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jiroom DS와 MJ의 블로그입니다. 주인장이 두명이므로 좀 헷갈릴 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헷갈리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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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09월 11일

MJ/여행 / 2010. 9. 29. 07:35

민박집 아저씨가 집 가까이에서 주말마다 장이 선다고 구경하라 하시기에 신발이나 하나 건져볼까 하고 나가보았다.
역시나 여기는 장도 새벽같이 서는 일은 없는 모양인지 10시가 다 되어 갔는데도 이제 슬슬 판좀 벌려볼까 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동양인 여자애가 슬슬 걸어다니니 지나가는 가게안 주인마다 별일이라는 듯 쳐다본다. 장터는 생각보다 아주 길게 이어져서 끝에서 끝까지 휘휘 저으며 걸어가도 15분은 걸리는 거리다. 옷, 신발, 장신구, 과일, 젤리, 과자, 장식품, 식기, 냄비 등등 이것 저것 팔만 한 것은 다 파는 시스템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넘어와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도 많이들 와 있었는데, 그 중 시장 초입에 자리를 잡고 옷을 파는 총각이 아주 인상깊었다. 혼자 묵묵히 디스플레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장터 끝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보니, 게중 아주 썩 괜찮은 스타일의 옷과 신발들을 내어놓았을 뿐 아니라 주 무기인듯 한 옷 몇개에 그 옷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은 런웨이 모델들의 사진을 오려서 같이 걸어놓았다. 장소는 그라나다 촌구석 동네 장터일지언정 마인드는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디자이너 못지 않다. 처음에는 그 집에서 쪼리나 사볼까 했는데, 어느새 쪼리는 보이지도 않고 엄청나게 높은 킬힐만 꺼내놓아 밖에서 슬쩍 구경만 하고 말았다. 재주있는 그 총각의 꿈은 아마도 도시로 나가서 자신의 샵을 차리는 것일텐데,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족들이 항구 앞에서 자리 깔고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이미테이션을 팔다가 단속원이 나타나면 보따리 짊어지고 뛰어 도망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그라나다는 정말 조용하고 깨끗하고 착하고 저렴한 동네인데, 터프한 도시생활도 센스있게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네르하에서 보았던 아프리칸도 생각이 난다. 관광객에게 1:1로 컨택하여 자신이 직접 만든 동물모양 나무조각을 사라고 설득하는 친구였는데, 그 표정이 사뭇 진지해보이고 네고하는 모양새도 때를 쓰는게 아니라 이 작품의 가치를 인정해달라는 투의 조곤조곤함이 있는데다가 쿨러닝(자마이카 선수들이 봅슬레이 하는 영화 있다. 우리 국가대표 같은)에나 나올 법 한 아프리카 전통 의상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 푸대자루같은 원피스 말이다. 이들은 정말이지 미국에서 보는 그 힙합 마약 권총 아프리칸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볼 때 마다 느낌이 새롭다.

지나가다 보니 유독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과일집이 보이기에 그 틈에 끼어 두리번거려 보았더니 멜론이 2통에 3유로 밖에 안한다. 저걸 살까 말까 한참 고민을 하면서 시장을 다 돌아다녀 본 후 사기로 마음을 먹고 아저씨와 대면. 한통은 안되겠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씨알도 안먹힌다. 여기 있는 것은 두 통에 3유로, 저기 있는 것은 두 통에 4유로랜다. 알았으니 그냥 3유로짜리 두 통 달라고 해서 그걸 들고 낑낑대며 민박으로 돌아와 반개를 썰어놓고 침대에 앉으니 내심 뿌듯하기 그지없다. 이 맛있는 멜론을 두 통이나 먹어도 되다니. 그것도 한번에 반통씩. 먹다 먹다 지겨워질 때 까지 멜론을 먹어본 며칠이었다.

시내에 나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헷갈려서 너무 일찍 내려버렸다. 시내 방향으로 무작정 가보려다가 이 동네는 아무래도 도시랑은 좀 달라서 잘못하면 영영 산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버스 정류장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아저씨 두명과 아줌마 한명이 나의 타겟이 되었다. 다가가서 지도를 보여주며 길을 물으니 셋이 한참 상의를 하다가 그들이 타야하는 버스를 놓쳐버렸다. 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아저씨 한명과 아줌마가 생각보다 너무 크게 화를 내며 버스가 지나간 방향으로 손짓을 막 하더니 버스를 따라 가버렸는데, 남은 아저씨 한명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지도만 보고 있다. 셋이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셋 다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남은 아저씨는 자신이 아는 로타리 이름을 하나 찾아내고는 그 방향을 가르쳐 주었는데, 100% 스페인어였기 때문에 쭉 가다가 왼쪽 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쨌든 쭉 가다가 건널목 맞은편에 나타난 아가씨를 두번재 표적으로 삼고 길을 물었더니, 이 아가씨 지도도 못보고 영어도 전혀 못하고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저기 건너편에 남자한테 물어보랜다. 그러면서 혼자 뭐라뭐라 아주 말을 많이 하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영어도 못하고 지도도 못봐서 자기도 난감한 모양이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길을 건너서 제일 먼저 만난 30대 남자에게 다시 길을 물었는데, thank god. 이 남자 영어 좀 알 줄 아는 데다가 절차도 명확하다. 일단 네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니? 부터 시작하신다. 와우 내가 그걸 모르겠다고 했더니 찬찬히 지도를 보다가 제대로된 디렉션을 주신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뭐라도 있었으면 하나 주는 건데, 외국사람들이 애니타임을 좋아한다는 걸 좀 알아 왔으면 좋았을 뻔 했다.

