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jiroom DS와 MJ의 블로그입니다. 주인장이 두명이므로 좀 헷갈릴 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헷갈리셔도 됩니다.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27)
DS (79)
MJ (79)
DS before 2010 (0)
MJ before 2010 (164)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Total
Today
Yesterday

Design is the Problem: an interview with Nathan Shedroff
디자인이 문제다
tag 지속가능성 

캘리포니아예술대학(CCA)에서 디자인 전략 MBA 과정 학장을 맡고 있는 네이선 셰드로프(Nathan Shedroff) 가 최근 <디자인이 문제다: 디자인의 미래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Design is the Problem: The Future of Design Must Be Sustainable>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로젠펠드 미디어에서 발간된 이 책은, 디자인 및 디자인 실무 그리고 지속가능성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는 디자이너들에게 매우 중요한 지침이 될 만하다. <월드체인징>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브루스 스털링은 “이것은 현재를 위한 책이 아니라, 도래할 미래를 위한 책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빌어 우리는 <디자인이 문제다>에 관해 “디자인 실무의 미래를 결정할 지침서”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네이선의 이 책은 실용적인 조언과 설득적 논조, 실천에의 요구로 가득하다.

<디자인이 문제다다>의 출간 기념식에서, <코어77>의 수석 에디터 앨런 초치노프(Allan Chochinov)는, 저자 네이선과 나란히 앉아 그의 새 책과 당면한 문제, 기업 문화, 그리고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에게 던져진 놀라운 기회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초치노프 책의 제목부터 이야기해보죠. “디자인이 문제”라는 도발적인 제목에, “디자인의 미래는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부제가 뒤따릅니다. 듣기로는 처음에 함께 작업했던 출판사가 이 제목에 난색을 표했다고 하던데요.

셰드로프 이 책의 출간을, 더불어 책 이름까지 승락해준 루 로젠펠트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하지만 로젠펠드 역시, 아직도 이 책이 과연 디자이너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 같아요. 처음 접촉했던 출판사는 이런 제목으로는 어떤 내용의 책인지 알 수가 없다고 불만스러워 했습니다. 이 책이 일반적인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관한 책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는 부분적으로만 옳은 생각이었습니다. 확실히 이 책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 즉 그것이 무엇이고 왜 중요하며,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이를 위해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 이러한 문제들을 고민하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제 책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제는 이 점을 표현한 것이지요.

하지만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지닌 디자이너들만을 대상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디자인이 문제다 >는 아직까지 지속가능성을 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디자이너들, 기술자들, 경영자들에게도 자극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소비를 자극하는 디자인의 표면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디자인의 잠재성에 관한 논의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디자인계에서 이제 지속가능성이란 단순히 디자인 체크리스트에 추가되는 항목들 가운데 하나가 아닙니다. 이 책의 제목에 호기심을 느꼈거나 자극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러한 대화에 뛰어들어야 할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에게는 자기 작업과 세상을 바라보는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조직적 관점이 필요하죠. <바보들도 알 수 있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Sustainable Design for Dummies>과 같은 책은, 디자이너들의 사고방식에 그다지 자극이 될 만한 책은 아닙니다.

초치노프 대단히 중요한 지점입니다. 최근 뉴욕 시청에서 열린 디자이너스 어코드(Designers Accord)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지속가능성이라는 토론의 주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회의장의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당신의 책은 처음에는 초보적인 내용으로 시작해서 급격히 토론의 수준을 끌어올립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나요?

셰드로프 질문에 제대로 대답이 될지 모르겠네요.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을 텐데, 우선, 저는 2년 동안 프리지디오 경영학교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다룬 MBA 과정을 밟았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저는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이 작동하는 과정을 모델로 만들어보는 일을 좋아하죠. 이 책은 제가 평소,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에 접근할 때 참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묶어낸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여러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가르치고, 다양한 책과 영화들을 섭렵하고,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 어떻게 내 머리 속에서 정리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이것이 주제에 접근하는 유일한 길은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다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겁니다. 다만 제게는 도움이 되었던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것에 대해 명확한 모델을 제시하면, 급격한 변화하는 논지에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죠. 화자의 위치가 확실하니까요. 훌륭한 모델은 이처럼 아름답고 또 강력합니다. 이것이 디자인이 대화에 기여하는 방식입니다.

