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jiroom DS와 MJ의 블로그입니다. 주인장이 두명이므로 좀 헷갈릴 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헷갈리셔도 됩니다.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27)
DS (79)
MJ (79)
이야기 (24)
여행 (30)
(25)
DS before 2010 (0)
MJ before 2010 (164)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Total
Today
Yesterday

이렇게 더운 지방에서도 녹지 않는 눈으로 유명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세계지리에서 완전 들어본 이름인데 이곳에 있을 줄이야, 여름에도 스키를 탈 수 있다고 한다.) 기슭에 있는 평야 '베가'에 형성된 그라나다는 이슬람 건축 최고의 걸작이라 여겨지는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도시. '알함브라의 추억' 기타 음악 때문에 로망이 생겨 있으므로 스페인에 왔다면 보아야 할 곳이긴 한데, 이베리에 반도의 아주 남단에 있기 때문에 짧은 일정에 방문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라나다가 가장 번창했던 때는 이슬람 왕조인 나사리 왕조가 지배했던 1238년부터 약 250년동안으로 무어왕국의 수도였으며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이름을 떨쳤다. 그라나다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장님이라는 말까지 있다.

그라나다에 대해 이해하려면 일단 스페인 역사를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어원이 된 ‘스파니아(Spania)'라는 말은 지중해를 가로질러 있는 ‘외지고 막다른 곳’, 또는 ‘해가 지는 곳’라는 뜻으로 페니키아인들이 처음 사용한 명칭이며, 이후 로마인들은 ‘이스파니아(Hispania)’로 불렀다. 지중해에서 로마와 카르타고의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이베리아 반도는 두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다. 1차 포에니 전쟁(264-241 B.C.)에서 시칠리아, 코르시카와 사르데냐를 로마에 빼앗긴 카르타고가 세력 만회를 위해 이베리아 반도에 진출하자 로마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스페인에 상륙, 2차 포에니 전쟁(218-202 B.C.)의 결과 한니발의 카르타고가 반도에서 축출되고 스키피온이 이끄는 로마가 지배권을 확립했다. 이베리아 반도가 로마화 되면서, 라틴어가 전파되었고, 도로, 다리, 항만, 극장 등의 사회문화적 기반시설이 들어서게 되었다. 그 후 로마의 쇠락과 함께 서고트족이 똘레도와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반도의 중심부를 지배했으나 이슬람세력에게 밀려나게 되고 그 후 800년 동안 이슬람이 반도를 장악하게 된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중동의 그들이 아니라, 북아프리카쪽의 이슬람을 말한다. 무섭도록 빠른 속도(6~7년)로 밀고 올라와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한 후 지금의 프랑스까지 전진하려는 찰나 피레네 산맥이라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슬람인들은 평지에서의 싸움에서는 능했으나 산악지형 전투에 불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춥고 습한 산맥 북쪽의 땅은 이슬람인들에게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피레네산맥을 넘으려는 무리를 하지 않았다. 피레네산맥만 없었다면 온 유럽땅이 이슬람화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 있다.


점차 이슬람 세력이 확장하는 가운데, 반도 북부에는 아스투리아스, 카스티야-레온(지금의 마드리드 정도), 아라곤(지금의 까딸루냐 즉 바르셀로나정도), 나바라, 그리고 서부에 포르투갈 같은 기독교 왕국들이 등장했고, 기독교 세력의 국토수복(Reconquista) 기운이 팽배해갔다. 국토수복과 국교 통일을 완성한 것은 이사벨과 페르난도의 두 가톨릭 군주에 의해서였다. 이슬람 왕국들이 하나 둘 무너져 가고 있었을 무렵, 그라나다의 왕은 11~13세기에 지어진 알카사바라 불리는 요새가 있는 옆으로 거처를 잡고 왕궁을 세운다. 왕은 그라나다를 지키기 위해 같은 이슬람 왕국이 기독교와의 대항을 이유로 요청한 구원을 거절하고 기독교 세력에게 기대는데, 이를 못마땅히 여긴 귀족들은 왕에게 항의를 하게 된다. 왕은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성 내에 귀족들의 거처를 마련하고 하나 둘 불러들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알함브라는 다른 도시의 성과는 달리 성벽 안에 귀족들의 집과 군사시설, 평민들이 머무는 곳, 농사를 위한 땅 까지 모든 것이 모여있다. 

이 때 왕족이 머물던 궁전이 우리가 관광을 하려면 시간을 정해서 예약을 하고 표를 사야 하는 그 유명한 '나사리궁'이고, 그들의 여름 별장이 '헤네랄리페' 이다. 이슬람인들에게 물은 부의 상징이었으므로, 나사리궁과 헤네랄리페의 정원에는 많은 연못과 분수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아름다운 식물들이 화려함과 푸르름을 더한다. 그 드넓은 부지를 온통 멋들어진 정원으로 풍요롭게 꾸며 놓았다. 유럽인들보다 먼저 의자문화를 발달시켰던 이슬람인들은 앉는 것 보다 더 편한 눕는 것으로 관심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래서 앉아서 바라보는 벽면에 신경을 많이 썼던 유럽 건축물과 달리 이슬람 건축물은 천장에 온갖 정성을 쏟아붇는다. 알함브라도 이에 거스름 없이 천장에 섬세한 문향과 조각을 꽉꽉 채워 넣어놓았다. 겉만 보고 '뭐.. 그냥 네모네모잖아' 하고 있다가 안에 들어가면 턱을 치켜올려 천장을 보면서 저절로 벌어진 입으로 '으아...'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슬람의 마지막 왕국이자 최후의 거점이 바로 그라나다가 되지만, 이곳도 반도를 거의 다시 장악한 레콩키스타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사벨라 여왕은 당장 그라나다를 수복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침략 대신 그 앞에 진을 치고 가두어 놓고는 회유와 협박을 반복하며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다. 아름다운 알함브라를 갖고싶기는 한데, 전쟁을 해버리면 부서질 것이 자명하니 그것이 아까웠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역대 리더들이 다 여자들이었다면 지금 전쟁때문에 말도 안되게 부서져간 아름다운 것들이 훨씬 많이 남아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듯 하필 알함브라는 그 안에 모든 계급과 땅과 자급자족 시설이 있었으므로, 들어앉아서 버티기에 용이한 곳이었고 이사벨라는 다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으니 그것이 집시를 이용한 스파이 전술이었다.

집시/보헤미안은 같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처음 그들이 나타났을 때에 유럽인들은 그들이 이집트에서 왔다고 생각해서 이집션이라고 부르다가 '집시' 가 된다. 그런데 그 후 프랑스에 그들이 나타났을 때 프랑스인들은 그들이 체코 서쪽의 보헤미아에서 왔다고 생각했고 '보헤미안'이라 부르게 된다. 대략 청주댁 뭐 그런 것과 유사한 어느지방인을 가리키는 말인 것. 사실 집시는 인도 서북쪽 어딘가에서 유래했다는 연구보고가 있는데, 그들이 쓰는 언어가 인도지방 언어와 가장 유사하다는 것이다. 침략자들에 쫓겨 떠돌아다니던 그들은 이집트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여름내 유랑하다가 겨울에만 정착해서 사는 집시들과 달리 이집트는 대대로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이들의 유입이 반갑지 않았다. 열심히 농사지어 놓으면 겨울에 들어와서 마을주민 행세를 하며 같이 나눠먹자는 식이었으니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집시들에게는 있는 것을 나눠먹자는데 뭐가 그리 잘못인지 이집트인들의 깐깐함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지금 집시 소매치기들이 가방을 열어놓고 지갑을 가지고 가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인데, 어차피 열린 가방은 모두의 것이니 내가 내용물을 좀 나누어 쓰는게 잘못이 아니라는 논리이다. 어찌됐건 이집트에서는 이들의 정착을 받아주지 않았으므로 내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게 되고, 동유럽에도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다. 어딜 가든 이들의 정착을 반기는 나라는 없었으며 이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소문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소문이 소문을 낳아 집시는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말 까지 돌았다고 하니, 당시에도 아니 지금보다 오히려 그 때에 집시에 대한 평이 안좋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에서도 떠돌고 있었던 집시들을 이사벨라가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알함브라에 들어가서 정찰도 하고 작전도 펼쳐야 되겠는데, 기독교인과 이슬람인의 차림새부터가 너무나 표시가 났으므로 스파이활동이 불가능했던 차에 어디든 떠돌아다니는 집시를 이용하면 되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은 간단하다. 내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소문을 들었는데, 혹은 보았는데 지금 밖에 기독교인들 세력이 장난이 아니더라. 너네도 여기서 버텨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느냐. 라고 민심을 어지럽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서서히 내분이 일어날 수 밖에 없어지고 결국 그라나다의 왕은 이사벨라와 협의를 하게 된다. 궁을 내어줄테니 우리 이슬람 국민들은 꼭 좀 살려달라고. 이사벨라는 그 조건을 수락했고, 피와 파괴 없이 무사히 알함브라를 넘겨받게 된다.

해피앤딩이 될 뻔 했던 작전은 자신들의 왕이 기독교 여왕에게 성을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라나다의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대대적인 반발을 일으켰고 이사벨라는 그것을 진압하기 위해 백성들을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어길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이슬람인이 죽어갔고, 그들은 그라나다의 한 산에 모두 묻히게 되는데, 그 산이 '싸크라몬테' 즉 성스러운 산이다. 이슬람인들을 위해 죽어간 그들은 성자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그라나다를 수복한 이사벨라는 포르투갈을 제외한 이베리아 반도를 모두 통일하게 되는데, 그라나다가 그렇게 버텼던 시간은 무려 10년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알함브라를 얻어낸 때가 1492년. 바로 그 1492년이다. 콜럼버스가 이사벨라에게 신대륙을 선사했던 그 1492년. 800년만에 이슬람에게서 나라를 모조리 되찾은 그 해. 1492년은 그래서 스페인에게 매우 중요한 해가 된다. 국토를 모두 통일한 후 신대륙에서 가져온 것들로 무역을 시작해 스페인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다. 여기 저기에서 나라를 통일한 기념으로 돈잔치를 벌이게 되는데, 통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백성들에게 거하게 한턱씩 쏘기 시작한 것이다. 귀족들은 더 높은 귀족으로, 평민들은 조금 더 먹고 살기 좋게 모두가 보상을 받았고, 알함브라를 손에 넣는 데 일조를 한 집시들도 나름 기대하는 바가 당연히 있었다. 이사벨라는 집시들에게 꽤나 근사한 것을 내민다. 바로 삶의 터전. 유럽의 그 어떤 나라도 허락해 주지 않았던 정착지를 선사했던 것이다. 그 지역이 바로 싸크라몬테. 이슬람인들의 피가 바쳐진 그들에게는 성스러운, 기독교인들에게는 쓸모없고 음습한 땅이었다. 

