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똘레도]9월 5일
MJ/여행 / 2010. 9. 11. 19:36
까사솔 민박은 나보다 한살 어린 언니가 운영하는 생긴지 얼마 안되었다는 민박. 마드리드에서 다른 도시로 기차를 이용할 때 거쳐야 하는 '아토차'역에서 가까운 Menendez Pelayo역에 있다. 사실 이번 스페인 민박집들을 정할 때 공부가 안된 상태에서 골랐던 관계로 나중에 찾아보니 모조리 다 관광하기 딱 좋은 중심가에 위치하는 곳이 아니었다. 까사솔은 그나마 괜찮은 편인 듯 하고(마드리드가 좀 작다), 그라다나 민박은 시내에서 완전 멀고, 바르셀로나도 대략 중심가는 아닌 듯 보인다. 근데 뭐 중심가만 보고 쏙 빠져 나올 것도 아니고 그 위치 아니었으면 전혀 못볼뻔 한 동네도 봤으니까 된거다. 게다가 그라나다와 바르셀로나의 민박은 부촌이라 위치가 그런듯 하니 부촌구경 해주면 되겠고. 남들 위치랑 아침밥 메뉴 보고 민박 고를 때 나는 침대와 욕실을 봤던 것 같다. 뭐 밥먹으러 여행온건 아니니까. 밥은 사실 주던 말던 상관이 없는 정도였고, 가장 큰 이슈는 인원수 대비 욕실 수였다. 까사솔은 내가 갔을 때 나 포함해서 여자 3명 남자 1명밖에 없었던 관계로 아주 편하게 있었고, 바르셀로나의 노체부에나는 워낙에 수용인원수가 적다. 그라나다도 비수기라 손님이 없다고...ㅋㅋ
마드리드 지하철 아주 탈만하다. 우리나라처럼 갈아 타는 곳이 완전 멀거나 너무 깊거나 하지 않아서 계단 몇개 올라가면 너무 놀랍게 지상이 확 나와버리고 통로를 좀 걷다 보면 갈아탈 열차가 확 지나간다. 노선도 8~9개 되는 것 같은데 어쩜 그렇게 얕게 잘 팠나 모르겠다. 열차 너비는 우리나라보다 좀 좁은 편이다. 뉴욕 열차 정도 되려나. 우리나라처럼 넓게 만들어서 꽉꽉 타고 다니는 데가 드문 모양이다. 문이 자동이 아닌 것이 재미난데, 타고 내릴 때 열차가 서면 문에 달린 버튼이나 손잡이를 움직여줘야 문이 열린다. 열릴 줄 알고 가만히 서서 기다리면 다음 역에 가는 거다. 자신이 없거들랑 다른 사람 뒤에 서 있으면 된다. 알아서 열어주니까.
일요일, 유로 자전거나라에서 진행하는 똘마투어(똘레도 마드리드 투어)에 참여해보기로 결정했다. 마드리드만이면야 그냥 부지런히 보면 되는데 똘레도는 마드리드에서 한시간남짓 떨어져있는 옛날 수도인 곳이라 혼자 갈 자신도 의지도 없었으므로 집단에 몸을 맡기기로 한 것. 전날 만난 동생도 같은날 투어에 참여하기로 되어있어 같이 점심이나 먹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적극적인 그녀는 나 말고도 또 한명의 동행과 만나기로 약속을 해 놓았다고 했다. 혼자 여행하는 남자분이라고...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는 그녀는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이길 원했고, 일요일마다 열리는 장터에 가보고싶어 했으므로 투어 모임시간인 9시 이전에 장터에 들르는 모험을 감행했다.