초치노프 모델이라는 개념을 좀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지속가능성의 원칙적인 모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요.

셰드로프 지속가능성의 원칙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직적 관점(Systems Perspective)이 중요합니다. 분권화, 다양화, 협력/경쟁과 같은 문제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요소들이고요. 지속가능성에 관련된 모든 것들은 사회문제(혹은 인적자본), 환경문제(혹은 자연자원), 그리고 금융문제(혹은 금융자원)라는 세 가지 영역 안에서 서로 교차됩니다. 기본적으로 지속가능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형태의 자원 모두를 잘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쉬워 보여도, 개별 자원들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조정이란 그리 쉽지 않죠. 지속가능성이 환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지속가능성을 공부하면 처음으로 깨닫게 되는 사실입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인 대위기는 개인이, 조직이, 혹은 사회가 금융자원을 잘 조정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이것이 책의 초반 1/3 부분에서 다루는 내용입니다. 그 다음 부분에서는 세 가지 영역의 모델을 이용해, 8개의 널리 알려진 구조를 설명합니다(구조보다는 도구라는 말이 더 적절할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이런 세부적인 것으로 논쟁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도구는 무엇을 해야 할 지에 관해 접근할 때 도움이 되고, 또 접근법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도 보여줍니다. 환경적인 영향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고, 사회적인 영향만 다루는 사람도 있고, 여러 개의 영역을 오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개별 영역은 가능한 한 단순하게 바라보아야, 전체가 흘러가는 모습을 보다 완전하게 그려낼 수 있거든요.

책의 마지막 부분은 디자인 전략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무적 차원에서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12가지의 전략이 담겨 있죠. 이들 전략은 절약(Reduce), 재이용(Reuse), 재활용(Recycle)과 같은 친근한 단어들 아래 제시되는데, 저는 여기에 ‘복구(Restore)’라는 구호를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성공의 기준은 어떤 수준으로 잡을 것인가, 이러한 목표를 어떻게 작업 속에 녹여낼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는 장들이 이 부분에 포함되어 있죠.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지속가능성에 접근하는 세 가지 영역 모델은 디자이너들을 무수한 정보의 세계로 이끌고, 정보들을 의미있는 전체로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초치노프 앞서 말한 4개의 구호에, 저는 재분배(Redistribute)라는 단어도 추가하고 싶네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갖고 있는 자원을 재분배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당신의 책에서 탈물질화 및 서비스를 논하는 부분에서 다뤄지는 터라, 나중에 물어볼까 했지만, 지금 이야기하는 것도 괜찮겠군요.

셰드로프 당신이 제안한 재분배는 제가 말하는 재이용과 의미가 상통합니다. 실제 그 결과들이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물질적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많은 부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차고 2개에 차마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을 빽빽하게 쌓아 두고도,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지 못해 다시 사서 쓰는 가족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건 병입니다. 다행히 오늘날에는 나누고 재분배하자는 주장이 널리 확대되었고, 온라인 기술은 이를 손쉽게 만들어 줍니다. 유럽에서는 장난감 대여가 보편화되어, 아이들이 식상해 하는 장난감을 간단하게 수거하고 아이들에게 (비록 중고이지만) 또 다른 장난감을 줄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큰 아이가 쓰던 것을 작은 아이들에게 물려주면서, 이미 가정에서도 재분배를 실천하고 있죠. 장난감을 주기적으로 싹 거둬들여 옷장 같은 곳에 넣어 두었다가, 일주일이나 한 달쯤 지나 아이들이 옛 장난감에 흥미를 느낄 즈음, 다시 장난감들을 꺼내줄 수도 있습니다. 멋진 일이지요. 제 대녀는 혼날 일을 하면 1주일 동안 장난감의 대부분을 빼앗겼다가, 반성하면 장난감을 차례로 하나씩 돌려받아요.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면, 아이는 나머지 장난감에 별 관심도 없어요. 이미 잊어버려서 아예 필요로 하지도 않더군요.