처음 정착지를 갖게 된 집시들이었지만 그들이 다른 민족들처럼 진정 '정착'이라는 것을 했는고 하니, 그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들은 여전히 봄여름가을 내내 떠돌아다니다가 겨울이 되어서야 산으로 돌아왔는데, 싸크라몬테는 험하고 추운 산이었다. 집을 짓기에도 너무나 가파랐고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그러니 돌산을 파고들어 동굴같은 구조의 집을 만들어 그 안으로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시련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고 왕이 바뀌자 스페인은 선대왕의 약속과는 상관 없이 집시들도 카톨릭으로 개종하지 않으려면 나라에서 나가라고 명령한다. 그런 말을 듣고 제깍제깍 '예 바꾸겠습니다'라고 할리 없는 집시들은 "너 개종할꺼냐?" "아니 그걸 왜해" "아 귀찮아 좀 있다 생각해"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다가 된서리를 맞게 되니, 나라에서 개종하지 않은 집시를 잡아다가 마녀라며 화형을 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분방하고 널널한 집시들도 이 상황에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동굴에 모여 회의를 하기 시작하는데, 그 회의라는 것이 결론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개종은 하기 싫고, 떠날 곳도 없고, 억울하기만 하고, 죽기는 싫고, 한숨만 나오는 상황에서 그 울분을 하나 둘 표현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남도 판소리마냥 절절 끓는 목소리로 피토하듯 내뱉는 노래를 하기 시작하고, 변변한 악기가 있을리 없는 상황에서 손뼉과 발구름으로 장단을 맞추고, 몸을 잘 움직이는 사람이 그에 맞는 춤을 추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플라멩고의 기원이다. 그라나다의 '동굴 플라멩고'의 역사는 그라나다의 역사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인간의 모든 춤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공중으로 뜨고 싶어하는 욕망을 표출하는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 독특하게도 플라멩고만은 이 땅에 정착하고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플라멩고의 동작은 매우 강렬한 탭댄스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발랄하고 통통 튀는 탭댄스와 달리 바닥을 있는 힘껏 내리쳐 화를 내고 있는 듯 한 느낌이 강하다. 무희의 표정 또한 미간을 잔뜩 찌푸린 표정인데, 이는 플라멩고 무희의 기본 표정이다. 한을 표현하는 춤이기에 화려한 옷과 머리장식을 하고 있지만 표정만은 어둡게 유지하는 것이다. 

갖은 핍박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집시들은 그 때 당시 모든 교역의 중심지로 잘나간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세비야로 몰려들게 된다. 그 곳에 가면 하루 하루 일꺼리가 있었으므로 굶어죽을 일은 없었던 것이다. 허나 그 곳에는 그나마 동굴같은 집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그들은 강가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밤을 보내는데, 여기서도 물론 플라멩고가 빠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라나다에서는 자기네 끼리 동굴에서 추던 살풀이였지만 세비야의 강가는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이 될 수 밖에 없는 위치였으므로 그들만의 살풀이가 아니라 일종의 공연이 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당시 유럽인들은 이들이 추는 춤이 몹시도 신기했고 오며 가며 눈길을 줄 수 밖에 없었는데, 무엇이든 일단 좀 봤으면 몇푼이라도 주어야 문화인이라 생각했던 그들이 한푼 두푼 돈을 던져주고 갔던 것이다. 집시들은 그저 심심해서, 화가 나서 춤을 추었는데 돈이 생기니 처음에는 의아했다. 하지만 이게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세비야라는 큰 도시에서, 각종 상인들이 일을 끝내고 쉬어가는 그 곳에서 돈벌이용 플라멩고를 추기 시작한다. 노래의 내용은 좀 더 가벼워지고, 박자는 좀 더 경쾌하고 빨라지고, 기타나 캐스터네츠 등의 악기가 가미되고 빨간바탕에 땡땡이가 있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꽃을 꽂고 발구름 소리가 더 좋게 하기 위해서 단상을 만들어 공연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예쁜 언니가 짝짝짝 하면서 추는 플라멩고는 세비야의 플라멩고이고, 진정 집시들이 삘 충만하게 추는 플라멩고는 그라나다의 것이다. 물론 이것을 스페인의 젊은이들도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가 남도민요와 경기민요를 잘 모르듯이.



나는 그라나다에서 공연을 봤는데,
기대보다 훨씬 이상으로 좋은 공연이었다.
그들끼리 추임새 아니리 다 넣고 손뼉치고 발구르고 해가면서 한명 한명씩 춤을 추는데
정말이지 저건 즐기지 않고서야 할 수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강렬한 움직임이었다.
내가 어디가서 뭘 보면서 동영상으로 찍고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동영상을 찍으면 안된다고 해서 못찍었지만...)
왕언니인듯 한 아줌마의 춤사위는 정말이지 내용이고 뭐고 하나도 모르겠지만 그 움직임만으로도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힘이 있었다.
울컥울컥하는 그런 것 말이다.

예술은 진정 이런것이 아니겠는가.

'MJ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라나다] 09월 11일  (3) 2010.09.29
  (3) 2010.09.18
[네르하] 9월 9일  (5) 2010.09.13
[세비야]9월 7일  (2) 2010.09.13
[세비야] 9월 7일-2  (4) 2010.09.13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

[네르하] 9월 9일

MJ/여행 / 2010. 9. 13. 22:43

오늘은 완전 휴양을 컨셉으로 잡고 하루 천천히 놀아본 날.
'유럽의 발코니'라 불리는 곳에 왔으니 발코니에서 바깥 감상 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 앞에 바다 건너면 아프리카라 생각하니 무언가 경건한 마음가짐도 좀 생기고.

동남아의 바다와는 또 다른 로망이 물씬 풍기는 지중해.
파라솔 빌리는 가격이 우리나라 성수기때 그 미친 바가지 요금보다 훨씬 적절하다. 하루종일에 4유로.
잡다한 것 팔러 다니며 귀찮게 구는 잡상인도 없고
이것저것 먹고 마시고 해서 해변을 더럽히는 사람도 없다.
그저 다들 누워서 썬텐하고 책읽고 잠시 물놀이하다 들어와서 한잠 자고 책읽고 태우고 ...
커플과 가족들이 대부분이어서 추파를 던지거나 하는 분위기도 없다.
그저 아무렇지 않게 상체탈의를 실현하시는 아줌마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밤에 해변을 보았더니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밤에 해변에서 술마시며 소리지르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의례 있으리라 생각했던 현상이 없으니 의외로 재미가 없기도 하고 그렇다. 유럽사람들 무지하게 가정적인 듯 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꼭 손잡고 다니고 갓난쟁이들 데리고 여행오고.

꿉꿉해서 땀나거나 하지 않고, 풍경은 좋고, 가격도 적당한 스페인 남부 휴양지 유럽사람들 휴가장소로 꽤 괜찮은 곳인 듯 하다.
맛있는 밥집도 많다. 풍경 쓰러지는 밥집도 많고.

어제 체크인 하고 막 밥먹으러 나가려는데 누군가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룸서비스라도 해주려나 뭐가 고장났나 궁금해하며 문을 열었더니 왠 동양여자가 서있다.
한국에서 오셨느냐고, 호텔 아저씨가 말해줬다고 인사나 하자고 들르신 언니. 오늘 종일 함께 다녔다. NCIS를 다 보셨다는!!! 

네르하에 유명한 것 중 하나인 '파라도르'쪽에 슬쩍 가보기로 했다. 파라도르는 스페인의 옛 성들을 호텔로 개조한 국가 소속의 고급숙소. 몇몇 도시의 경치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네르하도 파라도르를 소유한 곳 중 하나이다. 네르하 파라도르는 그 중 현대적으로 꾸며져 있다고 해서 어차피 파라도르에 큰 돈 주고 갈 양이면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게 낫지 현대적인 것은 이도 저도 아니지 않나 싶어 포기했는데 한번쯤 구경은 하고싶어 살짝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뭐 좋은 호텔이니 수영장도 좋고 잔디밭도 좋고 썬베드에 누워있는 사람들도 여유있어뵌다.

일정이 맞는 사람이 있었으면 한번 묵어봐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었지만, 우리 호텔도 만족스러우니까 패스.

다들 남부지방에 가면 빠에야를 먹어봐야  한다기에 오늘 점심은 빠에야를 먹기로 했다. 빠에야는 우리 전골 같은것 처럼 2인분이 기본이다. 1인분만 내주는 곳은 냉동식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호텔 프론트 아저씨가 소개시켜주신 곳에 가서 2인분을 시켜보았다. 40분이 걸린다고 괜찮냐고 하기에 문제없다고 해놓고 한참을 노닥거리며 기다렸다. 40분만에 나온 빠에야는 똘레도에서 조금 맛보았던 것 과는 확실히 퀄리티 차이가 있었다. 양이 너무 많아 다 먹지는 못했지만 맛있었습니다 주방장님.

바닷가에서 한참 놀고 들어와서 호텔 옥상 수영장에서 놀다가 맛난 저녁 먹고 잠시 산책하고 들어와서 샤워하고 머리에 팩 하고 얼굴에도 팩 하고 NCIS 틀어놓고 딩굴딩굴.

이것이 진정 휴가.
내일은 알함브라가 있는 그라나다로 이동한다.
아디오스 네르하.


'MJ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2010.09.18
[그라나다]09월 12일 - 재미진 그라나다와 알함브라와 플라멩고 이야기  (0) 2010.09.18
[세비야]9월 7일  (2) 2010.09.13
[세비야] 9월 7일-2  (4) 2010.09.13
[마드리드] 9월 6일  (2) 2010.09.1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

[세비야]9월 7일

MJ/여행 / 2010. 9. 13. 19:33

점심때 기차타고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마드리드도 충분이 뜨거웠지만 여기는 더 뜨겁다. 얼굴에 기미가 막 생기는 중. 썬블럭을 아무리 덧발라도 소용없다.
적당한 기회가 오면 창이 큰 모자를 살 수 밖에 없는 상황.
여기서는 하루 머무는데, 그 때문에 무언가 시간이 상당히 전반적으로 촉박하고 마음대로 잘 안된다.
대체 한 도시 하루하루 찍고 다니는 사람들은 얼마나 강행군을 하는 것인가.
어차피 세비야에는 별달리 욕심이 없었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내일 네르하로 가버릴테다.
근데 여기 호스텔 데스크 언니가 참 괜찮으네. 영어도 잘하고.
내일 아침에 나잇&데이 찍었다는 까사 누구 거기나 한번 가봐야지.
이노무 스페인은 가는 곳 마다 스페인광장, 까떼드랄, 까사 어쩌고 등이 무한반복되는데다가 각종 영웅과 성인과 도시이름들이 각 도시의 역 이름, 길 이름, 동네이름이어서 뭐 대략 대구에 갔더니 서울광장과 세종대왕로와 신라역과 광주사거리가 있는 격. 물론 서울에 가면 대구 거리가 있을 것이고 신라역은 대도시마다 하나씩 있을 것이다. 그 바람에 유명한 사람들 이름을 몇개 외울 수 밖에 없으니 알폰소XIII라던가 일데폰소 등의 폰소 시리즈 님들이 기억에 남는구만.
아. 세비야는 가로수가 오렌지나무다. 아직 오렌지가 열리지 않았지만 주렁주렁 열리면 볼만할 듯.

p.s. 우리나라에 볼만한 관광스팟이 별로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다지 확고하지 않은 종교적 신념 때문인 듯. 종교만이 이 미친 건축물들을 발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뭐 하긴 마드리드의 궁전에 가보니, 우리나라가 그냥 절대적으로 가난하고 척박해서 건물에 금칠을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단순한 논리가 통할지도 모르겠다.