새벽인데다가 일요일이었으므로 골목에 사람이 거의 없고 환경미화원들만 일하는 중이었다. 대충 이쯤이 아닐까 하고 지도도 안들고 나섰다가 어느즈음엔가 이게 아니다 싶어 환경미화원 아저씨 하나와 눈을 맞춘 후 다가가서 길을 묻기로 마음을 먹었다. 영어는 안통할 것이 뻔하고 스페인어는 할 줄을 모르니까 일단 '올라~' 한 다음에 심플하게 가까운 역 이름을 댔다. '오 페 라'라고. 아~ 오페라~ 하더니 한 블럭 옆에서 거슬러 올라가랜다. 사실 더 가까운 역이 있었지만 이름이 길었으므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여 그 다음역 이름을 댔다. 사람도 없고 아직 가로등도 켜져있는 골목길을 걸으려니 얼마간 움츠러드는 기분이었는데 때마침 카라가 프리티걸을 완전 경쾌하게 불러주며 어디서나 당당하게 걸으라기에 당당하게 조금 걸었더니 막 오픈중인 벼룩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순간 만큼은 카라가 짱인 것이다.
열심히 와 보았건만 너무 일찍 와서 다 열지 않아서인지 벼룩시장 자체는 그다지 볼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 5분도 안되어 투어 집합장소로 출발해버렸다. 역시 뭐든 제대로 보려면 제때 가서 느긋하게 즐겨야지 한번 눈에 넣었다는데 의의를 두는 것은 몸만 힘들고 별로다.
오페라역에서 가이드님을 만나 12명정도의 팀을 꾸려 출발. 가이드님은 마이크를, 우리는 리시버와 이어폰을 받았다. 어떻게 쓰는지 모르시는분~ 하기에 손을 들었더니 세상에 나 밖에 없다. 어쩜 사람들이 이렇게 여행도 많이 다니는 데다가 가이드까지 다들 받는것인가?
하긴 스페인을 유럽의 첫 여행지로 택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들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영국 뭐 그런 정도는 다녀들 온 모양새다. 가이드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설명을 했고.
먼저 들른 곳은 투우장. 투우 관람 요령과 진행내용등을 설명듣고 관심있는 사람은 저녁에 마드리드 시내 관광 대신 투우를 관람해도 된단다. 왜냐하면 투우는 일요일에밖에 안하는데 마드리드에 일주일 이상 있는 사람은 없다는 가정 하에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니 기회가 좋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를 끊었고 내 동행들도 당연히 표를 끊기에 나도 그냥 안에나 들어가보자는 생각에 덥석 표를 끊었다.
사실 투우를 제대로 보려면 5월 투우 시즌에 보아야 하는 것이고 그 때에는 온 유럽에서 투우를 보러 마드리드로 몰려든다고 한다. 허나 지금은 비수기여서 투우사들도 2군들만 나오기 때문에 아는 사람 눈에는 경기가 재미없으므로 스페인 사람은 아무도 보러 오지 않고 관광객들만 보러온다고. 투우장이 원형이기 때문에 햇볕이 드는 자리와 그늘이 지는 자리, 시간에 따라 햇볕에서 그늘로 옮겨가는 자리가 나뉘어져 가격차이가 많이 나서 그늘 앞자리 좋은 투우사의 경기는 100유로가 넘는단다. 그러나 요즈음은 일괄 10유로. 그늘의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뭣모르는 관광객에게는 괜찮은 선택일 수 있겠다. 100유로나 주고 룰을 모른 체 야구같은걸 보라고 해도 짜증이 날 판이니까.
햇볕이 드는 자리와(솔) 그늘이 지는 자리(솜브라)는 매우 정확히 나뉘는데, 그에 따른 인구밀도도 매우 정확히 나뉜다.
스페인은 담배의 천국이므로 투우장 내에서 당연히 담배를 당당히 피울 수 있다.
혹여 옆에서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워댄다고 언짢은 표현을 했다가는 훨신 더 언짢아하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스페인이 옛날에 담배를 가져다가(정말옛날 식민지시절에) 만들어서 온 유럽에 팔았던 나라이기 때문에
담배에 대해 매우 관대한 문화란다.
내 앞에 앉은 할아버지가 연신 씨가를 피워댔는데, 그 옆에 앉은 북유럽에서 온 소년이 매우 노골적이게 손부채질을 하며 불만을 표현했다.
이 소년이 꿀밤이라도 한대 맞는게 아닌가 조마조마 하며 지켜보았는데
다행이 그런 일은 없었고
그저 할아버지는 끝까지 느긋하게 담배를 피웠고 소년은 끝까지 굉장한 짜증모드였다.