물건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작년에 저도 부엌 조리기구를 나눠 쓰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빵 굽는 기계, 아이스크림 제조기, 혹은 핫도그 기계 같은 것을 부엌에 갖춰 놔도, 사실 몇 번 쓰지도 않잖아요. 서비스로 물품의 사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들은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렌터카나, 자동차 함께 타기 서비스들이 대표적인 사례들이죠. 우리 모두 평상시 두고 쓸 것과 가끔씩만 필요한 것들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데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요.

초치노프 책의 10장에서 당신은 “우리 서구인은 극단적인 낭비의 사회에 살고 있고, 그러한 삶의 방식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다른 사회와 비교해 지속가능하지 않다”라고 썼습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다른 사회들이, 우리가 저지른 오류를 반복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까요? 혹은 이를 막아야만 할까요?

셰드로프: 우리 스스로 모든 걸 망쳐놓았으니 다른 누군가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는 마치 자기는 담배를 피우면서 아이들에게는 피우지 못하게 하는 부모와 같은 일이죠. “내 말을 들어라. 행동은 따라하지 말고.” 같은 식의 설교는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점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차라리 비서구 사회들에 이렇게 말하는 편이 좋겠지요. “보세요. 우리는 이렇게나 많은 잘못들을 저질렀습니다. 우리를 본보기로 성과는 취하되 오류는 피해 최선을 성취하세요. 그래요, 우린 여러 가지 좋은 것들을 많이 가졌지만 전혀 행복하질 못해요. 사실 가진 게 적은 사람들보다도 불행합니다.” 라고요. 우리가 안고 있는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은 대부분 소비 과잉의 생활 때문에 생겨난 것들입니다. 가난, 인종문제로 인한 양극화, 약자에 대한 박해, 오만, 자기중심주의, 의문과 도그마 사이의 싸움, 인간과 자연의 간극, 물질에 대한 과도한 욕망, 무절제에 대한 미화 등등 서구 사회가 안은 문제들은 피하고, 유용한 교육, 개인의 자유, 낙관론, 관용 등과 같은 미덕은 추구한다면, 그들은 훨씬 더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사회를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 역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논조는 도덕적인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달리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미국문화, 또는 서구문명, 또는 진보에 대한 공격으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이를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이 책에 무엇에 대한 공격이라면, 그것은 우리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방해하는 병균에 대한 공격이겠지요. 사회와 시장, 문화를 좀먹는 병균의 침투에 대항하는 면역 반응이랄까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이고 대의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했지만, 비판적이고 설교하는 내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초치노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당신은 “의문과 도그마 사이의 싸움터”로 우리를 인도했습니다. 폴 호켄(Paul Hawken)도 ‘면역 반응’이라는 비유를 들어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죠.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가 바로 해결책을 이끌어낸다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웹사이트, 단체, 블로그, 사회 네트워크들이 필요한 다양한 법안들을 작성해 목록화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저도 목록 작성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제게는 희망으로 보입니다.

셰드로프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폴 호켄의 면역 반응은 적절한 비유였어요. 요즘 저는 우리 모두가 함께 더욱 더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부 똑같은 일에 매달리면서, 힘을 합치기는커녕 결과적으로 대화를 방해하는 블로그와 웹사이트, 그리고 신규 단체들이 너무 많아요. 새로운 NGO들과 재단, 사회 기업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힘을 키우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대화와 협력은 충분치 않습니다. 물론 비슷한 일을 먼저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비슷한 일을 또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타인의 비전이 자신의 열정과 비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중복되는 일에 노력을 낭비하고 있어요.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허비되는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이들 단체들 중 많은 곳에는 변화가 필요하고, 보다 새로운 해법의 지평을 열어보자는 뜻에서 해산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모두 각자 자신의 재단만을 운영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뢰를 보내준 지지층에 혼란만을 초래합니다. 영리추구의 세계에 합병은 자연스레 이루어지지만 항상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죠. 하지만 비영리 단체들의 세계에서는, 통합이 더 많은 것을 가능케 할 수도 있습니다.

