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jiroom DS와 MJ의 블로그입니다. 주인장이 두명이므로 좀 헷갈릴 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헷갈리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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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10년전? 만 해도 이나이쯤 되면 국적기만 이용하는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대게 20대의 삶이란 머나먼 미래인 30대에는 어찌됐든 혼자 멋지게 살 수 있는 아늑한 집과 적당한 수입과 괜찮은 능력을 가지지라 예상하고 흥청망청 해버리니까. 아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워낙 팍팍하다고들 하니 아닐 수도 있겠다.
여하튼 올해도 나는 중화항공으로 시작해서 SAS항공과 저가항공들을 검색하는 처지.
그나저나 비행기삯이 어찌나 올랐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07년이었나... 샌프란시스코에 JAL을 타고 갈 때만 해도 텍스 포함 80만원대였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표는 없다.
 
텍스가 무참히 올라버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티켓들이 난무한다. 
대략 일본이나 영국 등을 경유해버리면 미친듯한 텍스를 물어야 하는 추세.
아무리 숙식이 다 제공되는 친구집에 빌붙기 여행이라지만, 대차게 국적기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직항... 만만치 않다. 싱가폴항공을 깊이 고민해 보았지만 눈앞에 중화항공의 10~20만원 싼 가격이 아른거려 선뜻 클릭이 되지 않는다. 
결국 타이페이를 경유하는 중화항공의 자리를 이날짜 저날짜 옮겨가며 겨우 한석 구했다. 
겨우 그돈 아끼자고 역행에 경유을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아직 난 그리 부자가 아닌게다. 
언젠가는 우등버스 타는 마음으로 콘센트가 제공되어 랩탑을 펼칠 수 있는 비지니스클래스를 타볼 날이 있으리라 믿는 수 밖에 없다.

가는 날 까지 일을 해서 보내놓고 떠나야 했으므로 전날 밤 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당일도 모니터앞에 앉아있었는데, 
의외로 일이 빨리 끝나버렸다. 
아침에 부랴부랴 싼 짐은 더 이상 손대기가 껄끄럽고, 애매하게 남은 시간을 나른하게 보내다가 공항버스를 타러 나갔는데,
20분에 한대씩 오는 공항버스가 방금 떠나버리는 뒷모습이 보인다. 
버스정보 어플은 5분여마다 오는 501이 언제오나 안달하며 새로고침이나 하라고 있는데 아닌데 말이다.
정류장에 멍하니 앉아 꼬박 20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나니 5시 40분. 조금 가다보니 퇴근시간이 겹쳐서인지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8시 40분 비행기인데 공항에 도착하니 7시반이 넘었던가... 중간에 JW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잘 다녀오라는 언제 오냐는.
기대하지 않았던 배웅메시지에 늦어서 조마조마하던 기분이 슬쩍 좋아진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뛰어내려 얼른 중화항공 카운터를 찾는데 
카운터 정보를 보여주는 게시판을 아무리 뚫어져라 봐도 중화항공이 보이질 않는다.

'벌써 닫아버린 것인가. 내 약간의 게으름이 사단을 일으킨 것인가. 난 이대로 미국이 아닌 집으로 가야 하나'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한줄 한줄 뜯어보니, 딱 한개의 중화항공을 발견. 
여러개씩 있는 다른 항공사들 사이에 애처롭게 끼어있는 중화항공의 외로운 표식. 
중화항공이 스카이팀 소속인지라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데스크 직원이 업무를 보았다.
미국에 가는 손님이 워낙 오랫만이라며 비자 관련 정보를 체크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자리가 이미 거의 예약이 되어 인천-타이페이, 타이페이-샌프란시스코 두 노선 모두 내가 원하는 복도석은 없단다. 
괜히 피곤하답시고 딱히 자는것도 아니면서 미이라처럼 침대에 누워서 늑장을 부린 내 탓인걸 누굴 탓하랴. 

여행 준비한 것이 하나도 없어 여행가이드 책이나 좀 보자는 마음에 시계를 봐가며 종종걸음으로 서점을 찾았는데 
덥석 골라든 책한권을 결제하려 하니 카드는 안된단다. 내가 가진 것은 단돈 천원.
카드와 친구 믿고 환전따위 하지 않은 나의 대범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 
인천공항 내에 있는 그 어떤 서점도 현재 임시 개점상태이므로 카드를 받지 않는다며 
원/달러/엔 아무 현금이나 다 괜찮다고 뚱하게 말하는 직원의 표정에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기에 책 한 권 살 돈도 안 가지고 공항에 오지!?'

라는 물음표와 느낌표가 선명하게 찍혀있었기 때문에 
하마터면 
 
'아~씨. 어제까지만 해도 만오천원이나 더 있었는데 회식 회비 내느라...하필 떠나기 전날 회식이 잡혀서는...'

라는 식으로 중언부언하는 마음의 소리를 내뱉을 뻔 했다.
물론 구구절절한 미국식 변명따위 하지 않고 썩은 표정으로 뒤돌아 가면서

'공항서 갑자기 여행가이드북 사게 될지도 모르니까 현금 이만원쯤, 그게 어느 나라 화폐든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고 살 필요가 있나 모르겠네요.'