투우가 잔인하다 하여 바르셀로나에서는 이제 영영 폐지된다고 한다. 마드리드로 언젠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없어지기 전에 한번쯤 본 것은 좋은 경험이다.
사실 뭐 일단 보기로 했으면 그냥 보는 것이지 소가 불쌍해... 하며 눈쌀을 찌푸릴 필요는 없다. 어차피 투우는 소가 죽는 경기이니 말이다. 그리고 다들 소 잘 잡수시면서 뭘 그러나 모르겠다. 소가 불쌍해... 하고나서 스테이크 드시잖수?
투우를 볼 때에는 소를 다루는 투우사들의 움직임과 얼굴을 보아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투우사 아니면 축구선수 하라고 할 정도로 아이돌 수준의 대접을 받는게 투우사. 뜨면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얻는 모양이다.
한 경기에 여러 역할을 하는 투우사들이 나오는데 맨 처음에 나오는 투우사는 카포테 라는 분홍색 천을 들고 나와 소를 약올린다. 소는 깜깜한 곳에 하루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온 상태이므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매우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이기도 하고. 천이 빨갛거나 분홍색이어서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펄럭거리는 소리, 투우사의 기합소리, 천의 움직임을 따라 돌진하는 것이다. 소는 색맹이므로 더더욱이 색깔은 상관이 없다는 것. 그 다음에 말을 탄 기사 스타일의 삐카도르 라는 투우사가 나와서 긴 창으로 소의 등을 찌른다. 소가 성이 나서 말을 마구 들이받기 때문에 말은 갑옷을 입고 있다. 소가 꽤나 드세게 구는데도 말이 잘 버티는걸 보면 말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 다음에는 술이 달린 짧은 칼을 가진 반데리예로 라는 투우사가 나와서 등에 칼을 여러개 꽂는다. 칼이라기 보다 끝이 삼각형이어서 한번 들어가면 데롱데롱 달려서 빠지지 않게 되어있는 작살정도인 어떤 것이다. 이 행위를 보면서 무언가가 계속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 그것은 바로 리마리오의 춤이다. 그 춤은 분명 반데리예로의 움직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일게다.
소가 지쳐갈때 마지막으로 '마타도르'라는 가장 중요한 투우사가 등장한다. 마타도르가 되기 위한 제 1 조건은 준수한 외모. 젊은 나이에 인기를 얻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 정말 아이돌처럼. 마타도르만이 빨간 천을 가질 수 있다. 누군가 빨간 천을 가지고 나오면 그 사람이 주인공인 것이다. 마타도르는 천으로 소를 유인하면서 도망가지 않고 몸 주변에서 소를 이리 저리 돌리며 춤을 추듯 움직인다. 그 동작이 매우 우아하고 느끼하고 유연하고 화려하다.
마타도르는 잠시 소를 다루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후, 검으로 소의 등을 찌르는데 제대로 잘 찌르면 한번에 검이 손잡이부분까지 들어가면서 심장을 관통하고 소는 즉사하게 된다. 세네경기만 봐도 이 마타도르가 잘하는자인지 못하는자인지 딱 알겠는 것이, 소를 빨리 잘 죽여주느냐 아니냐와 소에게서 도망을 치느냐 아니냐가 명확히 보인다.
마타도르가 소를 무서워하거나 소를 빨리 죽이지 못하면 다혈질 스페인 아저씨들이 뭐라뭐라 소리를 쳐댄다. 우리나라 야구장 아저씨들처럼. 화를 낼 때에는 꼭 한 손을 앞으로 하며(그것은 교회에서 손을 막 앞으로 하면서 소리내어 기도할 때의 모습에서 한손만 빼면 되는 스타일인데 삿대질을 손바닥을 펴고 한다고 해야할까...) 엄청난 힐난을 퍼붓는다. 원형경기장이므로 투우사도 그 소리를 고스란히 다 들을 수 있다.
한 경기가 대략 20~25분 정도 진행되고 나는 네 경기 정도를 보았는데, 그 중 90년생 흰옷을 입은 마타도르가 아주 생긴것도 잘생겼고 실력도 좋고 그랬다.
과연 나는 생명존중 뭐 그런 것에 그다지 마음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잘생긴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어느정도 즐기면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 같이 들어갔던 다른 사람들은 두어경기 보고는 다들 먼저 일어섰다.
