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jiroom DS와 MJ의 블로그입니다. 주인장이 두명이므로 좀 헷갈릴 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헷갈리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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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10년전? 만 해도 이나이쯤 되면 국적기만 이용하는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대게 20대의 삶이란 머나먼 미래인 30대에는 어찌됐든 혼자 멋지게 살 수 있는 아늑한 집과 적당한 수입과 괜찮은 능력을 가지지라 예상하고 흥청망청 해버리니까. 아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워낙 팍팍하다고들 하니 아닐 수도 있겠다.
여하튼 올해도 나는 중화항공으로 시작해서 SAS항공과 저가항공들을 검색하는 처지.
그나저나 비행기삯이 어찌나 올랐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07년이었나... 샌프란시스코에 JAL을 타고 갈 때만 해도 텍스 포함 80만원대였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표는 없다.
 
텍스가 무참히 올라버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티켓들이 난무한다. 
대략 일본이나 영국 등을 경유해버리면 미친듯한 텍스를 물어야 하는 추세.
아무리 숙식이 다 제공되는 친구집에 빌붙기 여행이라지만, 대차게 국적기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직항... 만만치 않다. 싱가폴항공을 깊이 고민해 보았지만 눈앞에 중화항공의 10~20만원 싼 가격이 아른거려 선뜻 클릭이 되지 않는다. 
결국 타이페이를 경유하는 중화항공의 자리를 이날짜 저날짜 옮겨가며 겨우 한석 구했다. 
겨우 그돈 아끼자고 역행에 경유을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아직 난 그리 부자가 아닌게다. 
언젠가는 우등버스 타는 마음으로 콘센트가 제공되어 랩탑을 펼칠 수 있는 비지니스클래스를 타볼 날이 있으리라 믿는 수 밖에 없다.

가는 날 까지 일을 해서 보내놓고 떠나야 했으므로 전날 밤 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당일도 모니터앞에 앉아있었는데, 
의외로 일이 빨리 끝나버렸다. 
아침에 부랴부랴 싼 짐은 더 이상 손대기가 껄끄럽고, 애매하게 남은 시간을 나른하게 보내다가 공항버스를 타러 나갔는데,
20분에 한대씩 오는 공항버스가 방금 떠나버리는 뒷모습이 보인다. 
버스정보 어플은 5분여마다 오는 501이 언제오나 안달하며 새로고침이나 하라고 있는데 아닌데 말이다.
정류장에 멍하니 앉아 꼬박 20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나니 5시 40분. 조금 가다보니 퇴근시간이 겹쳐서인지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8시 40분 비행기인데 공항에 도착하니 7시반이 넘었던가... 중간에 JW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잘 다녀오라는 언제 오냐는.
기대하지 않았던 배웅메시지에 늦어서 조마조마하던 기분이 슬쩍 좋아진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뛰어내려 얼른 중화항공 카운터를 찾는데 
카운터 정보를 보여주는 게시판을 아무리 뚫어져라 봐도 중화항공이 보이질 않는다.

'벌써 닫아버린 것인가. 내 약간의 게으름이 사단을 일으킨 것인가. 난 이대로 미국이 아닌 집으로 가야 하나'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한줄 한줄 뜯어보니, 딱 한개의 중화항공을 발견. 
여러개씩 있는 다른 항공사들 사이에 애처롭게 끼어있는 중화항공의 외로운 표식. 
중화항공이 스카이팀 소속인지라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데스크 직원이 업무를 보았다.
미국에 가는 손님이 워낙 오랫만이라며 비자 관련 정보를 체크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자리가 이미 거의 예약이 되어 인천-타이페이, 타이페이-샌프란시스코 두 노선 모두 내가 원하는 복도석은 없단다. 
괜히 피곤하답시고 딱히 자는것도 아니면서 미이라처럼 침대에 누워서 늑장을 부린 내 탓인걸 누굴 탓하랴. 

여행 준비한 것이 하나도 없어 여행가이드 책이나 좀 보자는 마음에 시계를 봐가며 종종걸음으로 서점을 찾았는데 
덥석 골라든 책한권을 결제하려 하니 카드는 안된단다. 내가 가진 것은 단돈 천원.
카드와 친구 믿고 환전따위 하지 않은 나의 대범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 
인천공항 내에 있는 그 어떤 서점도 현재 임시 개점상태이므로 카드를 받지 않는다며 
원/달러/엔 아무 현금이나 다 괜찮다고 뚱하게 말하는 직원의 표정에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기에 책 한 권 살 돈도 안 가지고 공항에 오지!?'

라는 물음표와 느낌표가 선명하게 찍혀있었기 때문에 
하마터면 
 
'아~씨. 어제까지만 해도 만오천원이나 더 있었는데 회식 회비 내느라...하필 떠나기 전날 회식이 잡혀서는...'

라는 식으로 중언부언하는 마음의 소리를 내뱉을 뻔 했다.
물론 구구절절한 미국식 변명따위 하지 않고 썩은 표정으로 뒤돌아 가면서

'공항서 갑자기 여행가이드북 사게 될지도 모르니까 현금 이만원쯤, 그게 어느 나라 화폐든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고 살 필요가 있나 모르겠네요.'

라고 말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며 계속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치고 할 뿐. 
김수현님의 드라마에 나오는 배종옥님 정도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을 할 수 있겠느냐마는...

정말 카드를 안받는단 말이야? 너네가게만 그런 거 아니고? 쪽팔리니까 다 뒤집어 씌운거 아님! 

하는 의구심을 55%정도 가진 체 두리번거리며 탑승구로 가는데, 가는 길에 있는 서점들은 심지어 셔터를 내리고 '업체의 사정으로 어쩌구...' 하는 문구를 붙여놓았다. 오늘 나는 진정 책을 살 운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뚱한 직원의 말을 닥치고 믿으며 김수현님 스타일의 대사같은 건 떠올리지 말았어야 했다.

타이패이로 가는 비행기는 국내선인양 작은 3X3배열의 것이다. 
몇 줄 안 되는 비지니스석을 지나 뒤로 뒤로 뒤로 꼬리까지 들어가야 내 자리. 
복도에 우뚝 서서 짐을 넣거나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거의 도착했을 무렵 
대만에서 한국에 놀러오신 단체 어버이관광객을 만났다. 급기야 내 자리는 그들 무리 가운데의 창문석. 
미리 와 앉아계시는 부부를 민망하게 일으켜세우고 그 자리에 쳐박혀서 
내 안전벨트를 가져가 채우신 아주머니에게 당황스러운 눈빛과 제스쳐를 보낸 후 
다행스럽게도 제자리에 돌아온 안전벨트를 채우고 앞을 보고 앉았는데 가슴에서 무언가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 안풀리는데? 아니야 아니야. 그런 생각따위 집어치워. 그래도 이거 영... 닥치라는데도!!'

목베개의 바람을 불어넣으며 마음을 추스린 후 잠시 눈을 붙였는데 어느순간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맛있는 '양념' 냄새. 이것은 불고기 혹은 갈비류의 향기인데... 하며 기다린 시간이 20여분은 되었던 것 같다. 
맨 뒷자리까지 기내식이 배식되는 것을 기다리는 일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다니. 
저녁을 넣어주지 않은 내 위가 칭얼대는 것을 겨우 참고 나이쓰한 표정으로 승무원에게 소고기와 밥을 부탁했다.
승무원은 대만국적의 한국인인지 한국국적의 대만인인지 둘 중의 하나였는데 
방송을 할 때 들어보니 한국어를 매우 빨리 유창하게 할 줄 알았지만 너무 빠르게 해서 중간중간 음절을 빼먹곤 하며 약간의 중국어식 느낌을 풍겼다.

기내식은 내 입맛에 훌륭하게 맞았다. 살짝 매콤한 양념의 소고기와 한국식 쌀밥.
옆의 아주머니가 시킨 치킨파스타를 고르지 않았던 내 자신에게 쾌재를 불렀다. 
무릇 면류는 요리한 후 바로 먹어야 하는 법. 기내식으로 면을 고르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대망의 마가레트.
기내식으로 만난 마가레트가 그렇게 반가울 줄이야.
그 자체를 만난 것도 근 10여년이 된 것 같은데 그것을 대만국적 비행기에서 만나다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잠깐 눈을 붙이고 깨어나니 곧 도착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았는데 아! 카메라를 짐으로 붙이는게 아니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섬나라 대만의 해안선이 불빛으로 가득차서 검은 배경에 또렷한 라인으로 그어져 있고, 그 안을 반짝이들이 채우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반짝이들이 길이 되고 집이 되고 허름한 공장이 되고 드문드문 다니는 차가 되었다.
비행기가 해안을 따라 크게 선회하며 보석같은 땅덩이가 별 볼일 없는 현실로 변해버릴 때 까지 열심히 눈에 담았다.
하긴, 이런 광경은 똑딱이 카메라로 절대 잘 담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야간비행을 해본 적이 많이 없었구나 싶다.
지난 가을에 갱과 양명산에 올라 거센 바람을 쳐맞으며 길을 헤맸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저기 보이는 저 산이 양명산일까, 101타워가 보이려나 싶어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공항으로 떨어져버리는 비행기는 그 것 까지 확인해줄 생각은 없다는 듯 방향을 획 틀어버렸다.

환승시간은 한 시간. 따로 환승을 안내해주는 승무원은 없었다. 
급히 돌아다니자니 덥고 습한 날씨에 슬슬 땀이 나기 시작했다. 짐을 줄여보려고 이것 저것 껴입은 것이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미국에 가면 샘소나이트 수트케이스를 사오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배낭과 숄더백에 옷과 노트북을 나눠 넣고 출발했기 때문에 
옷을 최대한 많이 입어야 했다. 서울 날씨가 때마침 스산하기도 했고.

예상했던 대로 환승게이트는 공항을 이리 저리 건너 건너 공항철도를 타고 어디론가 가서 저 쪽 끝에 있었다. 
거의 도착한 즈음에서 만난 게이트 앞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멕시칸 혹은 스패니쉬 혹은 혹은 흑인들이 복도를 점령하고 여기 저기 바닥에 앉아있는 것이 흡사 미국 어디 할램을 지나는 느낌을 주었는데, 어디가는 비행기인가... 하고 슬쩍 봤더니 '로스앤젤레스'행이다.
아하~ 하고 순간 이해가 갔던 것은 왜인지 잘 모르겠... 다고 말하면 비겁한가.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의 탑승구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동양인이 좀 더 많이 보이는 느낌이랄까.
내가 어떤 사람들의 가운데 끼여앉게 될까 걱정을 하며 탑승을 했는데
앗!!!!! 한 블럭의 맨 앞자리 좌석이다!!! 다리를 쭉 펴고 갈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펄쩍뛰며 좋아한 2초 후,
자리에 앉으려고 다가서는 내 눈에 2살정도 되어보이는 아이가 들어왔다. 
맞다. 그 자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탄 사람들에게 주로 배정되는 자리였다. 내가 잠시 망각했다. 
나의 굳은 얼굴을 그 아이 엄마도 분명 보았으리라.

그렇게 나는 발성이 매우 좋은 아이의 울음소리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신경한 엄마아빠, 내내 잠만 잘 자는 백인 남성 사이에서
책 한 권 없이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가야 했다.

