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jiroom DS와 MJ의 블로그입니다. 주인장이 두명이므로 좀 헷갈릴 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헷갈리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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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에서는 대체로 푹 쉬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정말 푹 쉬어버렸다. 4일이나 있으면서 버라이어티하게 할 것이 많은 도시도 아니었거니와, 바르셀로나를 앞두고 좀 널부러졌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싶었으니까.
기대했던 부엘링을 타러 공항에 가보니, 그라나다 공항 참 조그맣다. 게으르게 지낸 탓에 도시마다 하나씩 꼭 사모으던 자석을 못사서 공항에서 비싼 돈 주고 냅다 사버렸다. 자석을 살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참 고르기 어렵다.
연착을 자주 한다기에 얼마나 기다리려나 하고 있었는데 딱히 연착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뭘 좀 준비하느라 10분정도 탑승이 늦었던 것 같다. 비행기로 바로 들어가는 통로가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활주로로 직접 걸어들어가서 계단으로 올라가는 형식이다. 자그마한 귀여운 비행기에 노란 머플러와 노란 머리끈으로 치장한 예쁜 스튜어디스가 있었다. 에어인디아에 비하면 천국이랄까. 구름비행기 타고 바르셀로나로 날아가는 것, 멋지지 않은가.


그라나다 오토부스 엑스따시옹
스페인어도 읽어보면 그냥 대충 알겠는게 있긴 하다


아에로푸에르또행 버스 타는 곳


땅이 넓긴 한데, 중간에 있는 땅들은 올리브만 살 수 있는 사막인가보다.



KFC에 갔더니 가격이 비쌀 뿐더러,
가방 조심하라고 경고까지 붙어있다.
소매치기가 정녕 있긴 있다.
나도 공항에서 숙소로 갈 때 캐리어 끌고 배낭매고 있었더니 지하철에서 둘러싸임을 당했다.
그 중 앞에있던 남자가 뜬금없이 안어울리게 신문을 펼쳐들고 앞을 막길래
그 신문 냅다 걷어내고 옆으로 확 밀치고 들어가 앉아버렸더니
뭐라뭐라 소리를 치더니 우르르 나가버린다.
어차피 모조리 자물쇠 걸어놨었기 때문에 지들이 둘러싼들 건드린들 가방 찢지 않는 이상 안에 물건 손 못대지만
쫄아서 우물쭈물 하고싶지 않았으므로 과감히 뿌리치긴 했는데
아 이게 바르셀로나구나 했다.


외눈박이 외계인이 다가오고 있다.
고오오오오~~~



가우디의 젊었을 때 작품인 가로등.
바르셀로나시에서 예쁘다고 더 만들어서 온 시내에 쓰고싶다고 했는데,
가우디가 장인정신 너무 발휘하여 값을 높게 부른 후 네고도 안해주는 바람에
견본 두개만 완성되어 광장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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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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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여왕이 그리 탐냈다던 알함브라.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디한번 보았더니, 역시나 정원이 참 아름답긴 하다.
지리적 여건이나 문화적 여건이나 여러모로 물이 귀해서 물을 많이 사용할 수록 힘자랑을 하는 것이라 하는데 정원 곳곳에 분수니 연못이니 물을 참 많이도 담아놓았다.
그런데 말이다. 이게 유럽땅에 있으니 유럽사람들한테야 신기하고 참 그렇겠지만
머 또 이슬람이랑 인도쪽이랑은 또 좀 다르긴 하지만
그냥 어떤 건축물의 완성도랄지 예술성이랄지 여러면에서 타지마할 따라가려면 멀었다는 것이다.
타지마할만 다시 보여줄테니까 인도한번 갔다올래? 하면 나는 다시 갈 의향이 있다.



나무껍질이 참 무늬가 있구나... 했더니 왠걸, 사람들이 저렇게 낙서를 해 놓았다.
 낙서는 동서고금이 없는 모양이다.



벽에서 뿜어져나오는 듯 한 식물들.
잘 자라긴 엄청 잘 자라나보다.



불현듯 카메라의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 때 부터 종종 타이머로 셀카찍기에 도전했다.

 

널부러져 있는 저 젊은이들이 참 부러웠다.


이 버스 운전하는 기사청년이 참 잘생겼었다.
썬글라스 딱 끼고 샤샤샥 핸들 돌리는데 아니 어쩜 버스기사도 잘생겼어 이동네는



그라나다에서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집이 눈앞에 보이길래 시식해보았다.
뭐가 어떤 것인지 잘 몰라서 일단 콘으로 달라고 하고 2유로를 내면서 피스타치오 달라고 했더니 뭐라뭐라 말이 많다.
응응? 해도 스페인어로 뭐라뭐라 계속 묻는다.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아하 하나 더 고르라는 말인가 싶어서 대뜸 한국말로 아 두개 고르라고요? 했더니 응응 그러란다.
어쩜 서로 완전 다른 언어로 말이 통하는게 신기하다. 역시 궁하면 통하나보다.
그래서 바닐라를 외쳐서 얻어낸 아이스크림.
뭐 딱히 진미인지는 모르겠으나 더울 때 기분 상큼하게 만들어주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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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9월 8일

MJ/여행 / 2010. 10. 7. 03:15

세비야에서 출발해서 네르하 가는 날.
기차는 예약을 했지만, 버스는 그 때 그 때 끊는게 좋을 것 같아서 예약을 안하긴 했는데, 그래도 무언가 걱정스런 마음에 아침일찍 일어나서 터미널에 가 보았다. 버스니 트램이니 타는 것 익히는게 더 복잡할 것 같아서 그냥 지도보고 요리조리 찾아갔는데, 아침이라 상점들도 문을 안열어 볼 꺼리가 없고, 거리도 생각보다 멀고 힘든 하루의 시작이었다.
여차저차 표를 끊어놓고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서 체크아웃을 하고 물도 한 병 사들고 슬슬 아침에 걸었던 거리를 다시 걸어보니, 사람들도 많아졌고 상점들도 문을 열었고 분위기가 한결 낫다. 아쥬 아쥬 슬슬 걸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한시간 넘게 남아버려서 코인라커에 짐을 넣어놓고 백화점이랑 옷가게랑 슈퍼마켓이랑 이리 저리 구경하다가 터미널도 이리 저리 구경하다가 버스 탑승.


도처에 널려있는 엘지 에어컨 실외기.
역시 에어컨은 엘지인가.




저런 식으로 자전거가 쫙 주차되어 있는 곳을 간간히 볼 수 있는데, 시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란다
여기서 빌려서 저기다 갖다놓고 하는 식으로 돌려가며 쓰고, 정액권 끊어서 쓰는 모양이다.






오레오쿠키와 물 한병 사 들고 버스 탑승. 역시 이동할 때에는 주전부리가 있어야 한다.

 

나는 단거리라 그런지 그저 그런 버스였는데, 지나가다 보니 벤츠 버스가 있다.
유럽에 쫙 깔려 있는, 범퍼에 기스난, 우리나라에서는 완전 비싼 외제차들이 아무리 봐도 적응이 잘 안된다.

 

느닷없이 나타난 레간자. 안녕~


이베리아 반도의 그 넓은 빈 땅에 온통 올리브나무를 심어놓았다.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대한항공 식료품 구매쪽 일 하는 사람이 그러는데, 자기네도 올리브 다 스페인에서 수입한단다. 넓은 땅 올리브라도 심어 써먹으니 다행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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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09월 11일

MJ/여행 / 2010. 9. 29. 07:35

민박집 아저씨가 집 가까이에서 주말마다 장이 선다고 구경하라 하시기에 신발이나 하나 건져볼까 하고 나가보았다.
역시나 여기는 장도 새벽같이 서는 일은 없는 모양인지 10시가 다 되어 갔는데도 이제 슬슬 판좀 벌려볼까 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동양인 여자애가 슬슬 걸어다니니 지나가는 가게안 주인마다 별일이라는 듯 쳐다본다. 장터는 생각보다 아주 길게 이어져서 끝에서 끝까지 휘휘 저으며 걸어가도 15분은 걸리는 거리다. 옷, 신발, 장신구, 과일, 젤리, 과자, 장식품, 식기, 냄비 등등 이것 저것 팔만 한 것은 다 파는 시스템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넘어와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도 많이들 와 있었는데, 그 중 시장 초입에 자리를 잡고 옷을 파는 총각이 아주 인상깊었다. 혼자 묵묵히 디스플레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장터 끝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보니, 게중 아주 썩 괜찮은 스타일의 옷과 신발들을 내어놓았을 뿐 아니라 주 무기인듯 한 옷 몇개에 그 옷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은 런웨이 모델들의 사진을 오려서 같이 걸어놓았다. 장소는 그라나다 촌구석 동네 장터일지언정 마인드는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디자이너 못지 않다. 처음에는 그 집에서 쪼리나 사볼까 했는데, 어느새 쪼리는 보이지도 않고 엄청나게 높은 킬힐만 꺼내놓아 밖에서 슬쩍 구경만 하고 말았다. 재주있는 그 총각의 꿈은 아마도 도시로 나가서 자신의 샵을 차리는 것일텐데,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족들이 항구 앞에서 자리 깔고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이미테이션을 팔다가 단속원이 나타나면 보따리 짊어지고 뛰어 도망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그라나다는 정말 조용하고 깨끗하고 착하고 저렴한 동네인데, 터프한 도시생활도 센스있게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네르하에서 보았던 아프리칸도 생각이 난다. 관광객에게 1:1로 컨택하여 자신이 직접 만든 동물모양 나무조각을 사라고 설득하는 친구였는데, 그 표정이 사뭇 진지해보이고 네고하는 모양새도 때를 쓰는게 아니라 이 작품의 가치를 인정해달라는 투의 조곤조곤함이 있는데다가 쿨러닝(자마이카 선수들이 봅슬레이 하는 영화 있다. 우리 국가대표 같은)에나 나올 법 한 아프리카 전통 의상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 푸대자루같은 원피스 말이다. 이들은 정말이지 미국에서 보는 그 힙합 마약 권총 아프리칸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볼 때 마다 느낌이 새롭다.

지나가다 보니 유독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과일집이 보이기에 그 틈에 끼어 두리번거려 보았더니 멜론이 2통에 3유로 밖에 안한다. 저걸 살까 말까 한참 고민을 하면서 시장을 다 돌아다녀 본 후 사기로 마음을 먹고 아저씨와 대면. 한통은 안되겠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씨알도 안먹힌다. 여기 있는 것은 두 통에 3유로, 저기 있는 것은 두 통에 4유로랜다. 알았으니 그냥 3유로짜리 두 통 달라고 해서 그걸 들고 낑낑대며 민박으로 돌아와 반개를 썰어놓고 침대에 앉으니 내심 뿌듯하기 그지없다. 이 맛있는 멜론을 두 통이나 먹어도 되다니. 그것도 한번에 반통씩. 먹다 먹다 지겨워질 때 까지 멜론을 먹어본 며칠이었다.

시내에 나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헷갈려서 너무 일찍 내려버렸다. 시내 방향으로 무작정 가보려다가 이 동네는 아무래도 도시랑은 좀 달라서 잘못하면 영영 산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버스 정류장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아저씨 두명과 아줌마 한명이 나의 타겟이 되었다. 다가가서 지도를 보여주며 길을 물으니 셋이 한참 상의를 하다가 그들이 타야하는 버스를 놓쳐버렸다. 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아저씨 한명과 아줌마가 생각보다 너무 크게 화를 내며 버스가 지나간 방향으로 손짓을 막 하더니 버스를 따라 가버렸는데, 남은 아저씨 한명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지도만 보고 있다. 셋이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셋 다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남은 아저씨는 자신이 아는 로타리 이름을 하나 찾아내고는 그 방향을 가르쳐 주었는데, 100% 스페인어였기 때문에 쭉 가다가 왼쪽 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쨌든 쭉 가다가 건널목 맞은편에 나타난 아가씨를 두번재 표적으로 삼고 길을 물었더니, 이 아가씨 지도도 못보고 영어도 전혀 못하고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저기 건너편에 남자한테 물어보랜다. 그러면서 혼자 뭐라뭐라 아주 말을 많이 하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영어도 못하고 지도도 못봐서 자기도 난감한 모양이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길을 건너서 제일 먼저 만난 30대 남자에게 다시 길을 물었는데, thank god. 이 남자 영어 좀 알 줄 아는 데다가 절차도 명확하다. 일단 네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니? 부터 시작하신다. 와우 내가 그걸 모르겠다고 했더니 찬찬히 지도를 보다가 제대로된 디렉션을 주신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뭐라도 있었으면 하나 주는 건데, 외국사람들이 애니타임을 좋아한다는 걸 좀 알아 왔으면 좋았을 뻔 했다.

아무튼 여기서 얻은 교훈은 왠만하면 남성에게, 30대 정도에게 길을 묻는 것이 정확한 답을 얻는 방법이다 정도. 비단 이 경우 뿐 아니라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몇 번 길을 물어봤었는데 나는 인도 여자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여기 여자들도 길을 영 이상한 방향으로 가르쳐 주거나 영어를 아예 못하거나 해서 같은 여자인 나조차도 아.. 여자에게는 길을 물어보면 안되는 것인가 라는 결론을 내게 해버렸다. 젊은애들은 왠지 무섭고, 노인들은 노력은 엄청나게 해주시지만 결과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남은 것은 30~40대 남자가 되어버렸다.

시내에 큰 슈퍼가 있길래 물과 우유와 빵을 골라서 계산대에 줄을 서 있는데 아기 데리고 나온 젊은 아빠가 너 계산할거 그거밖에 없느냐고 내 앞에서 계산하라고 해주어서 완전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앞 뒤로 엄청난 장보기 아줌마 사이에서 물 한 병 들고 기다리는) 아줌마들은 절대 양보같은거 안해준다. 어딜가나 아줌마는 똑같은모양이다.