옛날에 어린이용 수학이야기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내용 중 중국의 어떤 소잡는 사람 이야기가 있었다. 그 사람은 칼을 너무나 잘 다루어서 소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여러 부위로 손질을 했기 때문에 소는 자신이 죽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투우에 이용했던 소는 식용으로 쓰인다고 하니 잘만 죽여준다면야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좀 들고 그렇다. 역시 동양사람들이 손재주가 좋다는 뜬금없는 생각도 들고.
똘레도는 마드리드보다 훨씬 오래된 도시. 추기경이 있는 까테드랄이 아주 볼만하다. 규모도 크고 온갖 사치를 다 부려놓은 것이 돈이 있어야 볼꺼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곳. 거의 사막같이 뜨거운 곳인데다가 구 시가지를 구경하려면 성벽을 타고 올라가서 안으로 들어가야 하므로(성들이 대게 그렇듯 방어하기 좋게 들어가기 힘들게) 가이드님의 빠른 발을 따라잡느라 힘이 좀 들었다.
똘레도가 옛날에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철'이 생산된다는 점. 그래서 지금도 기념품가게들을 보면 검이나 철로 만든 세공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근데 그 내용이 돈키호테에 대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유인 즉슨 돈키호테의 배경이 똘레도이기 때문. 세르반테스는 원래 똘레도 출신이 아니지만 그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자주 들렀던 곳이 똘레도라고. 기사와 귀족들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 좋은 배경이기도 하고. 돈키호테를 한번 읽어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 읽을 수록 명작이라는데 말이다.
마드리드 지하철 아주 탈만하다. 우리나라처럼 갈아 타는 곳이 완전 멀거나 너무 깊거나 하지 않아서 계단 몇개 올라가면 너무 놀랍게 지상이 확 나와버리고 통로를 좀 걷다 보면 갈아탈 열차가 확 지나간다. 노선도 8~9개 되는 것 같은데 어쩜 그렇게 얕게 잘 팠나 모르겠다. 열차 너비는 우리나라보다 좀 좁은 편이다. 뉴욕 열차 정도 되려나. 우리나라처럼 넓게 만들어서 꽉꽉 타고 다니는 데가 드문 모양이다. 문이 자동이 아닌 것이 재미난데, 타고 내릴 때 열차가 서면 문에 달린 버튼이나 손잡이를 움직여줘야 문이 열린다. 열릴 줄 알고 가만히 서서 기다리면 다음 역에 가는 거다. 자신이 없거들랑 다른 사람 뒤에 서 있으면 된다. 알아서 열어주니까.
일요일, 유로 자전거나라에서 진행하는 똘마투어(똘레도 마드리드 투어)에 참여해보기로 결정했다. 마드리드만이면야 그냥 부지런히 보면 되는데 똘레도는 마드리드에서 한시간남짓 떨어져있는 옛날 수도인 곳이라 혼자 갈 자신도 의지도 없었으므로 집단에 몸을 맡기기로 한 것. 전날 만난 동생도 같은날 투어에 참여하기로 되어있어 같이 점심이나 먹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적극적인 그녀는 나 말고도 또 한명의 동행과 만나기로 약속을 해 놓았다고 했다. 혼자 여행하는 남자분이라고...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는 그녀는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이길 원했고, 일요일마다 열리는 장터에 가보고싶어 했으므로 투어 모임시간인 9시 이전에 장터에 들르는 모험을 감행했다.
새벽인데다가 일요일이었으므로 골목에 사람이 거의 없고 환경미화원들만 일하는 중이었다. 대충 이쯤이 아닐까 하고 지도도 안들고 나섰다가 어느즈음엔가 이게 아니다 싶어 환경미화원 아저씨 하나와 눈을 맞춘 후 다가가서 길을 묻기로 마음을 먹었다. 영어는 안통할 것이 뻔하고 스페인어는 할 줄을 모르니까 일단 '올라~' 한 다음에 심플하게 가까운 역 이름을 댔다. '오 페 라'라고. 아~ 오페라~ 하더니 한 블럭 옆에서 거슬러 올라가랜다. 사실 더 가까운 역이 있었지만 이름이 길었으므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여 그 다음역 이름을 댔다. 사람도 없고 아직 가로등도 켜져있는 골목길을 걸으려니 얼마간 움츠러드는 기분이었는데 때마침 카라가 프리티걸을 완전 경쾌하게 불러주며 어디서나 당당하게 걸으라기에 당당하게 조금 걸었더니 막 오픈중인 벼룩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순간 만큼은 카라가 짱인 것이다.
