니 썩 꺼지라는 식이기에 너네 보스 불러오라고 해서 직원교육 제대로 시키라고 하고 나발나발 따지고 싶은 마음을 암스테르담 진상녀로 네이버 메인에 뜰까봐, 그리고 영어로 따져야 하는 부담감이 너무나 커서, 결정적으로 누구한테 따져도 일이 해결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고이 접어놓고 다른 인포에 가서 물었더니 비슷한 반응이다. 쟤네가 못해준 일을 내가 어떻게 해주냐며 자기한테 뭘 원하느냐고 오히려 따진다. 그래서 프린트하는데나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 말은 들을 생각도 없이 자꾸 뭘 원하느냔다. 아 프린트 하는데 어디냐고!!! 했더니 밴&제리로 가란다. 빌어먹을 밴&제리따위에서 프린트 하고싶지 않아서 다시 표를 끊었다. 그냥 밥 한끼 먹은 샘 치자 하고 기차타고 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표 검사하는 아저씨가 오더니 돈을 더 내란다. 왜 그렇냐고 했더니 이게 직행이라 더 비싼건데 여기저기 공지를 이미 했다는 둥 궁시렁이다. 그 사정은 정말이지 넌오브 마이 비지니스이므로 이제와서 돈을 더 내라니 기분이 썩 나쁘지만 어쩌겠는가 빨리 가는 기차라는데.
wii는 필요 없으니 wifi를 무료로 달라는 말입니다.
로테르담에서의 첫 끼니로 태국일지 어디일지 정확치는 않은 기원을 가지고 있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택했다. 일단 가격이 저럼해서 매력이 있었고, 그 패키지가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서 늘 한번 체험해보고 싶었던 바로 그 살짝 깊은 상자형 패키지였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곳은 식당에서 먹고 가는 사람에게도 그 일회용 패키지에 음식을 제공했다. 소고기와 닭고기가 섞인 적당한 소스의 세트를 골랐더니 베이스를 선택하란다. 밥, 볶음밥, 누들, 우동이 있기에 누들을 골라보았다. 탁월한 초이스였다. 암스테르담 3일동안 치즈와 빵과 느끼한 것에 지쳐있었던 둔해진 혀의 미뢰에 한줄기 날카로운 칼집을 내주는 오리엔탈의 향기. 그리고 젓가락. 옛날 같았으면 면이 뭐 이래 하고 불평했겠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초우면. 맛있기까지 하다. 아니 정말 맛있었다. 약간 컵라면 맛도 나면서 양도 많고 야채도 있어서 먹으면서 덩실덩실 할 뻔 했다. 어느새 몇번 안되는 여행을 하는 사이에 서양의 동양음식에 적응이 되었나보다. 인도에서 처음 외국의 면요리를 먹었을 때는 꽤 힘들었는데, 이제 한국에서도 그런 음식을 어디선가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익숙하다. 내일도 거기 갈 예정이다. 내일은 핫 패퍼 소스를 선택해봐야겠다.
그 집 말고도 베트남이 기원일 듯 한 이동식 판매대가 있었는데, 롤과 튀김만두 류를 아주 싸게 팔고 있었다. 사람들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하나씩 그걸 사들고 먹는데 나도 내일 사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큰 길가에 종종 보이는 스시 부폐, 샤브샤브 부폐, 수리남(난 수리남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과 중국식의 패스트푸드점(대충 보기에는 그냥 햄버거가게 같았는데 말이다), 터키음식점이야 말 할 것도 없고 인도음식점, 어딘가에 분명 중국집들도 대거 있을건데(중국안마가 있었으니까 분명) 한국 음식점이 있으리라고는 기대가 되지 않는다. 그 동양의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무엇이 잘나서 가는 곳 마다 외식업을 야금야금 점령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언젠가 샌프란시스코에 김밥천국을 차리고 싶었던 그 마음이 다시 밀려오는 중이다. 빠스나 떡볶이, 모듬전, 호떡, 붕어빵, 떡갈비 같은거 팔면 잘팔릴텐데…빙수도! 바르셀로나에서 빙수 팔면 대박 잘팔릴거다 아마. 가이드도 한국음식점을 추천을 안한다.
중국 사람들은 스페인에서 자녀를 많이 낳아 공무원으로 키운단다. 그들이 자리를 잡으면 중국인들이 그 나라에 잘 정착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바르셀로나에만도 중국인이 20만명인가? 넘는다던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몇백명 되지도 않는데 서로 싫어한단다. 서로 비교하고 내가 더 먼저 왔는데 걔가 더 잘산다더라 하면서 시기하고 내 자식만 돈 잘버는 사람 되면 된다는 식이고. 어차피 여기서는 높은사람 못된다며 여기서 편하게 키우고 외국어나 좀 하게 만들어서 한국 보내면 특차로 대학갈 수 있고 삼성 들어갈 수 있다며 결국 한국으로 돌려보낸다.
네덜란드 도시와 도시간의 평원과 양떼들은 참 예쁜데, 암스테르담은 너무 좁고 복작복작 내취향 아니고 로테르담은 넓고 깨끗하고 좋긴 한데 사람들 그닥 마음에 안든다. 내나라 사람이 아니어서 그렇겠지. 그래서 결국 네덜란드는 별로 정이 안간다. 기차표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하고. 암스테르담을 내 마음대로 못보고 이리 저리 바쁘게 돌아다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꾸역꾸역 관광꺼리를 만들어놓긴 했는데 그다지 인상적인 것도 없고. 그저 고흐와 렘브란트와 안네가 있어서 너네 참 부럽다 싶은 동네. 다 쓰러져가는 집 사이로 깨끗하지 않은 물이 흐르는 동네. 로테르담이 낫다 나는. 안네의 집 가보고 별로 기대도 안했지만 내심 코웃음이 쳐졌다. 저정도 집이면 저 때 우리나라 사람들 심히 감사하고 살았을 집이다. 대궐 같은 집이다. 침대에 세면대에 화장실에 식당에 없는게 없더구만. 잡혀가서 병걸려 죽긴 했지만 그런 사연 정도야 우리나라에 수천 수만은 될 것인데 사업가 아빠 잘 만나 좋은 상품이 되었고, 사업가 아빠 밑에서 잘 자라 좋은 글 쓸 수 있었구나 싶다.
어딘가를 볼 때 마다 아빠 잘 만나 별 것 안해도 그냥 잘 사는 남자처럼 유럽 너네는 조상 잘 만나 좋겠다 라는 생각이 항상 저변에 깔린다. 우리가 그런 조상이 이제라도 되면 좋을텐데 말이다.
얘네도 불친절한 오피서가 마음에 안드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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