말이 나온 김에
통로에서 마주쳤을 때, 남자들이 당연히 양보해준다. 내가 별 생각없이 기다리고 서있으니 같이 기다리고 섰다.
어린애들부터 노인들까지 커플들은 모두 다정하고 손을 잡고 다니며, 신호 기다리가다 쪽, 화장실 갔다 와서 쪽, 얘기하다가 쪽, 틈만 나면 쪽쪽 키스다.
문 열어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할머니가 밥을 다 먹고 일어설 때 할아버지가 앞에 앉아있다가도 얼른 일어나 의자를 빼준다.
지하철에서 할아버지 한테는 자리를 양보하면 안된단다. 자존심에 상처입어 크게 화내실지도 모른다고 가이드가 말해주었다.
남자들보다 훨씬 많은 여자들이 손에 담배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완전 후줄근한 할아버지도 여기사람은 안그러는데, 40~50대 동양 관광객 아저씨들 양말에 샌들 아직도 신고 다닌다.
석회가 많은 물 때문에 할머니들 중에 발목이 아주 굵고 정맥류가 생긴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쫌 못생겼다 싶은 동양 여자들은 일본어 책을, 예쁘장하다 싶은 동양 여자들은 한국어 책을, 스타일 좀 괜찮다 싶은 동양인 남자들은 일본어 책을 들고 다닌다.
미술관이란 미술관에는 모조리 한국 여자가 있다.
스타벅스와 ZARA에도 100% 한국 여자가 두명 이상 존재한다.
한국 남자는 글쎄 암만 봐도 잘 안보이는데 간혹 의심되는 사례로는
1. 낚시 모자를 쓰고 엄청 좋아보이는 DSLR를 가지고 혼자 사진을 열심히 찍어대던 아저씨
2. 녹두에서 바로 비행기 타고 넘어온 듯 한 느낌이 확 나는 대충 청바지에 대충 티셔츠 입고 재미없는 머리 한 남자애
3. 둘이서 책인지 지도인지를 보며 주변에 뭐가 있는지 전혀 상관없이 열심히 완전 빠른 속도로 목적지를 향해 경보하던 남남 커플
정도 되겠다.
그게 아니면 거의 신혼여행이거나 여자 많은 그룹에 한 두명 섞여 있거나 뭐 그런 것 밖에 안보인다.
한국 남자들은 학교 다닐 때 아니면 여행 정말 안하나보다 여자들에 비해서.
의외로 일본 남자들이 많이 보이고 말이다.
중국? 중국 애들은 단체로 많이 다니고, 간간히 신혼여행인지 결혼 여행인지 잘 알 수 없는 신혼여행이라 생각하기에는 외모에 신경을 너무 안쓴 부부들이 눈에 띈다.



민박집 동네의 부잣집들.
그라나다의 평창동쯤 된다는 동네.
식물이 어쩜 저렇게 잘 자랐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버스카드를 충전해서 현지인처럼 써 보았는데, 정류장을 잘못 헤아려서 내리는 바람에 현지인인척 대 실패했다.
 

결혼하고 마차타고 가는 신랑신부



멋쟁이 아가씨.
여기 아가씨들은 다 멋쟁이


벨라스케스의 하녀들을 패러디한 광고포스터.
아주 이런걸 보면 막 재밌고 부럽고 좋고 그렇다.
디테일하게 참 잘도 따라했다.


길건너려고 보니 건널목에 이런 그림이 있었는데
한 줄로 서서 가지 말라는걸까?
네 명 이상 한꺼번에 가지 말라는 걸까?



완전 픽셀화 제대로 되어주신 빨간신호등맨.
파란신호등맨이 걸어가는게 더 귀여웠는데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어김없이 일본어 가이드가 있는 투어버스


완전 솔직한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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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여행 / 2010. 9. 18. 06:13



아무튼지간에 언제든 혼자 걷고 있노라면 이생각 저생각 꼬리에 꼬리를 물고 뭔가를 생각하게 마련이고 생각을 하다보면 원인과 행동을 함수상자 안에 넣어 결과가 어떻게 나오나 만들어볼 수도 있고 그런 것인데, 이게 주변에 볼 꺼리가 많아서 눈이 바쁘면 머리도 눈 따라 가게 되는지라 구경하면서 걷는 동안에는 잡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많이 줄어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순례자의 길을 그저 걷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구장창 걷기만 하니까 아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게다.

오늘은 비도 왔다갔다 하고 흐리고 바람불고 그래서 내가 정의한 스페인이 아닌 스페인이었으므로 왠지 많이 두리번거리지 않게 되었다. 그냥 치마폭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을 살랑살랑 느끼며 걷는 것을 좀 즐기느라 뭐가 있는지 모르겠는 골목골목을 무심코 걸어다녔다. 그런데 문득 아 내가 지금 인도에 있나? 언니들도 앞에 있나? 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갔다. 어떤 향 때문인데, 인도의 골목골목에서 맡을 수 있었던 그 어떤 향이 있다. 담배향과 향신료향과 방향제향이 섞인듯 한 그런 것인데 그 향이 바르셀로나의 어떤 골목에서 내 코에 확 들어와버린 것이다. 그라나다에서도 한번 마주쳤던 향인데, 그 때는 그 향에 움찔 하면서도 뭐지.. 하고 그냥 스쳐지나가버렸다. 그런데 오늘은 바라나시에서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씹는담배를 퉤퉤 내뱉는 인도 아저씨들의 노란 이, 지저분한 거리, 배에 붙어있는 복대, 여기저기 시끄러운 소리, 인파를 헤집고 어디론가 묵묵히 걸으며 길을 잘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 언니들이 있으니까 괜찮았던 그 때.

후각은 놀랍고 원시적이고 강력하고 무서운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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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더운 지방에서도 녹지 않는 눈으로 유명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세계지리에서 완전 들어본 이름인데 이곳에 있을 줄이야, 여름에도 스키를 탈 수 있다고 한다.) 기슭에 있는 평야 '베가'에 형성된 그라나다는 이슬람 건축 최고의 걸작이라 여겨지는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도시. '알함브라의 추억' 기타 음악 때문에 로망이 생겨 있으므로 스페인에 왔다면 보아야 할 곳이긴 한데, 이베리에 반도의 아주 남단에 있기 때문에 짧은 일정에 방문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라나다가 가장 번창했던 때는 이슬람 왕조인 나사리 왕조가 지배했던 1238년부터 약 250년동안으로 무어왕국의 수도였으며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이름을 떨쳤다. 그라나다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장님이라는 말까지 있다.

그라나다에 대해 이해하려면 일단 스페인 역사를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어원이 된 ‘스파니아(Spania)'라는 말은 지중해를 가로질러 있는 ‘외지고 막다른 곳’, 또는 ‘해가 지는 곳’라는 뜻으로 페니키아인들이 처음 사용한 명칭이며, 이후 로마인들은 ‘이스파니아(Hispania)’로 불렀다. 지중해에서 로마와 카르타고의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이베리아 반도는 두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다. 1차 포에니 전쟁(264-241 B.C.)에서 시칠리아, 코르시카와 사르데냐를 로마에 빼앗긴 카르타고가 세력 만회를 위해 이베리아 반도에 진출하자 로마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스페인에 상륙, 2차 포에니 전쟁(218-202 B.C.)의 결과 한니발의 카르타고가 반도에서 축출되고 스키피온이 이끄는 로마가 지배권을 확립했다. 이베리아 반도가 로마화 되면서, 라틴어가 전파되었고, 도로, 다리, 항만, 극장 등의 사회문화적 기반시설이 들어서게 되었다. 그 후 로마의 쇠락과 함께 서고트족이 똘레도와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반도의 중심부를 지배했으나 이슬람세력에게 밀려나게 되고 그 후 800년 동안 이슬람이 반도를 장악하게 된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중동의 그들이 아니라, 북아프리카쪽의 이슬람을 말한다. 무섭도록 빠른 속도(6~7년)로 밀고 올라와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한 후 지금의 프랑스까지 전진하려는 찰나 피레네 산맥이라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슬람인들은 평지에서의 싸움에서는 능했으나 산악지형 전투에 불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춥고 습한 산맥 북쪽의 땅은 이슬람인들에게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피레네산맥을 넘으려는 무리를 하지 않았다. 피레네산맥만 없었다면 온 유럽땅이 이슬람화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 있다.


점차 이슬람 세력이 확장하는 가운데, 반도 북부에는 아스투리아스, 카스티야-레온(지금의 마드리드 정도), 아라곤(지금의 까딸루냐 즉 바르셀로나정도), 나바라, 그리고 서부에 포르투갈 같은 기독교 왕국들이 등장했고, 기독교 세력의 국토수복(Reconquista) 기운이 팽배해갔다. 국토수복과 국교 통일을 완성한 것은 이사벨과 페르난도의 두 가톨릭 군주에 의해서였다. 이슬람 왕국들이 하나 둘 무너져 가고 있었을 무렵, 그라나다의 왕은 11~13세기에 지어진 알카사바라 불리는 요새가 있는 옆으로 거처를 잡고 왕궁을 세운다. 왕은 그라나다를 지키기 위해 같은 이슬람 왕국이 기독교와의 대항을 이유로 요청한 구원을 거절하고 기독교 세력에게 기대는데, 이를 못마땅히 여긴 귀족들은 왕에게 항의를 하게 된다. 왕은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성 내에 귀족들의 거처를 마련하고 하나 둘 불러들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알함브라는 다른 도시의 성과는 달리 성벽 안에 귀족들의 집과 군사시설, 평민들이 머무는 곳, 농사를 위한 땅 까지 모든 것이 모여있다. 

이 때 왕족이 머물던 궁전이 우리가 관광을 하려면 시간을 정해서 예약을 하고 표를 사야 하는 그 유명한 '나사리궁'이고, 그들의 여름 별장이 '헤네랄리페' 이다. 이슬람인들에게 물은 부의 상징이었으므로, 나사리궁과 헤네랄리페의 정원에는 많은 연못과 분수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아름다운 식물들이 화려함과 푸르름을 더한다. 그 드넓은 부지를 온통 멋들어진 정원으로 풍요롭게 꾸며 놓았다. 유럽인들보다 먼저 의자문화를 발달시켰던 이슬람인들은 앉는 것 보다 더 편한 눕는 것으로 관심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래서 앉아서 바라보는 벽면에 신경을 많이 썼던 유럽 건축물과 달리 이슬람 건축물은 천장에 온갖 정성을 쏟아붇는다. 알함브라도 이에 거스름 없이 천장에 섬세한 문향과 조각을 꽉꽉 채워 넣어놓았다. 겉만 보고 '뭐.. 그냥 네모네모잖아' 하고 있다가 안에 들어가면 턱을 치켜올려 천장을 보면서 저절로 벌어진 입으로 '으아...'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슬람의 마지막 왕국이자 최후의 거점이 바로 그라나다가 되지만, 이곳도 반도를 거의 다시 장악한 레콩키스타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사벨라 여왕은 당장 그라나다를 수복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침략 대신 그 앞에 진을 치고 가두어 놓고는 회유와 협박을 반복하며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다. 아름다운 알함브라를 갖고싶기는 한데, 전쟁을 해버리면 부서질 것이 자명하니 그것이 아까웠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역대 리더들이 다 여자들이었다면 지금 전쟁때문에 말도 안되게 부서져간 아름다운 것들이 훨씬 많이 남아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듯 하필 알함브라는 그 안에 모든 계급과 땅과 자급자족 시설이 있었으므로, 들어앉아서 버티기에 용이한 곳이었고 이사벨라는 다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으니 그것이 집시를 이용한 스파이 전술이었다.

집시/보헤미안은 같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처음 그들이 나타났을 때에 유럽인들은 그들이 이집트에서 왔다고 생각해서 이집션이라고 부르다가 '집시' 가 된다. 그런데 그 후 프랑스에 그들이 나타났을 때 프랑스인들은 그들이 체코 서쪽의 보헤미아에서 왔다고 생각했고 '보헤미안'이라 부르게 된다. 대략 청주댁 뭐 그런 것과 유사한 어느지방인을 가리키는 말인 것. 사실 집시는 인도 서북쪽 어딘가에서 유래했다는 연구보고가 있는데, 그들이 쓰는 언어가 인도지방 언어와 가장 유사하다는 것이다. 침략자들에 쫓겨 떠돌아다니던 그들은 이집트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여름내 유랑하다가 겨울에만 정착해서 사는 집시들과 달리 이집트는 대대로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이들의 유입이 반갑지 않았다. 열심히 농사지어 놓으면 겨울에 들어와서 마을주민 행세를 하며 같이 나눠먹자는 식이었으니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집시들에게는 있는 것을 나눠먹자는데 뭐가 그리 잘못인지 이집트인들의 깐깐함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지금 집시 소매치기들이 가방을 열어놓고 지갑을 가지고 가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인데, 어차피 열린 가방은 모두의 것이니 내가 내용물을 좀 나누어 쓰는게 잘못이 아니라는 논리이다. 어찌됐건 이집트에서는 이들의 정착을 받아주지 않았으므로 내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게 되고, 동유럽에도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다. 어딜 가든 이들의 정착을 반기는 나라는 없었으며 이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소문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소문이 소문을 낳아 집시는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말 까지 돌았다고 하니, 당시에도 아니 지금보다 오히려 그 때에 집시에 대한 평이 안좋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에서도 떠돌고 있었던 집시들을 이사벨라가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알함브라에 들어가서 정찰도 하고 작전도 펼쳐야 되겠는데, 기독교인과 이슬람인의 차림새부터가 너무나 표시가 났으므로 스파이활동이 불가능했던 차에 어디든 떠돌아다니는 집시를 이용하면 되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은 간단하다. 내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소문을 들었는데, 혹은 보았는데 지금 밖에 기독교인들 세력이 장난이 아니더라. 너네도 여기서 버텨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느냐. 라고 민심을 어지럽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서서히 내분이 일어날 수 밖에 없어지고 결국 그라나다의 왕은 이사벨라와 협의를 하게 된다. 궁을 내어줄테니 우리 이슬람 국민들은 꼭 좀 살려달라고. 이사벨라는 그 조건을 수락했고, 피와 파괴 없이 무사히 알함브라를 넘겨받게 된다.

해피앤딩이 될 뻔 했던 작전은 자신들의 왕이 기독교 여왕에게 성을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라나다의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대대적인 반발을 일으켰고 이사벨라는 그것을 진압하기 위해 백성들을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어길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이슬람인이 죽어갔고, 그들은 그라나다의 한 산에 모두 묻히게 되는데, 그 산이 '싸크라몬테' 즉 성스러운 산이다. 이슬람인들을 위해 죽어간 그들은 성자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그라나다를 수복한 이사벨라는 포르투갈을 제외한 이베리아 반도를 모두 통일하게 되는데, 그라나다가 그렇게 버텼던 시간은 무려 10년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알함브라를 얻어낸 때가 1492년. 바로 그 1492년이다. 콜럼버스가 이사벨라에게 신대륙을 선사했던 그 1492년. 800년만에 이슬람에게서 나라를 모조리 되찾은 그 해. 1492년은 그래서 스페인에게 매우 중요한 해가 된다. 국토를 모두 통일한 후 신대륙에서 가져온 것들로 무역을 시작해 스페인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다. 여기 저기에서 나라를 통일한 기념으로 돈잔치를 벌이게 되는데, 통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백성들에게 거하게 한턱씩 쏘기 시작한 것이다. 귀족들은 더 높은 귀족으로, 평민들은 조금 더 먹고 살기 좋게 모두가 보상을 받았고, 알함브라를 손에 넣는 데 일조를 한 집시들도 나름 기대하는 바가 당연히 있었다. 이사벨라는 집시들에게 꽤나 근사한 것을 내민다. 바로 삶의 터전. 유럽의 그 어떤 나라도 허락해 주지 않았던 정착지를 선사했던 것이다. 그 지역이 바로 싸크라몬테. 이슬람인들의 피가 바쳐진 그들에게는 성스러운, 기독교인들에게는 쓸모없고 음습한 땅이었다. 