중화항공에 대한 느낌
으로 말할 것 같으면
큰 불편이 느껴지지 않고 타이페이 공항의 환승도 썩 괜찮으며 귀찮거나 어이없게 하는 그 어떤 요소도 가지지 않아 
가격대비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정도.
타이페이 공항도 공사를 하는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느낌이고
샌프란시스코나 하네다 같은 공항에 비해 면세점이 적당한 규모로 잘 되어있어서 구경하기가 괜찮다.

그런데 굳이 비교를 좀 하자면
역시나 대한항공이 기내용 슬리퍼며 치약칫솔, 500리터 물 한병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을 보여주어 최고점.
아시아나는 슬리퍼와 물 안주었던 기억.
JAL 과 UA도 그런 거 없었다. 
케세이퍼시픽이나 델타 등은 단거리밖에 안타봐서 뭐라 할것이 없고... 
에어인디아는 노코멘트.
하지만 위의 모든 항공기 승무원들은 때가 되면 차나 음료 마시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며 다녀주었기 때문에 
건조한 비행기 안에서의 갈증을 힘들지않게 넘기게 해 주었던 반면

가는 길에 중화항공 승무원들이 물을 자주 권하지 않아서 좀 아쉬었다.
후다닥 지나갈때 지금이야!!! 하고 얼른 익스큐즈미 해서 물 달라고 해야
물 한잔 얻어 마실 수 있다. 
담요가 얇은 편이어서 좀 추운 기분이고.
기내식은 뭐... 기내식이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인천-타이페이 구간은 좋았는데 타이페이-샌프란 구간은 입에 잘 맞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맨 뒷자리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중앙 4자리가 붙어있는 곳의 오른쪽 복도 쪽이었다.
중간에 두 자리가 비고, 왼쪽 복도쪽에만 손님이 있었던 관계로 가끔씩 빈자리에 다리도 펴고 
화장실도 바로 뒤에 있고 해서 썩 편하게 왔다.
맨 뒷자리여서 처음에 나오는 기내식은 1등으로 받았지만, 두번째는 꼴등이어서 서양식이 다 떨어졌다고 중국식 죽(아침식사였기 때문에)을 먹게 되었는데 뭐 아침으로 가볍게 먹기에 따뜻하니 적당했다. 
가는 길에 물부족현상을 겪었었기 때문에 빈 500미리 패트병을 하나 들고가서 출발할 때 가득 채워달라고 해서 종종 마셨으나
희한하게도 가는 길에는 승무원이 음료를 자주 권해서 민망해져버렸다.
기내 온도도 갈 때에 비해 너무 높아서 좀 더운 느낌이었고.

무슨 영화가 있나 하고 살펴보았더니 한국어 더빙 영화가 몇개 있긴 했다.
나는 '레터 투 줄리엣'을 네번째로 다시 보기로 마음먹었고
더빙버전은 처음이었으니까 또 한번 재미나게 봐버렸다. 

타이페이->서울 구간은 사람들을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주말 아침 7시반 정도에 출발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한국에 놀러가는 대만언니오빠들이 많이 보였다. 
약간은 일본스타일의 패션센스가 느껴지는... 기대와 흥분으로 들뜬 젊은이들.

1. 다리들이 어찌나 날씬한지
2. 화장은 정말 일본스타일이라서 일본언니들과 헷갈린다.
3. 의외로 아이폰 매니아들일세. 하긴 나부터도 삼성을 쓰진 않으니까.
4. 기내 면세점 이용을 매우 즐기는구나.
5. 아주 팬시한 일러스트가 곁들여진 한국 관광 책자를 보는 걸 보니, 한중일 젊은여성의 취향은 다 비슷한 모양.

한국에서 좋은 시간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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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파리

MJ/여행 / 2011. 5. 7. 12:56

여기가 그... 유서깊은 성당이었는데
이름을 홀랑 까먹었다.
역시 기억이 날 때 업데이트 해놨어야 했다.
순교자를 기리는 어쩌구 머 그런데였는데
아무튼 높은 데 있기 때문에 파리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그 유명한 몽마르뜨 언덕. 오래된 집, 까페들과 그 곳에 살고 거기 모여서 토론하고 예술하고 철학하고 시 지었던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위인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
발걸음을 옮기는 족족 여기는 로트렉이 살았던 곳, 저기는 고흐가 술마셨던 곳, 거기는 피카소가 살던 곳 머 그런 식이다.





여기가 피카소가 맨날 술마셨던 재빠른 토끼 술집.
맞은편에는 작은 포도밭도 있다.



이런 현판들 슬쩍 보면 머라머라 써놓은 사이에 유명한 이름들 천지다.




이게 바로 그 물랑루즈. 조금 더 해가 졌을 때 봤으면 조금 더 화려해 보였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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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파리

MJ/여행 / 2011. 5. 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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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여행 / 2010. 10. 17. 21:43


로테르담에서 브뤼헤로 가는 차편을 자세히 설명하고 싶다.
일단 로테르담에서 기차를 타고 zwijndrecht(뭐라고 읽는지 정확히 적기 힘든데 아무튼 끝에 가래끓는느낌으로 ㄹㄹ레ㅀㅎ흐트흐ㅎ 정도의 소리가 난다)에 가야 한다. 약 12분 거리의 역이다. 그 곳에서 기차역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갈아탄다. 기차로 왜 갈 수 없는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역에서도 계속적으로 방송을 하고 있었다. 로테르담에서 벨기에로 가려면 어찌어찌 갈아타야 하는데 그 가운데 버스도 있다고. 버스를 타고 Roosendaal(왜 o와 a가 두개씩일까)로 40여분 달려 무사히 도착한 후 앤트워팬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역에서 끊어준 스케쥴표에는 4a플랫폼이라고 써있었지만, 플랫폼에 도착한 기차의 모양새가 도통 인터내셔널해보이질 않아서 전광판을 확인해보니 플랫폼이 바뀌었단다. 환승 여유 시간이 30분정도 있었기에 망정이지 영 다른 기차를 탈 뻔 했다. 인터시티를 타고 30여분간 달려 앤트워팬에 도착한 후 겐트행 열차를 타야한다. 환승시간은 6분. 플랫폼도 안적혀있다. 재빨리 내려서 보드를 확인하니 14번이란다. 14번으로 갔더니 열차는 없고 다른 스케쥴이 써있다. 전광판을 확인하니 12번이란다. 12번으로 뛰어가니 열차 문이 닫히고 있다. 차표아저씨가 준 스케쥴표도, 기차역에 있는 보드도 믿어서는 안된다. 실시간 전광판만이 나를 인도하는 진리의 길이다. 앤트워팬에서 브뤼헤로 바로 가는 기차는 왜 없을까 궁금해하며 이런 저런 노선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다음 겐트행 열차가 겐트를 지나 오스텐드까지 간다고 적혀있다. 그렇다면 그 중간에 있는 브뤼헤에도 가는 것이 마땅할 터. 오히려 잘됐다 싶어서 다음 열차를 야무지게 기다린다. 열차가 도착하고 플랫폼의 전광판을 보니 겐트-브뤼헤-오스텐드가 예쁘게 써있다. 열차를 하나 놓친 덕분에 겐트에서 또 한번 열차를 갈아타는 수고를 덜고 브뤼헤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간 인터넷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망할 서유럽은 어딜가나 인터넷요금을 받는다) 호텔은 도착해서 인포에 물어보자는 배짱으로 무작정 왔는데, 일요일이라고 중앙역 인포가 문을 닫으셨다. 적어온게 있긴 한데 그 때는 이해가 가는 것 같았는데 다시 보니 뭘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길가에 서 있는 큰 지도를 한참 보다가 길을 건너보았다가 버스 노선도 좀 살펴보다가 다시 지도로 돌아와 메모한 것과 일치하는 지역을 찾기 시작했다. 콘서트홀 맞은편이라고 되어있는데,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온 어떤 곳의 단어가 콘서트홀을 불어나 독어로 바꾸면 그런 모양인듯 한게 보이기에 한시간 정도는 일단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장터가 열려있다. 그러고보니 로테르담에도 토요일이 되니 호스텔 앞으로 길게 장터가 열렸었는데 여기도 주말장터가 열리나보다. 근데 여기 장터는 로테르담의 그것보다 훨씬 덜 상업적인 느낌이다. 정말로 집에서 이것 저것 들고 나온 것 같은 정리안된 물건들이 즐비하다. 푸르른 잔디 위에 자리 하나 깔고 늘어놓은 물건들 사이를 관광객들과 일요일을 보내는 주민들이 슬슬 걸어다닌다. 나도 슬슬 구경하며 걷다보니 이것이 콘서트홀이어야 말이 되겠다 싶은 건물이 하나 나오고 고개를 돌려보니 내가 가야 할 호텔이 떡하니 보인다. 한 10분 걸었을까? 이런 행운이 있다니 나도 이제 드디어 여행자가 된 것인가!!!


당찬 소년이 한분 나오셔서 캐릭터카드인지 게임카드인지 어떤 카드를 팔고 있다.
여유롭게 흥정까지 해가면서.
멋쥔새퀴. 잘커라.




흡족하게 체크인을 하고 다시 나와 장터구경을 좀 더 하다가 그 유명한 종탑이 있는 도시 중앙으로 나가보았다. 또 다른 느낌의 동네다. 낮고 작고 오밀조밀하지만 암스테르담과 같이 너저분하고 시끄럽지 않고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다. 내 가랑이 사이로 돌진하는 자전거도 없고, 팔을 잘라먹을 것 같이 옆에 붙어서 달려가는 트램도 시내 중앙까지 들어오지는 않는다. 간혹 팟팟팟 하고 돌바닥을 달리는 작은 자동차들이 있을 뿐.


벨기에가 만화의 나라라더니, 공사장 안내문도 귀엽게도 해놨다.
아니 근데 저렇게 머리통을 내려치니까 집이 막 침을 퉤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렌치 프라이는 사실 벨지언 프라이다.
벨기에가 원조인 감자튀김을 위한 뮤지엄이 있었다.
어쩌다 그게 프렌치 프라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강대국의 힘인건가.. 기무치 처럼.



여기 저기 부부들이 손을 꼭 잡고, 팔짱 끼고 다닌다.
뭐가 그리 정이 좋아 저나이가 될 때 까지 손을 잡고 다닐까 싶다가도
아.. 그렇게 사이좋은 부부니까 여행을 다니겠지 라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그래도 그렇지 참 다정한 남편들이다.



광장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노천까페에 앉아 오후를 느긋하게 보내고 있었다. 종탑에 올라가볼까 하다가,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바가 있다기에 거기 찾아가볼양으로 내일로 미루고 이리저리 길 구경을 하며 목적지를 찾아갔는데, 아직 문을 안연 것인지 없어져버렸는지 눈에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섰다. 내일 다시 한번 가볼 작정이다. 돌아오는 길에 와플가게가 보이길래 와플에 휘핑크림을 얹어 3유로주고 하나 사서 걸어오면서 먹고, 장터에 로테르담에서 먹었던 것과 비슷할 것 같은 류의 베트남 요리를 파는 트럭이 있기에 6유로 주고 면과 이런저런 고기와야채류를 사서 분수앞에 앉아 맛나게 먹었다. 로테르담의 그 체인점 요리가 더 완성도가 있었지만 오늘은 토핑이 다양해서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와플은 자하연 와플과 별로 다를 바가 없어서 좀 놀랐는데, 물론 그 구운정도나 달콤한 정도가 매우 적절해서 잘 만들어진 와플이긴 했지만(방망이 깎던 노인이 원한 바가 결국 그것이었긴 하다. 잘 모르겠지만 약간의 차이로 참 좋은 어떤 것) 딱히 특별한 것이 없어서 내가 뭘 바랬던 것인가 잠시 생각했다. 그냥 자하연 와플가게에 휘핑크림 토핑도 추가하면 안되겠느냐고 건의해보는게 어떨까 싶다. 3유로면 4500원인데 자하연 와플이 한 600원 하던가?
 