열심히 와 보았건만 너무 일찍 와서 다 열지 않아서인지 벼룩시장 자체는 그다지 볼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 5분도 안되어 투어 집합장소로 출발해버렸다. 역시 뭐든 제대로 보려면 제때 가서 느긋하게 즐겨야지 한번 눈에 넣었다는데 의의를 두는 것은 몸만 힘들고 별로다.
오페라역에서 가이드님을 만나 12명정도의 팀을 꾸려 출발. 가이드님은 마이크를, 우리는 리시버와 이어폰을 받았다. 어떻게 쓰는지 모르시는분~ 하기에 손을 들었더니 세상에 나 밖에 없다. 어쩜 사람들이 이렇게 여행도 많이 다니는 데다가 가이드까지 다들 받는것인가?
하긴 스페인을 유럽의 첫 여행지로 택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들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영국 뭐 그런 정도는 다녀들 온 모양새다. 가이드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설명을 했고.
먼저 들른 곳은 투우장. 투우 관람 요령과 진행내용등을 설명듣고 관심있는 사람은 저녁에 마드리드 시내 관광 대신 투우를 관람해도 된단다. 왜냐하면 투우는 일요일에밖에 안하는데 마드리드에 일주일 이상 있는 사람은 없다는 가정 하에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니 기회가 좋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를 끊었고 내 동행들도 당연히 표를 끊기에 나도 그냥 안에나 들어가보자는 생각에 덥석 표를 끊었다.
사실 투우를 제대로 보려면 5월 투우 시즌에 보아야 하는 것이고 그 때에는 온 유럽에서 투우를 보러 마드리드로 몰려든다고 한다. 허나 지금은 비수기여서 투우사들도 2군들만 나오기 때문에 아는 사람 눈에는 경기가 재미없으므로 스페인 사람은 아무도 보러 오지 않고 관광객들만 보러온다고. 투우장이 원형이기 때문에 햇볕이 드는 자리와 그늘이 지는 자리, 시간에 따라 햇볕에서 그늘로 옮겨가는 자리가 나뉘어져 가격차이가 많이 나서 그늘 앞자리 좋은 투우사의 경기는 100유로가 넘는단다. 그러나 요즈음은 일괄 10유로. 그늘의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뭣모르는 관광객에게는 괜찮은 선택일 수 있겠다. 100유로나 주고 룰을 모른 체 야구같은걸 보라고 해도 짜증이 날 판이니까.
투우장 건물. 이런게 바로 '무데하르 양식'이라고, 아랍문화의 영향을 받아 타일과 식물문향 등이 적용된, 유럽에서 스페인만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다.
유럽에서 아랍문화의 영향을 받은 유일한 나라가 스페인이니까.
그래서 이 나라에 볼 꺼리가 많아진 것이니 쳐들어와준 아랍에게 이제와서 좀 고마워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유럽에서 아랍문화의 영향을 받은 유일한 나라가 스페인이니까.
그래서 이 나라에 볼 꺼리가 많아진 것이니 쳐들어와준 아랍에게 이제와서 좀 고마워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햇볕이 드는 자리와(솔) 그늘이 지는 자리(솜브라)는 매우 정확히 나뉘는데, 그에 따른 인구밀도도 매우 정확히 나뉜다.
스페인은 담배의 천국이므로 투우장 내에서 당연히 담배를 당당히 피울 수 있다.
혹여 옆에서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워댄다고 언짢은 표현을 했다가는 훨신 더 언짢아하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스페인이 옛날에 담배를 가져다가(정말옛날 식민지시절에) 만들어서 온 유럽에 팔았던 나라이기 때문에
담배에 대해 매우 관대한 문화란다.