처음 정착지를 갖게 된 집시들이었지만 그들이 다른 민족들처럼 진정 '정착'이라는 것을 했는고 하니, 그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들은 여전히 봄여름가을 내내 떠돌아다니다가 겨울이 되어서야 산으로 돌아왔는데, 싸크라몬테는 험하고 추운 산이었다. 집을 짓기에도 너무나 가파랐고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그러니 돌산을 파고들어 동굴같은 구조의 집을 만들어 그 안으로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시련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고 왕이 바뀌자 스페인은 선대왕의 약속과는 상관 없이 집시들도 카톨릭으로 개종하지 않으려면 나라에서 나가라고 명령한다. 그런 말을 듣고 제깍제깍 '예 바꾸겠습니다'라고 할리 없는 집시들은 "너 개종할꺼냐?" "아니 그걸 왜해" "아 귀찮아 좀 있다 생각해"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다가 된서리를 맞게 되니, 나라에서 개종하지 않은 집시를 잡아다가 마녀라며 화형을 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분방하고 널널한 집시들도 이 상황에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동굴에 모여 회의를 하기 시작하는데, 그 회의라는 것이 결론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개종은 하기 싫고, 떠날 곳도 없고, 억울하기만 하고, 죽기는 싫고, 한숨만 나오는 상황에서 그 울분을 하나 둘 표현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남도 판소리마냥 절절 끓는 목소리로 피토하듯 내뱉는 노래를 하기 시작하고, 변변한 악기가 있을리 없는 상황에서 손뼉과 발구름으로 장단을 맞추고, 몸을 잘 움직이는 사람이 그에 맞는 춤을 추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플라멩고의 기원이다. 그라나다의 '동굴 플라멩고'의 역사는 그라나다의 역사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인간의 모든 춤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공중으로 뜨고 싶어하는 욕망을 표출하는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 독특하게도 플라멩고만은 이 땅에 정착하고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플라멩고의 동작은 매우 강렬한 탭댄스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발랄하고 통통 튀는 탭댄스와 달리 바닥을 있는 힘껏 내리쳐 화를 내고 있는 듯 한 느낌이 강하다. 무희의 표정 또한 미간을 잔뜩 찌푸린 표정인데, 이는 플라멩고 무희의 기본 표정이다. 한을 표현하는 춤이기에 화려한 옷과 머리장식을 하고 있지만 표정만은 어둡게 유지하는 것이다. 

갖은 핍박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집시들은 그 때 당시 모든 교역의 중심지로 잘나간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세비야로 몰려들게 된다. 그 곳에 가면 하루 하루 일꺼리가 있었으므로 굶어죽을 일은 없었던 것이다. 허나 그 곳에는 그나마 동굴같은 집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그들은 강가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밤을 보내는데, 여기서도 물론 플라멩고가 빠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라나다에서는 자기네 끼리 동굴에서 추던 살풀이였지만 세비야의 강가는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이 될 수 밖에 없는 위치였으므로 그들만의 살풀이가 아니라 일종의 공연이 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당시 유럽인들은 이들이 추는 춤이 몹시도 신기했고 오며 가며 눈길을 줄 수 밖에 없었는데, 무엇이든 일단 좀 봤으면 몇푼이라도 주어야 문화인이라 생각했던 그들이 한푼 두푼 돈을 던져주고 갔던 것이다. 집시들은 그저 심심해서, 화가 나서 춤을 추었는데 돈이 생기니 처음에는 의아했다. 하지만 이게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세비야라는 큰 도시에서, 각종 상인들이 일을 끝내고 쉬어가는 그 곳에서 돈벌이용 플라멩고를 추기 시작한다. 노래의 내용은 좀 더 가벼워지고, 박자는 좀 더 경쾌하고 빨라지고, 기타나 캐스터네츠 등의 악기가 가미되고 빨간바탕에 땡땡이가 있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꽃을 꽂고 발구름 소리가 더 좋게 하기 위해서 단상을 만들어 공연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예쁜 언니가 짝짝짝 하면서 추는 플라멩고는 세비야의 플라멩고이고, 진정 집시들이 삘 충만하게 추는 플라멩고는 그라나다의 것이다. 물론 이것을 스페인의 젊은이들도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가 남도민요와 경기민요를 잘 모르듯이.



나는 그라나다에서 공연을 봤는데,
기대보다 훨씬 이상으로 좋은 공연이었다.
그들끼리 추임새 아니리 다 넣고 손뼉치고 발구르고 해가면서 한명 한명씩 춤을 추는데
정말이지 저건 즐기지 않고서야 할 수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강렬한 움직임이었다.
내가 어디가서 뭘 보면서 동영상으로 찍고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동영상을 찍으면 안된다고 해서 못찍었지만...)
왕언니인듯 한 아줌마의 춤사위는 정말이지 내용이고 뭐고 하나도 모르겠지만 그 움직임만으로도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힘이 있었다.
울컥울컥하는 그런 것 말이다.

예술은 진정 이런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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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르하] 9월 9일

MJ/여행 / 2010. 9. 13. 22:43

오늘은 완전 휴양을 컨셉으로 잡고 하루 천천히 놀아본 날.
'유럽의 발코니'라 불리는 곳에 왔으니 발코니에서 바깥 감상 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 앞에 바다 건너면 아프리카라 생각하니 무언가 경건한 마음가짐도 좀 생기고.

동남아의 바다와는 또 다른 로망이 물씬 풍기는 지중해.
파라솔 빌리는 가격이 우리나라 성수기때 그 미친 바가지 요금보다 훨씬 적절하다. 하루종일에 4유로.
잡다한 것 팔러 다니며 귀찮게 구는 잡상인도 없고
이것저것 먹고 마시고 해서 해변을 더럽히는 사람도 없다.
그저 다들 누워서 썬텐하고 책읽고 잠시 물놀이하다 들어와서 한잠 자고 책읽고 태우고 ...
커플과 가족들이 대부분이어서 추파를 던지거나 하는 분위기도 없다.
그저 아무렇지 않게 상체탈의를 실현하시는 아줌마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밤에 해변을 보았더니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밤에 해변에서 술마시며 소리지르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의례 있으리라 생각했던 현상이 없으니 의외로 재미가 없기도 하고 그렇다. 유럽사람들 무지하게 가정적인 듯 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꼭 손잡고 다니고 갓난쟁이들 데리고 여행오고.

꿉꿉해서 땀나거나 하지 않고, 풍경은 좋고, 가격도 적당한 스페인 남부 휴양지 유럽사람들 휴가장소로 꽤 괜찮은 곳인 듯 하다.
맛있는 밥집도 많다. 풍경 쓰러지는 밥집도 많고.

어제 체크인 하고 막 밥먹으러 나가려는데 누군가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룸서비스라도 해주려나 뭐가 고장났나 궁금해하며 문을 열었더니 왠 동양여자가 서있다.
한국에서 오셨느냐고, 호텔 아저씨가 말해줬다고 인사나 하자고 들르신 언니. 오늘 종일 함께 다녔다. NCIS를 다 보셨다는!!! 

네르하에 유명한 것 중 하나인 '파라도르'쪽에 슬쩍 가보기로 했다. 파라도르는 스페인의 옛 성들을 호텔로 개조한 국가 소속의 고급숙소. 몇몇 도시의 경치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네르하도 파라도르를 소유한 곳 중 하나이다. 네르하 파라도르는 그 중 현대적으로 꾸며져 있다고 해서 어차피 파라도르에 큰 돈 주고 갈 양이면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게 낫지 현대적인 것은 이도 저도 아니지 않나 싶어 포기했는데 한번쯤 구경은 하고싶어 살짝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뭐 좋은 호텔이니 수영장도 좋고 잔디밭도 좋고 썬베드에 누워있는 사람들도 여유있어뵌다.

일정이 맞는 사람이 있었으면 한번 묵어봐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었지만, 우리 호텔도 만족스러우니까 패스.

다들 남부지방에 가면 빠에야를 먹어봐야  한다기에 오늘 점심은 빠에야를 먹기로 했다. 빠에야는 우리 전골 같은것 처럼 2인분이 기본이다. 1인분만 내주는 곳은 냉동식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호텔 프론트 아저씨가 소개시켜주신 곳에 가서 2인분을 시켜보았다. 40분이 걸린다고 괜찮냐고 하기에 문제없다고 해놓고 한참을 노닥거리며 기다렸다. 40분만에 나온 빠에야는 똘레도에서 조금 맛보았던 것 과는 확실히 퀄리티 차이가 있었다. 양이 너무 많아 다 먹지는 못했지만 맛있었습니다 주방장님.

바닷가에서 한참 놀고 들어와서 호텔 옥상 수영장에서 놀다가 맛난 저녁 먹고 잠시 산책하고 들어와서 샤워하고 머리에 팩 하고 얼굴에도 팩 하고 NCIS 틀어놓고 딩굴딩굴.

이것이 진정 휴가.
내일은 알함브라가 있는 그라나다로 이동한다.
아디오스 네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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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9월 7일

MJ/여행 / 2010. 9. 13. 19:33

점심때 기차타고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마드리드도 충분이 뜨거웠지만 여기는 더 뜨겁다. 얼굴에 기미가 막 생기는 중. 썬블럭을 아무리 덧발라도 소용없다.
적당한 기회가 오면 창이 큰 모자를 살 수 밖에 없는 상황.
여기서는 하루 머무는데, 그 때문에 무언가 시간이 상당히 전반적으로 촉박하고 마음대로 잘 안된다.
대체 한 도시 하루하루 찍고 다니는 사람들은 얼마나 강행군을 하는 것인가.
어차피 세비야에는 별달리 욕심이 없었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내일 네르하로 가버릴테다.
근데 여기 호스텔 데스크 언니가 참 괜찮으네. 영어도 잘하고.
내일 아침에 나잇&데이 찍었다는 까사 누구 거기나 한번 가봐야지.
이노무 스페인은 가는 곳 마다 스페인광장, 까떼드랄, 까사 어쩌고 등이 무한반복되는데다가 각종 영웅과 성인과 도시이름들이 각 도시의 역 이름, 길 이름, 동네이름이어서 뭐 대략 대구에 갔더니 서울광장과 세종대왕로와 신라역과 광주사거리가 있는 격. 물론 서울에 가면 대구 거리가 있을 것이고 신라역은 대도시마다 하나씩 있을 것이다. 그 바람에 유명한 사람들 이름을 몇개 외울 수 밖에 없으니 알폰소XIII라던가 일데폰소 등의 폰소 시리즈 님들이 기억에 남는구만.
아. 세비야는 가로수가 오렌지나무다. 아직 오렌지가 열리지 않았지만 주렁주렁 열리면 볼만할 듯.

p.s. 우리나라에 볼만한 관광스팟이 별로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다지 확고하지 않은 종교적 신념 때문인 듯. 종교만이 이 미친 건축물들을 발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뭐 하긴 마드리드의 궁전에 가보니, 우리나라가 그냥 절대적으로 가난하고 척박해서 건물에 금칠을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단순한 논리가 통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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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9월 7일-2

MJ/여행 / 2010. 9. 13. 05:05


마드리드에서 세비야 가는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오전.
민박집에 계속 눌러앉아 있으면 청소도 못하고 그럴테니 눈치껏 자리를 피해줘야 한다.
솔광장 옆 골목 스타벅스에서 와이파이 이용하며 차이라떼 한잔 해주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스페인 기차를 렌페(renfe)라고 부르는데, 마드리드에서 세비야 가는 내가 탄 기차는 아베(Ave)라고 아마 꽤 괜찮은 기차인듯 하다.
2등석을 끊었는데 뭐 자리가 썩 좋았다.
민박집에서 만난 언니가 나와 기차스케쥴이 똑같길래 같이 이동했다. 이참에 세비야 관광도 함께 하고.
우리 앞칸에 보니 카페테리아가 있길래 마침 배도 고프고 해서 방문해보았다.


샌드위치와 콜라 세트를 사서 먹으면서 앞에 화면에서 보여주는 피터잭슨과 번개도둑 스페인어 더빙버전을 보았다.
이미 봤던 영화였으니까 내용도 알겠다 스페인어든 뭐든 재미있게 보았다.
피터잭슨이 마지막에 그리스 신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신들의 크기가 사람의 스무배 정도 되었던 것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아테네 였나.. 여신 하나가 CSI:NY의 스텔라였던 것도 크게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 보니 마드리드 첫 날 호텔에서 TV를 켰을 때 위기의 주부들 스페인어 더빙버전을 마주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처럼 더빙을 싫어라 하지 않나보다.
아우 근데 비행기 타고 오면서 섹스앤더시티2 한국어 더빙판을 봤는데
것 참 못들어주겠더라는 것이다.
기차나 버스나 비행기에서는 그냥 한번 봤던 괜찮은 영화를 한번 더 보는 것이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나는 한국어를 하는 싸만다가 나오는 섹스앤더시티2를 기억에 담고 있어야 한다.



세비야 역 도착.
나는 평소에 기차를 탈 일이 거의 없으니까, 기차역 하면 인도가 퍼뜩 떠오른다.
그 막막함과 지루한 기다림과 웃긴 안내방송과 차가운 바닦과 자리없음과 침대칸과 아침의 담배냄새와 화장실가고싶음 등등



기사양반 뒤에 앉은 큰 가방을 맨 북미에서 온 것이 분명한 커다란 여자가 나와 같은 호스텔에 가는 중이었다.
배낭을 매고 성큼성큼 걷는 그녀를 돌돌이 끌고 따라가느라 좀 힘들었지만
한방에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예약을 잘못 해서 다음날 부터 묵을 수 있었고 남아있는 방이 없었기 때문에
프론트에서 소개해준 다른 호스텔에 가야 했다.
이름을 들어보니 그 호스텔도 아주 유명하고 분위기 좋다고 소문난 곳이었기 때문에
거기도 좋은데라고 가서 재미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속으로만 말해주었다.
내가 한국말로 말해줘봤자 하나도 못알아들을 테고, 별로 쓸모도 없는 사실을 말해주고자 고군분투 하고싶진 않으니까. 


가든백팩커스 호스텔. 8인실.
나와 어떤 서양여자 빼고 나머지 여섯명이 모조리 친구였다.
스무살쯤 됐을까? 스페인 처녀들인듯 보였는데
나는 놀다 들어와서 자려고 준비를 하는데
이들은 샤워를 싹 하더니 요리조리 예쁘게도 꾸미고 서로 봐주고 유행가도 불러가면서 쿵딱쿵딱 하다가 12시 넘어서 나가버렸다.
그리고는 한참 자고 있는데 4~5시쯤 들어온 것 같다.
아침에 다시 눈을 떠보니 싹 다 사라지고 나와 어떤 서양여자만 남겨져 있었다.




세비야 관광은 뭐 사실 좀 실패했다.
도착하고 짐놓고 나와보니 이미 입장 시간이 다 지나가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 구경이나 좀 해보는 수 밖에 없었고
스페인광장은 대거 공사중이었다.
버스표를 미리 끊어놓으려고 터미널에 갔더니 말라가행 버스는 터미널이 바뀌었다고 안내만 해주고
6시가 되자마자 순식간에 모든 창구가 문을 닫았다.
오렌지나무가 가로수로 쓰이는 도시인데, 오렌지향은 나지 않았다.
아 뭐 물론 내가 발렌시아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은 없다만...

