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jiroom DS와 MJ의 블로그입니다. 주인장이 두명이므로 좀 헷갈릴 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헷갈리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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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헤] 9월26일

MJ/여행 / 2010. 10. 17. 21:43


로테르담에서 브뤼헤로 가는 차편을 자세히 설명하고 싶다.
일단 로테르담에서 기차를 타고 zwijndrecht(뭐라고 읽는지 정확히 적기 힘든데 아무튼 끝에 가래끓는느낌으로 ㄹㄹ레ㅀㅎ흐트흐ㅎ 정도의 소리가 난다)에 가야 한다. 약 12분 거리의 역이다. 그 곳에서 기차역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갈아탄다. 기차로 왜 갈 수 없는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역에서도 계속적으로 방송을 하고 있었다. 로테르담에서 벨기에로 가려면 어찌어찌 갈아타야 하는데 그 가운데 버스도 있다고. 버스를 타고 Roosendaal(왜 o와 a가 두개씩일까)로 40여분 달려 무사히 도착한 후 앤트워팬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역에서 끊어준 스케쥴표에는 4a플랫폼이라고 써있었지만, 플랫폼에 도착한 기차의 모양새가 도통 인터내셔널해보이질 않아서 전광판을 확인해보니 플랫폼이 바뀌었단다. 환승 여유 시간이 30분정도 있었기에 망정이지 영 다른 기차를 탈 뻔 했다. 인터시티를 타고 30여분간 달려 앤트워팬에 도착한 후 겐트행 열차를 타야한다. 환승시간은 6분. 플랫폼도 안적혀있다. 재빨리 내려서 보드를 확인하니 14번이란다. 14번으로 갔더니 열차는 없고 다른 스케쥴이 써있다. 전광판을 확인하니 12번이란다. 12번으로 뛰어가니 열차 문이 닫히고 있다. 차표아저씨가 준 스케쥴표도, 기차역에 있는 보드도 믿어서는 안된다. 실시간 전광판만이 나를 인도하는 진리의 길이다. 앤트워팬에서 브뤼헤로 바로 가는 기차는 왜 없을까 궁금해하며 이런 저런 노선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다음 겐트행 열차가 겐트를 지나 오스텐드까지 간다고 적혀있다. 그렇다면 그 중간에 있는 브뤼헤에도 가는 것이 마땅할 터. 오히려 잘됐다 싶어서 다음 열차를 야무지게 기다린다. 열차가 도착하고 플랫폼의 전광판을 보니 겐트-브뤼헤-오스텐드가 예쁘게 써있다. 열차를 하나 놓친 덕분에 겐트에서 또 한번 열차를 갈아타는 수고를 덜고 브뤼헤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간 인터넷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망할 서유럽은 어딜가나 인터넷요금을 받는다) 호텔은 도착해서 인포에 물어보자는 배짱으로 무작정 왔는데, 일요일이라고 중앙역 인포가 문을 닫으셨다. 적어온게 있긴 한데 그 때는 이해가 가는 것 같았는데 다시 보니 뭘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길가에 서 있는 큰 지도를 한참 보다가 길을 건너보았다가 버스 노선도 좀 살펴보다가 다시 지도로 돌아와 메모한 것과 일치하는 지역을 찾기 시작했다. 콘서트홀 맞은편이라고 되어있는데,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온 어떤 곳의 단어가 콘서트홀을 불어나 독어로 바꾸면 그런 모양인듯 한게 보이기에 한시간 정도는 일단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장터가 열려있다. 그러고보니 로테르담에도 토요일이 되니 호스텔 앞으로 길게 장터가 열렸었는데 여기도 주말장터가 열리나보다. 근데 여기 장터는 로테르담의 그것보다 훨씬 덜 상업적인 느낌이다. 정말로 집에서 이것 저것 들고 나온 것 같은 정리안된 물건들이 즐비하다. 푸르른 잔디 위에 자리 하나 깔고 늘어놓은 물건들 사이를 관광객들과 일요일을 보내는 주민들이 슬슬 걸어다닌다. 나도 슬슬 구경하며 걷다보니 이것이 콘서트홀이어야 말이 되겠다 싶은 건물이 하나 나오고 고개를 돌려보니 내가 가야 할 호텔이 떡하니 보인다. 한 10분 걸었을까? 이런 행운이 있다니 나도 이제 드디어 여행자가 된 것인가!!!


당찬 소년이 한분 나오셔서 캐릭터카드인지 게임카드인지 어떤 카드를 팔고 있다.
여유롭게 흥정까지 해가면서.
멋쥔새퀴. 잘커라.




흡족하게 체크인을 하고 다시 나와 장터구경을 좀 더 하다가 그 유명한 종탑이 있는 도시 중앙으로 나가보았다. 또 다른 느낌의 동네다. 낮고 작고 오밀조밀하지만 암스테르담과 같이 너저분하고 시끄럽지 않고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다. 내 가랑이 사이로 돌진하는 자전거도 없고, 팔을 잘라먹을 것 같이 옆에 붙어서 달려가는 트램도 시내 중앙까지 들어오지는 않는다. 간혹 팟팟팟 하고 돌바닥을 달리는 작은 자동차들이 있을 뿐.