초치노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봤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호켄은 자신의 웹사이트 와이저어스에 수많은 단체와 NGO의 목록을 공유해 놓았습니다. 여기에 “이제는 합쳐야 할 때!”라는 버튼이라도 달아야 할까요? 서로 연관되어 있지는 않지만, 서로 통합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단체들이 있습니까?

셰드로프 크라우드소싱 같은 방법으로 통합을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이상적인 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각 단체의 일부를 취합해 통합하는 제안도 가능하겠지요. BMW의 엔지니어링 기술과, 나이키의 스타일 감각, 아마존의 고객서비스… 아 그건 애플이군요. 이렇게 여러 회사들의 장점만을 모아 자신만의 ‘꿈의 기업’을 만드는 페이스북 어플리케이션처럼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NGO들의 세계에 대해선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지속가능성 등급제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샌프란시스코 만 일대만 해도 8개나 되는 신생단체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사실 이들 단체 가운데 어느 것도 영향력을 갖고 있지 못하며, 문제에 해법을 제시할 능력도 없습니다. 저는 구글 재단이나 PEW 센터 같은 곳에서 2백만 달러를 지원받아 리빌같은 곳을 만들고 싶었는데, 실제로 이들의 후원으로 뜻을 이루었습니다. 지속가능성 성취도가 높은 기업에 점수를 부여하고 이 등급 정보를 소비자와 공유하려는 작업으로, 이런 식의 지속가능성 등급제는 졸업 논문에서 제가 제시했던 해법 모델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제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베터월드쇼퍼(Better World Shopper), 알로노보(Alonovo), 에스바(S-BAR), 와이저비지니스(WiserBusiness), 매스루츠프로젝트(Mass Roots Project), 굿가이드(Good Guide), 카본트러스트(Carbon Trust), 에티스코어(Ethiscore), 서스테이너빌리티레이팅스(Sustainability Ratings), 요람에서요람으로(Cradle-to-Cradle) 등 모든 단체들의 대표를 불러모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최고의 해법을 찾기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영리 기업 같으면 사업 모델을 철저하게 재고하지 않고서는 이런 식의 공동 작업에 쉽게 뛰어들지 않겠죠 - 이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단체들이 모여 등급제라는 해법을 제시하면, 사람들의 소비 양식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이 등급제가 보여주는 최소한의 긍정적인 전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치노프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중요한 메시지들 중 하나는 기업을 언어의 차원에서, 그리고 문화의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지난 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콤포스트모던(CompostModern)에서 당신이 했던 발표 중에, 디자이너들에게 “그린이라는 단어를 더 이상 쓰지 말라”고 촉구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색을 꼭 써야만 한다면 그 색은 블루이어야 할 것이라고, 그것은 하늘의 색이고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색이기도 하지만 “기업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굉장한 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저는 로저 마틴의 열렬한 팬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그가 기업을 하는 사람들과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 간의 언어와 세계관의 차이에 대해 했던 이야기들을 좋아하죠. 당신은 책에서 ‘비지니스-포지티브’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하나의 출발점으로서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요즘 들어 특히 기업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디자이너들이 기업에 바른 소리를 전하고, 또 문화에 초점을 맞춰 해법을 제시해 줄 수 있을까요? 너무 방대한 질문이네요. 자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요?

셰드로프: 그것과 관련해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우선 저는 블루라는 개념을 이야기했던 사람으로 애덤 워바크(Adam Werbach)를 항상 언급해왔습니다. 이 점이 블로거들 사이에 지적되지 않더군요. 두 번째로, 저는 그린과 마찬가지로 블루도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린은 정말이지 훨씬 더 식상합니다. 물론 이런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죠.