그래도 유명한 중국집에서 맛있는 식사도 했고, 자석도 샀으니까 호텔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네르하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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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9월 6일

MJ/여행 / 2010. 9. 12. 18:43
훈쓰가 야심차게 구입한 '퐁이'를 내가 계속 들고 다니자니 불안하기도 하고 본인이 빨리 받고싶어 하기도 하고 해서, 월요일이 되는 즉시 우체국에 찾아갔다.
페덱스로 보내려고도 해봤는데 가격차이가 너무 나서, 좀 불안하긴 하지만 우체국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프랑스 우편은 정말 못믿지만 스페인은 보내면 가긴 간다는 말에 혹하여..
우리의 빨란 우체국과 달리 스페인 우체국은 노랑이다. 꼬레오 라고 읽나? 곳곳에 노란 우체통이 있다. 약간 소화전처럼 생긴. 우리나라 우체통이랑은 다르게 생겼다.


우편물을 받아주는 언니와 내가 함께 몇분을 버벅댄 후 한국으로 EMS보내기 완료. 37유로정도 나온 것 같다. 외국 나와서 버벅델 때의 그나마 한가지 좋은 점은, 우리나라 직원들은 손님이 버벅대면 짜증을 내지만 외국 사람들은 너나없이 느긋하기 때문에 같이 버벅대면서 짜증을 안낸다. 기다리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이나 관공서나 뭐 그런데, 아니 슈퍼에 갈 때에도 만발의 준비를 하고 왠만하면 질문꺼리가 생기지 않게 긴장하고 가게 되고, 잔돈이나 거스름돈을 챙길 때에도 최대한 신속하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여기서는 그런건 좀 편하다. 적어도 지폐와 동전을 받았을 때 그걸 그냥 손에 한웅큼 쥐고는 먼저 자리를 비켜줘야 될 것 같은 느낌은 아니다.

마드리드 관광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지하철 'Sol'역에 있는 솔 광장. 솔은 태양. 그러니까 해광장 쯤 되겠다. 여기서 마드리드 중심가 대부분으로 통하는 길이 사방으로 나 있다. 좀 걸어가면 그랑비아, 오페라쪽으로 갈 수 있고, 마요르광장도 가깝고 밤이 되면 주말에 명동에 사람 몰리듯 젊은인구 밀도가 엄청나게 증가한다. 밤에 집에가려고 솔 역에 한번 왔다가 완전 깜짝 놀랐다.


무엄한 새 한마리가 감히 까를로스 3세 머리 위에서 노닐고 있길래 웃겨서 한 컷.


광장에는 어떤 때는 저렇게 경찰차가, 어떤 때는 오토바이 탄 경찰 한쌍이, 어떤 때는 말탄 경찰 한쌍이 항상 지키고 서 있다. 소매치기가 많아서 그런가보다.
민박집에 같이 묵었던 나랑 동갑인 남자애는 그 헤밍웨이 단골집 보틴에서 혼자 정찬을 즐긴 후 나와서 사진찍고 보니 지갑이 없더랜다. 잠시 가방에 신경을 못쓴 사이에 누가 꺼내갔나보다. 민박집 언니 계좌로 돈을 송금해서 찾아쓰기로 하고 카드 다 정지시키고 아주 귀찮은 일을 하고 있었다.
난 반경 1미터 내로 사람이 접근을 하는 일이 없던데 신기한 일이다. 그래도 칼 들고 가방 찢고 머 그런건 안한다고 하니까 돈을 조금만 들고 다니면 된다. 남자들이 지갑 가지고 다니다가 그렇게들 털린다는데, 뭐 쓸일이 있다고 카드 잔뜩 돈 잔뜩 든 지갑을 들고들 다니나 몰라.

스페인에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인 '하몽'은 소금에 절여서 말린 돼지의 다리로 만든 햄. 최고급 하몽은 우리 최고급 육포처럼 살살녹는게 아주 맛있다는데 나는 아직 맛보지 못했다. 저걸 사러면 다리 한짝을 다 사야 된다고... 최고급은 그렇단 얘기다. 그냥 보통 것들은 썰어서도 파는 모양인데 비리고 별로란다. 안그래도 미어터지는 가방에 돼지다리를 넣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포기.



저기 자루처럼 주렁주렁 열려있는 것이 돼지다리인 모양이다. 여기는 와인&치즈 보다 와인&하몽 선물세트가 인기일 수도 있겠다.
솔 광장에서 KFC있는 방향 골목으로 조금 가다 보면 왼쪽에 마요르광장이 있다. 밤에도 와 보았는데 사진이 다 흔들려서 제대로 나온 것이 없고, 낮에도 또 나름 화창한 맛의 광장을 느낄 수 있다. 스페인은 날씨가 워낙 화창해서 하늘색이 참 예쁘다. 그래서 하늘이 들어간 사진을 많이 찍게 된다. 

 
여기 그냥 좀 앉아있고 싶어서 사이드에 있는 아무 까페에 들어가서 콜라랑 새우샐러드를 시켰는데, 관광지 음식은 어디나 그런 것인지 여기도 참 맛없고 비쌌다. 뭐 자리를 산거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는 것이 관광객이 할 일이다. 내가 맨 앞자리에서 새우를 우걱우걱 먹고 있으니 몇몇 외국인 관광객이 그게 맛있어 보였는지 슬쩍 내가 있는 가게로 들어왔다.


냉동새우에 맛살이라니... 오래 삶아 황화제1철이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찬물에 담그지 않았는지 잘 까지지 않은 계란까지.
그래도 콜라는 참 맛있었다.
여기는 콜라 시키면 항상 오렌지 넣어주는데 그게 참 맛있단 말이다. 언제나 한잔을 다 마시게 된다.
솔광장에서 마요르 광장 가는 길에 유명한 츄러스 집이 하나 있다. 츄러스를 초콜렛에 찍어먹는 형식인데, 어제 밤에 보틴 찾으러 다니다가 동행이 앗! 저기있다! 라고 했던 기억이 나서 그 말을 했던 장소 정도에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니 골목 안쪽으로 그집이 보였다.


대충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웨이터가 뭘줄까? 하길래 저 옆사람들이 먹는거 주세요 하는 눈치로 손가락짓을 했더니 알았덴다. 옆에는 일본인 커플이 와서 쉬고 있었고, 반대쪽 옆에는 동양인 여자가 한 명 있었는데 한국인이 었을 것이라 추측이 된다.


내 뒤에 뒤에 있는 여자가 나중에 보니 우리 민박 주인언니였다. 돈을 내려고 웨이터를 부르는 참에 고개를 돌렸더니 집에서와는 달리 예쁘게 화장하고 차려입은 주인언니가 혼자 추러스 2인분을 잡수시고 있는 것. 만나서 반갑다며 나를 보더니 나도 집에서와는 달리 모자쓰고 썬글라스 끼니까 몰라보겠다 하여 둘이 낄낄댔다.
근데 사진을 보다보니 웃긴 것은 내 뒤에 있는 저 분 어디서 많이 뵌분같은데 누굴까.


마드리드의 이 추러스는 우리나라 극장에서 파는 추러스와는 많이 다르다. 추러스 자체에는 단맛이나 짠맛이나 어떤 간이 되어있지 않다. 단지 금방 튀겨서 나온 바삭하고 담백한 놈이다. 그걸 초코에 찍어서 먹으면 달달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초코에 찍어 먹는 것이 맛이 있는데 자꾸 먹다보니 그냥 먹는 것이 난 더 맛이 있었다. 여기 사람들 아침마다 츄러스 먹을만 하구나 싶은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적당한 맛이다.

마드리드의 대성당은 똘레도의 그것과 비교하면 정말 볼품이 없지만, 그래도 궁전 옆에 있고 공짜로 들어가 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한번 가 보았다.
괜히 예배보는 의자에도 앉아 보고.




태양 작렬 바람도 작렬. 바람이 부니 안더워서 좋긴 한데 눈물이 난다. 안그래도 눈이 부신데 왕궁 앞은 온통 흰 색이라 49동에 온 것 같다. 나는 서양의 왕궁을 처음 보는 것이므로 어쨌든 내가 본 왕궁중에 최고다! 스페인 국기를 저런 색으로 한건 참 잘 한 짓인 것 같다. 스페인 어디에다 놔도 눈에 잘 띌 색이니까. 하늘이랑 완벽 대비.



스페인 왕궁을 찍었는데 앞에 갑자기 아프리칸이 나타나는 바람에 묘하게 이국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말았다.
여기 뭐 모로코 그런데 아닙니다.


왕궁 너머로 시가지가 보인다.
역시 높으신 분은 높은데 살고 싶은 모양.


여기가 입구. 천장에 대리석 조각 사람들이 막 내려다보고 있다. 이런덴 드레스 입고 와줘야 되는 것인데...


사실 여기서부터가 제대로였는데, 저 어두운 방 안이 진짜 화려하고 예뻤는데 사진 금지란다.
모르고 밖에서 한방 찍었다가 제지당하느라 흔들려버렸다.
누구의 방 누구의 방 계속 방의 연속이었는데, 이런건 가이드 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단체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외국인들을 보니 좀 부러웠기 때문에.
난 봐도 어떤게 누구 방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말이다. 
영어가이드 높음기가 있다는 것을 다 보고 나온 후에 알았기 때문에 아쉽지만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유명한 곰 동상이 어디 있다고 그랬는데 그게 어디 있었는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책도 안들고 나왔고, 어디가면 그게 있을까.. 하며 별 생각 없이 솔 광장으로 다시 들어갔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곰돌이. 보고도 생각도 못하고 지나쳤었나보다.


곰이랑 사진찍기 힘들었다.
곰이 이렇게 나타나서 마드리드의 상징인 저 나무를 자주 따먹어버리곤 했단다.
그걸 또 이렇게 동상으로 만들어놓은 스페인 사람들이 귀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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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담 알러지

MJ/여행 / 2010. 9. 12. 06:01

민박집에서 사람들을 줄곧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혼자 여행을 잘 안하나보다. 민박집에 오는 손님 열이면 아홉은 여자혼자란다. 하긴 유럽에서 동양인 남자는 원숭이 다음이라 후커들도 꼬시지 않는다는데 한국 남자들이 그걸 참을 리가 없지. 한국 남자들을 몽땅 한번 내놔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튼 학생들은 학교로 다 돌아갔으니 회사원 이상을 만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겠긴 한데, 문제는 그다지 재미는 없고 말은 많은 족속들이 많다는데 있다.
어린애들은 이래저래 뭘 떠벌이더라도 나름의 퓨어함과 유치함과 속이 빤히 보임이 있어서 짜증은 좀 나지만 귀엽게 봐줄 수 있는 구석이 있는데
나잇살이나 먹은 이 아가씨 아줌마들 그다지 반갑지 않다.
특히나 회사 잠깐 휴가내고 오신 언니님들은 쿨하고 괜찮은 경우가 많고, 회사원 동생들도 아주 괜찮은데 말이다, 회사 관두고 혹은 늙어서 장기여행 하는 사람들 아주 어렵다. 내가 그런 인간일까봐 아주 걱정되는 중이다. 그래서 되도록 쓸대없는 말을 안하려고 하고 있다.

일단, 요주의 인물들은 여행 경험이 아주 많은 축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밥먹으러 모이면 이런 저런 자랑이 아닌 척 하지만 자랑인 것을 늘어놓기 시작하고
나는 하나도 안궁금한데 자기 얘기를 재미나게 하다가
내 얘기를 궁금해한다.
그러면 나는 그냥 그때 그때 내키는대로 실제를 말할 때도 있고 완전 뻥을 칠 때도 있다.
대충 얼버무려 말하면 아~~ 그런거야? 하면 아 네 그런거죠 해버리는 경우도 많고.
내 루트를 얘기해주면 백이면 백 왜 그렇게 가느냐고 타박을 하는데, 아니 뭐 여행 루트에 답이 있는건지 나는 몰랐네. 민박집에서 말하는용 루트를 하나 새로 짜야겠다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

그 후에는 인생상담을 해주고싶어 한다.
여행을 많이 해 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했으니 무언가 아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또 그 옆의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이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한다.
특히나 고생스러운 여행, 장기여행을 한 사람들은 해병대 갔다온 남자애들 같다.
거침없고 잘났고 내가 이게 무슨 주책이야... 하면서 칭찬받기를 원하고 조언해주기를 좋아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입이 절로 닫히고 표정이 절로 굳어버려서 그들이 듣고싶어 하는 칭송을 해줄 수가 없다.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알러지 반응과 흡사하다. 건조한 아침에 콧물이 나는 것 처럼 짱아치처럼 탄 그들을 보면 광대뼈쪽 근육이 어느순간 수축한다. 그러면 내 장기를 발휘한다. 자기는 왜 프랑스 안가? 일정이 그렇게 넉넉한데? 그냥 가기싫어서요.(이게 끝이고 더이상의 반응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것을 강하게 풍기는 표정 발사)

근 한달만에 한식을 먹는 거라며 젓가락을 가로로 눕혀 반찬을 집어가고 반찬이 많이 없다고 투덜대며 마음대로 목소리가 크고 민박집에 예외의 케이스로 부탁하는 것이 많으며 앞에서는 간만에 이런 한식도 먹고 한국 사람들을 만나 너무 힘이 되었다며 떵떵거리다가 뒤에서는 민박집 위치가 어떻다는 둥 뭘 해줬으면 좋겠는데 귀찮아 하는 것 같다는 둥 한다. 50넘은 아줌마들이 왜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그냥 아줌마도 그 넉살 난 잘 못참는데 여행 많이 한 아줌마 넉살 살인적이다. 학생 학생 하면서 언제 봤다고 막을 딱딱 놓는데 대충 씹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아니면 집에 들어와서도 화장을 지우지 말고 더 진하게 하고 있어 볼까보다. 엄마들은 화장 진한 여자 싫어하니까.

학교 선생님 하다가 관두고 세계여행을 몇개월째 다니고 있다는 50대 여성을 보았다. 난 물어보지 않았는데 어느 새 그간 어디어디를 다녔는지 다 알게 되었다. 이번 여행 전에도 방학때마다 한달씩 어디론가 여행을 다녔단다. 학교 선생 참 좋구나 싶은 생각밖에 안들었으면 내가 너무 반 사회적인건가. 그 여행 많이 다닌 학교 선생 출신의 여성은 스페인에 온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샹그리아가 무엇인지 타파스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여행을 그렇게 세계 각국을 했다면서 플라멩고 무희들이 턴을 할 때 튀는 땀이 더럽다고 얼굴을 가리고 있고 냄새난다고 코를 막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마자 하는 소리는 이게 좀 비위생적이긴 하다 그치? 였다. 마스크 쓰고 집에 계시면 깨끗하고 참 좋을텐데...

내가 머물고 있는 방에 체크인을 하면서 같이 지내요~ 하고 들어온 여성은 어디어디 끝내고 왔습니다~ 하면서 인사를 했다. 내가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식의 표정을 짓자(사실 무슨 말인지 알았는데 알러지 반응 때문에 ㅡ,.ㅡ) 산티아고 모르시냐고 했다. 젠장 내가 그걸 당연히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알고 있었던 것이 더 실망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래 그 산티아고 고행길을 잘 걷고 오셨으니 자랑삼아 그것을 첫 인사로 건낸 것이다. 박카스배 국토대장정 하고 왔어요~ 하는 것 같이.