내 앞에 앉은 할아버지가 연신 씨가를 피워댔는데, 그 옆에 앉은 북유럽에서 온 소년이 매우 노골적이게 손부채질을 하며 불만을 표현했다.
이 소년이 꿀밤이라도 한대 맞는게 아닌가 조마조마 하며 지켜보았는데
다행이 그런 일은 없었고
그저 할아버지는 끝까지 느긋하게 담배를 피웠고 소년은 끝까지 굉장한 짜증모드였다.
투우가 잔인하다 하여 바르셀로나에서는 이제 영영 폐지된다고 한다. 마드리드로 언젠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없어지기 전에 한번쯤 본 것은 좋은 경험이다.
사실 뭐 일단 보기로 했으면 그냥 보는 것이지 소가 불쌍해... 하며 눈쌀을 찌푸릴 필요는 없다. 어차피 투우는 소가 죽는 경기이니 말이다. 그리고 다들 소 잘 잡수시면서 뭘 그러나 모르겠다. 소가 불쌍해... 하고나서 스테이크 드시잖수?
투우를 볼 때에는 소를 다루는 투우사들의 움직임과 얼굴을 보아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투우사 아니면 축구선수 하라고 할 정도로 아이돌 수준의 대접을 받는게 투우사. 뜨면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얻는 모양이다.
한 경기에 여러 역할을 하는 투우사들이 나오는데 맨 처음에 나오는 투우사는 카포테 라는 분홍색 천을 들고 나와 소를 약올린다. 소는 깜깜한 곳에 하루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온 상태이므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매우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이기도 하고. 천이 빨갛거나 분홍색이어서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펄럭거리는 소리, 투우사의 기합소리, 천의 움직임을 따라 돌진하는 것이다. 소는 색맹이므로 더더욱이 색깔은 상관이 없다는 것. 그 다음에 말을 탄 기사 스타일의 삐카도르 라는 투우사가 나와서 긴 창으로 소의 등을 찌른다. 소가 성이 나서 말을 마구 들이받기 때문에 말은 갑옷을 입고 있다. 소가 꽤나 드세게 구는데도 말이 잘 버티는걸 보면 말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 다음에는 술이 달린 짧은 칼을 가진 반데리예로 라는 투우사가 나와서 등에 칼을 여러개 꽂는다. 칼이라기 보다 끝이 삼각형이어서 한번 들어가면 데롱데롱 달려서 빠지지 않게 되어있는 작살정도인 어떤 것이다. 이 행위를 보면서 무언가가 계속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 그것은 바로 리마리오의 춤이다. 그 춤은 분명 반데리예로의 움직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일게다.
소가 지쳐갈때 마지막으로 '마타도르'라는 가장 중요한 투우사가 등장한다. 마타도르가 되기 위한 제 1 조건은 준수한 외모. 젊은 나이에 인기를 얻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 정말 아이돌처럼. 마타도르만이 빨간 천을 가질 수 있다. 누군가 빨간 천을 가지고 나오면 그 사람이 주인공인 것이다. 마타도르는 천으로 소를 유인하면서 도망가지 않고 몸 주변에서 소를 이리 저리 돌리며 춤을 추듯 움직인다. 그 동작이 매우 우아하고 느끼하고 유연하고 화려하다.
마타도르는 잠시 소를 다루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후, 검으로 소의 등을 찌르는데 제대로 잘 찌르면 한번에 검이 손잡이부분까지 들어가면서 심장을 관통하고 소는 즉사하게 된다. 세네경기만 봐도 이 마타도르가 잘하는자인지 못하는자인지 딱 알겠는 것이, 소를 빨리 잘 죽여주느냐 아니냐와 소에게서 도망을 치느냐 아니냐가 명확히 보인다.
마타도르가 소를 무서워하거나 소를 빨리 죽이지 못하면 다혈질 스페인 아저씨들이 뭐라뭐라 소리를 쳐댄다. 우리나라 야구장 아저씨들처럼. 화를 낼 때에는 꼭 한 손을 앞으로 하며(그것은 교회에서 손을 막 앞으로 하면서 소리내어 기도할 때의 모습에서 한손만 빼면 되는 스타일인데 삿대질을 손바닥을 펴고 한다고 해야할까...) 엄청난 힐난을 퍼붓는다. 원형경기장이므로 투우사도 그 소리를 고스란히 다 들을 수 있다.