'MJ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라나다]09월 12일 - 재미진 그라나다와 알함브라와 플라멩고 이야기  (0) 2010.09.18
[네르하] 9월 9일  (5) 2010.09.13
[세비야] 9월 7일-2  (4) 2010.09.13
[마드리드] 9월 6일  (2) 2010.09.12
무용담 알러지  (3) 2010.09.1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

[세비야] 9월 7일-2

MJ/여행 / 2010. 9. 13. 05:05


마드리드에서 세비야 가는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오전.
민박집에 계속 눌러앉아 있으면 청소도 못하고 그럴테니 눈치껏 자리를 피해줘야 한다.
솔광장 옆 골목 스타벅스에서 와이파이 이용하며 차이라떼 한잔 해주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스페인 기차를 렌페(renfe)라고 부르는데, 마드리드에서 세비야 가는 내가 탄 기차는 아베(Ave)라고 아마 꽤 괜찮은 기차인듯 하다.
2등석을 끊었는데 뭐 자리가 썩 좋았다.
민박집에서 만난 언니가 나와 기차스케쥴이 똑같길래 같이 이동했다. 이참에 세비야 관광도 함께 하고.
우리 앞칸에 보니 카페테리아가 있길래 마침 배도 고프고 해서 방문해보았다.


샌드위치와 콜라 세트를 사서 먹으면서 앞에 화면에서 보여주는 피터잭슨과 번개도둑 스페인어 더빙버전을 보았다.
이미 봤던 영화였으니까 내용도 알겠다 스페인어든 뭐든 재미있게 보았다.
피터잭슨이 마지막에 그리스 신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신들의 크기가 사람의 스무배 정도 되었던 것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아테네 였나.. 여신 하나가 CSI:NY의 스텔라였던 것도 크게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 보니 마드리드 첫 날 호텔에서 TV를 켰을 때 위기의 주부들 스페인어 더빙버전을 마주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처럼 더빙을 싫어라 하지 않나보다.
아우 근데 비행기 타고 오면서 섹스앤더시티2 한국어 더빙판을 봤는데
것 참 못들어주겠더라는 것이다.
기차나 버스나 비행기에서는 그냥 한번 봤던 괜찮은 영화를 한번 더 보는 것이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나는 한국어를 하는 싸만다가 나오는 섹스앤더시티2를 기억에 담고 있어야 한다.



세비야 역 도착.
나는 평소에 기차를 탈 일이 거의 없으니까, 기차역 하면 인도가 퍼뜩 떠오른다.
그 막막함과 지루한 기다림과 웃긴 안내방송과 차가운 바닦과 자리없음과 침대칸과 아침의 담배냄새와 화장실가고싶음 등등



기사양반 뒤에 앉은 큰 가방을 맨 북미에서 온 것이 분명한 커다란 여자가 나와 같은 호스텔에 가는 중이었다.
배낭을 매고 성큼성큼 걷는 그녀를 돌돌이 끌고 따라가느라 좀 힘들었지만
한방에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예약을 잘못 해서 다음날 부터 묵을 수 있었고 남아있는 방이 없었기 때문에
프론트에서 소개해준 다른 호스텔에 가야 했다.
이름을 들어보니 그 호스텔도 아주 유명하고 분위기 좋다고 소문난 곳이었기 때문에
거기도 좋은데라고 가서 재미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속으로만 말해주었다.
내가 한국말로 말해줘봤자 하나도 못알아들을 테고, 별로 쓸모도 없는 사실을 말해주고자 고군분투 하고싶진 않으니까. 


가든백팩커스 호스텔. 8인실.
나와 어떤 서양여자 빼고 나머지 여섯명이 모조리 친구였다.
스무살쯤 됐을까? 스페인 처녀들인듯 보였는데
나는 놀다 들어와서 자려고 준비를 하는데
이들은 샤워를 싹 하더니 요리조리 예쁘게도 꾸미고 서로 봐주고 유행가도 불러가면서 쿵딱쿵딱 하다가 12시 넘어서 나가버렸다.
그리고는 한참 자고 있는데 4~5시쯤 들어온 것 같다.
아침에 다시 눈을 떠보니 싹 다 사라지고 나와 어떤 서양여자만 남겨져 있었다.




세비야 관광은 뭐 사실 좀 실패했다.
도착하고 짐놓고 나와보니 이미 입장 시간이 다 지나가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 구경이나 좀 해보는 수 밖에 없었고
스페인광장은 대거 공사중이었다.
버스표를 미리 끊어놓으려고 터미널에 갔더니 말라가행 버스는 터미널이 바뀌었다고 안내만 해주고
6시가 되자마자 순식간에 모든 창구가 문을 닫았다.
오렌지나무가 가로수로 쓰이는 도시인데, 오렌지향은 나지 않았다.
아 뭐 물론 내가 발렌시아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은 없다만...

그래도 유명한 중국집에서 맛있는 식사도 했고, 자석도 샀으니까 호텔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네르하로 가면 된다.

'MJ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르하] 9월 9일  (5) 2010.09.13
[세비야]9월 7일  (2) 2010.09.13
[마드리드] 9월 6일  (2) 2010.09.12
무용담 알러지  (3) 2010.09.12
[마드리드-똘레도]9월 5일  (9) 2010.09.1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

[마드리드] 9월 6일

MJ/여행 / 2010. 9. 12. 18:43
훈쓰가 야심차게 구입한 '퐁이'를 내가 계속 들고 다니자니 불안하기도 하고 본인이 빨리 받고싶어 하기도 하고 해서, 월요일이 되는 즉시 우체국에 찾아갔다.
페덱스로 보내려고도 해봤는데 가격차이가 너무 나서, 좀 불안하긴 하지만 우체국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프랑스 우편은 정말 못믿지만 스페인은 보내면 가긴 간다는 말에 혹하여..
우리의 빨란 우체국과 달리 스페인 우체국은 노랑이다. 꼬레오 라고 읽나? 곳곳에 노란 우체통이 있다. 약간 소화전처럼 생긴. 우리나라 우체통이랑은 다르게 생겼다.


우편물을 받아주는 언니와 내가 함께 몇분을 버벅댄 후 한국으로 EMS보내기 완료. 37유로정도 나온 것 같다. 외국 나와서 버벅델 때의 그나마 한가지 좋은 점은, 우리나라 직원들은 손님이 버벅대면 짜증을 내지만 외국 사람들은 너나없이 느긋하기 때문에 같이 버벅대면서 짜증을 안낸다. 기다리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이나 관공서나 뭐 그런데, 아니 슈퍼에 갈 때에도 만발의 준비를 하고 왠만하면 질문꺼리가 생기지 않게 긴장하고 가게 되고, 잔돈이나 거스름돈을 챙길 때에도 최대한 신속하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여기서는 그런건 좀 편하다. 적어도 지폐와 동전을 받았을 때 그걸 그냥 손에 한웅큼 쥐고는 먼저 자리를 비켜줘야 될 것 같은 느낌은 아니다.

마드리드 관광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지하철 'Sol'역에 있는 솔 광장. 솔은 태양. 그러니까 해광장 쯤 되겠다. 여기서 마드리드 중심가 대부분으로 통하는 길이 사방으로 나 있다. 좀 걸어가면 그랑비아, 오페라쪽으로 갈 수 있고, 마요르광장도 가깝고 밤이 되면 주말에 명동에 사람 몰리듯 젊은인구 밀도가 엄청나게 증가한다. 밤에 집에가려고 솔 역에 한번 왔다가 완전 깜짝 놀랐다.


무엄한 새 한마리가 감히 까를로스 3세 머리 위에서 노닐고 있길래 웃겨서 한 컷.


광장에는 어떤 때는 저렇게 경찰차가, 어떤 때는 오토바이 탄 경찰 한쌍이, 어떤 때는 말탄 경찰 한쌍이 항상 지키고 서 있다. 소매치기가 많아서 그런가보다.
민박집에 같이 묵었던 나랑 동갑인 남자애는 그 헤밍웨이 단골집 보틴에서 혼자 정찬을 즐긴 후 나와서 사진찍고 보니 지갑이 없더랜다. 잠시 가방에 신경을 못쓴 사이에 누가 꺼내갔나보다. 민박집 언니 계좌로 돈을 송금해서 찾아쓰기로 하고 카드 다 정지시키고 아주 귀찮은 일을 하고 있었다.
난 반경 1미터 내로 사람이 접근을 하는 일이 없던데 신기한 일이다. 그래도 칼 들고 가방 찢고 머 그런건 안한다고 하니까 돈을 조금만 들고 다니면 된다. 남자들이 지갑 가지고 다니다가 그렇게들 털린다는데, 뭐 쓸일이 있다고 카드 잔뜩 돈 잔뜩 든 지갑을 들고들 다니나 몰라.

스페인에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인 '하몽'은 소금에 절여서 말린 돼지의 다리로 만든 햄. 최고급 하몽은 우리 최고급 육포처럼 살살녹는게 아주 맛있다는데 나는 아직 맛보지 못했다. 저걸 사러면 다리 한짝을 다 사야 된다고... 최고급은 그렇단 얘기다. 그냥 보통 것들은 썰어서도 파는 모양인데 비리고 별로란다. 안그래도 미어터지는 가방에 돼지다리를 넣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포기.



저기 자루처럼 주렁주렁 열려있는 것이 돼지다리인 모양이다. 여기는 와인&치즈 보다 와인&하몽 선물세트가 인기일 수도 있겠다.
솔 광장에서 KFC있는 방향 골목으로 조금 가다 보면 왼쪽에 마요르광장이 있다. 밤에도 와 보았는데 사진이 다 흔들려서 제대로 나온 것이 없고, 낮에도 또 나름 화창한 맛의 광장을 느낄 수 있다. 스페인은 날씨가 워낙 화창해서 하늘색이 참 예쁘다. 그래서 하늘이 들어간 사진을 많이 찍게 된다. 