아무튼 여기서 얻은 교훈은 왠만하면 남성에게, 30대 정도에게 길을 묻는 것이 정확한 답을 얻는 방법이다 정도. 비단 이 경우 뿐 아니라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몇 번 길을 물어봤었는데 나는 인도 여자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여기 여자들도 길을 영 이상한 방향으로 가르쳐 주거나 영어를 아예 못하거나 해서 같은 여자인 나조차도 아.. 여자에게는 길을 물어보면 안되는 것인가 라는 결론을 내게 해버렸다. 젊은애들은 왠지 무섭고, 노인들은 노력은 엄청나게 해주시지만 결과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남은 것은 30~40대 남자가 되어버렸다.

시내에 큰 슈퍼가 있길래 물과 우유와 빵을 골라서 계산대에 줄을 서 있는데 아기 데리고 나온 젊은 아빠가 너 계산할거 그거밖에 없느냐고 내 앞에서 계산하라고 해주어서 완전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앞 뒤로 엄청난 장보기 아줌마 사이에서 물 한 병 들고 기다리는) 아줌마들은 절대 양보같은거 안해준다. 어딜가나 아줌마는 똑같은모양이다.

말이 나온 김에
통로에서 마주쳤을 때, 남자들이 당연히 양보해준다. 내가 별 생각없이 기다리고 서있으니 같이 기다리고 섰다.
어린애들부터 노인들까지 커플들은 모두 다정하고 손을 잡고 다니며, 신호 기다리가다 쪽, 화장실 갔다 와서 쪽, 얘기하다가 쪽, 틈만 나면 쪽쪽 키스다.
문 열어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할머니가 밥을 다 먹고 일어설 때 할아버지가 앞에 앉아있다가도 얼른 일어나 의자를 빼준다.
지하철에서 할아버지 한테는 자리를 양보하면 안된단다. 자존심에 상처입어 크게 화내실지도 모른다고 가이드가 말해주었다.
남자들보다 훨씬 많은 여자들이 손에 담배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완전 후줄근한 할아버지도 여기사람은 안그러는데, 40~50대 동양 관광객 아저씨들 양말에 샌들 아직도 신고 다닌다.
석회가 많은 물 때문에 할머니들 중에 발목이 아주 굵고 정맥류가 생긴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쫌 못생겼다 싶은 동양 여자들은 일본어 책을, 예쁘장하다 싶은 동양 여자들은 한국어 책을, 스타일 좀 괜찮다 싶은 동양인 남자들은 일본어 책을 들고 다닌다.
미술관이란 미술관에는 모조리 한국 여자가 있다.
스타벅스와 ZARA에도 100% 한국 여자가 두명 이상 존재한다.
한국 남자는 글쎄 암만 봐도 잘 안보이는데 간혹 의심되는 사례로는
1. 낚시 모자를 쓰고 엄청 좋아보이는 DSLR를 가지고 혼자 사진을 열심히 찍어대던 아저씨
2. 녹두에서 바로 비행기 타고 넘어온 듯 한 느낌이 확 나는 대충 청바지에 대충 티셔츠 입고 재미없는 머리 한 남자애
3. 둘이서 책인지 지도인지를 보며 주변에 뭐가 있는지 전혀 상관없이 열심히 완전 빠른 속도로 목적지를 향해 경보하던 남남 커플
정도 되겠다.
그게 아니면 거의 신혼여행이거나 여자 많은 그룹에 한 두명 섞여 있거나 뭐 그런 것 밖에 안보인다.
한국 남자들은 학교 다닐 때 아니면 여행 정말 안하나보다 여자들에 비해서.
의외로 일본 남자들이 많이 보이고 말이다.
중국? 중국 애들은 단체로 많이 다니고, 간간히 신혼여행인지 결혼 여행인지 잘 알 수 없는 신혼여행이라 생각하기에는 외모에 신경을 너무 안쓴 부부들이 눈에 띈다.



민박집 동네의 부잣집들.
그라나다의 평창동쯤 된다는 동네.
식물이 어쩜 저렇게 잘 자랐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버스카드를 충전해서 현지인처럼 써 보았는데, 정류장을 잘못 헤아려서 내리는 바람에 현지인인척 대 실패했다.
 

결혼하고 마차타고 가는 신랑신부



멋쟁이 아가씨.
여기 아가씨들은 다 멋쟁이


벨라스케스의 하녀들을 패러디한 광고포스터.
아주 이런걸 보면 막 재밌고 부럽고 좋고 그렇다.
디테일하게 참 잘도 따라했다.


길건너려고 보니 건널목에 이런 그림이 있었는데
한 줄로 서서 가지 말라는걸까?
네 명 이상 한꺼번에 가지 말라는 걸까?



완전 픽셀화 제대로 되어주신 빨간신호등맨.
파란신호등맨이 걸어가는게 더 귀여웠는데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어김없이 일본어 가이드가 있는 투어버스


완전 솔직한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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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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