기업에 관해 말하자면, 이 나라에서는 기업이 처한 상황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기업을 말할 때 그것은 ‘대기업’, 즉 대규모 회사, 특히 다국적 기업을 의미합니다. 지난 몇 십 년간 우파들이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 그것은 바로 이러한 기업들에 관한 이야기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실제로 우리 경제에서 척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비단 이것은 우리 나라만의 상황이 아닙니다. 미국 GDP의 50퍼센트 이상이 소규모 기업들의 실적입니다. 인간, 환경, 정의, 문화뿐만 아니라 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기업들을 희생해 가면서, 우리의 모든 법제도를 대기업에 유리하게 만들어온 까닭은은, ‘대기업’에 대한 이 같은 왜곡된 시각 때문입니다. 그러니 기업에 대해 말할 때는 이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을 고려해서 그 의미를 파악해야 합니다. 저는 기업 친화적인 사람이지만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을 훨씬 더 지지합니다. 특별히 제가 대기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대기업들은 모든 차원에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것을 이용해 모든 규칙을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혀 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흘러온 법제도가 우리 헌법을 제정한 건국자들의 발상일 것이라 생각해선 안됩니다. 우리 건국자들은 회사를 절대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힘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법을 만들어 놓았지만, 지난 200년 동안 우리 스스로 이를 무너뜨린 것이지요. 한편으로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이끌기에 다국적 기업들은 더욱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스스로의 목표와 행동을 수정하고, 우선 순위들의 위치를 바꾸기만 한다면요.

예전에 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 중에는 “기업은 악하고, 세상의 모든 잘못이 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식의 접근은 너무 단순해서 신뢰를 줄 수도 없고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서는 바로 그 악한 기업들로 뛰어들더군요. 저는 이 학생들이 자신이 품었던 태도와 어떻게 화해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기업의 유형과 영향력의 유형, 그 둘 사이의 차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이라는 브랜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거대한 날개를 달았습니다. 이후 우리는 엔론을 비롯하여 사람들의 마음에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던 대기업들이 쓰러져 가는 것을 목격했지요. 그리고 9/11 직후, 한 월스트리트 회사의 CEO가 텔레비젼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자신에게는 죽은 직원들의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던 놀라운 순간도 지켜보았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기업’이라는 것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힘과 권력으로 대중을 속이고 수십억이나 되는 돈을 횡령하는 회사들이 존재합니다. 그들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사실 오랜 세월 동안 자연스레 벌어진 일들이고, 우리가 감내해야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기업’이란 악도 선도 아니어서, 기업에 찬성할 일도 반대할 일도 없습니다. 기업은 중요하고 유익하고 강력하며, 그렇기 때문에 실용적인 것이지만, 그렇다고 기업에 찬성하거나 반대할 문제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정부와 NGO, 연합체, 비영리단체, 그리고 개인들에게도 비슷한 나름의 문제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가 디자이너들에게 변화를 원한다면 ‘기업 친화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반기업적인 태도를 가지고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를 위해 디자이너는 어떻게 기업과 소통해야 하는가”와 같은 주제의 대화를 나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초치노프 그렇다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기업들을 독려해야 할까요?

셰드로프 첫째, 기업은 돈 이상의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시작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은 직원의 성과를 재정적 잣대로만 평가합니다. 밥 윌워드가 여러 책을 통해서 소개한 것처럼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 모두 통합적 결산(Integrated Bottom Line)을 이용한, 새로운 평가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기업들이 밥 윌워드의 제안보다 더 좋은 도구를 개발해, 재정 영역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영역에서의 성과를 평가에 포함시켜 스스로 귀감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물론 또한 기업들이 분명한 평가 기준과 척도를 마련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도 정비되어야 하겠지요. 이것은 국제 경제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의 관점을 채택하고 기업 내부에서부터 이를 관철시켜야 합니다. 어디서 시작해도 좋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요구는 상부로부터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인터페이스, 나이키, 애플이 그렇게 시작했고, 이제는 델도 그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일단 이러한 목표가 기업 내에 받아들여지고 나면, 경영자와 기술자, 디자이너 등 모든 직원들이 보다 더 지속가능한 상품과 서비스, 이벤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디자인 전략을 읽고 이해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완벽해질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한 빨리 또 완전하게 더 나은 것들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디자이너 같은 경우는, 위로부터 요구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대체 소재, 기타 다른 개선들처럼 경영자들이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부분들 보다는, 능률 향상 등 기업이 관심을 가진 내용들을 더욱 부각시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권위를 가지는 ‘기업의’ 언어를 배워, 리스크 완화나 이익 증대와 같은 문제들을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몇몇 디자이너들은 브랜드의 가치 평가를 고객 가치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의 용어로 말하는 법을 이미 습득했고, 이를 트렌드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이것을 주위 동료, 경영자, 고객들에게 조용하지만 강한 어조로, 하지만 선정적이지 않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제안에 그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는 털이 복실복실한 귀여운 북극곰이 물에 빠져 죽는다는 사실로 화제를 돌려보세요. 그래도 반응이 없다면 이렇게 말해 보세요. 소비자가 실직해 구매력이 떨어지거나, 먹을 것을 걱정하게 되거나, 집이 침수되게 되면, 우리가 만드는 상품은 곧바로 창고행이라고요.