 
여기 그냥 좀 앉아있고 싶어서 사이드에 있는 아무 까페에 들어가서 콜라랑 새우샐러드를 시켰는데, 관광지 음식은 어디나 그런 것인지 여기도 참 맛없고 비쌌다. 뭐 자리를 산거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는 것이 관광객이 할 일이다. 내가 맨 앞자리에서 새우를 우걱우걱 먹고 있으니 몇몇 외국인 관광객이 그게 맛있어 보였는지 슬쩍 내가 있는 가게로 들어왔다.


냉동새우에 맛살이라니... 오래 삶아 황화제1철이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찬물에 담그지 않았는지 잘 까지지 않은 계란까지.
그래도 콜라는 참 맛있었다.
여기는 콜라 시키면 항상 오렌지 넣어주는데 그게 참 맛있단 말이다. 언제나 한잔을 다 마시게 된다.
솔광장에서 마요르 광장 가는 길에 유명한 츄러스 집이 하나 있다. 츄러스를 초콜렛에 찍어먹는 형식인데, 어제 밤에 보틴 찾으러 다니다가 동행이 앗! 저기있다! 라고 했던 기억이 나서 그 말을 했던 장소 정도에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니 골목 안쪽으로 그집이 보였다.


대충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웨이터가 뭘줄까? 하길래 저 옆사람들이 먹는거 주세요 하는 눈치로 손가락짓을 했더니 알았덴다. 옆에는 일본인 커플이 와서 쉬고 있었고, 반대쪽 옆에는 동양인 여자가 한 명 있었는데 한국인이 었을 것이라 추측이 된다.


내 뒤에 뒤에 있는 여자가 나중에 보니 우리 민박 주인언니였다. 돈을 내려고 웨이터를 부르는 참에 고개를 돌렸더니 집에서와는 달리 예쁘게 화장하고 차려입은 주인언니가 혼자 추러스 2인분을 잡수시고 있는 것. 만나서 반갑다며 나를 보더니 나도 집에서와는 달리 모자쓰고 썬글라스 끼니까 몰라보겠다 하여 둘이 낄낄댔다.
근데 사진을 보다보니 웃긴 것은 내 뒤에 있는 저 분 어디서 많이 뵌분같은데 누굴까.


마드리드의 이 추러스는 우리나라 극장에서 파는 추러스와는 많이 다르다. 추러스 자체에는 단맛이나 짠맛이나 어떤 간이 되어있지 않다. 단지 금방 튀겨서 나온 바삭하고 담백한 놈이다. 그걸 초코에 찍어서 먹으면 달달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초코에 찍어 먹는 것이 맛이 있는데 자꾸 먹다보니 그냥 먹는 것이 난 더 맛이 있었다. 여기 사람들 아침마다 츄러스 먹을만 하구나 싶은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적당한 맛이다.

마드리드의 대성당은 똘레도의 그것과 비교하면 정말 볼품이 없지만, 그래도 궁전 옆에 있고 공짜로 들어가 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한번 가 보았다.
괜히 예배보는 의자에도 앉아 보고.




태양 작렬 바람도 작렬. 바람이 부니 안더워서 좋긴 한데 눈물이 난다. 안그래도 눈이 부신데 왕궁 앞은 온통 흰 색이라 49동에 온 것 같다. 나는 서양의 왕궁을 처음 보는 것이므로 어쨌든 내가 본 왕궁중에 최고다! 스페인 국기를 저런 색으로 한건 참 잘 한 짓인 것 같다. 스페인 어디에다 놔도 눈에 잘 띌 색이니까. 하늘이랑 완벽 대비.



스페인 왕궁을 찍었는데 앞에 갑자기 아프리칸이 나타나는 바람에 묘하게 이국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말았다.
여기 뭐 모로코 그런데 아닙니다.


왕궁 너머로 시가지가 보인다.
역시 높으신 분은 높은데 살고 싶은 모양.


여기가 입구. 천장에 대리석 조각 사람들이 막 내려다보고 있다. 이런덴 드레스 입고 와줘야 되는 것인데...


사실 여기서부터가 제대로였는데, 저 어두운 방 안이 진짜 화려하고 예뻤는데 사진 금지란다.
모르고 밖에서 한방 찍었다가 제지당하느라 흔들려버렸다.
누구의 방 누구의 방 계속 방의 연속이었는데, 이런건 가이드 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단체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외국인들을 보니 좀 부러웠기 때문에.
난 봐도 어떤게 누구 방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말이다. 
영어가이드 높음기가 있다는 것을 다 보고 나온 후에 알았기 때문에 아쉽지만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유명한 곰 동상이 어디 있다고 그랬는데 그게 어디 있었는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책도 안들고 나왔고, 어디가면 그게 있을까.. 하며 별 생각 없이 솔 광장으로 다시 들어갔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곰돌이. 보고도 생각도 못하고 지나쳤었나보다.


곰이랑 사진찍기 힘들었다.
곰이 이렇게 나타나서 마드리드의 상징인 저 나무를 자주 따먹어버리곤 했단다.
그걸 또 이렇게 동상으로 만들어놓은 스페인 사람들이 귀엽고.

'MJ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비야]9월 7일  (2) 2010.09.13
[세비야] 9월 7일-2  (4) 2010.09.13
무용담 알러지  (3) 2010.09.12
[마드리드-똘레도]9월 5일  (9) 2010.09.11
[마드리드]9월 4일  (2) 2010.09.0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

무용담 알러지

MJ/여행 / 2010. 9. 12. 06:01

민박집에서 사람들을 줄곧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혼자 여행을 잘 안하나보다. 민박집에 오는 손님 열이면 아홉은 여자혼자란다. 하긴 유럽에서 동양인 남자는 원숭이 다음이라 후커들도 꼬시지 않는다는데 한국 남자들이 그걸 참을 리가 없지. 한국 남자들을 몽땅 한번 내놔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튼 학생들은 학교로 다 돌아갔으니 회사원 이상을 만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겠긴 한데, 문제는 그다지 재미는 없고 말은 많은 족속들이 많다는데 있다.
어린애들은 이래저래 뭘 떠벌이더라도 나름의 퓨어함과 유치함과 속이 빤히 보임이 있어서 짜증은 좀 나지만 귀엽게 봐줄 수 있는 구석이 있는데
나잇살이나 먹은 이 아가씨 아줌마들 그다지 반갑지 않다.
특히나 회사 잠깐 휴가내고 오신 언니님들은 쿨하고 괜찮은 경우가 많고, 회사원 동생들도 아주 괜찮은데 말이다, 회사 관두고 혹은 늙어서 장기여행 하는 사람들 아주 어렵다. 내가 그런 인간일까봐 아주 걱정되는 중이다. 그래서 되도록 쓸대없는 말을 안하려고 하고 있다.

일단, 요주의 인물들은 여행 경험이 아주 많은 축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밥먹으러 모이면 이런 저런 자랑이 아닌 척 하지만 자랑인 것을 늘어놓기 시작하고
나는 하나도 안궁금한데 자기 얘기를 재미나게 하다가
내 얘기를 궁금해한다.
그러면 나는 그냥 그때 그때 내키는대로 실제를 말할 때도 있고 완전 뻥을 칠 때도 있다.
대충 얼버무려 말하면 아~~ 그런거야? 하면 아 네 그런거죠 해버리는 경우도 많고.
내 루트를 얘기해주면 백이면 백 왜 그렇게 가느냐고 타박을 하는데, 아니 뭐 여행 루트에 답이 있는건지 나는 몰랐네. 민박집에서 말하는용 루트를 하나 새로 짜야겠다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

그 후에는 인생상담을 해주고싶어 한다.
여행을 많이 해 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했으니 무언가 아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또 그 옆의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이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한다.
특히나 고생스러운 여행, 장기여행을 한 사람들은 해병대 갔다온 남자애들 같다.
거침없고 잘났고 내가 이게 무슨 주책이야... 하면서 칭찬받기를 원하고 조언해주기를 좋아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입이 절로 닫히고 표정이 절로 굳어버려서 그들이 듣고싶어 하는 칭송을 해줄 수가 없다.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알러지 반응과 흡사하다. 건조한 아침에 콧물이 나는 것 처럼 짱아치처럼 탄 그들을 보면 광대뼈쪽 근육이 어느순간 수축한다. 그러면 내 장기를 발휘한다. 자기는 왜 프랑스 안가? 일정이 그렇게 넉넉한데? 그냥 가기싫어서요.(이게 끝이고 더이상의 반응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것을 강하게 풍기는 표정 발사)

근 한달만에 한식을 먹는 거라며 젓가락을 가로로 눕혀 반찬을 집어가고 반찬이 많이 없다고 투덜대며 마음대로 목소리가 크고 민박집에 예외의 케이스로 부탁하는 것이 많으며 앞에서는 간만에 이런 한식도 먹고 한국 사람들을 만나 너무 힘이 되었다며 떵떵거리다가 뒤에서는 민박집 위치가 어떻다는 둥 뭘 해줬으면 좋겠는데 귀찮아 하는 것 같다는 둥 한다. 50넘은 아줌마들이 왜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그냥 아줌마도 그 넉살 난 잘 못참는데 여행 많이 한 아줌마 넉살 살인적이다. 학생 학생 하면서 언제 봤다고 막을 딱딱 놓는데 대충 씹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아니면 집에 들어와서도 화장을 지우지 말고 더 진하게 하고 있어 볼까보다. 엄마들은 화장 진한 여자 싫어하니까.

학교 선생님 하다가 관두고 세계여행을 몇개월째 다니고 있다는 50대 여성을 보았다. 난 물어보지 않았는데 어느 새 그간 어디어디를 다녔는지 다 알게 되었다. 이번 여행 전에도 방학때마다 한달씩 어디론가 여행을 다녔단다. 학교 선생 참 좋구나 싶은 생각밖에 안들었으면 내가 너무 반 사회적인건가. 그 여행 많이 다닌 학교 선생 출신의 여성은 스페인에 온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샹그리아가 무엇인지 타파스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여행을 그렇게 세계 각국을 했다면서 플라멩고 무희들이 턴을 할 때 튀는 땀이 더럽다고 얼굴을 가리고 있고 냄새난다고 코를 막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마자 하는 소리는 이게 좀 비위생적이긴 하다 그치? 였다. 마스크 쓰고 집에 계시면 깨끗하고 참 좋을텐데...