벨기에가 만화의 나라라더니, 공사장 안내문도 귀엽게도 해놨다.
아니 근데 저렇게 머리통을 내려치니까 집이 막 침을 퉤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렌치 프라이는 사실 벨지언 프라이다.
벨기에가 원조인 감자튀김을 위한 뮤지엄이 있었다.
어쩌다 그게 프렌치 프라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강대국의 힘인건가.. 기무치 처럼.



여기 저기 부부들이 손을 꼭 잡고, 팔짱 끼고 다닌다.
뭐가 그리 정이 좋아 저나이가 될 때 까지 손을 잡고 다닐까 싶다가도
아.. 그렇게 사이좋은 부부니까 여행을 다니겠지 라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그래도 그렇지 참 다정한 남편들이다.



광장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노천까페에 앉아 오후를 느긋하게 보내고 있었다. 종탑에 올라가볼까 하다가,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바가 있다기에 거기 찾아가볼양으로 내일로 미루고 이리저리 길 구경을 하며 목적지를 찾아갔는데, 아직 문을 안연 것인지 없어져버렸는지 눈에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섰다. 내일 다시 한번 가볼 작정이다. 돌아오는 길에 와플가게가 보이길래 와플에 휘핑크림을 얹어 3유로주고 하나 사서 걸어오면서 먹고, 장터에 로테르담에서 먹었던 것과 비슷할 것 같은 류의 베트남 요리를 파는 트럭이 있기에 6유로 주고 면과 이런저런 고기와야채류를 사서 분수앞에 앉아 맛나게 먹었다. 로테르담의 그 체인점 요리가 더 완성도가 있었지만 오늘은 토핑이 다양해서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와플은 자하연 와플과 별로 다를 바가 없어서 좀 놀랐는데, 물론 그 구운정도나 달콤한 정도가 매우 적절해서 잘 만들어진 와플이긴 했지만(방망이 깎던 노인이 원한 바가 결국 그것이었긴 하다. 잘 모르겠지만 약간의 차이로 참 좋은 어떤 것) 딱히 특별한 것이 없어서 내가 뭘 바랬던 것인가 잠시 생각했다. 그냥 자하연 와플가게에 휘핑크림 토핑도 추가하면 안되겠느냐고 건의해보는게 어떨까 싶다. 3유로면 4500원인데 자하연 와플이 한 600원 하던가?
 
중앙역에서 까르푸 익스프레스를 본 기억이 나서 물이랑 아침꺼리나 사다놓을까 싶어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일요일이기 때문인지 시간 때문인지 잘 모르겠는데 영어로된 안내문이 없었기 때문에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손에 든 것도 없겠다 가지 않았던 골목길로 들어서서 이리 저리 구경을 하고 다녔는데, 세상에 거리에 어찌나 사람이 없는지 서울에서 그 정도 크기의 공터에 그 정도 인구밀도를 가진 곳을 찾을 수나 있을까 싶다.