마지막으로, 우리 상품의 구매자이자, 일반 대중들에게 이를 설명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 이들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4년 펜타곤이 했던 것처럼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논의해볼 수도 있어요. 이 모두가 현재로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좋은 해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을 개발해야겠지요.

초치노프: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 책에 대해 제가 하고 싶었던 질문으로 옮겨갔습니다. 15장 ‘시스템을 위한 디자인’에서, 당신은 디자인의 새로운 영역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디자이너들은 일반적으로 공급망, 재무구조, 문화적 충격과 같은 것에 경험이 부족하다. 고객과 회사가 디자이너에게 일을 의뢰할 때 듣고 싶어하는 말은 ‘여기서 잠깐 멈추고 전체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는지 돌아보자’, 혹은 ‘그것은 문화적인 문제다. 단순히 새로운 상품을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는 식의 말이다.”라고 썼습니다. 서론에서 소개된 시스템적인 사고(System Thinking)와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구성은 아마도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종류의 재구성 능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셰드로프: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미 자연스레 시스템 안에서 사고하고 있습니다만, 이를 기업적, 조직적 시스템으로 확장시키지는 못하고 있어요. 사실, 되도록이면 이런 부분들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죠. 서비스 디자이너는 특히나 많이 시스템을 다루는데, 시스템을 올바로 설정하지 않고는 해법도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돌출된 다양한 요구들 사이에 균형을 맞추면서, 시스템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짧은 시간 내에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쿠리치바(Curitiba)가 좋은 사례입니다. 도시의 구조는 많은 지역과 계층이 얽혀있어, 시스템적인 해법이 아니면 개선이 힘듭니다. 돈으로 가난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건강, 교통, 삶의 질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미에 레르네르(Jamie Lerner) 시장이 쿠리치바 시에서 한 일 대부분이 반-직관적(counter-intuitive)이었습니다. 이 도시가 문제를 개선할 자본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는 약점은, 도시 개선 사업에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들은 다른 도시들이 쓰는 자원들을 구매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대신 보다 창의적이고 능률적인 해법들을 모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하철을 건설할 돈이 없었기에 기존 도로에 아름다운 새 버스정류장들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거의 지하철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대안적인 해결책이었습니다. 이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가난한 주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보다 쉽사리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도로의 개인 차량은 이전보다 줄어들었고, 그만큼 교통 상황과 대기 오염이 개선되었으며, 이로 인해 삶의 질이 높아졌습니다. 시장이 주요 도로 중 하나를 보행 전용의 쇼핑 거리로 전환했을 때, 처음에는 아우성이 대단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저항들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있는데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것은 사회와 문화와 경제에 힘을 불어넣기 위한 필요한 핵심적인 조치였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우리 삶을 정서적이면서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만드는 무엇은 가장 디자인하기 힘든 일에 속하지만, 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스템적인 연구와 해법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속가능성이 그 길로 우리를 인도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란, 모든 수준의 의미와 모든 차원의 경험을 가로질러, 효과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초치노프: 마지막으로 가치와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16장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종종 사회, 환경, 금융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고 회사와 소비자의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지는 눈에 띄지 않고 미미해 보인다. 전통적인 방식의 질적 시장 연구(qualitative market research) 기법들은 소비자의 요구와 욕망을 측정하는 데 있어, 감정과 가치, 의미의 측면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고객의 경험과 지속가능한 가치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들이다. 양적인 시장 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의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인은 가격이라 결론내리기는 쉽다. 실제로 그것은 가장 쉽게 측정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질적인 데이터들도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여준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의 가치관이나 감정에 무엇인가 소구할 때, 소비자들은 그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러한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소비한다.”