두바이에 산다는 부부는 여기 저기 많이도 돌아다닌 모양인데, 그 부인은 나를 보자마자 친한척을 하면서 붙더니 내 쪼리를 밟는 바람에(발이 떨어지는 순간 땅에 아직 붙어있는 부분을 누군가 밟았을 때 발 등이 쪼리의 끈을 매우 세개 당긴다는 것을 알고 있으리라) 끈이 떨어지고 말았다. 어머 내가 그런거 아니죠~ 라는 말이 어떻게 먼저 나올 수 있는건지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머 죄송해요 제가 그랬어요? 가 먼저 아닌가? 길이 가까우면 내 신발을 벗어주겠는데 멀어서 안되겠네? 라니 그것은 어디서 나온 논리이며. 괜찮아요? 안괜찮은데요? 응.. 하나 사신어야겠네~ 하고 휙 가버렸다. 아줌마들이 다 그렇게 뻔뻔한건가 아니면 외국에 사는 아줌마들이 뻔뻔한건가 아니면 외국에 살면서 여행을 많이 한 아줌마들이 뻔뻔한건가 아니면 그 여자만 그런 것인가. 여행중에 신발은 아주 중요한 품목인데 나는 이제 원피스에 컨버스 신게 생겼다. 아무거나 샀다가 발이 아프면 그것도 골치이기 때문에 덥석 새 신발을 못사겠다.

나는 사람이 여행을 많이 하고 오래 하면 그만큼 성숙한 인간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만큼 할 말이 많은 사람이 될 뿐인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어디서 뭘 봤는데 이건 그것만 못하다는둥 하려면 보지 말지 기어이 보러 와서는 투덜덴 후에 나중에 또 어디도 봤다고 자랑을 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넉살과 뻔뻔함의 포스는 엄청나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심한 바가 있다.

짱아치처럼 태워가면서 사서 고생하는 여행은 돈을 받으면서 하는게 아니라면 하지 않겠다. 그 고생 말고도 할 고생이 많다. 그냥 그게 무엇인지 정도만 알면 된다. 사람들은 그 고생을 겪으면서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는게 분명한데, 그것은 진정 필요한 것을 성취하지 못할 것 같아 엄한데 돈을 들여 몸을 움직여 시간을 소비해서 쉽게 무언가를 성취하려는 방식일 수도 있지 않은가. 갈수록 느끼는 것은 어떤 나라가 궁금해서 제대로 그 나라를 보고 오려면 아낌없이 돈을 투자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나라를 찍고 찍고 돌아다니며 눈도장만 찍는 여행도 안할테다.
누가 명확하게 무엇이 궁금한 것인지를 밝혀 제대로 물었을 때가 아니라면 왠만하면 여행 얘기를 떠벌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나이가 더 아주 많이 더 들어도 아무에게나 말을 놓지 않을 것이며 모르는 사람에게 괜히 말을 거는 것도 안하고싶다.

굳이 여행이고 나발이고를 떠나서
내 주변에 나를 포함하여 제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매우 많고 말이 많은 사람들도 많으며(사실 대부분이다 까놓고 말해 그렇다. 동의 할 것이다)
무언가를 설파하고 가르치기를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심지어 나도 그런 경향이 있는데)
다행인 것은 아무나 붙잡고 인생 얘기를 주절주절 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끼리만 잘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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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솔 민박은 나보다 한살 어린 언니가 운영하는 생긴지 얼마 안되었다는 민박. 마드리드에서 다른 도시로 기차를 이용할 때 거쳐야 하는 '아토차'역에서 가까운 Menendez Pelayo역에 있다. 사실 이번 스페인 민박집들을 정할 때 공부가 안된 상태에서 골랐던 관계로 나중에 찾아보니 모조리 다 관광하기 딱 좋은 중심가에 위치하는 곳이 아니었다. 까사솔은 그나마 괜찮은 편인 듯 하고(마드리드가 좀 작다), 그라다나 민박은 시내에서 완전 멀고, 바르셀로나도 대략 중심가는 아닌 듯 보인다. 근데 뭐 중심가만 보고 쏙 빠져 나올 것도 아니고 그 위치 아니었으면 전혀 못볼뻔 한 동네도 봤으니까 된거다. 게다가 그라나다와 바르셀로나의 민박은 부촌이라 위치가 그런듯 하니 부촌구경 해주면 되겠고. 남들 위치랑 아침밥 메뉴 보고 민박 고를 때 나는 침대와 욕실을 봤던 것 같다. 뭐 밥먹으러 여행온건 아니니까. 밥은 사실 주던 말던 상관이 없는 정도였고, 가장 큰 이슈는 인원수 대비 욕실 수였다. 까사솔은 내가 갔을 때 나 포함해서 여자 3명 남자 1명밖에 없었던 관계로 아주 편하게 있었고, 바르셀로나의 노체부에나는 워낙에 수용인원수가 적다. 그라나다도 비수기라 손님이 없다고...ㅋㅋ


마드리드 지하철 아주 탈만하다. 우리나라처럼 갈아 타는 곳이 완전 멀거나 너무 깊거나 하지 않아서 계단 몇개 올라가면 너무 놀랍게 지상이 확 나와버리고 통로를 좀 걷다 보면 갈아탈 열차가 확 지나간다. 노선도 8~9개 되는 것 같은데 어쩜 그렇게 얕게 잘 팠나 모르겠다. 열차 너비는 우리나라보다 좀 좁은 편이다. 뉴욕 열차 정도 되려나. 우리나라처럼 넓게 만들어서 꽉꽉 타고 다니는 데가 드문 모양이다. 문이 자동이 아닌 것이 재미난데, 타고 내릴 때 열차가 서면 문에 달린 버튼이나 손잡이를 움직여줘야 문이 열린다. 열릴 줄 알고 가만히 서서 기다리면 다음 역에 가는 거다. 자신이 없거들랑 다른 사람 뒤에 서 있으면 된다. 알아서 열어주니까.

일요일, 유로 자전거나라에서 진행하는 똘마투어(똘레도 마드리드 투어)에 참여해보기로 결정했다. 마드리드만이면야 그냥 부지런히 보면 되는데 똘레도는 마드리드에서 한시간남짓 떨어져있는 옛날 수도인 곳이라 혼자 갈 자신도 의지도 없었으므로 집단에 몸을 맡기기로 한 것. 전날 만난 동생도 같은날 투어에 참여하기로 되어있어 같이 점심이나 먹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적극적인 그녀는 나 말고도 또 한명의 동행과 만나기로 약속을 해 놓았다고 했다. 혼자 여행하는 남자분이라고...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는 그녀는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이길 원했고, 일요일마다 열리는 장터에 가보고싶어 했으므로 투어 모임시간인 9시 이전에 장터에 들르는 모험을 감행했다.


새벽인데다가 일요일이었으므로 골목에 사람이 거의 없고 환경미화원들만 일하는 중이었다. 대충 이쯤이 아닐까 하고 지도도 안들고 나섰다가 어느즈음엔가 이게 아니다 싶어 환경미화원 아저씨 하나와 눈을 맞춘 후 다가가서 길을 묻기로 마음을 먹었다. 영어는 안통할 것이 뻔하고 스페인어는 할 줄을 모르니까 일단 '올라~' 한 다음에 심플하게 가까운 역 이름을 댔다. '오 페 라'라고. 아~ 오페라~ 하더니 한 블럭 옆에서 거슬러 올라가랜다. 사실 더 가까운 역이 있었지만 이름이 길었으므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여 그 다음역 이름을 댔다. 사람도 없고 아직 가로등도 켜져있는 골목길을 걸으려니 얼마간 움츠러드는 기분이었는데 때마침 카라가 프리티걸을 완전 경쾌하게 불러주며 어디서나 당당하게 걸으라기에 당당하게 조금 걸었더니 막 오픈중인 벼룩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순간 만큼은 카라가 짱인 것이다.
열심히 와 보았건만 너무 일찍 와서 다 열지 않아서인지 벼룩시장 자체는 그다지 볼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 5분도 안되어 투어 집합장소로 출발해버렸다. 역시 뭐든 제대로 보려면 제때 가서 느긋하게 즐겨야지 한번 눈에 넣었다는데 의의를 두는 것은 몸만 힘들고 별로다.

오페라역에서 가이드님을 만나 12명정도의 팀을 꾸려 출발. 가이드님은 마이크를, 우리는 리시버와 이어폰을 받았다. 어떻게 쓰는지 모르시는분~ 하기에 손을 들었더니 세상에 나 밖에 없다. 어쩜 사람들이 이렇게 여행도 많이 다니는 데다가 가이드까지 다들 받는것인가?
하긴 스페인을 유럽의 첫 여행지로 택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들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영국 뭐 그런 정도는 다녀들 온 모양새다. 가이드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설명을 했고.

먼저 들른 곳은 투우장. 투우 관람 요령과 진행내용등을 설명듣고 관심있는 사람은 저녁에 마드리드 시내 관광 대신 투우를 관람해도 된단다. 왜냐하면 투우는 일요일에밖에 안하는데 마드리드에 일주일 이상 있는 사람은 없다는 가정 하에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니 기회가 좋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를 끊었고 내 동행들도 당연히 표를 끊기에 나도 그냥 안에나 들어가보자는 생각에 덥석 표를 끊었다.
사실 투우를 제대로 보려면 5월 투우 시즌에 보아야 하는 것이고 그 때에는 온 유럽에서 투우를 보러 마드리드로 몰려든다고 한다. 허나 지금은 비수기여서 투우사들도 2군들만 나오기 때문에 아는 사람 눈에는 경기가 재미없으므로 스페인 사람은 아무도 보러 오지 않고 관광객들만 보러온다고. 투우장이 원형이기 때문에 햇볕이 드는 자리와 그늘이 지는 자리, 시간에 따라 햇볕에서 그늘로 옮겨가는 자리가 나뉘어져 가격차이가 많이 나서 그늘 앞자리 좋은 투우사의 경기는 100유로가 넘는단다. 그러나 요즈음은 일괄 10유로. 그늘의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뭣모르는 관광객에게는 괜찮은 선택일 수 있겠다. 100유로나 주고 룰을 모른 체 야구같은걸 보라고 해도 짜증이 날 판이니까.


투우장 건물. 이런게 바로 '무데하르 양식'이라고, 아랍문화의 영향을 받아 타일과 식물문향 등이 적용된, 유럽에서 스페인만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다.
유럽에서 아랍문화의 영향을 받은 유일한 나라가 스페인이니까.
그래서 이 나라에 볼 꺼리가 많아진 것이니 쳐들어와준 아랍에게 이제와서 좀 고마워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햇볕이 드는 자리와(솔) 그늘이 지는 자리(솜브라)는 매우 정확히 나뉘는데, 그에 따른 인구밀도도 매우 정확히 나뉜다.
스페인은 담배의 천국이므로 투우장 내에서 당연히 담배를 당당히 피울 수 있다.
혹여 옆에서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워댄다고 언짢은 표현을 했다가는 훨신 더 언짢아하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스페인이 옛날에 담배를 가져다가(정말옛날 식민지시절에) 만들어서 온 유럽에 팔았던 나라이기 때문에
담배에 대해 매우 관대한 문화란다.
내 앞에 앉은 할아버지가 연신 씨가를 피워댔는데, 그 옆에 앉은 북유럽에서 온 소년이 매우 노골적이게 손부채질을 하며 불만을 표현했다.
이 소년이 꿀밤이라도 한대 맞는게 아닌가 조마조마 하며 지켜보았는데
다행이 그런 일은 없었고
그저 할아버지는 끝까지 느긋하게 담배를 피웠고 소년은 끝까지 굉장한 짜증모드였다.


투우가 잔인하다 하여 바르셀로나에서는 이제 영영 폐지된다고 한다. 마드리드로 언젠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없어지기 전에 한번쯤 본 것은 좋은 경험이다.
사실 뭐 일단 보기로 했으면 그냥 보는 것이지 소가 불쌍해... 하며 눈쌀을 찌푸릴 필요는 없다. 어차피 투우는 소가 죽는 경기이니 말이다. 그리고 다들 소 잘 잡수시면서 뭘 그러나 모르겠다. 소가 불쌍해... 하고나서 스테이크 드시잖수? 
투우를 볼 때에는 소를 다루는 투우사들의 움직임과 얼굴을 보아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투우사 아니면 축구선수 하라고 할 정도로 아이돌 수준의 대접을 받는게 투우사. 뜨면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얻는 모양이다.

한 경기에 여러 역할을 하는 투우사들이 나오는데 맨 처음에 나오는 투우사는 카포테 라는 분홍색 천을 들고 나와 소를 약올린다. 소는 깜깜한 곳에 하루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온 상태이므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매우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이기도 하고. 천이 빨갛거나 분홍색이어서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펄럭거리는 소리, 투우사의 기합소리, 천의 움직임을 따라 돌진하는 것이다. 소는 색맹이므로 더더욱이 색깔은 상관이 없다는 것. 그 다음에 말을 탄 기사 스타일의 삐카도르 라는 투우사가 나와서 긴 창으로 소의 등을 찌른다. 소가 성이 나서 말을 마구 들이받기 때문에 말은 갑옷을 입고 있다. 소가 꽤나 드세게 구는데도 말이 잘 버티는걸 보면 말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 다음에는 술이 달린 짧은 칼을 가진 반데리예로 라는 투우사가 나와서 등에 칼을 여러개 꽂는다. 칼이라기 보다 끝이 삼각형이어서 한번 들어가면 데롱데롱 달려서 빠지지 않게 되어있는 작살정도인 어떤 것이다. 이 행위를 보면서 무언가가 계속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 그것은 바로 리마리오의 춤이다. 그 춤은 분명 반데리예로의 움직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일게다.
소가 지쳐갈때 마지막으로 '마타도르'라는 가장 중요한 투우사가 등장한다. 마타도르가 되기 위한 제 1 조건은 준수한 외모. 젊은 나이에 인기를 얻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 정말 아이돌처럼. 마타도르만이 빨간 천을 가질 수 있다. 누군가 빨간 천을 가지고 나오면 그 사람이 주인공인 것이다. 마타도르는 천으로 소를 유인하면서 도망가지 않고 몸 주변에서 소를 이리 저리 돌리며 춤을 추듯 움직인다. 그 동작이 매우 우아하고 느끼하고 유연하고 화려하다.
마타도르는 잠시 소를 다루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후, 검으로 소의 등을 찌르는데 제대로 잘 찌르면 한번에 검이 손잡이부분까지 들어가면서 심장을 관통하고 소는 즉사하게 된다. 세네경기만 봐도 이 마타도르가 잘하는자인지 못하는자인지 딱 알겠는 것이, 소를 빨리 잘 죽여주느냐 아니냐와 소에게서 도망을 치느냐 아니냐가 명확히 보인다.
마타도르가 소를 무서워하거나 소를 빨리 죽이지 못하면 다혈질 스페인 아저씨들이 뭐라뭐라 소리를 쳐댄다. 우리나라 야구장 아저씨들처럼. 화를 낼 때에는 꼭 한 손을 앞으로 하며(그것은 교회에서 손을 막 앞으로 하면서 소리내어 기도할 때의 모습에서 한손만 빼면 되는 스타일인데 삿대질을 손바닥을 펴고 한다고 해야할까...) 엄청난 힐난을 퍼붓는다. 원형경기장이므로 투우사도 그 소리를 고스란히 다 들을 수 있다.
한 경기가 대략 20~25분 정도 진행되고 나는 네 경기 정도를 보았는데, 그 중 90년생 흰옷을 입은 마타도르가 아주 생긴것도 잘생겼고 실력도 좋고 그랬다.
과연 나는 생명존중 뭐 그런 것에 그다지 마음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잘생긴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어느정도 즐기면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 같이 들어갔던 다른 사람들은 두어경기 보고는 다들 먼저 일어섰다.