중앙역에서 까르푸 익스프레스를 본 기억이 나서 물이랑 아침꺼리나 사다놓을까 싶어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일요일이기 때문인지 시간 때문인지 잘 모르겠는데 영어로된 안내문이 없었기 때문에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손에 든 것도 없겠다 가지 않았던 골목길로 들어서서 이리 저리 구경을 하고 다녔는데, 세상에 거리에 어찌나 사람이 없는지 서울에서 그 정도 크기의 공터에 그 정도 인구밀도를 가진 곳을 찾을 수나 있을까 싶다.



호텔에는 노부부 단체관광객이 묵고있는 듯 하다. 유럽에 와서 확실히 노인들의 세상에 둘러싸여버렸다. 우리나라는 아직 젊은편인거다. 한 20년 후에는 우리나라도 이렇게 늙어버릴텐데 그럼 노인들이 즐길 무언가가 필요할텐데, 할머니 할아버지 천천히 손잡고 지팡이 짚고 걸어다녀도 되는 유럽이 아닌 바빠 죽겠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즐겁게 살 지 고민해볼 문제다.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서 묵는 것은 여행의 큰 로망 중 하나인데, 이 호텔에 수영장이 있음에도 무언가 망설여지는 느낌에 아직 수영장에 가지 않고 있다. 볼 때 마다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에서 너무 잘 들여다 보인다는 것, 조명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 등이 접근을 쉽지 않게 한다. 오늘 아침에도 수영장에 가보리라 마음을 먹고 잤지만 결국 포기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시내에 인터넷이 되는 바가 3곳 있다고 되어있는데, 그 중 한 개는 어제 가 보았으나 문을 닫았고 나머지 두개 중 하나를 선택해 점심을 먹으며 인터넷을 해볼 양으로 먼 길을 찾아갔는데, 호스텔을 겸하는 곳이었다. 바에 들어가 앉아보았으나 호스텔에 묵는 사람인줄 알았는지 신경끄고 잡담하는 분위기였고, 내 생각에도 호스텔 바들은 대게 저녁에만 사람을 받는다는 것을 어디서 본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나왔다. 이 도시에는 스타벅스 따위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맥도널드도 버거킹도 KFC도 없으니까 스타벅스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딱 하나 피자헛을 보았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는 피자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내 중앙으로 들어가 종탑에 올라보았다. 브리헤에 왔으면 당연히 거쳐야 할 코스인지라 약간의 고소공포증을 이겨내며 나선형 계단을 열심히 올랐는데, 이 계단이 종탑 꼭대기에 다다르는 유일한 통로인지라 내려오는 사람들과 종종 마주쳐야 했고, 벽이나 난간을 붙잡고 서로 양보해가면서 낑낑대며 오가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다. 꼭대기는 여느 전망대나 옥상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정말 종탑의 안일 뿐이기 때문에 매우 좁고 창문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는 뚫린 벽은 그물철창이 막고 있었다. 고로 그 사이로 브리헤의 모습을 내려다 보는 것이었는데, 당최 그 예쁜 사진들은 어떻게 참 잘들 찍었다는 생각이다. 나도 철창을 피해 사진을 몇장 찍어보았는데,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려다본 브리헤는 온통 붉은색 지붕의 장난감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모양새였다.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바로 그 집들이 그냥 놓여있는 듯 그렇게. 때마침 종이 울려 심장이 쫄깃해지는 감동을 받는다거나 꽂고있던 이어폰에서 웅장한류의 드라마틱한 노래가 흘러나와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거나 하는 경험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몇시인지 10분쯤 도착했기 때문에 종소리를 들으려면 한참 기다려야 했고, 이어폰에서는 뭐가나왔더라… 그다지 인상적인 노래가 아니었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갈 때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카라의 프리티걸을 다시금 들어주었고 그것은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중앙역에 가서 브리셀로 가는 기차표를 끊어놓고, 역 옆에 있는 까르푸에 가서 장을 좀 보았다.
어제는 호텔 앞에 장이 서서 먹을게 많았는데, 오늘은 아무 것도 없는 광장으로 탈변하여 그 주변의 비싼 레스토랑들만 보였기 때문에 까르푸를 선택했다. 물한통과 와플모양 과자, 샐러드 한박스와 바케트빵 한 개. 7.77유로가 나와서 괜히 기분좋게 잔돈을 박박 긁어 지불을 하고 호텔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안가본 길로 가볼까 하는 생각에 맞은편 늘 다니던 길을 외면하고 호텔쪽 나무가 많아보이는 길을 선택했는데 아뿔싸. 인도가 없는 길이었다. 단지 숲과 잔디와 차도만이 있을 뿐. 맞은편에 한가로이 걷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로타리 비슷한 모양과 어딘가로 빠지는 길이 있는 나뭇가지 모양의 길 사이사이를 빠른 속도로 오가는 차를 피해가며 겨우겨우 건넜는데 총 8개차선 정도를 건넌 것 같다. 이 동네에서 8개 차선이라니 정말 많이 건넌 것이다. 터미널 옆동네라 차선이 좀 많긴 했다. 까르푸에서 봉지를 주지 않았는데 굳이 따로 봉지를 살 마음도 없었기 때문에 양 손에 주섬주섬 빵과 샐러드상자와 물1리터와 과자를 들고, 우리나라로 치면 신사동 미성아파트 앞의 그 경부선 타는 곳이 있는 요란뻑적지근한 길을 대각선으로 신호도 없이 건너는 느낌이었는데, 다 건너고 나니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갑자기 식욕이 솟구쳤다.



호텔로 돌아와 샐러드를 맛있게 냠냠 먹고 잠시 지도를 보며 루트를 정비한 후 배를 타러 나섰다. 브리헤에는 시내 가운데 운하가 있다. 암스테르담보다 약간 작은 규모의. 관광용 보트도 훨씬 작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사진찍기도 좋다. 어느 구역에 가니 백조와 오리들이 동물원에서나 볼법한 밀도로 모여서 깃털을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수천년은 되어보이는 나무와 덩쿨과 집과 이끼와 다리, 습한 운하의 냄새, 구름낀 날씨… 모든 것이 당연한 듯 거기 있는데, 한가지 룰을 깨는 것이 종종 눈에 보였으니 공사용 크레인이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유럽은 온통 공사중이다. 아니 사실 온 세상이 늘 공사중이긴 하고 우리나라만큼 공사중인 나라도 없으니까 그걸 탓하는 것은 좀 이기적이긴 하지만, 유럽에 구경오는 사람들이 보고싶어 하는 모습은 바로 공사가 안된 모습이 아니던가. 까테드랄들도 가는 곳 마다 공사요, 궁전도 공사, 건물도 공사, 도로도 공사 모조리 공사중이다. 하긴 공사의 대명사는 사그라다파밀리아지만.

보트투어를 마치고 성당구경을 한 후 밖으로 나오니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산을 안가지고 나왔는데 가죽 코트를 입었기 때문에 오늘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들어오기로 마음을 먹고 재빨리 방향을 잡아 귀가. 내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리로 간다. 파리를 왜 기다렸냐 하면 좀 미친 이유인데, 거기 민박에 가면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사실 파리가 여행 루트에 없었기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무엇을 보고 올지도 결정하지 않았고, 언젠가 파리는 다시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잡듯 샅샅이 보고 올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근데 쿨한척 하고 비워놨던 3일을 그 대단하다는 파리에 쓰게되다니 은근슬쩍 기대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민박집 인터넷만 잘 되면 50%는 만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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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0923

MJ/여행 / 2010. 10. 17. 21:15


암스테르담에서 로테르담에 오는 기차여행은 썩 즐겁지 않았다.
일단 전날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찾기위해 조작한 기계가 카드의 마그네틱을 읽지 못했고, 데스크 직원은 자신은 인터넷 티켓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게 왜 전산처리가 함께 되지 않는지 한국인인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고, 지구인인 나로써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표를 받을 수 있냐고 했더니 글쎄 밴&제리라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인터넷이 되니까 거기 가서 프린트를 해보라는 것이 아닌가. 자기 앞에 컴퓨터와 티켓출력기가 있는데 말이다. 너는 못하냐고 했더니 자기는 죽어도 못한덴다. 예약기록을 확인하고 표를 출력해주는 것이 그렇게 네 일 내 일 따진 후에 며칠 전에 자라에서 잔뜩 쇼핑을 한 카드가 조금 손상되었을 지도 모르는 손님이 13유로를 날리게 할 일인가 말이다.
전혀 도와주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을 뿐더러 귀찮으니 썩 꺼지라는 식이기에 너네 보스 불러오라고 해서 직원교육 제대로 시키라고 하고 나발나발 따지고 싶은 마음을 암스테르담 진상녀로 네이버 메인에 뜰까봐, 그리고 영어로 따져야 하는 부담감이 너무나 커서, 결정적으로 누구한테 따져도 일이 해결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고이 접어놓고 다른 인포에 가서 물었더니 비슷한 반응이다. 쟤네가 못해준 일을 내가 어떻게 해주냐며 자기한테 뭘 원하느냐고 오히려 따진다. 그래서 프린트하는데나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 말은 들을 생각도 없이 자꾸 뭘 원하느냔다. 아 프린트 하는데 어디냐고!!! 했더니 밴&제리로 가란다. 빌어먹을 밴&제리따위에서 프린트 하고싶지 않아서 다시 표를 끊었다. 그냥 밥 한끼 먹은 샘 치자 하고 기차타고 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표 검사하는 아저씨가 오더니 돈을 더 내란다. 왜 그렇냐고 했더니 이게 직행이라 더 비싼건데 여기저기 공지를 이미 했다는 둥 궁시렁이다. 그 사정은 정말이지 넌오브 마이 비지니스이므로 이제와서 돈을 더 내라니 기분이 썩 나쁘지만 어쩌겠는가 빨리 가는 기차라는데.