그리고 연이어, “지속가능한 가치 역시 이런 질적 요인들에 의해 견인될 수 있다. 이것은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구획짓고 목록화하느냐에 따라 변화하는 부분이다. 만일 이러한 질적 요인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전략에 이를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디자이너가 조직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점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분명 이는 더 나은, 더 엄격한, 더욱 훈련된, 더욱 영리한 민속지학적(ethnographic) 작업을 가리키고 있는데요. 하지만 동시에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향해 있기도 합니다. 당신은 몇 년 전에 <의미 만들기 Making Meaning>라는 책을 낸 적도 있는데요. 요즘은 지속가능성과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셰드로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의미란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말해야겠군요. 사람의 얼굴이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보편적인 사실이듯, 핵심적인 의미 또한 전 인류에게 보편적인 것입니다. 모든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이 핵심 의미가 무엇인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 안다는 말입니다. 물론, 각자 의미에 다른 식으로 우선순위를 매기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그런 식으로 의미는 우리의 가치 형성에 개입하고, 우리의 감정을 포획합니다. 의미, 가치, 감정은 우리 삶에서 가격이나 성과 같은 것보다 더 심오한 차원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더 강력한 요소들이지만, 이를 인식하고 이해하며 바로 그것을 목적으로 디자인하기란 훨씬 더 어렵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일은 대체로 의식하지 못한 채, 우연히, 직관적으로 이뤄지지요.

‘지속가능성’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리 직접 와 닿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지속가능성이 정서나 가치, 의미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지요. 물론 긍정적인 측면에서나 부정적인 측면에서나, 지속가능성에 강력하게 끌리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죠. 소비자들의 가치관과 의미를 좀 더 지속가능한 해법과 연결시키려면, 보다 깊이 있는 차원에서 소비자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속지학적인, 또 질적인 방식들이 도움이 됩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건강과 안전이 가장 좋은 연결고리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설명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가정과 국가를 얼마나 더 안전하게 만들어주는지를 설명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특히 아기나 어린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유효할 텐데요. 이들은 건강을 생각지 않았더라면 구매도 하지 않았을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음식에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합니다. 가령 부모들은 자신들은 유기농 음식을 먹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위해서는 유기농 이유식을 구입하죠. 한편 능률이나 절약 역시 훌륭한 유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사냥이나 낚시와 같은 레저 활동도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겠지요. 사실 사냥과 낚시는 친환경과 무관합니다. 오히려 생태계를 혹사하고 물고기와 사냥감을 남획해서 위기에 내몰기나 하지요.

가치관과 의미를 고려하는 일은 행동과 선택에 변화를 촉발하기 위해, 그리고 보다 지속가능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정입니다. 처음부터 지속가능성에 반감을 가질 이유는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미래를 망치려 드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우리 자신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을 깨닫고, 우리의 가치관과 행동이 자아낸 결과를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가.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논쟁과 책임은 사람들의 손아귀 밖에 놓여 있습니다. 만일 지속가능성의 논의를 일상적인 언어로, 보다 가까이 끌어당길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 많은 사람들과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책임을 나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비단 디자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다 나은 사고와 방식을 디자인하여 그 실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네이선 셰드로프, <디자인이 문제다: 디자인의 미래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Originally published by core77.com

'MJ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KDDI au iida INFOBAR A01 Android  (0) 2011.06.05
Smartphone Touchscreen Performance Test  (0) 2010.05.08
로고의 변천사  (0) 2010.05.08
스티브 잡스, iPod을 이야기하다  (0) 2010.05.08
Beatles-branded iPod in the works?  (0) 2010.05.0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