한 경기가 대략 20~25분 정도 진행되고 나는 네 경기 정도를 보았는데, 그 중 90년생 흰옷을 입은 마타도르가 아주 생긴것도 잘생겼고 실력도 좋고 그랬다.
과연 나는 생명존중 뭐 그런 것에 그다지 마음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잘생긴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어느정도 즐기면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 같이 들어갔던 다른 사람들은 두어경기 보고는 다들 먼저 일어섰다.
옛날에 어린이용 수학이야기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내용 중 중국의 어떤 소잡는 사람 이야기가 있었다. 그 사람은 칼을 너무나 잘 다루어서 소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여러 부위로 손질을 했기 때문에 소는 자신이 죽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투우에 이용했던 소는 식용으로 쓰인다고 하니 잘만 죽여준다면야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좀 들고 그렇다. 역시 동양사람들이 손재주가 좋다는 뜬금없는 생각도 들고.
똘레도는 마드리드보다 훨씬 오래된 도시. 추기경이 있는 까테드랄이 아주 볼만하다. 규모도 크고 온갖 사치를 다 부려놓은 것이 돈이 있어야 볼꺼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곳. 거의 사막같이 뜨거운 곳인데다가 구 시가지를 구경하려면 성벽을 타고 올라가서 안으로 들어가야 하므로(성들이 대게 그렇듯 방어하기 좋게 들어가기 힘들게) 가이드님의 빠른 발을 따라잡느라 힘이 좀 들었다.
똘레도가 옛날에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철'이 생산된다는 점. 그래서 지금도 기념품가게들을 보면 검이나 철로 만든 세공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근데 그 내용이 돈키호테에 대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유인 즉슨 돈키호테의 배경이 똘레도이기 때문. 세르반테스는 원래 똘레도 출신이 아니지만 그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자주 들렀던 곳이 똘레도라고. 기사와 귀족들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 좋은 배경이기도 하고. 돈키호테를 한번 읽어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 읽을 수록 명작이라는데 말이다.
우리 리더십 짱이신 가이드님. 앞에서 똘레도 설명중이심
여기도 일본어가 있다.
대체 일본 스페인한테 무슨 짓을 한건가.
올리브나무에 올리브가 열려있다. 남부 지방 버스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도처에 올리브다.
비어있는 땅에 온통 올리브만 심었단다.
하긴 물은 공짜로 안주는 나라에서 뭐 시키면 올리브는 항상 공짜로 주더라.
까테드랄.
왼쪽 탑은 고딕양식, 오른쪽 탑은 이슬람 양식.
각각 지어진 시대가 달라서 이런 독특한 스타일이 되었단다.
이 곳의 특산물 먹을꺼리 중 하나인 견과류 과자. 수녀님들이 과자 만드는거 은근 귀엽다.
여기 들어가서 레모네이드 한잔을 마셨는데 어찌나 시원하고 맛이 있던지 정신줄 놓고 조금 쉬려던 찰나
가이드님이 불러서 젭싸게 뛰쳐나가고 보니 계산을 안한게 아닌가.
대학교때였다면야 얼씨구나 하고 도망갔겠지만
그건 아니니까 다시 뛰어가서 제빨리 계산좀 해달라고 했는데
계산대 직원 세월아 네월아 내가 이걸 떼먹으려고 한걸 알기는 하는건지 여유만만이다.
결국 계산 하고 일행 따라가느라 그 돌바닥을 무지하게 뛰었다.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레스토랑이라는 '보틴'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데 가이드님이 친히 전화로 예약을 해주셨다.
헤밍웨이님이 여기 단골이셨다고.
새끼돼지 통구이 요리 시식.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게 맛이 좋다.
그런데 돼지 머리통이랑 막 그런게 나올 줄 알고 좀 기대했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어린 돼지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셋이서 2인분 시키고, 샐러드 하나랑 갈릭에그스프(난해하다)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다.
샹그리아도 한잔 하고.
------------------------------------------------------------------------------------------------------------------------
똘레도는 마드리드보다 더 덥고 힘든 곳.