로테르담은 암스테르담이랑은 정말 다른 도시다. 현대적이고 빠르고 무섭고 넓다. 중앙역에 도착하는 기차 창문으로 보이는 뷰 부터가 아 이 곳은 다른 유럽이구나 하고 느끼게 한다. 삼성역부터 역삼역까지와 광화문이랑 여의도를 모아놓고 코엑스몰을 지상으로 올린 후 타임스퀘어(영등포)와 정자동을 이어붙이면 그쯤 될까 싶다. 기차에서 내려 역 밖으로 나오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그 터프한 느낌이 몸에 부딪힌다. 담배연기, 흑인들, 껄렁껄렁한 젊은이들이 정신 없는 관광객과 뒤섞인데다가 공사중인 역 주변은 심히 혼란스럽다.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을 찾아 갔는데, 역과 필요 이상으로 떨어져 있어 막상 역 앞에 두리번거리고 있는 관광객들따위 자기네랑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텅 비어있다. 인포 여기 있으니 어서와서 물어봐요 가 아니라 굳이 와서 물어볼 작정이면 어디 한번 찾아와 보라는 듯. 호스텔 위치를 물었더니 너는 여기고 호스텔은 여기다. 걸어가던가 트램을 타라. 그러고 끝이다. 스페인에서였다면 유치원선생님처럼 트램 몇번 몇번 버스 몇번 몇번 타라고 알려줬을 것 같은데 여기 인포 아줌마들은 학생부선생마냥 전반적으로 영어를 아주 잘해서 알아듣기는 쉽지만 애로건트하달까. 모어가 없다. 딱 물어본 것 까지만 알려주고 무언가를 상의하려고 하면 나에게 뭘 원하냐는 식이다. 기차표 끊는 데 삽질을 좀 했던 관계로 돈을 안 쓰고 싶기도 했고, 트램을 뭘 타야 할지 물어보기도 귀찮고 해서 걷기 시작했는데, 거리가 멀고 뭐 그런 것은 상관이 없는데 이 화장실에 인색한 나라에 아직 덜 적응한 관계로 화장실이 몹시 가고 싶어져서 호스텔에 오는 동안 이 도시의 주요 관광거리를 반은 훑고 지나왔음에도 이리 저리 살필 겨를도 없이 불안한 얼굴로 경보를 해서 걸어다녀야 했다.

어쨌던 기대하고 갔던 호스텔은 썩 마음에 들었다. 일단 건물이 신기하게 생겼으니 구경꺼리가 되었고, 호스텔 시설도 아주 깔끔하고 좋았다. 다른 호스텔보다 비싼 값을 하고 있었다. 아침식사도 훌륭했고.

wii는 필요 없으니 wifi를 무료로 달라는 말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다행이 방광이 터지기 전에 호스텔에 도착은 했는데, 인터넷도 컴퓨터도 공짜란 없단다. 모든 것이 유료라고 자랑스러워 하는 호스텔 아저씨가 얄미워서 고맙다는 말도 없이 방으로 올라와 버렸다. 세비야의 데스크 언니는 지도를 꺼내어 도시 여기 저기 다니는 법부터 큰 슈퍼가 어디에 있는지 까지 알려줬었는데 이 아저씨에게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니미 뽕이다.

대충 자리를 정한 후 짐을 놓아두고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 본다. 아침에만 해도 흐려있던 날씨가 약간 요상한 모양으로 개었는데, 구름은 무겁게 두껍지만 사이 사이로 햇살이 아주 강렬한 하늘이다. 16세기 풍경화에 나오는 바로 그 하늘 말이다. 중앙역에 가서 브리헤로 가는 표를 끊어놓으려고 마음을 먹고 아까 바람처럼 지나쳐왔던 길들을 한결 여유롭게 살펴보며 걷노라니 높은 건물에 끝없이 이어진 쇼핑센터에 젊은이들에 우리나라보다 더 빈번하게 보이는 듯 한 맥도널드가 낯익고 좋다. 역시 나는 도시형 인간인게다. 어디 가서 무슨 무슨 유명한 유적을 보고 전통적인 건물을 보고 하는 것도 신선하고 좋긴 한데, 며칠만에 이렇게 도시일 뿐인 도시를 보니 오히려 편안해지는 마음이니 말이다. 스타벅스를 찾고 싶은데 그게 아직 안보이는게 아쉬운 중이다.

사실 호스텔 출발하고 얼마 안있어서 현금이 너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긴 했는데, 카드가 있으니까.. 하고 무작정 덤볐던 것이 문제였다. 기차표를 끊으려고 했더니 마에스트로 카드 아니면 받아주지 않는단다. 표 가격 알아 본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서야 했다. 그런데 그 창구 직원은 시간은 물어보지도 않던데, 브리헤 가는 기차가 하루에 하나였을까? 어쩜 그렇게 설명이 하나도 없을까? 우리나라 차표 파는 직원들도 외국인들에게 그런 식이면 곤란한데 말이다. 영어도 잘 못할 테니 더 어렵게 대할 수도 있다. 안그래도 퉁명스럽기 짝이 없는데. 알아 듣던 말던 한국말로 해버릴 것 같기도 하고. 외국인들이 보는 한국 여행 서적에 “한국은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으니 숫자나 기본적인 회화는 반드시 알아가야 한다”라고 적혀있을 것 같다. 스페인보다 더 심하지 않을까? 심지어 알파벳도 안쓰는 나라인데 관광하기 얼마나 힘들까 싶다. 한국에 돌아가면 관광청에 일자리를 알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서울카드 그런 것 만들려면 관광코스 정말 많이 개발해야 할 것 같은데,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중국 일본에 없는 독특한걸 두어개라도 만들어놓으면 끌어들일 수 있을텐데. 동대문이나 남대문 개발할 만 하다. 이미 꽤 알려져 있기도 하고. 스타마케팅은 서양인들에게는 통하지 않으니 패스. 한국에서만 사 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봐야겠다.

기차표 끊은 것을 실패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왔던 길에서 조금 벗어나 보았다. 슈퍼마켓을 찾고싶기도 했고, 여기 저기 사진찍고 싶은 건물이 몇 개 있었기 때문에. 왠만한 길은 다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어서 으슥함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관계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나중에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게 되었을 때에도 저 높은 건물들만 기억해놓으면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실제로 그러했고.



주변이 너무나 큰 쇼핑거리라서 오히려 슈퍼 찾기가 힘들었다. 드러그스토어는 몇 개 있는데 슈퍼는 왜이리 안보이는지. 이면도로로 들어가서 조금 헤매다보니 사람들이 노란 가방을 하나씩 들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 가방을 따라가면 왠지 무언가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찾고 있던 슈퍼마켓 체인점 앞에서 가방을 나눠주고 있었다. 나에게도 하나 주기에 선뜻 받아지지 않아서 망설이고 서있노라니 가방 주는 젊은이가 그냥 받아둬~ 라며 씩 웃는다. 안받을 수 없어 나도 씩 웃으며 받아들고 슈퍼에서 물을 하나 사 들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샤워하는 소리인 줄 알았더니 밖에 비가 한차례 퍼 부었나보다. 내일도 비가 온다는데, 적당히 돌아다니던가 그냥 있던가 표나 끊어놓던가 하고 아침식사를 기대해 봐야겠다.

로테르담에서의 첫 끼니로 태국일지 어디일지 정확치는 않은 기원을 가지고 있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택했다. 일단 가격이 저럼해서 매력이 있었고, 그 패키지가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서 늘 한번 체험해보고 싶었던 바로 그 살짝 깊은 상자형 패키지였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곳은 식당에서 먹고 가는 사람에게도 그 일회용 패키지에 음식을 제공했다. 소고기와 닭고기가 섞인 적당한 소스의 세트를 골랐더니 베이스를 선택하란다. 밥, 볶음밥, 누들, 우동이 있기에 누들을 골라보았다. 탁월한 초이스였다. 암스테르담 3일동안 치즈와 빵과 느끼한 것에 지쳐있었던 둔해진 혀의 미뢰에 한줄기 날카로운 칼집을 내주는 오리엔탈의 향기. 그리고 젓가락. 옛날 같았으면 면이 뭐 이래 하고 불평했겠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초우면. 맛있기까지 하다. 아니 정말 맛있었다. 약간 컵라면 맛도 나면서 양도 많고 야채도 있어서 먹으면서 덩실덩실 할 뻔 했다. 어느새 몇번 안되는 여행을 하는 사이에 서양의 동양음식에 적응이 되었나보다. 인도에서 처음 외국의 면요리를 먹었을 때는 꽤 힘들었는데, 이제 한국에서도 그런 음식을 어디선가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익숙하다. 내일도 거기 갈 예정이다. 내일은 핫 패퍼 소스를 선택해봐야겠다.

그 집 말고도 베트남이 기원일 듯 한 이동식 판매대가 있었는데, 롤과 튀김만두 류를 아주 싸게 팔고 있었다. 사람들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하나씩 그걸 사들고 먹는데 나도 내일 사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큰 길가에 종종 보이는 스시 부폐, 샤브샤브 부폐, 수리남(난 수리남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과 중국식의 패스트푸드점(대충 보기에는 그냥 햄버거가게 같았는데 말이다), 터키음식점이야 말 할 것도 없고 인도음식점, 어딘가에 분명 중국집들도 대거 있을건데(중국안마가 있었으니까 분명) 한국 음식점이 있으리라고는 기대가 되지 않는다. 그 동양의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무엇이 잘나서 가는 곳 마다 외식업을 야금야금 점령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언젠가 샌프란시스코에 김밥천국을 차리고 싶었던 그 마음이 다시 밀려오는 중이다. 빠스나 떡볶이, 모듬전, 호떡, 붕어빵, 떡갈비 같은거 팔면 잘팔릴텐데…빙수도! 바르셀로나에서 빙수 팔면 대박 잘팔릴거다 아마. 가이드도 한국음식점을 추천을 안한다.

중국 사람들은 스페인에서 자녀를 많이 낳아 공무원으로 키운단다. 그들이 자리를 잡으면 중국인들이 그 나라에 잘 정착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바르셀로나에만도 중국인이 20만명인가? 넘는다던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몇백명 되지도 않는데 서로 싫어한단다. 서로 비교하고 내가 더 먼저 왔는데 걔가 더 잘산다더라 하면서 시기하고 내 자식만 돈 잘버는 사람 되면 된다는 식이고. 어차피 여기서는 높은사람 못된다며 여기서 편하게 키우고 외국어나 좀 하게 만들어서 한국 보내면 특차로 대학갈 수 있고 삼성 들어갈 수 있다며 결국 한국으로 돌려보낸다.

네덜란드 도시와 도시간의 평원과 양떼들은 참 예쁜데, 암스테르담은 너무 좁고 복작복작 내취향 아니고 로테르담은 넓고 깨끗하고 좋긴 한데 사람들 그닥 마음에 안든다. 내나라 사람이 아니어서 그렇겠지. 그래서 결국 네덜란드는 별로 정이 안간다. 기차표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하고. 암스테르담을 내 마음대로 못보고 이리 저리 바쁘게 돌아다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꾸역꾸역 관광꺼리를 만들어놓긴 했는데 그다지 인상적인 것도 없고. 그저 고흐와 렘브란트와 안네가 있어서 너네 참 부럽다 싶은 동네. 다 쓰러져가는 집 사이로 깨끗하지 않은 물이 흐르는 동네. 로테르담이 낫다 나는. 안네의 집 가보고 별로 기대도 안했지만 내심 코웃음이 쳐졌다. 저정도 집이면 저 때 우리나라 사람들 심히 감사하고 살았을 집이다. 대궐 같은 집이다. 침대에 세면대에 화장실에 식당에 없는게 없더구만. 잡혀가서 병걸려 죽긴 했지만 그런 사연 정도야 우리나라에 수천 수만은 될 것인데 사업가 아빠 잘 만나 좋은 상품이 되었고, 사업가 아빠 밑에서 잘 자라 좋은 글 쓸 수 있었구나 싶다.