내가 머물고 있는 방에 체크인을 하면서 같이 지내요~ 하고 들어온 여성은 어디어디 끝내고 왔습니다~ 하면서 인사를 했다. 내가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식의 표정을 짓자(사실 무슨 말인지 알았는데 알러지 반응 때문에 ㅡ,.ㅡ) 산티아고 모르시냐고 했다. 젠장 내가 그걸 당연히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알고 있었던 것이 더 실망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래 그 산티아고 고행길을 잘 걷고 오셨으니 자랑삼아 그것을 첫 인사로 건낸 것이다. 박카스배 국토대장정 하고 왔어요~ 하는 것 같이.

두바이에 산다는 부부는 여기 저기 많이도 돌아다닌 모양인데, 그 부인은 나를 보자마자 친한척을 하면서 붙더니 내 쪼리를 밟는 바람에(발이 떨어지는 순간 땅에 아직 붙어있는 부분을 누군가 밟았을 때 발 등이 쪼리의 끈을 매우 세개 당긴다는 것을 알고 있으리라) 끈이 떨어지고 말았다. 어머 내가 그런거 아니죠~ 라는 말이 어떻게 먼저 나올 수 있는건지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머 죄송해요 제가 그랬어요? 가 먼저 아닌가? 길이 가까우면 내 신발을 벗어주겠는데 멀어서 안되겠네? 라니 그것은 어디서 나온 논리이며. 괜찮아요? 안괜찮은데요? 응.. 하나 사신어야겠네~ 하고 휙 가버렸다. 아줌마들이 다 그렇게 뻔뻔한건가 아니면 외국에 사는 아줌마들이 뻔뻔한건가 아니면 외국에 살면서 여행을 많이 한 아줌마들이 뻔뻔한건가 아니면 그 여자만 그런 것인가. 여행중에 신발은 아주 중요한 품목인데 나는 이제 원피스에 컨버스 신게 생겼다. 아무거나 샀다가 발이 아프면 그것도 골치이기 때문에 덥석 새 신발을 못사겠다.

나는 사람이 여행을 많이 하고 오래 하면 그만큼 성숙한 인간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만큼 할 말이 많은 사람이 될 뿐인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어디서 뭘 봤는데 이건 그것만 못하다는둥 하려면 보지 말지 기어이 보러 와서는 투덜덴 후에 나중에 또 어디도 봤다고 자랑을 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넉살과 뻔뻔함의 포스는 엄청나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심한 바가 있다.

짱아치처럼 태워가면서 사서 고생하는 여행은 돈을 받으면서 하는게 아니라면 하지 않겠다. 그 고생 말고도 할 고생이 많다. 그냥 그게 무엇인지 정도만 알면 된다. 사람들은 그 고생을 겪으면서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는게 분명한데, 그것은 진정 필요한 것을 성취하지 못할 것 같아 엄한데 돈을 들여 몸을 움직여 시간을 소비해서 쉽게 무언가를 성취하려는 방식일 수도 있지 않은가. 갈수록 느끼는 것은 어떤 나라가 궁금해서 제대로 그 나라를 보고 오려면 아낌없이 돈을 투자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나라를 찍고 찍고 돌아다니며 눈도장만 찍는 여행도 안할테다.
누가 명확하게 무엇이 궁금한 것인지를 밝혀 제대로 물었을 때가 아니라면 왠만하면 여행 얘기를 떠벌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나이가 더 아주 많이 더 들어도 아무에게나 말을 놓지 않을 것이며 모르는 사람에게 괜히 말을 거는 것도 안하고싶다.

굳이 여행이고 나발이고를 떠나서
내 주변에 나를 포함하여 제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매우 많고 말이 많은 사람들도 많으며(사실 대부분이다 까놓고 말해 그렇다. 동의 할 것이다)
무언가를 설파하고 가르치기를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심지어 나도 그런 경향이 있는데)
다행인 것은 아무나 붙잡고 인생 얘기를 주절주절 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끼리만 잘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MJ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비야] 9월 7일-2  (4) 2010.09.13
[마드리드] 9월 6일  (2) 2010.09.12
[마드리드-똘레도]9월 5일  (9) 2010.09.11
[마드리드]9월 4일  (2) 2010.09.05
[마드리드] 0903  (2) 2010.09.0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
까사솔 민박은 나보다 한살 어린 언니가 운영하는 생긴지 얼마 안되었다는 민박. 마드리드에서 다른 도시로 기차를 이용할 때 거쳐야 하는 '아토차'역에서 가까운 Menendez Pelayo역에 있다. 사실 이번 스페인 민박집들을 정할 때 공부가 안된 상태에서 골랐던 관계로 나중에 찾아보니 모조리 다 관광하기 딱 좋은 중심가에 위치하는 곳이 아니었다. 까사솔은 그나마 괜찮은 편인 듯 하고(마드리드가 좀 작다), 그라다나 민박은 시내에서 완전 멀고, 바르셀로나도 대략 중심가는 아닌 듯 보인다. 근데 뭐 중심가만 보고 쏙 빠져 나올 것도 아니고 그 위치 아니었으면 전혀 못볼뻔 한 동네도 봤으니까 된거다. 게다가 그라나다와 바르셀로나의 민박은 부촌이라 위치가 그런듯 하니 부촌구경 해주면 되겠고. 남들 위치랑 아침밥 메뉴 보고 민박 고를 때 나는 침대와 욕실을 봤던 것 같다. 뭐 밥먹으러 여행온건 아니니까. 밥은 사실 주던 말던 상관이 없는 정도였고, 가장 큰 이슈는 인원수 대비 욕실 수였다. 까사솔은 내가 갔을 때 나 포함해서 여자 3명 남자 1명밖에 없었던 관계로 아주 편하게 있었고, 바르셀로나의 노체부에나는 워낙에 수용인원수가 적다. 그라나다도 비수기라 손님이 없다고...ㅋㅋ


마드리드 지하철 아주 탈만하다. 우리나라처럼 갈아 타는 곳이 완전 멀거나 너무 깊거나 하지 않아서 계단 몇개 올라가면 너무 놀랍게 지상이 확 나와버리고 통로를 좀 걷다 보면 갈아탈 열차가 확 지나간다. 노선도 8~9개 되는 것 같은데 어쩜 그렇게 얕게 잘 팠나 모르겠다. 열차 너비는 우리나라보다 좀 좁은 편이다. 뉴욕 열차 정도 되려나. 우리나라처럼 넓게 만들어서 꽉꽉 타고 다니는 데가 드문 모양이다. 문이 자동이 아닌 것이 재미난데, 타고 내릴 때 열차가 서면 문에 달린 버튼이나 손잡이를 움직여줘야 문이 열린다. 열릴 줄 알고 가만히 서서 기다리면 다음 역에 가는 거다. 자신이 없거들랑 다른 사람 뒤에 서 있으면 된다. 알아서 열어주니까.

일요일, 유로 자전거나라에서 진행하는 똘마투어(똘레도 마드리드 투어)에 참여해보기로 결정했다. 마드리드만이면야 그냥 부지런히 보면 되는데 똘레도는 마드리드에서 한시간남짓 떨어져있는 옛날 수도인 곳이라 혼자 갈 자신도 의지도 없었으므로 집단에 몸을 맡기기로 한 것. 전날 만난 동생도 같은날 투어에 참여하기로 되어있어 같이 점심이나 먹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적극적인 그녀는 나 말고도 또 한명의 동행과 만나기로 약속을 해 놓았다고 했다. 혼자 여행하는 남자분이라고...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는 그녀는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이길 원했고, 일요일마다 열리는 장터에 가보고싶어 했으므로 투어 모임시간인 9시 이전에 장터에 들르는 모험을 감행했다.


새벽인데다가 일요일이었으므로 골목에 사람이 거의 없고 환경미화원들만 일하는 중이었다. 대충 이쯤이 아닐까 하고 지도도 안들고 나섰다가 어느즈음엔가 이게 아니다 싶어 환경미화원 아저씨 하나와 눈을 맞춘 후 다가가서 길을 묻기로 마음을 먹었다. 영어는 안통할 것이 뻔하고 스페인어는 할 줄을 모르니까 일단 '올라~' 한 다음에 심플하게 가까운 역 이름을 댔다. '오 페 라'라고. 아~ 오페라~ 하더니 한 블럭 옆에서 거슬러 올라가랜다. 사실 더 가까운 역이 있었지만 이름이 길었으므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여 그 다음역 이름을 댔다. 사람도 없고 아직 가로등도 켜져있는 골목길을 걸으려니 얼마간 움츠러드는 기분이었는데 때마침 카라가 프리티걸을 완전 경쾌하게 불러주며 어디서나 당당하게 걸으라기에 당당하게 조금 걸었더니 막 오픈중인 벼룩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순간 만큼은 카라가 짱인 것이다.
열심히 와 보았건만 너무 일찍 와서 다 열지 않아서인지 벼룩시장 자체는 그다지 볼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 5분도 안되어 투어 집합장소로 출발해버렸다. 역시 뭐든 제대로 보려면 제때 가서 느긋하게 즐겨야지 한번 눈에 넣었다는데 의의를 두는 것은 몸만 힘들고 별로다.

오페라역에서 가이드님을 만나 12명정도의 팀을 꾸려 출발. 가이드님은 마이크를, 우리는 리시버와 이어폰을 받았다. 어떻게 쓰는지 모르시는분~ 하기에 손을 들었더니 세상에 나 밖에 없다. 어쩜 사람들이 이렇게 여행도 많이 다니는 데다가 가이드까지 다들 받는것인가?
하긴 스페인을 유럽의 첫 여행지로 택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들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영국 뭐 그런 정도는 다녀들 온 모양새다. 가이드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설명을 했고.

먼저 들른 곳은 투우장. 투우 관람 요령과 진행내용등을 설명듣고 관심있는 사람은 저녁에 마드리드 시내 관광 대신 투우를 관람해도 된단다. 왜냐하면 투우는 일요일에밖에 안하는데 마드리드에 일주일 이상 있는 사람은 없다는 가정 하에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니 기회가 좋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를 끊었고 내 동행들도 당연히 표를 끊기에 나도 그냥 안에나 들어가보자는 생각에 덥석 표를 끊었다.
사실 투우를 제대로 보려면 5월 투우 시즌에 보아야 하는 것이고 그 때에는 온 유럽에서 투우를 보러 마드리드로 몰려든다고 한다. 허나 지금은 비수기여서 투우사들도 2군들만 나오기 때문에 아는 사람 눈에는 경기가 재미없으므로 스페인 사람은 아무도 보러 오지 않고 관광객들만 보러온다고. 투우장이 원형이기 때문에 햇볕이 드는 자리와 그늘이 지는 자리, 시간에 따라 햇볕에서 그늘로 옮겨가는 자리가 나뉘어져 가격차이가 많이 나서 그늘 앞자리 좋은 투우사의 경기는 100유로가 넘는단다. 그러나 요즈음은 일괄 10유로. 그늘의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뭣모르는 관광객에게는 괜찮은 선택일 수 있겠다. 100유로나 주고 룰을 모른 체 야구같은걸 보라고 해도 짜증이 날 판이니까.