옛날에 어린이용 수학이야기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내용 중 중국의 어떤 소잡는 사람 이야기가 있었다. 그 사람은 칼을 너무나 잘 다루어서 소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여러 부위로 손질을 했기 때문에 소는 자신이 죽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투우에 이용했던 소는 식용으로 쓰인다고 하니 잘만 죽여준다면야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좀 들고 그렇다. 역시 동양사람들이 손재주가 좋다는 뜬금없는 생각도 들고.


똘레도는 마드리드보다 훨씬 오래된 도시. 추기경이 있는 까테드랄이 아주 볼만하다. 규모도 크고 온갖 사치를 다 부려놓은 것이 돈이 있어야 볼꺼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곳. 거의 사막같이 뜨거운 곳인데다가 구 시가지를 구경하려면 성벽을 타고 올라가서 안으로 들어가야 하므로(성들이 대게 그렇듯 방어하기 좋게 들어가기 힘들게) 가이드님의 빠른 발을 따라잡느라 힘이 좀 들었다.
똘레도가 옛날에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철'이 생산된다는 점. 그래서 지금도 기념품가게들을 보면 검이나 철로 만든 세공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근데 그 내용이 돈키호테에 대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유인 즉슨 돈키호테의 배경이 똘레도이기 때문. 세르반테스는 원래 똘레도 출신이 아니지만 그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자주 들렀던 곳이 똘레도라고. 기사와 귀족들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 좋은 배경이기도 하고. 돈키호테를 한번 읽어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 읽을 수록 명작이라는데 말이다.


우리 리더십 짱이신 가이드님. 앞에서 똘레도 설명중이심


여기도 일본어가 있다.
대체 일본 스페인한테 무슨 짓을 한건가.



올리브나무에 올리브가 열려있다. 남부 지방 버스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도처에 올리브다.
비어있는 땅에 온통 올리브만 심었단다.
하긴 물은 공짜로 안주는 나라에서 뭐 시키면 올리브는 항상 공짜로 주더라.


까테드랄.
왼쪽 탑은 고딕양식, 오른쪽 탑은 이슬람 양식.
각각 지어진 시대가 달라서 이런 독특한 스타일이 되었단다.


이 곳의 특산물 먹을꺼리 중 하나인 견과류 과자. 수녀님들이 과자 만드는거 은근 귀엽다.
여기 들어가서 레모네이드 한잔을 마셨는데 어찌나 시원하고 맛이 있던지 정신줄 놓고 조금 쉬려던 찰나
가이드님이 불러서 젭싸게 뛰쳐나가고 보니 계산을 안한게 아닌가.
대학교때였다면야 얼씨구나 하고 도망갔겠지만
그건 아니니까 다시 뛰어가서 제빨리 계산좀 해달라고 했는데
계산대 직원 세월아 네월아 내가 이걸 떼먹으려고 한걸 알기는 하는건지 여유만만이다.
결국 계산 하고 일행 따라가느라 그 돌바닥을 무지하게 뛰었다.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레스토랑이라는 '보틴'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데 가이드님이 친히 전화로 예약을 해주셨다.
헤밍웨이님이 여기 단골이셨다고.
새끼돼지 통구이 요리 시식.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게 맛이 좋다.
그런데 돼지 머리통이랑 막 그런게 나올 줄 알고 좀 기대했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어린 돼지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셋이서 2인분 시키고, 샐러드 하나랑 갈릭에그스프(난해하다)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다.
샹그리아도 한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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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도는 마드리드보다 더 덥고 힘든 곳.
더운지방 사람들이 왜 게으른지 너무 알겠음.
성당이 멋있었는데 사진을 못찍게 해서 아쉽.
엘그레코의 힙합그림은 어디 있는 것일까.
가이드 투어 처음 받아봤는데 머 일장 일단이 있음.
예약해놓은 투우를 보았는데 투우의 키포인트는 맨 마지막에 빨간 천을 들고 나오는 투우사가 얼마나 잘생겼느냐에 있음.
이곳의 언니 오빠 동생들은 너무 다 잘생기고 예뻐서 지나가다 흐뭇하게 웃게됨.
특히 14~25사이의 남성들.. 끝내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보틴'에 가서 새끼되지 구이 먹었는데 헤밍웨이 단골집이었다는.
샹그리아를 마셨더니 약간 알딸딸하고 어제 늦게자고 오늘 일찍일어나는 짓을 했으므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놓고 추후에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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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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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9월 4일

MJ/여행 / 2010. 9. 5. 08:12

마드리드 첫 숙소 comfortel suite madrid
이름이 수이트라 그런가 정말 방이랑 거실이 나뉘어져 있었다. 혼자 쓰기에 크기가 너무 아까울 정도.
인테리어는 크기에 비해서 좀 아쉽지만 하루쯤 묵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실패한 저녁을 만회하기 위해 고픈 배를 달래며 어제 호텔에 오는 길에 봐두었던 슈퍼에 갔으나 아직 개장 전. 수퍼가 8시반에 문을 안여는 이나라는 역시나 인구 4천만에 연간 관광객 4천만 때문에 먹고 사는 나라인 것인가. (네이버에는 작년한해 4천만명이 방문했다고 되어있었으나, 가이드언니의 말씀으로는 1억명이 넘는다고...) 
동네 까페들은 몇몇 문을 열었는데 들어가서 뭘 먹을지, 아침부터 거하고 짠걸 먹기는 싫은데 주택가 까페에서 영어나 통할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호텔로 돌오는 길에 맥도널드 발견! 아 맥모닝 세트를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 올 줄이야 하고 기뻐하며 달려갔으나 이노무 시키들 맥도널드가 12시에 문을 연덴다. 나 원 참.
호텔 로비에서 아이폰으로 장난 좀 치다가 어제밤에 있던 총각은 어딜 가고 예쁜 언니가 데스크를 보고 있길래 체크아웃시간이 언제인지 물어보니 12시라고 별다를 것 없는 답을 내놓는다. 일단 뭐 그라시아스 한 후, 다시 밖으로 나가 가장 가까운 까페에 성큼 들어가버렸다. 배가 고팠으니까.
화장기 하나 없어도 예쁘고 섹시한 웨이트리스 언니가 머라머라 하는데 도무지 모르겠고 메뉴를 달라고 했더니 그걸 못알아 듣고 둘이 상호간에 매우 불편해지려는 찰나, 주인아저씨가 메뉴를 가져다 주라고 시킨 모양이다. 뭐라뭐라 말을 듣고 메뉴를 가져온걸 보니. 다행히고 영어메뉴기에 햄오믈렛을 시켰더니 또 뭐라뭐라 물어보는데 대강 마실것은 안하겠느냐는 듯 하여 안하겠다고 하고 한 10분 기다리는데...
그 언니가 처음에 뭐라고 했는지 대강 알만한 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츄러스에 커피나 오렌지주스나 다른 무언가를 한잔 마시고 있는 것.
어디 기사식당 메뉴 하나인데 가서 메뉴판 달라고 한 느낌이었던가보다.
어쨌든 모두가 츄러스를 먹을 때 혼자 오믈렛을 먹을 자신이 나는 있으므로 짠 햄이 들어간 오믈렛을 우걱우걱 먹고 아저씨한테 10유로짜리를 흔들며 다가가서 대충 손짓을 했더니 영수증을 주신다. 5.7유로였나... 계란말이 하나에.

예쁜언니가 해주는 체크아웃을 마치고 알폰소XIII역에서 4호선을 타고 빌바오 역까지 가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메넨데즈 펠라요 역으로 와서 민박집 까사솔에 입성.



짐만 두고 나가려고 했는데 주인언니가 이것 저것 챙겨 물어봐주더니 점심전이라고 하니 심지어 떡볶이를 해준다고 해서 아 놔 이거 떡볶이를 싫어하니 맛집이나 알려달라고는 할 수 없고 그냥 저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고 점심먹을만한 데나 소개시켜 달라고 했더니 떡볶이를 해주셨다. 의외로 맛이 괜찮은 떡볶이를 먹으며 오늘 관광지에 대한 완전 최적화된 정보를 얻고 그에 대한 문서까지 첨부받은 후 밖으로 나섰다. 예상대로 나의 여행일정을 말해주었더니 뭐 그런 일정으로 40일이나 보내냐는 표정으로 아... 많이 안돌아다니시는구나.. 정도의 반응을 얻어냈다. 내 루트를 이렇게 만든 JW과 DS는 반성의 시간을 잠시 가져도 좋다.

맞은편에 있는 슈퍼에 가서 물한병 사서 들고 살랑살랑 걸어 내려가는데, 이게 원래 그런 길인건지 씨에스타 시간이라 그런건지 사람이 거의 없었던 관계로 마침 나오는 플라이투더 스카이 노래를 완전 열창하며 아토차역까지 전진해주었다. 아우 옆에 누구 하나 있었으면 애드립까지 완벽했는데 아쉽기 그지없다.



작열하는 태양이 무엇인지 한국에서 나고 자라 죽어간 국문학자들은 모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어깨를 막 벗길 것 같은 햇볕을 뚫고 나아가는데 한국인의 느낌이 물씬 나는데다가 신혼여행 느낌까지 진하게 풍기는 동양인 커플이 별로 헤맬 일이 없는 곳에 서서 지도를 보고 있기에 슬쩍 보았는데, 지도에 스 페 인 이라고 너무 1초만에 읽히는 글자가 써있어서 흠짓 놀랐다. 어딜 알고싶으냐고 물어보고 싶기도 했는데, 신혼여행인데 둘이서 잘 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결론을 내고 나는 내갈길로 전진. 몇분간 태양과 싸운 끝에 소피아 미술관에 당도했다.


버스정류장인가보다. 마드리드는 버스제도가 잘 되어있다고 한다. 나는 시내버스는 못타봤고 시티투어버스(그 2층의 로망)를 타봤는데, 사실 시내 중심부 돌아다니는 데는 버스고 지하철이고 필요없고 그냥 걸어다녀도 충분하다. 여행 와서 아무것도 안보고 점만 찍고 다닐 양이 아니라면.


까만 버스 괜찮지 않나? 괜히 예뻐뵈고 그렇네.
아래는 소피아 미술관 간판...이라고 해야하나?


마드리드는 사실 유럽의 다른 나라 수도들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볼 꺼리도 없는 축에 속한단다. 원래부터 스페인의 수도였던 도시가 아니어서 건물들의 나이가 거의 200년 정도밖에 안되었다는... 200이 밖에라니 서울은 어쩔것이람.(그런데 200이라니 아무래도 미심쩍어 찾아보니 16세기 정도에 수도가 되었으니까 4~500년정도인듯. 나의 기억력이란 아무튼 못말리니까 ㅡ,.ㅡ) 아무튼 잘난 로마나 파리 등에 비해 볼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마드리드는 미술관을 중점 육성하여 두개의 걸출한 미술관을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현대미술관인 레이나 소피아. 하나는 유명 고전 작품들이 상당히 많이 소장되어 있는 프라도. 프라도는 다른 나라들의 미술관과 달리 약탈한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어깨에 힘좀 준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내가 프랑스나 영국 등지를 먼저 가지 않고 스페인에 먼저 온 것이 잘 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을 보고도 시시하게 느낄 수도 있지 않은가. 난 마드리드가 참 괜찮았는데 말이다.


스페인어, 영어, 일본어로 표기된 이름이 있는 표지판이 있었다. 불어도 아니고 이태리어도 아니고 일본어라니...
하긴 이 사람들 생각에 저렇게 생긴 류의글자 하나 써 놓으면 까망머리 동양인들은 다 알아먹지 않을까 한 것 같기도 하다.



토요일은 2시반부터 무료입장이라서 그 기회를 노렸는데 도착해보니 2시도 안되었다. 계단에 나와 같은 처지의 구경객들이 삼사오오 앉아있기에 나도 따라 앉아 좀 쉬다가 미술관 한바퀴 돌고 옆골목 한번 슬쩍 보고 돌아왔더니 그새 줄이 50미터정도 생겼다. 소피아 미술관은 중앙에 네모난 정원이 있고 ㅁ자형 건물의 방방방 마다 전시관이 있는 형식. 자기가 갔던 방과 안갔던 방을 어느정도 기억해야 한다. 1층은 주로 현대 작가들인 것 같고, 2층에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몇몇 있고, 3층에는 뭔가 기획전인듯한 어떤 것이 있고 4층은 옥상 테라스 스타일.
이곳의 최고 인기작은 피카소어르신의 게르니카. 그 앞에만 사람들이 빙그르 둘러싸고 게르니카를 배경으로 한 자신의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나는 미술관에 가서는 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는데, 내가 찍은 사진은 내가 찍었다는 느낌만 있을 뿐, 제대로 찍어놓은 사진에 비해 대체 어떤 점이 이로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음..... 하고 열심히 눈에 담고 왔다. 작품의 크기부터도 위용이 있는데다가 내용도 격렬한 편이고 해서 그런지 압도적인 느낌이 없지않다. 인상파의 엽서크기 원본그림을 봤을 때와는 정 반대의 느낌이랄까.

그 다음은 레티로 공원 반바퀴 정도 돌아주기. 자전거나 뭐 그런게 있었으면 한바퀴 다 돌았겠지만 땡볕에 반바퀴 돈 것도 선방했다고 본다.


ds와 센트럴파크에서 낮잠을 자보겠다고 덤볐다가 몇분 만에 더위를 못참고 박물관으로 도망갔던 일이 생각난다. 뉴욕은 서울이랑 비슷하게 덥고 습했는데 마드리드는 덥고 건조하니까 햇살이 따가운 것만 좀 참으면 돌아다닐 만 하다.



수정궁이라 불리는 유리로 지은 건물과 사람들이 '정말로' 노를 젓고 있는 호수를 보았다. 이 뜨거운 날 사서 노를 젓다니 대단한 사람들이다. 공원에는 굳이 썬텐을 하는 사람들과 보글보글 쪽쪽 하는 연인들과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힘들어 죽겠음이 얼굴에 대자로 써있는 한 동양인 아저씨 말고는 다들 행복해보였다. 대체로 동북아 3국의 아저씨들은 어딜가든 즐거워보이질 않는다. 소피아 미술관에서도 그랬고, 프라도 미술관에서도 그랬다. 어디 술집에나 가야 좀 행복해지시려는지...



그런데 저 수정궁과 뭐 이것 저것을 보고 있노라니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데, 큰 딸 리즐이 좋아하는 청년이랑 밤에 정원에서 만나서 뛰놀며 노래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Sixteen Going On Seventeen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 수정궁이 영화에서의 그것 보다 훨씬 크긴 하지만... 영화에서 이렇게 컸었으면 리즐은 숨차서 죽을뻔 했다.