어딘가를 볼 때 마다 아빠 잘 만나 별 것 안해도 그냥 잘 사는 남자처럼 유럽 너네는 조상 잘 만나 좋겠다 라는 생각이 항상 저변에 깔린다. 우리가 그런 조상이 이제라도 되면 좋을텐데 말이다.


주말이 되니 호스텔 앞쪽부터 쇼핑거리 초입까지 주욱 장터가 들어섰다. 꽃, 과일, 생선, 야채, 각종 물건들이 우수수 다 나와있다. 북적대던 쇼핑거리는 횡하고 장터에만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다. 생선류를 통째로 튀겨서 파는 집과 홍합을 삶아서 파는 집이 특히 인기가 많았다. 우리 떡볶이 먹듯 홍합 껍질을 수북히 쌓아가며 홍합을 먹고들 서 있었다.


얘네도 불친절한 오피서가 마음에 안드나보다.






표를 다시 끊으러 가서 어찌 어찌 사 보았는데, 로테르담에서 브리헤까지 가는 기찻길이 그리도 복잡다단할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적게는 네번, 보통 다섯번을 갈아타야 하는 코스였다. 인터넷에서 검색했던 표의 정체는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내 카드가 유럽땅에 자석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두번 확인하였으므로 인터넷 예약은 앞으로 절대 하지 않기로 한 바, 아저씨가 끊어준 그 복잡다단한 표와 시간표를 가지고 여차저차 잘 해보는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기차가지고 삽질을 할 수는 없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으니까.

호스텔로 돌아와 화장실을 간 후 다시 나가 시내 반대방향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해변… 이라기보다 뭐라고 해야할까 강변? 강인지 바다인지 사실 잘 모르겠는 어떤 물을 끼고 걷는 길인데 보기에 썩 괜찮은 다리가 두개 있었고 산책로도 잘 다듬어져 있었으며 맞은편에 보이는 건물들의 구성도 재미가 있었다. 계단형 지붕라인의 전형적인 네덜란드 건물들 사이로 한 두 개 우뚝 솟은 신식 건물이 나 로테르담이다 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길로는 배도 지나가고 있었고, 조그만 부두에서는 강태공들이 낚시를 즐기는 중이었다. 바람만 신나게 불지 않았더라면 정말이지 평온하고 깨끗한 분위기였을 텐데 길가에 죽 늘어선 국기대의 만국기들이 미친년 머리처럼 휘날리고 카메라를 든 내 손이 날려 사진이 흔들렸으며 두께를 가늠할 수 없는 큰 구름이 매우 빠르게 움직일 정도로 상당한 바람이 쨍쨍한 햇빛과 함께 나를 공격했기 때문에 외투를 벗어야 이 난리가 끝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주 파릇파릇하고 폭신한 잔디가 잘 깔려있는 아름다운 공원이 있는 동네를 만났다. 심지어 그 잔디 위로는 작은 아주 오래된 형식의 트램이 다니고 있었고, 아주 크고 낮게 벌어져 있는데 뿌리째 들려있는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고 싶어 하는 아이를 들어올려주는 아빠와 그를 바라보고 있는 엄마와 이미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서 놀고 있는 오빠로 구성된 가족을 볼 수 있었다.저런 아빠와 오빠가 있는 여자애는 참 좋겠다. 커서도 어딘가에 들어올려주는 아빠와 먼저 올라가서 기다리는 오빠가 있으면 살기가 참 덜 팍팍할텐데 말이다.

희한한건 이쪽 땅은 추워져도 촉촉해서 그런 건지 잔디가 아주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추웠다가는 입김이 나올 정도인데 잔디는 한여름이다. 그래서 날씨가 좀 회색이어도 잔디와 나무와 꽃과 차양과 파라솔들이 색깔을 만들어준다. 주로 녹색과 빨간색으로. 그리고 구름이 조금만 걷혀도 파란 하늘이 나타나고, 오래된 건물들도 제각기 색을 가지고 있으니까 대체로 알록달록한 느낌이다. 그건 형형색색의 간판과 네온사인과 LED가 만드는 색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백 년 넘게 그 자리에 팍팍하게 꽉 차 있는 색감.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 눈여겨 봐 두었던 베트남 군것질 트럭에서 튀김만두를 사먹어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언가로 된 튀김 스틱을 사먹고 있었지만 나는 만두가 먹고싶었고, 용감하게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4유로. 스틱은 1~2유로면 먹는 것 같았는데 약간의 후회가 생겼지만 뭐 식당에서 먹는 식사에 비한다면야 양호한 가격이다. 한번 더 튀겨 나오는 것을 기다려 받아 한입 먹어보니 과연 예상했던 류의 흡족한 맛이다. 매콤한 소스를 뿌려 먹었더니 금상첨화다. 자꾸 먹다보니 나한테도 매운 맛인데 서양인들이 먹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 이 사람들 어떻게 이 양놈들이 이 매운걸 먹게 만든건가. 김치는 맵다고 난리치는 놈들한테. 하긴 튀김요리라는 것이 일단 고소하고 크리스피한 느낌이 있으니까 질겅질겅한 군내나는 매운 발효 야채보다 먹기 쉽긴 하다. 스틱도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바로 이어서 먹자니 배가 부르고, 그 다음에는 거기 다시 갈 기회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 그 체인을 발견한다면 꼭 먹어보리라.

바람과 햇볕에게 모두 이기고 외투를 벗지 않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호스텔로 돌아와보니 내 옆자리에 새로운 룸메이트가 와 있다. 이 호스텔은 아시안끼리 모아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분명하다. 일단 그렇게 생겼으면 다 똑 같은 말 하고 서로 좋아하면서 잘 지낼 것이라고 마음대로 짐작하고 골라 골라 넣어주는 모양인데 반가워해야 할지 어쩔지 잘 판단이 안된다. 그리고 운이 좋은 것인지 없는 것인지 한국인 친구는 만나지 못했고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는데, 내 옆자리의 새로 온 언니는 일본인이었다. 딱 보니 그냥 일본인인 그런 일본인 여성.

일단 영어로 핼로우 한 후 주섬주섬 옷을 벗고 있는데 일본어로 일본인이냐고 물어본다. 니혼 어쩌고 하는걸 보면 대충 그 말이겠지 싶어서 아니 나는 한국인이야 했더니 미안해한다. 그러고 한참 있다가 괜스래 말이나 걸어볼까 싶어 혼자냐고 했더니 몹시 반갑게 혼자라며 대화의 장을 열 자세를 잡는다. 휴가차 로테르담과 브뤼셀로 여행온 나고야에 사는 게임잡지 에디터 유미. 그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복장과 화장과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보트투어 하며 저녁시간을 즐기러 나가는 길에 “내가 돌아왔을 때 네가 자고있지 않으면 우리 더 얘기해~” 하고 나갔다. 어제의 그 네이티브같은 중국애들과 달리 나와 거의 비슷한 영어를 구사하는 그녀가 반가워 마음이 좋아졌다.

피곤한 발을 주무르며 컴퓨터를 투닥거리다가 하드에 저장되어 있는 옛날에 받아놓은 발레슈즈라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헤르미온느가 나오는 영화라기에 받아보았는데, 그녀가 혼자 주인공은 아니고 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주인공인 성장영화랄까. 여행중에 보기에 아주 적당한 잔잔하고 재미있고 흥미롭고 희망적인 내용의 영화였다. 그런데 제목이 왜 발레슈즈인지는 누군가에게 좀 묻고싶긴 하다. 스토리 오브 포슬 시스터즈 뭐 그런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깔끔한 영국영어를 써 주었기 때문에 그게 반갑기도 했다. 영어권이 아닌 나라의 사람들이 쓰는 영어를 한 3주 듣고 살았더니 정말 영어가 어려워 죽겠는 중이니까. 영어를 잘 말하는 것과 알아듣기 쉽게 말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기차스케쥴이 마음이 많이 쓰였는지 롤러코스터를 성공적으로 어렵게 타내고 마는 꿈과 그 비슷한 류의 도전에 관련한 꿈을 몇 개 꾸고 룸메이트들이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알람 맞춰놓은 시간보다 30분 일찍 잠에서 깼다. 나와 내 옆의 유미를 제외하고 모두가 중국인이었다. 세상에.. 네덜란드의 한 도시에 있는 호스텔에 여성 6명 도미토리에 극동아시아 3국, 중국인 4명과 한국인 1명 일본인 1명이 동시에 양치질과 세수와 샤워와 화장을 하는 진풍경이라니… 데스크 아저씨는 진정 이런 모습을 흡족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뭐 태국이나 베트남이나 필리핀이나 좀 멀게는 인도에서 한 두명 정도 와주었더라면 좀 더 다채로왔을텐데 아쉽다고 해야하나.

부지런한 중국인들이 모두 나가고, 유미가 같이 아침식사를 하자고 제의해서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하는 동안 내가 알고 있는 일본 문화에 대해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미야자키 하야오, 이와이 슈운지, 마시모토 준, 오구리 어쩌구, 하나요리 당고, 노다메 칸타빌레, 토토로, 간사이우동, 도쿄의 지하철, 그리고 초등학교때 배운 몇마디 일본어 (당신의 전화번호는 몇번입니까 같은..)등등. 유미는 ‘감사합니다’와 일본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욘사마 포함 한국 배우 4대천왕, 겨울연가와 최지우, 불고기와 김치와 비빔밥, 요즘 즐기는 지지미와 뚝배기, 막걸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믿을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관광포인트, 많은 노인들과 리치한 아침식사, 그녀 입장에서 매우 싼 유로와 달러, 내 입장에서 매우 비싼 엔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리고 나는 브뤼헤로 그녀는 풍차마을로 가기 위해 센트럴역으로 걸어가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전거가 매우 많아서 놀랍다고 하기에 도쿄에도 자전거가 많더라고 했더니 끄덕끄덕 한다.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고 했더니 에에~~~ 하는 일본식 놀라움을 표현한다. 왜 그렇냐고 묻는데 어.. 그게 잘 안되는 회사를 운영하는 아빠를 둔 딸은 자전거를 배울 시간이 없어 라고 대답하기에 영어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그냥 난 좀 자전거가 무섭다고 해 두었다. 그리고는 일요일에 모두 문을 닫아버리는 유럽의 상점에 대해 놀라움을 공유했고, 유럽인들의 한달 넘는 휴가에 대해 부러움을 공유했고, 자라와 망고가 싼 스페인에서 쇼핑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공유했고, 잡지사에서 일하는 그녀와 디자이너인 나의 밤샘근무에 대한 불만을 완전 공감했고, 그에 따른 스킨케어에 있어서의 애로사항을 함께 슬퍼했다. 그러다 보니 금새 역에 다다라 어떤 여성에게 사진찍어주길 부탁해서 사진을 한방 찍고 서로의 여행이 즐겁기를 기원하며 기분좋게 헤어졌다.

좀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내 카메라로도 사진을 찍었을텐데 나는 나름 촉박한 스케쥴을 가지고 있었던 관계로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녀가 중국인이었다면 참 할 말이 없었겠다 싶었다. 내가 생각보다 일본 문화를 많이 누리고 있었구나, 일본을 그렇게 밀어내려 했는데도 중국보다 훨씬 가깝게 느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바보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심각한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뭐 그래도 어쨌든 유미는 잠시나마 좋은 여행친구가 되어주었다. 게다가 내가 스물 몇살인줄 알았다며 매우 놀라워해주었으니 좋은 평을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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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가을로 복장 체인쥐
햇볕도 사람들 색깔도 하늘색도 건물색도 다 다르다.