투우장 건물. 이런게 바로 '무데하르 양식'이라고, 아랍문화의 영향을 받아 타일과 식물문향 등이 적용된, 유럽에서 스페인만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다.
유럽에서 아랍문화의 영향을 받은 유일한 나라가 스페인이니까.
그래서 이 나라에 볼 꺼리가 많아진 것이니 쳐들어와준 아랍에게 이제와서 좀 고마워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햇볕이 드는 자리와(솔) 그늘이 지는 자리(솜브라)는 매우 정확히 나뉘는데, 그에 따른 인구밀도도 매우 정확히 나뉜다.
스페인은 담배의 천국이므로 투우장 내에서 당연히 담배를 당당히 피울 수 있다.
혹여 옆에서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워댄다고 언짢은 표현을 했다가는 훨신 더 언짢아하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스페인이 옛날에 담배를 가져다가(정말옛날 식민지시절에) 만들어서 온 유럽에 팔았던 나라이기 때문에
담배에 대해 매우 관대한 문화란다.
내 앞에 앉은 할아버지가 연신 씨가를 피워댔는데, 그 옆에 앉은 북유럽에서 온 소년이 매우 노골적이게 손부채질을 하며 불만을 표현했다.
이 소년이 꿀밤이라도 한대 맞는게 아닌가 조마조마 하며 지켜보았는데
다행이 그런 일은 없었고
그저 할아버지는 끝까지 느긋하게 담배를 피웠고 소년은 끝까지 굉장한 짜증모드였다.


투우가 잔인하다 하여 바르셀로나에서는 이제 영영 폐지된다고 한다. 마드리드로 언젠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없어지기 전에 한번쯤 본 것은 좋은 경험이다.
사실 뭐 일단 보기로 했으면 그냥 보는 것이지 소가 불쌍해... 하며 눈쌀을 찌푸릴 필요는 없다. 어차피 투우는 소가 죽는 경기이니 말이다. 그리고 다들 소 잘 잡수시면서 뭘 그러나 모르겠다. 소가 불쌍해... 하고나서 스테이크 드시잖수? 
투우를 볼 때에는 소를 다루는 투우사들의 움직임과 얼굴을 보아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투우사 아니면 축구선수 하라고 할 정도로 아이돌 수준의 대접을 받는게 투우사. 뜨면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얻는 모양이다.

한 경기에 여러 역할을 하는 투우사들이 나오는데 맨 처음에 나오는 투우사는 카포테 라는 분홍색 천을 들고 나와 소를 약올린다. 소는 깜깜한 곳에 하루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온 상태이므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매우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이기도 하고. 천이 빨갛거나 분홍색이어서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펄럭거리는 소리, 투우사의 기합소리, 천의 움직임을 따라 돌진하는 것이다. 소는 색맹이므로 더더욱이 색깔은 상관이 없다는 것. 그 다음에 말을 탄 기사 스타일의 삐카도르 라는 투우사가 나와서 긴 창으로 소의 등을 찌른다. 소가 성이 나서 말을 마구 들이받기 때문에 말은 갑옷을 입고 있다. 소가 꽤나 드세게 구는데도 말이 잘 버티는걸 보면 말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 다음에는 술이 달린 짧은 칼을 가진 반데리예로 라는 투우사가 나와서 등에 칼을 여러개 꽂는다. 칼이라기 보다 끝이 삼각형이어서 한번 들어가면 데롱데롱 달려서 빠지지 않게 되어있는 작살정도인 어떤 것이다. 이 행위를 보면서 무언가가 계속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 그것은 바로 리마리오의 춤이다. 그 춤은 분명 반데리예로의 움직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일게다.
소가 지쳐갈때 마지막으로 '마타도르'라는 가장 중요한 투우사가 등장한다. 마타도르가 되기 위한 제 1 조건은 준수한 외모. 젊은 나이에 인기를 얻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 정말 아이돌처럼. 마타도르만이 빨간 천을 가질 수 있다. 누군가 빨간 천을 가지고 나오면 그 사람이 주인공인 것이다. 마타도르는 천으로 소를 유인하면서 도망가지 않고 몸 주변에서 소를 이리 저리 돌리며 춤을 추듯 움직인다. 그 동작이 매우 우아하고 느끼하고 유연하고 화려하다.
마타도르는 잠시 소를 다루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후, 검으로 소의 등을 찌르는데 제대로 잘 찌르면 한번에 검이 손잡이부분까지 들어가면서 심장을 관통하고 소는 즉사하게 된다. 세네경기만 봐도 이 마타도르가 잘하는자인지 못하는자인지 딱 알겠는 것이, 소를 빨리 잘 죽여주느냐 아니냐와 소에게서 도망을 치느냐 아니냐가 명확히 보인다.
마타도르가 소를 무서워하거나 소를 빨리 죽이지 못하면 다혈질 스페인 아저씨들이 뭐라뭐라 소리를 쳐댄다. 우리나라 야구장 아저씨들처럼. 화를 낼 때에는 꼭 한 손을 앞으로 하며(그것은 교회에서 손을 막 앞으로 하면서 소리내어 기도할 때의 모습에서 한손만 빼면 되는 스타일인데 삿대질을 손바닥을 펴고 한다고 해야할까...) 엄청난 힐난을 퍼붓는다. 원형경기장이므로 투우사도 그 소리를 고스란히 다 들을 수 있다.
한 경기가 대략 20~25분 정도 진행되고 나는 네 경기 정도를 보았는데, 그 중 90년생 흰옷을 입은 마타도르가 아주 생긴것도 잘생겼고 실력도 좋고 그랬다.
과연 나는 생명존중 뭐 그런 것에 그다지 마음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잘생긴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어느정도 즐기면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 같이 들어갔던 다른 사람들은 두어경기 보고는 다들 먼저 일어섰다.

옛날에 어린이용 수학이야기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내용 중 중국의 어떤 소잡는 사람 이야기가 있었다. 그 사람은 칼을 너무나 잘 다루어서 소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여러 부위로 손질을 했기 때문에 소는 자신이 죽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투우에 이용했던 소는 식용으로 쓰인다고 하니 잘만 죽여준다면야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좀 들고 그렇다. 역시 동양사람들이 손재주가 좋다는 뜬금없는 생각도 들고.


똘레도는 마드리드보다 훨씬 오래된 도시. 추기경이 있는 까테드랄이 아주 볼만하다. 규모도 크고 온갖 사치를 다 부려놓은 것이 돈이 있어야 볼꺼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곳. 거의 사막같이 뜨거운 곳인데다가 구 시가지를 구경하려면 성벽을 타고 올라가서 안으로 들어가야 하므로(성들이 대게 그렇듯 방어하기 좋게 들어가기 힘들게) 가이드님의 빠른 발을 따라잡느라 힘이 좀 들었다.
똘레도가 옛날에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철'이 생산된다는 점. 그래서 지금도 기념품가게들을 보면 검이나 철로 만든 세공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근데 그 내용이 돈키호테에 대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유인 즉슨 돈키호테의 배경이 똘레도이기 때문. 세르반테스는 원래 똘레도 출신이 아니지만 그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자주 들렀던 곳이 똘레도라고. 기사와 귀족들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 좋은 배경이기도 하고. 돈키호테를 한번 읽어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 읽을 수록 명작이라는데 말이다.


우리 리더십 짱이신 가이드님. 앞에서 똘레도 설명중이심


여기도 일본어가 있다.
대체 일본 스페인한테 무슨 짓을 한건가.



올리브나무에 올리브가 열려있다. 남부 지방 버스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도처에 올리브다.
비어있는 땅에 온통 올리브만 심었단다.
하긴 물은 공짜로 안주는 나라에서 뭐 시키면 올리브는 항상 공짜로 주더라.


까테드랄.
왼쪽 탑은 고딕양식, 오른쪽 탑은 이슬람 양식.
각각 지어진 시대가 달라서 이런 독특한 스타일이 되었단다.


이 곳의 특산물 먹을꺼리 중 하나인 견과류 과자. 수녀님들이 과자 만드는거 은근 귀엽다.
여기 들어가서 레모네이드 한잔을 마셨는데 어찌나 시원하고 맛이 있던지 정신줄 놓고 조금 쉬려던 찰나
가이드님이 불러서 젭싸게 뛰쳐나가고 보니 계산을 안한게 아닌가.
대학교때였다면야 얼씨구나 하고 도망갔겠지만
그건 아니니까 다시 뛰어가서 제빨리 계산좀 해달라고 했는데
계산대 직원 세월아 네월아 내가 이걸 떼먹으려고 한걸 알기는 하는건지 여유만만이다.
결국 계산 하고 일행 따라가느라 그 돌바닥을 무지하게 뛰었다.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레스토랑이라는 '보틴'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데 가이드님이 친히 전화로 예약을 해주셨다.
헤밍웨이님이 여기 단골이셨다고.
새끼돼지 통구이 요리 시식.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게 맛이 좋다.
그런데 돼지 머리통이랑 막 그런게 나올 줄 알고 좀 기대했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어린 돼지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셋이서 2인분 시키고, 샐러드 하나랑 갈릭에그스프(난해하다)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다.
샹그리아도 한잔 하고.

------------------------------------------------------------------------------------------------------------------------

똘레도는 마드리드보다 더 덥고 힘든 곳.
더운지방 사람들이 왜 게으른지 너무 알겠음.
성당이 멋있었는데 사진을 못찍게 해서 아쉽.
엘그레코의 힙합그림은 어디 있는 것일까.
가이드 투어 처음 받아봤는데 머 일장 일단이 있음.
예약해놓은 투우를 보았는데 투우의 키포인트는 맨 마지막에 빨간 천을 들고 나오는 투우사가 얼마나 잘생겼느냐에 있음.
이곳의 언니 오빠 동생들은 너무 다 잘생기고 예뻐서 지나가다 흐뭇하게 웃게됨.
특히 14~25사이의 남성들.. 끝내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보틴'에 가서 새끼되지 구이 먹었는데 헤밍웨이 단골집이었다는.
샹그리아를 마셨더니 약간 알딸딸하고 어제 늦게자고 오늘 일찍일어나는 짓을 했으므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놓고 추후에 자세히.