호텔에는 노부부 단체관광객이 묵고있는 듯 하다. 유럽에 와서 확실히 노인들의 세상에 둘러싸여버렸다. 우리나라는 아직 젊은편인거다. 한 20년 후에는 우리나라도 이렇게 늙어버릴텐데 그럼 노인들이 즐길 무언가가 필요할텐데, 할머니 할아버지 천천히 손잡고 지팡이 짚고 걸어다녀도 되는 유럽이 아닌 바빠 죽겠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즐겁게 살 지 고민해볼 문제다.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서 묵는 것은 여행의 큰 로망 중 하나인데, 이 호텔에 수영장이 있음에도 무언가 망설여지는 느낌에 아직 수영장에 가지 않고 있다. 볼 때 마다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에서 너무 잘 들여다 보인다는 것, 조명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 등이 접근을 쉽지 않게 한다. 오늘 아침에도 수영장에 가보리라 마음을 먹고 잤지만 결국 포기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시내에 인터넷이 되는 바가 3곳 있다고 되어있는데, 그 중 한 개는 어제 가 보았으나 문을 닫았고 나머지 두개 중 하나를 선택해 점심을 먹으며 인터넷을 해볼 양으로 먼 길을 찾아갔는데, 호스텔을 겸하는 곳이었다. 바에 들어가 앉아보았으나 호스텔에 묵는 사람인줄 알았는지 신경끄고 잡담하는 분위기였고, 내 생각에도 호스텔 바들은 대게 저녁에만 사람을 받는다는 것을 어디서 본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나왔다. 이 도시에는 스타벅스 따위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맥도널드도 버거킹도 KFC도 없으니까 스타벅스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딱 하나 피자헛을 보았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는 피자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내 중앙으로 들어가 종탑에 올라보았다. 브리헤에 왔으면 당연히 거쳐야 할 코스인지라 약간의 고소공포증을 이겨내며 나선형 계단을 열심히 올랐는데, 이 계단이 종탑 꼭대기에 다다르는 유일한 통로인지라 내려오는 사람들과 종종 마주쳐야 했고, 벽이나 난간을 붙잡고 서로 양보해가면서 낑낑대며 오가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다. 꼭대기는 여느 전망대나 옥상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정말 종탑의 안일 뿐이기 때문에 매우 좁고 창문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는 뚫린 벽은 그물철창이 막고 있었다. 고로 그 사이로 브리헤의 모습을 내려다 보는 것이었는데, 당최 그 예쁜 사진들은 어떻게 참 잘들 찍었다는 생각이다. 나도 철창을 피해 사진을 몇장 찍어보았는데,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려다본 브리헤는 온통 붉은색 지붕의 장난감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모양새였다.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바로 그 집들이 그냥 놓여있는 듯 그렇게. 때마침 종이 울려 심장이 쫄깃해지는 감동을 받는다거나 꽂고있던 이어폰에서 웅장한류의 드라마틱한 노래가 흘러나와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거나 하는 경험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몇시인지 10분쯤 도착했기 때문에 종소리를 들으려면 한참 기다려야 했고, 이어폰에서는 뭐가나왔더라… 그다지 인상적인 노래가 아니었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갈 때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카라의 프리티걸을 다시금 들어주었고 그것은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중앙역에 가서 브리셀로 가는 기차표를 끊어놓고, 역 옆에 있는 까르푸에 가서 장을 좀 보았다.
어제는 호텔 앞에 장이 서서 먹을게 많았는데, 오늘은 아무 것도 없는 광장으로 탈변하여 그 주변의 비싼 레스토랑들만 보였기 때문에 까르푸를 선택했다. 물한통과 와플모양 과자, 샐러드 한박스와 바케트빵 한 개. 7.77유로가 나와서 괜히 기분좋게 잔돈을 박박 긁어 지불을 하고 호텔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안가본 길로 가볼까 하는 생각에 맞은편 늘 다니던 길을 외면하고 호텔쪽 나무가 많아보이는 길을 선택했는데 아뿔싸. 인도가 없는 길이었다. 단지 숲과 잔디와 차도만이 있을 뿐. 맞은편에 한가로이 걷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로타리 비슷한 모양과 어딘가로 빠지는 길이 있는 나뭇가지 모양의 길 사이사이를 빠른 속도로 오가는 차를 피해가며 겨우겨우 건넜는데 총 8개차선 정도를 건넌 것 같다. 이 동네에서 8개 차선이라니 정말 많이 건넌 것이다. 터미널 옆동네라 차선이 좀 많긴 했다. 까르푸에서 봉지를 주지 않았는데 굳이 따로 봉지를 살 마음도 없었기 때문에 양 손에 주섬주섬 빵과 샐러드상자와 물1리터와 과자를 들고, 우리나라로 치면 신사동 미성아파트 앞의 그 경부선 타는 곳이 있는 요란뻑적지근한 길을 대각선으로 신호도 없이 건너는 느낌이었는데, 다 건너고 나니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갑자기 식욕이 솟구쳤다.



호텔로 돌아와 샐러드를 맛있게 냠냠 먹고 잠시 지도를 보며 루트를 정비한 후 배를 타러 나섰다. 브리헤에는 시내 가운데 운하가 있다. 암스테르담보다 약간 작은 규모의. 관광용 보트도 훨씬 작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사진찍기도 좋다. 어느 구역에 가니 백조와 오리들이 동물원에서나 볼법한 밀도로 모여서 깃털을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수천년은 되어보이는 나무와 덩쿨과 집과 이끼와 다리, 습한 운하의 냄새, 구름낀 날씨… 모든 것이 당연한 듯 거기 있는데, 한가지 룰을 깨는 것이 종종 눈에 보였으니 공사용 크레인이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유럽은 온통 공사중이다. 아니 사실 온 세상이 늘 공사중이긴 하고 우리나라만큼 공사중인 나라도 없으니까 그걸 탓하는 것은 좀 이기적이긴 하지만, 유럽에 구경오는 사람들이 보고싶어 하는 모습은 바로 공사가 안된 모습이 아니던가. 까테드랄들도 가는 곳 마다 공사요, 궁전도 공사, 건물도 공사, 도로도 공사 모조리 공사중이다. 하긴 공사의 대명사는 사그라다파밀리아지만.

보트투어를 마치고 성당구경을 한 후 밖으로 나오니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산을 안가지고 나왔는데 가죽 코트를 입었기 때문에 오늘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들어오기로 마음을 먹고 재빨리 방향을 잡아 귀가. 내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리로 간다. 파리를 왜 기다렸냐 하면 좀 미친 이유인데, 거기 민박에 가면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사실 파리가 여행 루트에 없었기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무엇을 보고 올지도 결정하지 않았고, 언젠가 파리는 다시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잡듯 샅샅이 보고 올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근데 쿨한척 하고 비워놨던 3일을 그 대단하다는 파리에 쓰게되다니 은근슬쩍 기대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민박집 인터넷만 잘 되면 50%는 만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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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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