아이 암 스테르담
괜츈한 이름 붙이기 놀이.


스페인은 파라솔이라도 다 쳐놨던데
이동네 노천까페는 파라솔도 없다.
그저 햇볕이 좋으신 모양.


커널크루즈 라고 수중버스같은게 있다.
암스테르담 카드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길래 내동 잘 타고 다녔는데
마지막에 한번 타려고 했더니 표를 따로 끊어야 되는 거란다.
여태 검사 안해서 무임승차해버렸던 것.
이거야 말로 아...몰랐어요... 봐주세요... 시츄에이션.



대 렘브란트님 그림 그리시던 이젤에서 파레트 한번 들어보고




큰 나막신이 있는데 안 신어 볼 수가 있어야 말이지




나와 암스테르담 일정을 함께 했던 친구.
우연히도 엘지 디자인센터에 근무.
NCIS 시청자.



초록집, 노랑호박, 빨간신발



날씨가 완전 비오기 일보 직전.
결국 돌아가는 길에 비 한차례 내려 주시고.



그렇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나보다.
집 앞에 나와있는 저 고양이는
도망갈 생각도 않고 저렇게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반고흐 뮤지엄에 뭐 다른 작품들 다 좋지만,
일본 우끼요에 영향 받았다고 일본화들 걸어놓고 그거 모사한 작품 걸어놓고 했는데
일본사람들 와서 고개 끄덕끄덕하면서 보는걸 보니
어찌나 배알이 꼴리던지
샹샹샹샹샹

정문 앞에 나오니 견학 온 여학생들이 우르르
머리색 부터 피부색 얼굴 생김새 키 말투 모두다 스페인 언니들이랑 천지차이.
하긴 나는...ㅋㅋ



마요네즈 감자를 먹어보라기에 먹어보았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튀겨주는게 참 맛있긴 했지만
튀김 감자에 굳이 마요네즈를 찍어먹노라니
끝까지 다 먹기가 좀 힘들긴 했다.
그래도 뭐 생각보다 먹을만 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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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9월 20일

MJ/여행 / 2010. 10. 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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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9월 19일

MJ/여행 / 2010. 10. 10. 04:41


후안 미로님이 디자인 하신 은행 로고.
스페인은 좋겠다 피카소도 있고 미로도 있고 달리도 있어서.


로에베의 이번시즌 가방은 쇼핑백이 컨셉인가보다.
귤이랑 잘 어울리네.




길을 걷다 보니 중고책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오래된 책들과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는지
그런데 우리나라도 책을 좀 가벼운 종이로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책을 쓰게 되면, 반드시 가벼운 종이로 얇은 표지로 만들어달라고 할테다.
들고 다니다가 너덜너덜해지면 마음 편히 버릴 수 있게.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매일 거쳐갔던 람블라 거리.
마지막이니 초입에 서서 눈에 한번 담고 있는데
몇몇이 같이 놀러온 언니들이 깔깔 웃으며 지나간다.
문득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에
그래? 나도 집에가면 같이 웃어줄 친구 많거든? 흥!! 하고 흘겨보았다.
파리에서 친구들을 그리워 하던 캐리의 심정이 이런거였구나 싶은게 이제야 확 이해가 갔다.
나는 당장 공중전화로 달려가 전화를 걸 스타일은 아니었으므로
그냥 그러고 말아버렸다.
그런 면이 좀 있는 사람이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다.
"있잖아 나 아끼던 쪼리도 어떤사람이 밟아서 끊어져버리고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고 옷 고를 때 봐줄 사람도 없고 완전 심심해 꺼이꺼이"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안내 방송 들으라고 이어폰을 준다.
관광객들은 자기가 내릴 정류장이 되면 이어폰을 저렇게 정류장 지붕에 던지고 내려버린다.
원가 얼마 안되는 싸구려 이어폰이겠지만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 놔 이 코끼리 너무 힘들어보이지 않는가?


버스 안내원 총각 구렛나룻 너무 기셔서 깜놀했다.
뭐 좀 따로 자라나는 생명체 같기도 하고 말이다.


옆에 누구 한명만 있었어도 나는 100% 저 사자등에 올라가 봤을 것인데
아깝다 아깝다 아깝다.


올림픽 마스코트라고 했던가...
웃고있는 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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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이 쫌 많이 예쁘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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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구엘공원
덥고 힘들고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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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사그라다 파밀리아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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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BA 와 CCCB 관람
모던아트 뮤지엄 그다지 안좋아하지만 그냥 아트티켓에 포함되어있으니 한번 가보았는데
의외로 볼만한 작가의 전시가 몇 개 있었다.
누군지는 전혀 모르겠으나 완전 좀 마음에 드는 사람도 한사람 있었고.


cccb는 전시 말고도 문화 공연들을 종종 하는 곳인지라, 이 날도 무슨 힙합 공연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깨 좀 흔든다는 이동네 청소년들 속속 모여들어 바글바글 떠들고 자리잡고 있으니
그 옆 지나가는 것만 해도 상당히 부담스럽더라는 것이다.
역시 청소년들은 어느 나라건 무서운 존재다.


요즘 하고 있는 전시 주제는 '미로'(labyrinth)
역사, 설명, 분석, 영화, 소설 등등 미로 관련된 것은 다 모아놨다.
나에게는 아쥬 흥미로운 주제였으므로 재미있게 보았다.
 



보케리아 '마싯따'에서 사온 5유로짜리 점심식사.
콜롬버스가 가리키고 있는 바다 앞 부두에 자리깔고 앉아 갈매기를 벗삼아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리고 나서 '페페'라는 아저씨를 만났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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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생활 2주넘어만에 처음 비를 맞이했다.
세상에 스페인에서 비를 볼 줄이야.
나 스페인에서 비 맞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애니웨이
오늘의 출발은 가우디투어였는데, 오늘 가이드는 마음에 안들었다.
마드리드 가이드도, 피카소투어 가이드도 아쥬 기대이상으로 좋았는데
오늘 가이드는 완전 별로였다.
이유는
국어를 못해서이다.
뭔가를 아무리 많이 알고 있고, 경력이 오래 되었고, 능숙하다 하더라도
국어를 못하면 안되는 것이다.
말의 주술이 호응되지 않고, 정반대의 뜻을 가진 한문 표현을 유식한 듯 갖다 붙이고, 결론을 내지 않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면서 중언부언하며 계속 말 하고는 있으나 포인트가 없는 그 말투. 몹시 마음에 안들어서 게시판에 컴플레인 할 뻔 했다.
점심시간에 그냥 내일 다시 듣던가 하겠다고 하고 빠져나와 따로 다녔다.
그걸 더 들으면서 다니는 것은 돈을 포함하여 시간까지 버리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으므로.

오늘의 첫번째 코스는 미리 끊어놓은 아트티켓을 이용하여 방문한 까사밀라.
밀라씨가 가우디씨에게 주문해서 만든 요즘으로 치자면 타워펠리스같은 아파트이다.
그 시절에 욕실에 가스 보일러가 있는 등 완전 초 럭셔리 시설 자랑하는 곳인데, 예술작품을 향한 가우디 욕심 채우느라 정작 투자했던 밀라씨는 망해버리고
지금은 은행 소유가 되어있다.
러브하우스 노래를 머릿속에 깔고 감상하면 좋다.



가우디의 저 투구들은 아무리 봐도 외계인에 더 가깝다.
덕분에 까사 밀라 옥상은 외계인의 집합장소
그들의 말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구름 낀 하늘과 매우 잘 어울리는 풍경.


시크한 스페인 아가씨.
눈 안감았으면 좋았을텐데 아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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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미술관 투어한 날
스페인 자전거나라의 명물이라는 이재환 가이드에게 투어 받아보았다. 역시나 잘하시더구만.
가이드라는 것 여행하면서 이번에 처음 받아봤는데, 기존에 생각하고 있었던 가이드랑은 사뭇 다른 느낌인 것이, 이리 저리 데리고 다니면서 자 보십시오 아름답죠? 머 그런게 아니라 완전 무슨 강의 듣는 느낌이다. 이런 수준이라면 가이드 받고 안받고의 차이가 여행의 내용 자체를 좌지우지 할 것 같다. 특히나 미술관/박물관 관람 시에는 본인이 많이 공부해 갈 것이 아니라면, 아니 공부를 했다 하더라도 더 많은 배경지식을 위해 가이드를 잘 이용하는 것이 아주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인형들은 축제때 사람들이 쓰고 나와서 퍼레이드하는 용도의 인형인데,
사진으로 스케일감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사람 키 두배정도 되는 아주 큰 인형들이다.
이 축제가 임박하여 평소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특별히 공개하고 있었으므로 인형들만이라도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축제는 내가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다음주에 열린다고 했다.
난 정말 가는 곳 마다 일주일정도씩 밀려서 무언가를 놓치고 다녔다.
바르셀로나 축제가 그랬고, 브뤼셀 디자인행사가 그랬고, 런던디자인페스티벌이 그랬다.
그런걸 알아볼 생각을 전혀 안했다니,
앞으로도 이렇게 게으를 양이면 여행 자체를 하지 말던가 해야 할 것이다.


피카소님은 스페인에서 태어나셨지만, 파리에서 주로 활동하기도 했고, 워낙 글로벌한 스탈이셔서
사실 스페인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이라고 해서 주요 작품들이 대거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도 유년시절의 작품들부터 죽 전시가 되어 있으니
아 역시 피카소는 어릴 때 부터 그림을 어마무지하게 잘 그렸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언젠가 어느 기관에서 어린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좀 평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거절하면서 그랬단다.
나는 얘네들 나이에 이미 렘브란트(맞나.. 아무튼 이만큼 유명한 화가였는데 그 새 까먹어버렸...)만큼 그림을 그렸는데, 이 그림들은 내가 평할 수준이 아니오.


스페인이 낳은 거장 중 또 한 명, 살바도르 달리.
달리씨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 후 그 여자 먹여살리느라 돈 되는 것은 모조리 다 했다는데
츄파츕스 로고 달리 작품 되겠다.
츄파츕스는 스페인 사탕. 미국 것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츄파가 스페인어로 빨다 뭐 그런 뜻이란다.


이 곳으로 말하자면 이사벨라 여왕 머무르시던 궁전인데,
콜롬버스가 신대륙 발견한 후 당당히 입국해 여왕께 고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사벨라 여왕 친히 궁전 밖으로 납시어 계단으로 내려오셔서
저 계단에서 콜럼버스 보고 받으셨단다.
이베리아 반도 통일해버린 그 대단한 이사벨라가 말이다.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스페인의 시작이었다.


바르셀로나 원래 이름은 바르샤



이 곳은 건축학교인데, 피카소님이 직접 저 간판 그려주셨단다.
조옿겠다.


기둥에 왜 바코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시내의 다른 츄러스 가게들이 여기 와서 도매로 츄러스 사간단다.
1유로 주면 한봉지 담아주신다.
설탕 살짝 뿌린 맛있는 츄러스.
역시 나는 초코렛에 찍어먹고 그런 것 보다는 맹 츄러스가 더 좋다.