'MJ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드리드] 9월 6일  (2) 2010.09.12
무용담 알러지  (3) 2010.09.12
[마드리드]9월 4일  (2) 2010.09.05
[마드리드] 0903  (2) 2010.09.04
잃어버린 추억 한조각  (2) 2010.03.2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

[마드리드]9월 4일

MJ/여행 / 2010. 9. 5. 08:12

마드리드 첫 숙소 comfortel suite madrid
이름이 수이트라 그런가 정말 방이랑 거실이 나뉘어져 있었다. 혼자 쓰기에 크기가 너무 아까울 정도.
인테리어는 크기에 비해서 좀 아쉽지만 하루쯤 묵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실패한 저녁을 만회하기 위해 고픈 배를 달래며 어제 호텔에 오는 길에 봐두었던 슈퍼에 갔으나 아직 개장 전. 수퍼가 8시반에 문을 안여는 이나라는 역시나 인구 4천만에 연간 관광객 4천만 때문에 먹고 사는 나라인 것인가. (네이버에는 작년한해 4천만명이 방문했다고 되어있었으나, 가이드언니의 말씀으로는 1억명이 넘는다고...) 
동네 까페들은 몇몇 문을 열었는데 들어가서 뭘 먹을지, 아침부터 거하고 짠걸 먹기는 싫은데 주택가 까페에서 영어나 통할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호텔로 돌오는 길에 맥도널드 발견! 아 맥모닝 세트를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 올 줄이야 하고 기뻐하며 달려갔으나 이노무 시키들 맥도널드가 12시에 문을 연덴다. 나 원 참.
호텔 로비에서 아이폰으로 장난 좀 치다가 어제밤에 있던 총각은 어딜 가고 예쁜 언니가 데스크를 보고 있길래 체크아웃시간이 언제인지 물어보니 12시라고 별다를 것 없는 답을 내놓는다. 일단 뭐 그라시아스 한 후, 다시 밖으로 나가 가장 가까운 까페에 성큼 들어가버렸다. 배가 고팠으니까.
화장기 하나 없어도 예쁘고 섹시한 웨이트리스 언니가 머라머라 하는데 도무지 모르겠고 메뉴를 달라고 했더니 그걸 못알아 듣고 둘이 상호간에 매우 불편해지려는 찰나, 주인아저씨가 메뉴를 가져다 주라고 시킨 모양이다. 뭐라뭐라 말을 듣고 메뉴를 가져온걸 보니. 다행히고 영어메뉴기에 햄오믈렛을 시켰더니 또 뭐라뭐라 물어보는데 대강 마실것은 안하겠느냐는 듯 하여 안하겠다고 하고 한 10분 기다리는데...
그 언니가 처음에 뭐라고 했는지 대강 알만한 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츄러스에 커피나 오렌지주스나 다른 무언가를 한잔 마시고 있는 것.
어디 기사식당 메뉴 하나인데 가서 메뉴판 달라고 한 느낌이었던가보다.
어쨌든 모두가 츄러스를 먹을 때 혼자 오믈렛을 먹을 자신이 나는 있으므로 짠 햄이 들어간 오믈렛을 우걱우걱 먹고 아저씨한테 10유로짜리를 흔들며 다가가서 대충 손짓을 했더니 영수증을 주신다. 5.7유로였나... 계란말이 하나에.

예쁜언니가 해주는 체크아웃을 마치고 알폰소XIII역에서 4호선을 타고 빌바오 역까지 가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메넨데즈 펠라요 역으로 와서 민박집 까사솔에 입성.



짐만 두고 나가려고 했는데 주인언니가 이것 저것 챙겨 물어봐주더니 점심전이라고 하니 심지어 떡볶이를 해준다고 해서 아 놔 이거 떡볶이를 싫어하니 맛집이나 알려달라고는 할 수 없고 그냥 저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고 점심먹을만한 데나 소개시켜 달라고 했더니 떡볶이를 해주셨다. 의외로 맛이 괜찮은 떡볶이를 먹으며 오늘 관광지에 대한 완전 최적화된 정보를 얻고 그에 대한 문서까지 첨부받은 후 밖으로 나섰다. 예상대로 나의 여행일정을 말해주었더니 뭐 그런 일정으로 40일이나 보내냐는 표정으로 아... 많이 안돌아다니시는구나.. 정도의 반응을 얻어냈다. 내 루트를 이렇게 만든 JW과 DS는 반성의 시간을 잠시 가져도 좋다.

맞은편에 있는 슈퍼에 가서 물한병 사서 들고 살랑살랑 걸어 내려가는데, 이게 원래 그런 길인건지 씨에스타 시간이라 그런건지 사람이 거의 없었던 관계로 마침 나오는 플라이투더 스카이 노래를 완전 열창하며 아토차역까지 전진해주었다. 아우 옆에 누구 하나 있었으면 애드립까지 완벽했는데 아쉽기 그지없다.



작열하는 태양이 무엇인지 한국에서 나고 자라 죽어간 국문학자들은 모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어깨를 막 벗길 것 같은 햇볕을 뚫고 나아가는데 한국인의 느낌이 물씬 나는데다가 신혼여행 느낌까지 진하게 풍기는 동양인 커플이 별로 헤맬 일이 없는 곳에 서서 지도를 보고 있기에 슬쩍 보았는데, 지도에 스 페 인 이라고 너무 1초만에 읽히는 글자가 써있어서 흠짓 놀랐다. 어딜 알고싶으냐고 물어보고 싶기도 했는데, 신혼여행인데 둘이서 잘 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결론을 내고 나는 내갈길로 전진. 몇분간 태양과 싸운 끝에 소피아 미술관에 당도했다.


버스정류장인가보다. 마드리드는 버스제도가 잘 되어있다고 한다. 나는 시내버스는 못타봤고 시티투어버스(그 2층의 로망)를 타봤는데, 사실 시내 중심부 돌아다니는 데는 버스고 지하철이고 필요없고 그냥 걸어다녀도 충분하다. 여행 와서 아무것도 안보고 점만 찍고 다닐 양이 아니라면.


까만 버스 괜찮지 않나? 괜히 예뻐뵈고 그렇네.
아래는 소피아 미술관 간판...이라고 해야하나?


마드리드는 사실 유럽의 다른 나라 수도들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볼 꺼리도 없는 축에 속한단다. 원래부터 스페인의 수도였던 도시가 아니어서 건물들의 나이가 거의 200년 정도밖에 안되었다는... 200이 밖에라니 서울은 어쩔것이람.(그런데 200이라니 아무래도 미심쩍어 찾아보니 16세기 정도에 수도가 되었으니까 4~500년정도인듯. 나의 기억력이란 아무튼 못말리니까 ㅡ,.ㅡ) 아무튼 잘난 로마나 파리 등에 비해 볼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마드리드는 미술관을 중점 육성하여 두개의 걸출한 미술관을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현대미술관인 레이나 소피아. 하나는 유명 고전 작품들이 상당히 많이 소장되어 있는 프라도. 프라도는 다른 나라들의 미술관과 달리 약탈한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어깨에 힘좀 준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내가 프랑스나 영국 등지를 먼저 가지 않고 스페인에 먼저 온 것이 잘 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을 보고도 시시하게 느낄 수도 있지 않은가. 난 마드리드가 참 괜찮았는데 말이다.


스페인어, 영어, 일본어로 표기된 이름이 있는 표지판이 있었다. 불어도 아니고 이태리어도 아니고 일본어라니...
하긴 이 사람들 생각에 저렇게 생긴 류의글자 하나 써 놓으면 까망머리 동양인들은 다 알아먹지 않을까 한 것 같기도 하다.



토요일은 2시반부터 무료입장이라서 그 기회를 노렸는데 도착해보니 2시도 안되었다. 계단에 나와 같은 처지의 구경객들이 삼사오오 앉아있기에 나도 따라 앉아 좀 쉬다가 미술관 한바퀴 돌고 옆골목 한번 슬쩍 보고 돌아왔더니 그새 줄이 50미터정도 생겼다. 소피아 미술관은 중앙에 네모난 정원이 있고 ㅁ자형 건물의 방방방 마다 전시관이 있는 형식. 자기가 갔던 방과 안갔던 방을 어느정도 기억해야 한다. 1층은 주로 현대 작가들인 것 같고, 2층에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몇몇 있고, 3층에는 뭔가 기획전인듯한 어떤 것이 있고 4층은 옥상 테라스 스타일.
이곳의 최고 인기작은 피카소어르신의 게르니카. 그 앞에만 사람들이 빙그르 둘러싸고 게르니카를 배경으로 한 자신의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나는 미술관에 가서는 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는데, 내가 찍은 사진은 내가 찍었다는 느낌만 있을 뿐, 제대로 찍어놓은 사진에 비해 대체 어떤 점이 이로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음..... 하고 열심히 눈에 담고 왔다. 작품의 크기부터도 위용이 있는데다가 내용도 격렬한 편이고 해서 그런지 압도적인 느낌이 없지않다. 인상파의 엽서크기 원본그림을 봤을 때와는 정 반대의 느낌이랄까.

그 다음은 레티로 공원 반바퀴 정도 돌아주기. 자전거나 뭐 그런게 있었으면 한바퀴 다 돌았겠지만 땡볕에 반바퀴 돈 것도 선방했다고 본다.


ds와 센트럴파크에서 낮잠을 자보겠다고 덤볐다가 몇분 만에 더위를 못참고 박물관으로 도망갔던 일이 생각난다. 뉴욕은 서울이랑 비슷하게 덥고 습했는데 마드리드는 덥고 건조하니까 햇살이 따가운 것만 좀 참으면 돌아다닐 만 하다.



수정궁이라 불리는 유리로 지은 건물과 사람들이 '정말로' 노를 젓고 있는 호수를 보았다. 이 뜨거운 날 사서 노를 젓다니 대단한 사람들이다. 공원에는 굳이 썬텐을 하는 사람들과 보글보글 쪽쪽 하는 연인들과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힘들어 죽겠음이 얼굴에 대자로 써있는 한 동양인 아저씨 말고는 다들 행복해보였다. 대체로 동북아 3국의 아저씨들은 어딜가든 즐거워보이질 않는다. 소피아 미술관에서도 그랬고, 프라도 미술관에서도 그랬다. 어디 술집에나 가야 좀 행복해지시려는지...



그런데 저 수정궁과 뭐 이것 저것을 보고 있노라니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데, 큰 딸 리즐이 좋아하는 청년이랑 밤에 정원에서 만나서 뛰놀며 노래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Sixteen Going On Seventeen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 수정궁이 영화에서의 그것 보다 훨씬 크긴 하지만... 영화에서 이렇게 컸었으면 리즐은 숨차서 죽을뻔 했다.



건물 위에 이렇게 말이니 동상이니 이런게 좀 있어주면 참 별 것 아닌데도 뭐 좀 있어보이고 건물끼리 밤에 얘기를 주고받을 것 같기도 하고
우리들의 학교에 있는 동상들이 그러하듯 밤에 슬쩍 내려와서 돌아다닐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이 건물은 정말로 뭐라 뭐라 하고 있...