건물 위에 이렇게 말이니 동상이니 이런게 좀 있어주면 참 별 것 아닌데도 뭐 좀 있어보이고 건물끼리 밤에 얘기를 주고받을 것 같기도 하고
우리들의 학교에 있는 동상들이 그러하듯 밤에 슬쩍 내려와서 돌아다닐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이 건물은 정말로 뭐라 뭐라 하고 있...


몇 시간 동안 걸어 다니는데 자꾸 눈에 밟히던 시티투어 버스.
해가 지고 나서 2층이 덥지 않겠다 싶을 때 과감히 타 주었다.
시원한 바람이 좋기도 하도할샤


까페 앞을 지나는데 저 선풍기 비슷하게 생긴게 무언가를 확확 뿜고 있는거다.
저게 에어컨 바람이 너무 차서 저렇게 뿌옇게 보이는건가 했더니
글쎄 물을 뿌리고 있었던 것.
습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건조한 마드리드에서는 효과가 괜찮다.
실제로 맞아보니 시원하고 슥 마르는게 청량감이 있었다.
저렇게 선풍기 같은게 서 있는 곳도 있고, 파라솔의 우산살 끝부분에서 취익 뿌려지는 곳도 많다.



지나가다 내가 비치길래 전신샷 한 컷.


프라도 미술관의 줄은 엄청나게 길었다. 미술관 반바퀴를 돌아돌아 늘어서 있었으니까.
아무튼 어느나라 사람이건 공짜는 좋은 모양이다.


이 언니 뒷통수가 너무 예뻐서 줄 서 있는 것 찍는척 하면서 한 컷. 머리통이 어찌나 작고 동그란지
숏컷이 정말 잘 어울리는 데다가 머리에 얹은 썬글라스도 머리통에 맞춘 듯.

프라도 미술관은 오늘 6시부터 8시까지 무료라기에 시간맞춰 가보았는데, 소피아와는 양상이 완전 다르게 5시 45분에 갔는데도 줄이 100미터가 넘어보였다.
터너 기획전을 하고 있었고, 내가 좀 노린 것은 아무래도 벨라스케스. 스페인이니까. 근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었다.


뭐 그래도 롯데월드 바이킹 기다리는 것 보다는 빨리 입장해서 딱 눈을 돌리는 순간 미술사 책에 있을법한 난생 처음 보는 완전 거대한 고전 유화들이 카리스마를 뿜고 있다. 세상에 중간에 있는 방에 들어섰더니 좌 티치아노 우 루벤스가 떡하니 있다. 아 이런게 직접 보는 감동이구나 싶은게 미술사 배운 보람도 느끼고 그래도 이름이나마 기억하고 있는 나도 대견하고 그렇다. 내가 사람 이름을 얼마나 못외우는데 말이다.

프라도 미술관은 대략 벨라스케스, 고야, 엘그레코 투성이에 여타 스페인 작가들과 몇몇의 유럽 작가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미로, 보쉬, 루벤스, 렘브란트도 볼 수 있고 대리석 옷을 제대로 입은 대리석상 들도 볼 수 있고, 조명을 너무 제대로 받아서 막 앞에 이젤을 펴야 될 것 같은 조각들도 있다. 벨라스케스의 궁정의 시녀들이나 보쉬의 쾌락정원 같은 것들을 실제로 보게 되리라 기대하지 않았는데(사전조사가 전혀 없었던 관계로) 막 슬슬 다니다 보니 그런 것들이 불쑥불쑥 나온다.
오늘은 8시에 쫓겨나느라 다 못봤는데, 월요일이나 언제 다시 가서 못본 것들을 봐야겠다. 나는 아직도 소피아미술관의 그 컨템포러리 쓰레기 묶음이나 오브제 탑이나 학교 과제나 큐비즘 같은 것 보다 완전 잘그린 유화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쾌락정원은 한 두어시간 봐야 뭐 좀 스토리가 이해가 갈 듯도 하고 그렇다.
고야에 대한 느낌도 좀 있는데, 대게 어느 시절의 작품만 유명해서인지 그 거인이 있는 그림이라던가 작은 시체를 먹고있는 사람의 그림 같은 것만 보고 어 고야는 좀 그런 스타일이구나 했는데, 이사람 멀쩡한 그림도 상당히 잘 그리는 사람이었다. 이름도 왠지 좀 저거한 느낌이 있었는데 벨라스케스 하면 딱 그냥 궁정화가인 듯 하고 고야는 뭔가 제야에 있는 어떤 그런 느낌. ㄷㅅ과 같이 좋아하던 엘그레코의 그림이 하나 있었는데, 힙합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 말이다. 그건 찾지 못했다. 그게 좀 아쉬운 부분.

내가 미술관에서는 사진을 안찍겠다고 해놓고는 이걸 찍어버렸는데, 첨에 이게 뭔가 하고 보다가 완전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세상에 저 벽에 있는 그림을 똑같이 테이블에 대리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아니 어쩌면 테이블이 먼저고 설명을 위해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겠다. 좌우당간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보다가 사진을 찍어버렸다. 왠지 ds보여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저녁에는 유랑에서 만나기로 한 휴가내고 날아온 은행원 동생 만나서 저녁식사. 이친구 준비를 많이 해와서 그냥 따라다니다 보니 유명한 집에 가게 되었다. 저 새우와 마늘 요리가 유명하다 하여 먹어보았는데 봉골레 파스타에 면 빼고 조개 대신 새우 넣은 맛이랄까? 빵이랑 먹으니 괜찮았다. 그 옆에 있는 고로케 비슷하게 생긴 것은 안에 햄이 들어간 어떤 것이었는데 너무 짰으므로 각자 두어개씩 먹다가 포기했다. 새우도 물론 좀 짰지만 빵이랑 먹을 수 있으니 끝까지 다 먹어주었다. 늘 말하는 것이지만 당최 우리나라 음식이 어디매가 짜다는 것인지 원. 찌개를 찌개만 놓고 먹지는 않잖은가!!!

이렇게 마드리드 둘째날은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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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0903

MJ/여행 / 2010. 9. 4. 05:37

무탈하게 도착.
뭐 딱히 급한 것도 없고 해서 설렁설렁 다녔는데 코 앞에 두고 호텔 찾아 한블럭 빙빙 돈거 말고는 일사천리.



체크인 하고 잠시 나가서 죽 걸어내려가서 살라망카 지역을 좀 볼까 했는데
그 초입정도에 도착하니 해가 지려고 하는 기미가 보여서
슬쩍 되돌아 왔다. 하긴 시작이 늦긴 했다.
오늘 길에 슈퍼에 들러 먹을걸 하나 샀는데
에라이 맛이 없어 세스푼 먹고 포기.



스페인은 해가 따가워도 건조해서 땀이 안난다고 장담할 것 까진 없다. 장담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던데 내가 다한증인건가?
가방 맨 옆구리와 접혀있는 팔 사이, 목덜미 정도에 땀 난다. 우리나라보다 쪼끔 안습한 정도.
저녁이 되면 썰렁해서 가디건이 필요하다는 둥 하는 이야기는 스페인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뭐 난 좋다. 남부지방에 가서 해수욕을 즐겨주리라~

내가 탄 비행기가 어딘가에서 마드리드로 오는 경유편의 두번째 비행기였나보다.
그리고 서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경유편의 첫번째 비행기였다.
고로 암스테르담에 가는 앵글로섹슨 계열의 노부부들 한집단, 마드리드로 가는 한국인 한집단, 어딘지 알 수 없으나 스페인도 아니고 멕시코도 아닌 좀 더 험블한 느낌의 사람들 한집단이 섞여있었다.
그 중 게이트에서 부터 유난히 눈에 띄는 아줌마가 있었는데
화상의 영향인지 얼굴과 팔(이 노출되어 있었으므로)이 두개의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줄서기 귀찮아 거의 꼴지로 타서 자리가 가 보니 왠걸 내 옆자리이심.
뭐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필리핀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중인데, 정말 스튜어디스가 안쓰러울 정도로 세번쯤 말해야 문장의 반 알아들을까 말까 하는 미친 발음의 영으로 자꾸 스튜어디스에게 말을 걸고 뭘 부탁하고 질문하고 하는 통에 옆에있는 나까지 좀 짜증이 났다. 예쁜 아줌마였으면 짜증이 덜 났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내 안의 악마가 스리슬쩍 고개를 들어버렸고 별 생각 없음은 완전 비호감으로 방향전환. 자꾸 내 발을 치는 것도 싫고 마드리드에서 학교 다니는 거냐고 물어보는 걸 네번정도 되물어서 알아들어야 하는 것도 죽겠고, 대체 필리핀 사람들은 저런 영어를 하면서 어학연수생들을 꼬드기는 것인가 싶어서 동생 뒷통수도 한대 쳐버리고 싶고 뭐 그랬다.

마지막 식사 타임에 빵을 안먹고 놔두었더니 자기가 좀 가지고 가도 되겠느냐며 내 빵과 버터를 챙김으로써 일련의 이미지에 적당한 방점을 찍어주시고 출국심사하는 줄에서 이리 저리 자리를 옮겨다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내 눈앞에서 사라져주었다. 자기가 마드리드에 일하러 온 것을 상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는데, 혹 무슨 스페인 장관 그런사람이 언더커버 중인가 하는 생각을 2초정도 했지만 그럴리 없다는 쪽이다.

아무튼 그 아줌마가 스튜어디스한테 뭘 물어볼 때 마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내 의자 등받이를 손으로 마구 밀어댔기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으므로
졸려죽겠으니까 빨리 자야 되겠다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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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준비준비

MJ/이야기 / 2010. 8. 30. 22:52

내 이럴 것 같더라니...
이번주는 살랑살랑 여행준비나 하면 되려나 싶으면서도 무언가 찜찜함이 없지 않았는데
오늘 일이 터지고 말았다.
가기 전날 밤까지 똥줄태우며 일을 해야하게 생겼으니 이런 법칙은 정말 진리인 것인가.

아무튼,

내일은 8월 31일이니까 환전수수료 70%우대 행사 마지막날.
환전해야한다.

엄마한테 등기우편으로 카드 하나 보내야 하고,
신한카드 해외사용 비밀번호 등록해야 하는데 신한은행은 어디에 있나. 한도도 알아봐야한다.

프린트 해야 할 것들 (호텔바우처, 비행기티켓, 지도, 알함브라 입장권, 유로스타티켓)
여권 사본 프린트해야하고,
사진 준비해야하고
구글맵 찾아놓은 것들 죄다 프린트 해야하고
사그라다파밀리아 예약정보 알아봐야하며
똘/마투어 무료신청 해놨는데 왜 발표를 안하는건가!!! 떨어졌으면 신청해야하는데!!
브뤼셀 호텔은 왜 묵묵부답일까.

그리고... 예약안한 숙소들은 가서 생각하고
마드리드 공항에서 호텔 가는 길 알아놔야 하며
션한테 런던 정보를 잔뜩 얻어야 하고

샴푸통에 샴푸 넣고, 크림통에 크림 넣고, 가지고 갈 옷 추리고 신발 정하고(운동화냐 컨버스냐 그것이 고민)
주요 연락처들 저장해놓고 데이타 락 거는거 알아봐야하고
에... 또 뭐가있나... 상비약 챙겨야하고(반창고따위)

http://www.trinity.pe.kr
션이 알려준 민박집


그런데 지금은 그저 드러눕고싶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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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와 지바-NCIS

MJ/이야기 / 2010. 8. 27. 17:22
맨 처음에 봤던 에피소드는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재원언니는 우리집에서 TV보고 놀다가 처음 한편을 봤다고 하는데, 나도 그게 처음 봤던 것인지 어쩐건지... 기억이 날리 만무하다. 무슨 에피소드였는지 말을 했었는데 그 새 까먹은 것 하고는... 재원언니가 그걸 기억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튼 뭔가 간혹 신기한걸 기억해내서 말하곤 하는 그녀의 뇌는 경이롭달까. 내 뇌가 너무나 무디달까.

어느샌가 채널을 돌리다가 NCIS가 방송되고 있으면 슬며시 멈추곤 하던 것이 여기까지 왔으니까 가랑비에 옷젖은 격이다.
예상컨데 내가 처음 접했던 에피소드에는 케이트 보다는 지바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비교적 최근 것이고 케이블에서는 최근 것을 더 많이 하니까.
그 때야 물론 누가 누군지도 그다지 관심이 없고 그저 스토리가 재미나서 봤던 것이고, 언젠가부터 어.. 저 여자가 왜 나왔다 안나왔다 할까 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던 기억은 있다.

저번 달에 훈쓰와 정주행을 마치고 몇주 쉬었는데, 쉬는 동안 나의 둔한 뇌는 고맙게도 또 많은 것을 잊어버렸던가보다.
최근 동생과 ds가 조금씩 보기 시작하는 틈에 껴 앞부분을 다시 보다보니 이건 뭐 다시봐도 새록새록 놓쳤던 장면들이 생기고 젊은 배우들도 좋고 그렇다.

저~ 마지막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보니 확 느껴지는 것이 케이트와 지바의 캐릭터 덕분에 주변인의 위치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것이다.
하나 하나 봐나갈때는 그냥 세월이 흐르니 시나브로 다들 변해가는구나.. 했는데, 변화의 결정적 계기 중의 하나가 케이트와 지바의 스위치가 아닌가 싶다. 하긴 주요 캐릭터가 바뀌었는데 변화가 없었다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니 언급할 가치도 없겠고. 그 둘을 저울에 놓고 비교하는 것 또한 상당히 소모적이고 답 없는 짓이니 그러자는 것은 아니고. 덕분에 스토리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느낌을 말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꽤나 성공적인 교체였다고 보니까 나는. 케이트가 계속 있었다면 실패했을 것이라는 말은 전혀 아니고, 그랬다면 또 그 나름대로의 이야기 전개가 있었겠는데, 지금이랑은 사뭇 달랐을 것... 아니 말하다보니 애비처럼 계속 중언부언하고 있는 것 누가 좀 말려주었으면 좋겠다.

각설하고,

케이트는 일단 경력도 나이도 나름 팀 선배인 토니에 뒤지지 않는 캐릭터다. 대통경 경호시절부터 따지면 오히려 선배일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깁스의 신임을 듬뿍 얻었고, 깁스에게 거침없이 반대의견을 내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으며 토니를 유치한 남동생정도로 취급하고 맥기에게는 우상이기까지 한 존재다. 깁스가 케이트의 뒷통수를 때리는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으며 애비도 처음부터 케이트에게 호감을 보인다. 꽤나 보수적인 경력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놀 때는 화끈하게 놀아주고 연애도 스스로 잘 하는 데다가 인격적으로도 매우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호감형, 적이없고 우월한  외유내강형 캐릭터다.