츄러스 사려고 서 있다가 골목 위를 올려다 보니
동네 아저씨 베란다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고 계신다.
은근슬쩍 도촬.


람블라 거리의 명물 보케리아 시장.
하몽부터 과일, 해산물, 각종 먹거리 안 파는 게 없다.
여기 가면 한국식자재와 간단한 음식 파는 상점도 있는데
이름은 '마싯따'
싸고 마싯따.



이게 다 젤리.
스페인 사람들 젤리 참 좋아한단다.
그래도 그렇지 젤리가 이렇게 많이 모여있는 꼴을 나는 그다지 보고싶지 않다.
보기만 해도 달아 죽겠다.


알만 모아서 파는 집.
각종 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타조알도 있나보다.
공룡알도 있는 것 같고, 선인장 알도 있다.


과일을 매일 아침 이렇게 정성스럽게 쌓아올려놓는단다.
저녁에 문 닫을 때는 다 도로 담고.
아침에 또 다 쌓아올리고.
그래서 우리처럼 땡기는 놈으로 골라 담을 수 있는게 아니라
주인이 알아서 담아주는 대로 사야 한단다.
잘못 건드렸다가 우르르 무너지면 큰일나니까.


람블라 거리 한가운데 갑자기 있는 후안 미로 타일.
별 생각 없이 걸어가면 모르고 지나가버린다.


가이드님 열심히 설명하시는 중.
저 포스터는 바르셀로나의 명물들을 다 모아 설명하는 그림인데, 아주 내용이 재미있다.
천하에 쓸 대 없는 것 싫어하는 내가 저게 한 장 사고싶었을 정도로.
참고로 앞에 우산들고 귀부인 졸졸 따라가는 아저씨 피카소님 되시겠다.
살아생전에 부인들을 그렇게 졸졸 따라다니셨다고...


나비족 색깔까지는 좋았는데 스케일에서 넘사벽.


언제나 위풍당당 콜롬버스 동상.
저 바다를 가리키며 위용 쩐다.


공항에서 시내 들어오는 길에 컨테이너 박스들을 많이 봤는데
한진, 현대 뭐 그런 컨테이너들이 꽤 보였다.
뭘 담아서 왔으려나...


갈매기 한 마리가 폼잡고 날기에
나도 폼잡고 한 컷


분수쇼 분수쇼 하길래 그럼 한 번 봐주지 하고 해 질 때 까지 기다렸다가
그 또 특유의 경쟁심 발휘하여 좋은 자리 굳이 비집고 들어가 앉아서 보았는데
음악이 같이 나오는데 말이다
어쩜 그렇게 음악이랑 싱크를 하나도 안맞추는지
그냥 대충 틀어놓고 일정 비트만 맞춰줘도 그렇게는 안되겠구만
정말 아~~무 상관 없게 음악과 물줄기가 따로 놀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나는 뭐 그저 그랬다는 것이다.
아무튼지간에 뭔가에 음악을 곁들이려면 박자를 딱딱 잘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 나의 철칙이다.
음치는 참아도 박치는 못참는다.
그 박자 잘 맞추는게 얼마나 심장을 뛰게 하고 흥을 돋구는건데 그걸 무시하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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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에서는 대체로 푹 쉬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정말 푹 쉬어버렸다. 4일이나 있으면서 버라이어티하게 할 것이 많은 도시도 아니었거니와, 바르셀로나를 앞두고 좀 널부러졌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싶었으니까.
기대했던 부엘링을 타러 공항에 가보니, 그라나다 공항 참 조그맣다. 게으르게 지낸 탓에 도시마다 하나씩 꼭 사모으던 자석을 못사서 공항에서 비싼 돈 주고 냅다 사버렸다. 자석을 살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참 고르기 어렵다.
연착을 자주 한다기에 얼마나 기다리려나 하고 있었는데 딱히 연착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뭘 좀 준비하느라 10분정도 탑승이 늦었던 것 같다. 비행기로 바로 들어가는 통로가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활주로로 직접 걸어들어가서 계단으로 올라가는 형식이다. 자그마한 귀여운 비행기에 노란 머플러와 노란 머리끈으로 치장한 예쁜 스튜어디스가 있었다. 에어인디아에 비하면 천국이랄까. 구름비행기 타고 바르셀로나로 날아가는 것, 멋지지 않은가.


그라나다 오토부스 엑스따시옹
스페인어도 읽어보면 그냥 대충 알겠는게 있긴 하다


아에로푸에르또행 버스 타는 곳


땅이 넓긴 한데, 중간에 있는 땅들은 올리브만 살 수 있는 사막인가보다.



KFC에 갔더니 가격이 비쌀 뿐더러,
가방 조심하라고 경고까지 붙어있다.
소매치기가 정녕 있긴 있다.
나도 공항에서 숙소로 갈 때 캐리어 끌고 배낭매고 있었더니 지하철에서 둘러싸임을 당했다.
그 중 앞에있던 남자가 뜬금없이 안어울리게 신문을 펼쳐들고 앞을 막길래
그 신문 냅다 걷어내고 옆으로 확 밀치고 들어가 앉아버렸더니
뭐라뭐라 소리를 치더니 우르르 나가버린다.
어차피 모조리 자물쇠 걸어놨었기 때문에 지들이 둘러싼들 건드린들 가방 찢지 않는 이상 안에 물건 손 못대지만
쫄아서 우물쭈물 하고싶지 않았으므로 과감히 뿌리치긴 했는데
아 이게 바르셀로나구나 했다.


외눈박이 외계인이 다가오고 있다.
고오오오오~~~



가우디의 젊었을 때 작품인 가로등.
바르셀로나시에서 예쁘다고 더 만들어서 온 시내에 쓰고싶다고 했는데,
가우디가 장인정신 너무 발휘하여 값을 높게 부른 후 네고도 안해주는 바람에
견본 두개만 완성되어 광장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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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여왕이 그리 탐냈다던 알함브라.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디한번 보았더니, 역시나 정원이 참 아름답긴 하다.
지리적 여건이나 문화적 여건이나 여러모로 물이 귀해서 물을 많이 사용할 수록 힘자랑을 하는 것이라 하는데 정원 곳곳에 분수니 연못이니 물을 참 많이도 담아놓았다.
그런데 말이다. 이게 유럽땅에 있으니 유럽사람들한테야 신기하고 참 그렇겠지만
머 또 이슬람이랑 인도쪽이랑은 또 좀 다르긴 하지만
그냥 어떤 건축물의 완성도랄지 예술성이랄지 여러면에서 타지마할 따라가려면 멀었다는 것이다.
타지마할만 다시 보여줄테니까 인도한번 갔다올래? 하면 나는 다시 갈 의향이 있다.



나무껍질이 참 무늬가 있구나... 했더니 왠걸, 사람들이 저렇게 낙서를 해 놓았다.
 낙서는 동서고금이 없는 모양이다.



벽에서 뿜어져나오는 듯 한 식물들.
잘 자라긴 엄청 잘 자라나보다.



불현듯 카메라의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 때 부터 종종 타이머로 셀카찍기에 도전했다.

 

널부러져 있는 저 젊은이들이 참 부러웠다.


이 버스 운전하는 기사청년이 참 잘생겼었다.
썬글라스 딱 끼고 샤샤샥 핸들 돌리는데 아니 어쩜 버스기사도 잘생겼어 이동네는



그라나다에서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집이 눈앞에 보이길래 시식해보았다.
뭐가 어떤 것인지 잘 몰라서 일단 콘으로 달라고 하고 2유로를 내면서 피스타치오 달라고 했더니 뭐라뭐라 말이 많다.
응응? 해도 스페인어로 뭐라뭐라 계속 묻는다.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아하 하나 더 고르라는 말인가 싶어서 대뜸 한국말로 아 두개 고르라고요? 했더니 응응 그러란다.
어쩜 서로 완전 다른 언어로 말이 통하는게 신기하다. 역시 궁하면 통하나보다.
그래서 바닐라를 외쳐서 얻어낸 아이스크림.
뭐 딱히 진미인지는 모르겠으나 더울 때 기분 상큼하게 만들어주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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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9월 8일

MJ/여행 / 2010. 10. 7. 03:15

세비야에서 출발해서 네르하 가는 날.
기차는 예약을 했지만, 버스는 그 때 그 때 끊는게 좋을 것 같아서 예약을 안하긴 했는데, 그래도 무언가 걱정스런 마음에 아침일찍 일어나서 터미널에 가 보았다. 버스니 트램이니 타는 것 익히는게 더 복잡할 것 같아서 그냥 지도보고 요리조리 찾아갔는데, 아침이라 상점들도 문을 안열어 볼 꺼리가 없고, 거리도 생각보다 멀고 힘든 하루의 시작이었다.
여차저차 표를 끊어놓고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서 체크아웃을 하고 물도 한 병 사들고 슬슬 아침에 걸었던 거리를 다시 걸어보니, 사람들도 많아졌고 상점들도 문을 열었고 분위기가 한결 낫다. 아쥬 아쥬 슬슬 걸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한시간 넘게 남아버려서 코인라커에 짐을 넣어놓고 백화점이랑 옷가게랑 슈퍼마켓이랑 이리 저리 구경하다가 터미널도 이리 저리 구경하다가 버스 탑승.


도처에 널려있는 엘지 에어컨 실외기.
역시 에어컨은 엘지인가.




저런 식으로 자전거가 쫙 주차되어 있는 곳을 간간히 볼 수 있는데, 시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란다
여기서 빌려서 저기다 갖다놓고 하는 식으로 돌려가며 쓰고, 정액권 끊어서 쓰는 모양이다.






오레오쿠키와 물 한병 사 들고 버스 탑승. 역시 이동할 때에는 주전부리가 있어야 한다.

 

나는 단거리라 그런지 그저 그런 버스였는데, 지나가다 보니 벤츠 버스가 있다.
유럽에 쫙 깔려 있는, 범퍼에 기스난, 우리나라에서는 완전 비싼 외제차들이 아무리 봐도 적응이 잘 안된다.