몇 시간 동안 걸어 다니는데 자꾸 눈에 밟히던 시티투어 버스.
해가 지고 나서 2층이 덥지 않겠다 싶을 때 과감히 타 주었다.
시원한 바람이 좋기도 하도할샤


까페 앞을 지나는데 저 선풍기 비슷하게 생긴게 무언가를 확확 뿜고 있는거다.
저게 에어컨 바람이 너무 차서 저렇게 뿌옇게 보이는건가 했더니
글쎄 물을 뿌리고 있었던 것.
습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건조한 마드리드에서는 효과가 괜찮다.
실제로 맞아보니 시원하고 슥 마르는게 청량감이 있었다.
저렇게 선풍기 같은게 서 있는 곳도 있고, 파라솔의 우산살 끝부분에서 취익 뿌려지는 곳도 많다.



지나가다 내가 비치길래 전신샷 한 컷.


프라도 미술관의 줄은 엄청나게 길었다. 미술관 반바퀴를 돌아돌아 늘어서 있었으니까.
아무튼 어느나라 사람이건 공짜는 좋은 모양이다.


이 언니 뒷통수가 너무 예뻐서 줄 서 있는 것 찍는척 하면서 한 컷. 머리통이 어찌나 작고 동그란지
숏컷이 정말 잘 어울리는 데다가 머리에 얹은 썬글라스도 머리통에 맞춘 듯.

프라도 미술관은 오늘 6시부터 8시까지 무료라기에 시간맞춰 가보았는데, 소피아와는 양상이 완전 다르게 5시 45분에 갔는데도 줄이 100미터가 넘어보였다.
터너 기획전을 하고 있었고, 내가 좀 노린 것은 아무래도 벨라스케스. 스페인이니까. 근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었다.


뭐 그래도 롯데월드 바이킹 기다리는 것 보다는 빨리 입장해서 딱 눈을 돌리는 순간 미술사 책에 있을법한 난생 처음 보는 완전 거대한 고전 유화들이 카리스마를 뿜고 있다. 세상에 중간에 있는 방에 들어섰더니 좌 티치아노 우 루벤스가 떡하니 있다. 아 이런게 직접 보는 감동이구나 싶은게 미술사 배운 보람도 느끼고 그래도 이름이나마 기억하고 있는 나도 대견하고 그렇다. 내가 사람 이름을 얼마나 못외우는데 말이다.

프라도 미술관은 대략 벨라스케스, 고야, 엘그레코 투성이에 여타 스페인 작가들과 몇몇의 유럽 작가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미로, 보쉬, 루벤스, 렘브란트도 볼 수 있고 대리석 옷을 제대로 입은 대리석상 들도 볼 수 있고, 조명을 너무 제대로 받아서 막 앞에 이젤을 펴야 될 것 같은 조각들도 있다. 벨라스케스의 궁정의 시녀들이나 보쉬의 쾌락정원 같은 것들을 실제로 보게 되리라 기대하지 않았는데(사전조사가 전혀 없었던 관계로) 막 슬슬 다니다 보니 그런 것들이 불쑥불쑥 나온다.
오늘은 8시에 쫓겨나느라 다 못봤는데, 월요일이나 언제 다시 가서 못본 것들을 봐야겠다. 나는 아직도 소피아미술관의 그 컨템포러리 쓰레기 묶음이나 오브제 탑이나 학교 과제나 큐비즘 같은 것 보다 완전 잘그린 유화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쾌락정원은 한 두어시간 봐야 뭐 좀 스토리가 이해가 갈 듯도 하고 그렇다.
고야에 대한 느낌도 좀 있는데, 대게 어느 시절의 작품만 유명해서인지 그 거인이 있는 그림이라던가 작은 시체를 먹고있는 사람의 그림 같은 것만 보고 어 고야는 좀 그런 스타일이구나 했는데, 이사람 멀쩡한 그림도 상당히 잘 그리는 사람이었다. 이름도 왠지 좀 저거한 느낌이 있었는데 벨라스케스 하면 딱 그냥 궁정화가인 듯 하고 고야는 뭔가 제야에 있는 어떤 그런 느낌. ㄷㅅ과 같이 좋아하던 엘그레코의 그림이 하나 있었는데, 힙합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 말이다. 그건 찾지 못했다. 그게 좀 아쉬운 부분.

내가 미술관에서는 사진을 안찍겠다고 해놓고는 이걸 찍어버렸는데, 첨에 이게 뭔가 하고 보다가 완전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세상에 저 벽에 있는 그림을 똑같이 테이블에 대리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아니 어쩌면 테이블이 먼저고 설명을 위해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겠다. 좌우당간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보다가 사진을 찍어버렸다. 왠지 ds보여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저녁에는 유랑에서 만나기로 한 휴가내고 날아온 은행원 동생 만나서 저녁식사. 이친구 준비를 많이 해와서 그냥 따라다니다 보니 유명한 집에 가게 되었다. 저 새우와 마늘 요리가 유명하다 하여 먹어보았는데 봉골레 파스타에 면 빼고 조개 대신 새우 넣은 맛이랄까? 빵이랑 먹으니 괜찮았다. 그 옆에 있는 고로케 비슷하게 생긴 것은 안에 햄이 들어간 어떤 것이었는데 너무 짰으므로 각자 두어개씩 먹다가 포기했다. 새우도 물론 좀 짰지만 빵이랑 먹을 수 있으니 끝까지 다 먹어주었다. 늘 말하는 것이지만 당최 우리나라 음식이 어디매가 짜다는 것인지 원. 찌개를 찌개만 놓고 먹지는 않잖은가!!!

이렇게 마드리드 둘째날은 완료.

'MJ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드리드] 9월 6일  (2) 2010.09.12
무용담 알러지  (3) 2010.09.12
[마드리드-똘레도]9월 5일  (9) 2010.09.11
[마드리드] 0903  (2) 2010.09.04
잃어버린 추억 한조각  (2) 2010.03.2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

[마드리드] 0903

MJ/여행 / 2010. 9. 4. 05:37

무탈하게 도착.
뭐 딱히 급한 것도 없고 해서 설렁설렁 다녔는데 코 앞에 두고 호텔 찾아 한블럭 빙빙 돈거 말고는 일사천리.



체크인 하고 잠시 나가서 죽 걸어내려가서 살라망카 지역을 좀 볼까 했는데
그 초입정도에 도착하니 해가 지려고 하는 기미가 보여서
슬쩍 되돌아 왔다. 하긴 시작이 늦긴 했다.
오늘 길에 슈퍼에 들러 먹을걸 하나 샀는데
에라이 맛이 없어 세스푼 먹고 포기.



스페인은 해가 따가워도 건조해서 땀이 안난다고 장담할 것 까진 없다. 장담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던데 내가 다한증인건가?
가방 맨 옆구리와 접혀있는 팔 사이, 목덜미 정도에 땀 난다. 우리나라보다 쪼끔 안습한 정도.
저녁이 되면 썰렁해서 가디건이 필요하다는 둥 하는 이야기는 스페인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뭐 난 좋다. 남부지방에 가서 해수욕을 즐겨주리라~

내가 탄 비행기가 어딘가에서 마드리드로 오는 경유편의 두번째 비행기였나보다.
그리고 서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경유편의 첫번째 비행기였다.
고로 암스테르담에 가는 앵글로섹슨 계열의 노부부들 한집단, 마드리드로 가는 한국인 한집단, 어딘지 알 수 없으나 스페인도 아니고 멕시코도 아닌 좀 더 험블한 느낌의 사람들 한집단이 섞여있었다.
그 중 게이트에서 부터 유난히 눈에 띄는 아줌마가 있었는데
화상의 영향인지 얼굴과 팔(이 노출되어 있었으므로)이 두개의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줄서기 귀찮아 거의 꼴지로 타서 자리가 가 보니 왠걸 내 옆자리이심.
뭐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필리핀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중인데, 정말 스튜어디스가 안쓰러울 정도로 세번쯤 말해야 문장의 반 알아들을까 말까 하는 미친 발음의 영으로 자꾸 스튜어디스에게 말을 걸고 뭘 부탁하고 질문하고 하는 통에 옆에있는 나까지 좀 짜증이 났다. 예쁜 아줌마였으면 짜증이 덜 났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내 안의 악마가 스리슬쩍 고개를 들어버렸고 별 생각 없음은 완전 비호감으로 방향전환. 자꾸 내 발을 치는 것도 싫고 마드리드에서 학교 다니는 거냐고 물어보는 걸 네번정도 되물어서 알아들어야 하는 것도 죽겠고, 대체 필리핀 사람들은 저런 영어를 하면서 어학연수생들을 꼬드기는 것인가 싶어서 동생 뒷통수도 한대 쳐버리고 싶고 뭐 그랬다.

마지막 식사 타임에 빵을 안먹고 놔두었더니 자기가 좀 가지고 가도 되겠느냐며 내 빵과 버터를 챙김으로써 일련의 이미지에 적당한 방점을 찍어주시고 출국심사하는 줄에서 이리 저리 자리를 옮겨다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내 눈앞에서 사라져주었다. 자기가 마드리드에 일하러 온 것을 상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는데, 혹 무슨 스페인 장관 그런사람이 언더커버 중인가 하는 생각을 2초정도 했지만 그럴리 없다는 쪽이다.

아무튼 그 아줌마가 스튜어디스한테 뭘 물어볼 때 마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내 의자 등받이를 손으로 마구 밀어댔기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으므로
졸려죽겠으니까 빨리 자야 되겠다는 결론.

'MJ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드리드] 9월 6일  (2) 2010.09.12
무용담 알러지  (3) 2010.09.12
[마드리드-똘레도]9월 5일  (9) 2010.09.11
[마드리드]9월 4일  (2) 2010.09.05
잃어버린 추억 한조각  (2) 2010.03.2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


2006년이었나봅니다.
DS와 MJ가 NY에 갔던때가.
관리소홀과 귀차니즘과 실수와 허둥댐이 합쳐져
그날들의 사진을 거의 잃어버렸습니다.
다행히 Dauna 홈페이지에서 몇장 업어오긴 했습니다만.
바로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간혹 보곤 해서 머릿속에는 가득 차 있는 사진들인데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니
참....

앞으로는 잘 보관하는 습관을 들여봐야겠습니다.

잃어버린 우리 젊은날 추억의 뒷모습입니다.

'MJ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드리드] 9월 6일  (2) 2010.09.12
무용담 알러지  (3) 2010.09.12
[마드리드-똘레도]9월 5일  (9) 2010.09.11
[마드리드]9월 4일  (2) 2010.09.05
[마드리드] 0903  (2) 2010.09.0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