라고 말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며 계속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치고 할 뿐. 
김수현님의 드라마에 나오는 배종옥님 정도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을 할 수 있겠느냐마는...

정말 카드를 안받는단 말이야? 너네가게만 그런 거 아니고? 쪽팔리니까 다 뒤집어 씌운거 아님! 

하는 의구심을 55%정도 가진 체 두리번거리며 탑승구로 가는데, 가는 길에 있는 서점들은 심지어 셔터를 내리고 '업체의 사정으로 어쩌구...' 하는 문구를 붙여놓았다. 오늘 나는 진정 책을 살 운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뚱한 직원의 말을 닥치고 믿으며 김수현님 스타일의 대사같은 건 떠올리지 말았어야 했다.

타이패이로 가는 비행기는 국내선인양 작은 3X3배열의 것이다. 
몇 줄 안 되는 비지니스석을 지나 뒤로 뒤로 뒤로 꼬리까지 들어가야 내 자리. 
복도에 우뚝 서서 짐을 넣거나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거의 도착했을 무렵 
대만에서 한국에 놀러오신 단체 어버이관광객을 만났다. 급기야 내 자리는 그들 무리 가운데의 창문석. 
미리 와 앉아계시는 부부를 민망하게 일으켜세우고 그 자리에 쳐박혀서 
내 안전벨트를 가져가 채우신 아주머니에게 당황스러운 눈빛과 제스쳐를 보낸 후 
다행스럽게도 제자리에 돌아온 안전벨트를 채우고 앞을 보고 앉았는데 가슴에서 무언가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 안풀리는데? 아니야 아니야. 그런 생각따위 집어치워. 그래도 이거 영... 닥치라는데도!!'

목베개의 바람을 불어넣으며 마음을 추스린 후 잠시 눈을 붙였는데 어느순간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맛있는 '양념' 냄새. 이것은 불고기 혹은 갈비류의 향기인데... 하며 기다린 시간이 20여분은 되었던 것 같다. 
맨 뒷자리까지 기내식이 배식되는 것을 기다리는 일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다니. 
저녁을 넣어주지 않은 내 위가 칭얼대는 것을 겨우 참고 나이쓰한 표정으로 승무원에게 소고기와 밥을 부탁했다.
승무원은 대만국적의 한국인인지 한국국적의 대만인인지 둘 중의 하나였는데 
방송을 할 때 들어보니 한국어를 매우 빨리 유창하게 할 줄 알았지만 너무 빠르게 해서 중간중간 음절을 빼먹곤 하며 약간의 중국어식 느낌을 풍겼다.

기내식은 내 입맛에 훌륭하게 맞았다. 살짝 매콤한 양념의 소고기와 한국식 쌀밥.
옆의 아주머니가 시킨 치킨파스타를 고르지 않았던 내 자신에게 쾌재를 불렀다. 
무릇 면류는 요리한 후 바로 먹어야 하는 법. 기내식으로 면을 고르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대망의 마가레트.
기내식으로 만난 마가레트가 그렇게 반가울 줄이야.
그 자체를 만난 것도 근 10여년이 된 것 같은데 그것을 대만국적 비행기에서 만나다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잠깐 눈을 붙이고 깨어나니 곧 도착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았는데 아! 카메라를 짐으로 붙이는게 아니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섬나라 대만의 해안선이 불빛으로 가득차서 검은 배경에 또렷한 라인으로 그어져 있고, 그 안을 반짝이들이 채우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반짝이들이 길이 되고 집이 되고 허름한 공장이 되고 드문드문 다니는 차가 되었다.
비행기가 해안을 따라 크게 선회하며 보석같은 땅덩이가 별 볼일 없는 현실로 변해버릴 때 까지 열심히 눈에 담았다.
하긴, 이런 광경은 똑딱이 카메라로 절대 잘 담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야간비행을 해본 적이 많이 없었구나 싶다.
지난 가을에 갱과 양명산에 올라 거센 바람을 쳐맞으며 길을 헤맸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저기 보이는 저 산이 양명산일까, 101타워가 보이려나 싶어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공항으로 떨어져버리는 비행기는 그 것 까지 확인해줄 생각은 없다는 듯 방향을 획 틀어버렸다.

환승시간은 한 시간. 따로 환승을 안내해주는 승무원은 없었다. 
급히 돌아다니자니 덥고 습한 날씨에 슬슬 땀이 나기 시작했다. 짐을 줄여보려고 이것 저것 껴입은 것이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미국에 가면 샘소나이트 수트케이스를 사오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배낭과 숄더백에 옷과 노트북을 나눠 넣고 출발했기 때문에 
옷을 최대한 많이 입어야 했다. 서울 날씨가 때마침 스산하기도 했고.