더운지방 사람들이 왜 게으른지 너무 알겠음.
성당이 멋있었는데 사진을 못찍게 해서 아쉽.
엘그레코의 힙합그림은 어디 있는 것일까.
가이드 투어 처음 받아봤는데 머 일장 일단이 있음.
예약해놓은 투우를 보았는데 투우의 키포인트는 맨 마지막에 빨간 천을 들고 나오는 투우사가 얼마나 잘생겼느냐에 있음.
이곳의 언니 오빠 동생들은 너무 다 잘생기고 예뻐서 지나가다 흐뭇하게 웃게됨.
특히 14~25사이의 남성들.. 끝내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보틴'에 가서 새끼되지 구이 먹었는데 헤밍웨이 단골집이었다는.
샹그리아를 마셨더니 약간 알딸딸하고 어제 늦게자고 오늘 일찍일어나는 짓을 했으므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놓고 추후에 자세히.
여기도 일본어가 있다.
대체 일본 스페인한테 무슨 짓을 한건가.
올리브나무에 올리브가 열려있다. 남부 지방 버스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도처에 올리브다.
비어있는 땅에 온통 올리브만 심었단다.
하긴 물은 공짜로 안주는 나라에서 뭐 시키면 올리브는 항상 공짜로 주더라.
까테드랄.
왼쪽 탑은 고딕양식, 오른쪽 탑은 이슬람 양식.
각각 지어진 시대가 달라서 이런 독특한 스타일이 되었단다.
이 곳의 특산물 먹을꺼리 중 하나인 견과류 과자. 수녀님들이 과자 만드는거 은근 귀엽다.
여기 들어가서 레모네이드 한잔을 마셨는데 어찌나 시원하고 맛이 있던지 정신줄 놓고 조금 쉬려던 찰나
가이드님이 불러서 젭싸게 뛰쳐나가고 보니 계산을 안한게 아닌가.
대학교때였다면야 얼씨구나 하고 도망갔겠지만
그건 아니니까 다시 뛰어가서 제빨리 계산좀 해달라고 했는데
계산대 직원 세월아 네월아 내가 이걸 떼먹으려고 한걸 알기는 하는건지 여유만만이다.
결국 계산 하고 일행 따라가느라 그 돌바닥을 무지하게 뛰었다.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레스토랑이라는 '보틴'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데 가이드님이 친히 전화로 예약을 해주셨다.
헤밍웨이님이 여기 단골이셨다고.
새끼돼지 통구이 요리 시식.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게 맛이 좋다.
그런데 돼지 머리통이랑 막 그런게 나올 줄 알고 좀 기대했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어린 돼지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셋이서 2인분 시키고, 샐러드 하나랑 갈릭에그스프(난해하다)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다.
샹그리아도 한잔 하고.
------------------------------------------------------------------------------------------------------------------------
똘레도는 마드리드보다 더 덥고 힘든 곳.
더운지방 사람들이 왜 게으른지 너무 알겠음.
성당이 멋있었는데 사진을 못찍게 해서 아쉽.
엘그레코의 힙합그림은 어디 있는 것일까.
가이드 투어 처음 받아봤는데 머 일장 일단이 있음.
예약해놓은 투우를 보았는데 투우의 키포인트는 맨 마지막에 빨간 천을 들고 나오는 투우사가 얼마나 잘생겼느냐에 있음.
이곳의 언니 오빠 동생들은 너무 다 잘생기고 예뻐서 지나가다 흐뭇하게 웃게됨.
특히 14~25사이의 남성들.. 끝내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보틴'에 가서 새끼되지 구이 먹었는데 헤밍웨이 단골집이었다는.
샹그리아를 마셨더니 약간 알딸딸하고 어제 늦게자고 오늘 일찍일어나는 짓을 했으므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놓고 추후에 자세히.
'MJ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드리드] 9월 6일 (2) | 2010.09.12 |
---|---|
무용담 알러지 (3) | 2010.09.12 |
[마드리드]9월 4일 (2) | 2010.09.05 |
[마드리드] 0903 (2) | 2010.09.04 |
잃어버린 추억 한조각 (2) | 2010.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