 

느닷없이 나타난 레간자. 안녕~


이베리아 반도의 그 넓은 빈 땅에 온통 올리브나무를 심어놓았다.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대한항공 식료품 구매쪽 일 하는 사람이 그러는데, 자기네도 올리브 다 스페인에서 수입한단다. 넓은 땅 올리브라도 심어 써먹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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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09월 11일

MJ/여행 / 2010. 9. 29. 07:35

민박집 아저씨가 집 가까이에서 주말마다 장이 선다고 구경하라 하시기에 신발이나 하나 건져볼까 하고 나가보았다.
역시나 여기는 장도 새벽같이 서는 일은 없는 모양인지 10시가 다 되어 갔는데도 이제 슬슬 판좀 벌려볼까 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동양인 여자애가 슬슬 걸어다니니 지나가는 가게안 주인마다 별일이라는 듯 쳐다본다. 장터는 생각보다 아주 길게 이어져서 끝에서 끝까지 휘휘 저으며 걸어가도 15분은 걸리는 거리다. 옷, 신발, 장신구, 과일, 젤리, 과자, 장식품, 식기, 냄비 등등 이것 저것 팔만 한 것은 다 파는 시스템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넘어와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도 많이들 와 있었는데, 그 중 시장 초입에 자리를 잡고 옷을 파는 총각이 아주 인상깊었다. 혼자 묵묵히 디스플레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장터 끝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보니, 게중 아주 썩 괜찮은 스타일의 옷과 신발들을 내어놓았을 뿐 아니라 주 무기인듯 한 옷 몇개에 그 옷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은 런웨이 모델들의 사진을 오려서 같이 걸어놓았다. 장소는 그라나다 촌구석 동네 장터일지언정 마인드는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디자이너 못지 않다. 처음에는 그 집에서 쪼리나 사볼까 했는데, 어느새 쪼리는 보이지도 않고 엄청나게 높은 킬힐만 꺼내놓아 밖에서 슬쩍 구경만 하고 말았다. 재주있는 그 총각의 꿈은 아마도 도시로 나가서 자신의 샵을 차리는 것일텐데,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족들이 항구 앞에서 자리 깔고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이미테이션을 팔다가 단속원이 나타나면 보따리 짊어지고 뛰어 도망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그라나다는 정말 조용하고 깨끗하고 착하고 저렴한 동네인데, 터프한 도시생활도 센스있게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네르하에서 보았던 아프리칸도 생각이 난다. 관광객에게 1:1로 컨택하여 자신이 직접 만든 동물모양 나무조각을 사라고 설득하는 친구였는데, 그 표정이 사뭇 진지해보이고 네고하는 모양새도 때를 쓰는게 아니라 이 작품의 가치를 인정해달라는 투의 조곤조곤함이 있는데다가 쿨러닝(자마이카 선수들이 봅슬레이 하는 영화 있다. 우리 국가대표 같은)에나 나올 법 한 아프리카 전통 의상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 푸대자루같은 원피스 말이다. 이들은 정말이지 미국에서 보는 그 힙합 마약 권총 아프리칸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볼 때 마다 느낌이 새롭다.

지나가다 보니 유독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과일집이 보이기에 그 틈에 끼어 두리번거려 보았더니 멜론이 2통에 3유로 밖에 안한다. 저걸 살까 말까 한참 고민을 하면서 시장을 다 돌아다녀 본 후 사기로 마음을 먹고 아저씨와 대면. 한통은 안되겠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씨알도 안먹힌다. 여기 있는 것은 두 통에 3유로, 저기 있는 것은 두 통에 4유로랜다. 알았으니 그냥 3유로짜리 두 통 달라고 해서 그걸 들고 낑낑대며 민박으로 돌아와 반개를 썰어놓고 침대에 앉으니 내심 뿌듯하기 그지없다. 이 맛있는 멜론을 두 통이나 먹어도 되다니. 그것도 한번에 반통씩. 먹다 먹다 지겨워질 때 까지 멜론을 먹어본 며칠이었다.

시내에 나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헷갈려서 너무 일찍 내려버렸다. 시내 방향으로 무작정 가보려다가 이 동네는 아무래도 도시랑은 좀 달라서 잘못하면 영영 산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버스 정류장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아저씨 두명과 아줌마 한명이 나의 타겟이 되었다. 다가가서 지도를 보여주며 길을 물으니 셋이 한참 상의를 하다가 그들이 타야하는 버스를 놓쳐버렸다. 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아저씨 한명과 아줌마가 생각보다 너무 크게 화를 내며 버스가 지나간 방향으로 손짓을 막 하더니 버스를 따라 가버렸는데, 남은 아저씨 한명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지도만 보고 있다. 셋이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셋 다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남은 아저씨는 자신이 아는 로타리 이름을 하나 찾아내고는 그 방향을 가르쳐 주었는데, 100% 스페인어였기 때문에 쭉 가다가 왼쪽 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쨌든 쭉 가다가 건널목 맞은편에 나타난 아가씨를 두번재 표적으로 삼고 길을 물었더니, 이 아가씨 지도도 못보고 영어도 전혀 못하고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저기 건너편에 남자한테 물어보랜다. 그러면서 혼자 뭐라뭐라 아주 말을 많이 하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영어도 못하고 지도도 못봐서 자기도 난감한 모양이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길을 건너서 제일 먼저 만난 30대 남자에게 다시 길을 물었는데, thank god. 이 남자 영어 좀 알 줄 아는 데다가 절차도 명확하다. 일단 네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니? 부터 시작하신다. 와우 내가 그걸 모르겠다고 했더니 찬찬히 지도를 보다가 제대로된 디렉션을 주신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뭐라도 있었으면 하나 주는 건데, 외국사람들이 애니타임을 좋아한다는 걸 좀 알아 왔으면 좋았을 뻔 했다.

아무튼 여기서 얻은 교훈은 왠만하면 남성에게, 30대 정도에게 길을 묻는 것이 정확한 답을 얻는 방법이다 정도. 비단 이 경우 뿐 아니라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몇 번 길을 물어봤었는데 나는 인도 여자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여기 여자들도 길을 영 이상한 방향으로 가르쳐 주거나 영어를 아예 못하거나 해서 같은 여자인 나조차도 아.. 여자에게는 길을 물어보면 안되는 것인가 라는 결론을 내게 해버렸다. 젊은애들은 왠지 무섭고, 노인들은 노력은 엄청나게 해주시지만 결과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남은 것은 30~40대 남자가 되어버렸다.

시내에 큰 슈퍼가 있길래 물과 우유와 빵을 골라서 계산대에 줄을 서 있는데 아기 데리고 나온 젊은 아빠가 너 계산할거 그거밖에 없느냐고 내 앞에서 계산하라고 해주어서 완전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앞 뒤로 엄청난 장보기 아줌마 사이에서 물 한 병 들고 기다리는) 아줌마들은 절대 양보같은거 안해준다. 어딜가나 아줌마는 똑같은모양이다.

말이 나온 김에
통로에서 마주쳤을 때, 남자들이 당연히 양보해준다. 내가 별 생각없이 기다리고 서있으니 같이 기다리고 섰다.
어린애들부터 노인들까지 커플들은 모두 다정하고 손을 잡고 다니며, 신호 기다리가다 쪽, 화장실 갔다 와서 쪽, 얘기하다가 쪽, 틈만 나면 쪽쪽 키스다.
문 열어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할머니가 밥을 다 먹고 일어설 때 할아버지가 앞에 앉아있다가도 얼른 일어나 의자를 빼준다.
지하철에서 할아버지 한테는 자리를 양보하면 안된단다. 자존심에 상처입어 크게 화내실지도 모른다고 가이드가 말해주었다.
남자들보다 훨씬 많은 여자들이 손에 담배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완전 후줄근한 할아버지도 여기사람은 안그러는데, 40~50대 동양 관광객 아저씨들 양말에 샌들 아직도 신고 다닌다.
석회가 많은 물 때문에 할머니들 중에 발목이 아주 굵고 정맥류가 생긴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쫌 못생겼다 싶은 동양 여자들은 일본어 책을, 예쁘장하다 싶은 동양 여자들은 한국어 책을, 스타일 좀 괜찮다 싶은 동양인 남자들은 일본어 책을 들고 다닌다.
미술관이란 미술관에는 모조리 한국 여자가 있다.
스타벅스와 ZARA에도 100% 한국 여자가 두명 이상 존재한다.
한국 남자는 글쎄 암만 봐도 잘 안보이는데 간혹 의심되는 사례로는
1. 낚시 모자를 쓰고 엄청 좋아보이는 DSLR를 가지고 혼자 사진을 열심히 찍어대던 아저씨
2. 녹두에서 바로 비행기 타고 넘어온 듯 한 느낌이 확 나는 대충 청바지에 대충 티셔츠 입고 재미없는 머리 한 남자애
3. 둘이서 책인지 지도인지를 보며 주변에 뭐가 있는지 전혀 상관없이 열심히 완전 빠른 속도로 목적지를 향해 경보하던 남남 커플
정도 되겠다.
그게 아니면 거의 신혼여행이거나 여자 많은 그룹에 한 두명 섞여 있거나 뭐 그런 것 밖에 안보인다.
한국 남자들은 학교 다닐 때 아니면 여행 정말 안하나보다 여자들에 비해서.
의외로 일본 남자들이 많이 보이고 말이다.
중국? 중국 애들은 단체로 많이 다니고, 간간히 신혼여행인지 결혼 여행인지 잘 알 수 없는 신혼여행이라 생각하기에는 외모에 신경을 너무 안쓴 부부들이 눈에 띈다.



민박집 동네의 부잣집들.
그라나다의 평창동쯤 된다는 동네.
식물이 어쩜 저렇게 잘 자랐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버스카드를 충전해서 현지인처럼 써 보았는데, 정류장을 잘못 헤아려서 내리는 바람에 현지인인척 대 실패했다.
 

결혼하고 마차타고 가는 신랑신부



멋쟁이 아가씨.
여기 아가씨들은 다 멋쟁이


벨라스케스의 하녀들을 패러디한 광고포스터.
아주 이런걸 보면 막 재밌고 부럽고 좋고 그렇다.
디테일하게 참 잘도 따라했다.


길건너려고 보니 건널목에 이런 그림이 있었는데
한 줄로 서서 가지 말라는걸까?
네 명 이상 한꺼번에 가지 말라는 걸까?



완전 픽셀화 제대로 되어주신 빨간신호등맨.
파란신호등맨이 걸어가는게 더 귀여웠는데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어김없이 일본어 가이드가 있는 투어버스


완전 솔직한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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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여행 / 2010. 9. 18. 06:13



아무튼지간에 언제든 혼자 걷고 있노라면 이생각 저생각 꼬리에 꼬리를 물고 뭔가를 생각하게 마련이고 생각을 하다보면 원인과 행동을 함수상자 안에 넣어 결과가 어떻게 나오나 만들어볼 수도 있고 그런 것인데, 이게 주변에 볼 꺼리가 많아서 눈이 바쁘면 머리도 눈 따라 가게 되는지라 구경하면서 걷는 동안에는 잡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많이 줄어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순례자의 길을 그저 걷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구장창 걷기만 하니까 아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게다.

오늘은 비도 왔다갔다 하고 흐리고 바람불고 그래서 내가 정의한 스페인이 아닌 스페인이었으므로 왠지 많이 두리번거리지 않게 되었다. 그냥 치마폭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을 살랑살랑 느끼며 걷는 것을 좀 즐기느라 뭐가 있는지 모르겠는 골목골목을 무심코 걸어다녔다. 그런데 문득 아 내가 지금 인도에 있나? 언니들도 앞에 있나? 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갔다. 어떤 향 때문인데, 인도의 골목골목에서 맡을 수 있었던 그 어떤 향이 있다. 담배향과 향신료향과 방향제향이 섞인듯 한 그런 것인데 그 향이 바르셀로나의 어떤 골목에서 내 코에 확 들어와버린 것이다. 그라나다에서도 한번 마주쳤던 향인데, 그 때는 그 향에 움찔 하면서도 뭐지.. 하고 그냥 스쳐지나가버렸다. 그런데 오늘은 바라나시에서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씹는담배를 퉤퉤 내뱉는 인도 아저씨들의 노란 이, 지저분한 거리, 배에 붙어있는 복대, 여기저기 시끄러운 소리, 인파를 헤집고 어디론가 묵묵히 걸으며 길을 잘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 언니들이 있으니까 괜찮았던 그 때.

후각은 놀랍고 원시적이고 강력하고 무서운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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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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