예상했던 대로 환승게이트는 공항을 이리 저리 건너 건너 공항철도를 타고 어디론가 가서 저 쪽 끝에 있었다. 
거의 도착한 즈음에서 만난 게이트 앞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멕시칸 혹은 스패니쉬 혹은 혹은 흑인들이 복도를 점령하고 여기 저기 바닥에 앉아있는 것이 흡사 미국 어디 할램을 지나는 느낌을 주었는데, 어디가는 비행기인가... 하고 슬쩍 봤더니 '로스앤젤레스'행이다.
아하~ 하고 순간 이해가 갔던 것은 왜인지 잘 모르겠... 다고 말하면 비겁한가.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의 탑승구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동양인이 좀 더 많이 보이는 느낌이랄까.
내가 어떤 사람들의 가운데 끼여앉게 될까 걱정을 하며 탑승을 했는데
앗!!!!! 한 블럭의 맨 앞자리 좌석이다!!! 다리를 쭉 펴고 갈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펄쩍뛰며 좋아한 2초 후,
자리에 앉으려고 다가서는 내 눈에 2살정도 되어보이는 아이가 들어왔다. 
맞다. 그 자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탄 사람들에게 주로 배정되는 자리였다. 내가 잠시 망각했다. 
나의 굳은 얼굴을 그 아이 엄마도 분명 보았으리라.

그렇게 나는 발성이 매우 좋은 아이의 울음소리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신경한 엄마아빠, 내내 잠만 잘 자는 백인 남성 사이에서
책 한 권 없이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가야 했다.

중화항공에 대한 느낌
으로 말할 것 같으면
큰 불편이 느껴지지 않고 타이페이 공항의 환승도 썩 괜찮으며 귀찮거나 어이없게 하는 그 어떤 요소도 가지지 않아 
가격대비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정도.
타이페이 공항도 공사를 하는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느낌이고
샌프란시스코나 하네다 같은 공항에 비해 면세점이 적당한 규모로 잘 되어있어서 구경하기가 괜찮다.

그런데 굳이 비교를 좀 하자면
역시나 대한항공이 기내용 슬리퍼며 치약칫솔, 500리터 물 한병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을 보여주어 최고점.
아시아나는 슬리퍼와 물 안주었던 기억.
JAL 과 UA도 그런 거 없었다. 
케세이퍼시픽이나 델타 등은 단거리밖에 안타봐서 뭐라 할것이 없고... 
에어인디아는 노코멘트.
하지만 위의 모든 항공기 승무원들은 때가 되면 차나 음료 마시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며 다녀주었기 때문에 
건조한 비행기 안에서의 갈증을 힘들지않게 넘기게 해 주었던 반면

가는 길에 중화항공 승무원들이 물을 자주 권하지 않아서 좀 아쉬었다.
후다닥 지나갈때 지금이야!!! 하고 얼른 익스큐즈미 해서 물 달라고 해야
물 한잔 얻어 마실 수 있다. 
담요가 얇은 편이어서 좀 추운 기분이고.
기내식은 뭐... 기내식이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인천-타이페이 구간은 좋았는데 타이페이-샌프란 구간은 입에 잘 맞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맨 뒷자리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중앙 4자리가 붙어있는 곳의 오른쪽 복도 쪽이었다.
중간에 두 자리가 비고, 왼쪽 복도쪽에만 손님이 있었던 관계로 가끔씩 빈자리에 다리도 펴고 
화장실도 바로 뒤에 있고 해서 썩 편하게 왔다.
맨 뒷자리여서 처음에 나오는 기내식은 1등으로 받았지만, 두번째는 꼴등이어서 서양식이 다 떨어졌다고 중국식 죽(아침식사였기 때문에)을 먹게 되었는데 뭐 아침으로 가볍게 먹기에 따뜻하니 적당했다. 
가는 길에 물부족현상을 겪었었기 때문에 빈 500미리 패트병을 하나 들고가서 출발할 때 가득 채워달라고 해서 종종 마셨으나
희한하게도 가는 길에는 승무원이 음료를 자주 권해서 민망해져버렸다.
기내 온도도 갈 때에 비해 너무 높아서 좀 더운 느낌이었고.

무슨 영화가 있나 하고 살펴보았더니 한국어 더빙 영화가 몇개 있긴 했다.
나는 '레터 투 줄리엣'을 네번째로 다시 보기로 마음먹었고
더빙버전은 처음이었으니까 또 한번 재미나게 봐버렸다. 

타이페이->서울 구간은 사람들을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주말 아침 7시반 정도에 출발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한국에 놀러가는 대만언니오빠들이 많이 보였다. 
약간은 일본스타일의 패션센스가 느껴지는... 기대와 흥분으로 들뜬 젊은이들.

1. 다리들이 어찌나 날씬한지
2. 화장은 정말 일본스타일이라서 일본언니들과 헷갈린다.
3. 의외로 아이폰 매니아들일세. 하긴 나부터도 삼성을 쓰진 않으니까.
4. 기내 면세점 이용을 매우 즐기는구나.
5. 아주 팬시한 일러스트가 곁들여진 한국 관광 책자를 보는 걸 보니, 한중일 젊은여성의 취향은 다 비슷한 모양.

한국에서 좋은 시간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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