그에 반해 지바는 첫 등장 부터 케이트의 죽음과 연계되어 모든 팀원이 그녀의 등장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고, 그 출신성분 때문에 종종 충성심에 대한 의심을 받아야 했고, 특히나 애비와의 관계는 케이트때와 달리 꽤나 어렵게 이루어진다. 스페셜 에이전트로 시작한 것도 아니라서 그에 부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몇년이 지나서야 자격을 얻게 되고, 그 마저도 난관이 많다. 늘 틀리는 영어를 지적받아야 하고, 미국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케이트가 잘 자란 엄친딸이라면 지바는 험한데서 혼자 자라 자수성가한 타입이랄까. 개방적인 섹슈얼 라이프를 누리는 듯 행동하나 가만보면 정서적으로 상당히 매말라있고, 자라온 환경 탓에 어떤 부분에서는 상당히 감정적이다가 어떤 부분에서는 극도로 냉정한 모습을 보인다. 상처를 많이 받으며 물만 먹고 웃자라버린, 시골에서 막 올라온 소년같은 느낌에(후로 갈수록 세련된 여성이 되어가긴 하지만)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남녀차별주의자인 깁스에게 뒷통수를 몇차례 맞는 것을 볼 수 있다. 케이트나 애비를 대하는 깁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여러모로 결핍이 느껴지는 내유외강형 캐릭터다.

그래서, 이 서로 너무나 다른 요원이 스위치 되면서 제일 큰 영향을 받은 캐릭터가 당연 토니이다.
팀에서 그의 위치가 훨신 넓어졌달까, 이용의 폭이 넓어졌달까.

케이트 옆에 있을 때의 토니는 그저 유치하고 야한농담이나 하고 영화이야기나 하는 개그캐릭터에 그친다. 누가 깁스의 오른팔이니? 라고 물어보면 글쎄... 하게 되는 상황. 머리는 케이트랑 맥기가 쓰고 토니는 몸이나 좀 쓰고, 깁스가 아빠면 그 둘은 쌍둥이 혹은 케이트가 누나인 남매 정도고 저 밑에 맥기가 위치하는 대형이다. 토니 자신은 자신이 선배라고 생각하겠지만... 토니가 케이트를 도와줄 일은 별로 없다.
그 둘의 로맨스 또한 그다지 재미있는 구도가 연상되지 않는다. 토니 본인이 말한 적 있다시피 케이트는 그런쪽에 너무나 성숙해있어서 혹 어느순간 살짝 마음을 주었다 해도 머리한번 흔들고 그만둘게 뻔하다. 케이트 눈에 토니가 들어찰 리가 없다. 깁스라면 모를까. CSI의 새라와 그리썸처럼.

반면 지바는 토니와 비교했을 때 모자라는 부분이 많은 캐릭터다. 그녀가 들어오면서 깁스 아빠, 토니 큰오빠, 지바 맥기 남매 구도가 형성된다. 지바가 꽤나 강하긴 해서 맥기는 이겨먹지만, 토니한테는 안된다. 겉으로는 농담따먹기로 이기고 있을 지 몰라도 팀에서의 위치는 분명하며 특히 깁스의 부재시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제니국장과 토니의 위장프로젝트에서도 몹시 궁금해하는 지바의 반응이 큰 재미요소 중 하나였는데, 케이트였다면 또 다른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토니가 궁금해하고 케이트가 프로젝트를 맡았을지도 모르겠다. 일련의 사건들이 중첩되면서 토니 자신이 내적, 외적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속에 지켜주어야 할 여동생, 사고뭉치 동료, 혹은 자주 위험에 처하는 걱정되는 여성이 있었던 것을 무시할 수 없을게다. 이로써 개그담당 바람둥이부터 팀의 왕오빠까지 위치 스팩트럼이 넓어졌다.  

또한, 완전 새로운 요소인 로맨스 떡밥이 지바와의 사이에서 종종 뿌려지는데, 굉장히 초반부터도 케이트한테였다면 상상도 못했을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랑 잤다면 인생이 더 의미가 있었을 거라는 등의. 둘의 거침없는 부부행세 위장근무도 볼만하다. 케이트의 전화를 궁금해할 때와 지바의 전화를 궁금해할 때 같은 마음이었을까도 궁금한 부분이고, 그 후 그의 행위들은 상당히 미심쩍은 것이 틀림없다. 처음에는 지바쪽이 마음이 있나 싶어 이 불쌍한 캐릭터는 짝사랑까지 하는 것인가 했더니, 요즘은 토니도 뭔가 있는 모양새다.

토니가 지바의 집에 찾아가서 찍힌 사진 노출, 연애중인 토니에게 극도로 관심을 보이는 지바의 행동, 군함에 배치된 토니 소식을 어린애처럼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지바, 지바의 남자친구를 미친 경계하는 토니, Out of everyone in the world who could have found me, it had to be you / Couldn't live without you,I guess.등의 오글오글거리는 대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출장가서 한방에서 자놓고 서로 소파에서 잤다고 뻥치는 모습 등등 완전 노골적인 장면을 넣어놔서 염통을 쫄깃하게 해놓고는 다음회에서 시치미 딱 떼는 작가님들, 당신들은 천재.

맥기는 케이트가 있을 때 막내 그 자체였다. 케이트와 토니 둘에게 동시에 뒷통수를 맞아도 될 만큼. 맥기에게 케이트는 토니를 훨씬 능가하는 존경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지바와는 경력면에서 좀 애매한 사이이긴 하지만 어쨌든 에이전트로 출발한 시점이 본인이 앞서므로 살짝 후배로 대하고 싶어할 때가 있어뵌다. 서로 뒷통수를 누가 때릴 수 있는가 생각 해보면 관계에 대한 답이 나온다. 맥기는 지바의 뒷통수를 때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지바가 맥기의 뒷통수를 때리는 것에도 무리가 있다. 동등한 동료로써의 유대감을 느끼는 듯 보인다. 세월이 흐르기도 했지만, 더이상 막내만은 아닌 위치 덕에 점점 당당해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깁스아저씨는 빼자. 뭐 그 확고한 위치와 주도적인 역할은 뭘 해도 변하지 않을테니. 다만 처음으로 여자인 부하를 잃었다는 경험을 얻었고,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은 여자 부하를 얻었다는 심리적 변화는 있겠다. 그리고 너무나 터프한 행동을 믿음직스럽게 잘 하는 지바를 험한일에 앞세우고 그 덕택에 좀 덜 뛰어다니시는 듯도 하고. 하긴 언젠가부터는 애들 이름만 차례대로 불러줘도 알아서들 척척 하니까, 좀 쉬셔도 된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전혀다른 캐릭터 투입 덕분에 전혀다른 관계와 이야기 전개를 맛볼 수 있었다고 보면 나는 만족스러운 것이다.
물론 1,2시즌을 보며 케이트와 토니의 농담따먹기가 참 맛깔나고 그립긴 하지만...
근데 지바네 아빠쪽 얘기 나오면 사실 좀 루즈해질 때가 있다.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내가 너무 몇번을 봐서 그런가...
하긴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마이클 프랭스 할아버지와 깁스의 케케묵은 가족 이야기 만한게 없겠지만. 그것은 제발 좀 이제 끝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극마냥 같은 회상 장면을 어찌나 보여주시는지 원... 제작자로 나서더니 너무 자기중심적인거 아닌가 몰라. 특히나 마이클 프랭스 할아버지 나오는 에피 치고 재미난걸 못봤다. 7시즌은 그래서 신선함이 좀 덜한 편이다. 다 보고나니 그런 것이지만. 
8시즌에는 애비와 토니의 뒷 이야기도 좀 나올 듯 보인다는데, 하긴 그들의 개인사는 깁스나 지바에 비하면 거의 안나왔다고 봐도 될만큼 비중이 없긴 했다. 맥기의 과거야 뻔할 것 같고, 덕키 얘기도 종종 나왔었으니 이제 그 둘의 차례인 것인가.


까페에 가보면 아직도 케이트를 못잊어 하는 팬들도 많고, 지바가 더 좋다는 팬들도 많다. 내 동생도 아직은 케이트가 그립단다.
나는... 케이트는 칼큼하고 상큼하고 명확해서 기분좋게 볼 수 있어 미국 드라마 식으로 좋고
지바는 속시원하고 힘있으면서도 뭔가 연민을 느끼게 해서 한국 드라마 식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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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네틱 코드

MJ/이야기 / 2010. 7. 18. 00:54

NCIS를 보다보니 알파벳을 전달할 때 길게 말하는게 자꾸 들린다.
전쟁영화에서나 비행기조종사 나오는 장면 같은데서 가끔 들었던건데, 뭔가 재미난 것 같아서 찾아보았다.

A;ALFA 알파.
B;BRAVO 브라보.
C;CHARLIE 촤리.
D;DELTA 델타.
E;ECHO 에코우.
F;FOXTROT 폭스트롯트.
G;GOLF 골프.
H;HOTEL 호텔.
I;INDIA 인디아.
J;JULIETT 쥬리엣트.
K;KILO 킬로.
L;LIMA 리마.
M;MIKE 마이크.
N;NOVEMBER 노벰버.
O;OSCAR 오스카.
P;PAPA 파파.
Q;QUEBEC 쿼벡.
R;ROMEO 로미오.
S;SIERRA 씨에러.
T;TANGO 탱고.
U;UNIFORM 유니펌.
V;VICTOR 빅터.
W;WHISKY 위스키.
X;X-RAY 엑스레이.
Y;YANKEE 앵키.
Z;ZULU 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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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IS(Naval Criminal Investigative Service)는 미 해군이나 해군가족,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나름 광범위한 사건들을 수사하고 해결하는 정부기관.
NCIS에 소속된 Special agent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시리즈가 NCIS1~7까지 방영되었고, 2010년 9월 말쯤 시즌8이 방영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한국에서는.. 내년쯤 방영하려나?

요 몇 주 한시즌에 20에피소드 내외의 분량을 다 소화하느라 잠이 모자랄 지경으로 달리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수사물이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인기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충분히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드라마다.(내가 나이가 든 것인가 ㅡ,.ㅡ)
CSI시리즈도 열심히 봤었는데, 그와는 또 다른 재미가 쏠쏠하게 담겨있다.
이제는 오히려 NCIS가 더 재미있다는 평을 자신있게 할 수 있다.

처음에는 해군들 얘기만 나와서 좀 한계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 부족한(사실 별로 부족하지도 않지만) 점을 캐릭터 구축에서 완벽히 보충했다.
일명 '개그수사대'라 불리는 그들의 캐릭터는 정말이지 캐릭터별로 작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고 탄탄하다.



르로이 제쓰로 깁스 요원

NCIS의 최고 베테랑 요원으로 팀원들에게 '보스'라 불린다.
해병대 스나이퍼 줄신의 세상최고 군인답고 엄격한 사람.
팀원들이의 뒷통수를 사정없이 갈기며, 눈빛 하나만으로도 미친듯 카리스마를 발산하지만, 아빠처럼 팀원들을 아끼고, 아이들을 좋아한다.

'깁스의 직감'은 대체로 어긋나는 편이 없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신뢰하며 놀라운 통찰력과 집중력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한다.

퇴근 후에는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100% 수작업으로 보트를 만드는 장인이기도 한데,  생각할 일이 있을 때, 누군가를 숨겨주거나 비밀리에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에도 그 곳을 잘 이용한다. 누구에게나 문은 늘 열려있는데, 적들이 절대 침입할 수 없는 안전지대인 깁스의 지하실은 대체 어느 동네에 있는지 늘 의문이다.
딱 한명이 침입하긴 했었지만...

지하실에서 만든 보트를 어떻게 꺼내는지가 주변인들의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
결혼을 네번이나 하셨고, 종종 사건에서 만나게 되는 중년 여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으며 나름 연애도 하신다. 본인이 의도치는 않으나 여자가 꼬이는 캐릭터랄까.
엄청난 슬픔의 과거사를 가지고 있어서, 이야기꺼리도 많으신 분. 시즌8 초반은 거의 깁스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장난기 많은 팀원들에게 따끔하게 호통을 치지만, 어느샌가 같이 장난을 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개그수사대의 일원.








앤써니 디노조 요원

자신을 very special agent라 소개하는 '개그수사대 최고 개그캐릭터'.
볼티모어 경찰 출신의 명품수트를 좋아하는 화끈한 필드 에이전트.

이탈리아 남자 특유의 바람끼 다분한, 자신이 잘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말많고 짓꿎은 사람으로 팀 동료들의 사생활을 들추며 놀려먹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삼고있다. 사건에서 만난 여자들이 좀 괜찮다 싶으면 '토니'라고 부르라며 느끼한 시선을 마구 날려 주변의 질타를 듣고 GSM(벗은 여자들이 나오는 남자잡지)을 끼고 살아 대체 언제 수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깁스가 나타나면 수사 내용을 술술 읊어 동료들을 기함하게 한다. 언젠가 깁스의 말로는 토니의 능력은 밤에 최대로 발휘된다는 것으로 보아(비유적 농담이었는지 진담이었는지는 미지수) 다 퇴근한 밤에 몰래 와서 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매우 좋아해 모든 상황에 영화를 대입시켜 말하는 것을 즐기며, 사건 해결에도 영화 내용을 써먹을 때가 있고, 사건 중 도망자가 생겼을 경우 반드시 토미리존스의 연설을 모사해 보고 싶어 한다.

자신이 동료들에 비해 경력이 많은 것을 매우 강조하며 깁스 따라하기를 즐기고 말만 많은 것 같아 보이지만, 깁스의 젊은 시절처럼 겁없고 포기를 모르는 충실한 수사관이며 뛰어난 두뇌회전과 직감으로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로 피해자의 와이프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편. 깁스에게 누구보다 인정받고싶어하며, 실제로 인정받고있어 잠시 깁스가 부재중일 때 팀을 이끌기도 한다. 

장난기 때문에 늘 깁스에게 뒷통수를 맞고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지만, 속으로는 동료들을 아끼고 누구보다 의리있어 진심으로 미워할 수는 없는 사람.

늘 미친듯 가볍고 밝아 보이지만, 나름 슬픈 가족사와 가슴 아픈 사랑이 속에 있어 순간순간 스쳐가는 그늘이 있다. 급 정색하면 어.. 저런 사람이었나 싶기도.
극 중에서 그나마 누군가와의 로멘스가 기대되는 캐릭터.

시즌 1에서는 헤어스타일이 자리를 덜잡았었고, 시즌2~3이 볼만하고, 4이후로 점점 살이 쪄가고 있어 안타깝지만, 그 매력은 어디 가진 않았다.
매우 빠른 속도로 허스키하게 속삭일때의 입모양과 눈빛이 난 너무 좋은거다.








케이틀린 토드 요원

대통령 경호원 출신으로 시즌1의 1편에서 깁스와 토니를 만나 사건을 해결하고, NCIS로 이직한다. 프로파일링 전문가로 범죄자들을 분석하는데 특기를 발휘하며 꼼꼼하고 분석적인 수사와 남자들에게 기죽지 않는 대범함으로 깁스의 눈에 든다.

대통령 경호원 출신 답게 늘 깔끔한 정장 스타일의 패션을 선호하며,  세련되고 지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해서 야한 농담을 즐기는 바람둥이 토니와 사사껀껀 부딪힌다. 시즌 1~2에서 그 둘의 개그만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착한 심성을 타고나 언제나 사람들을 챙기고 약자를 보호하고 싶어 하며 주변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무뚝뚝한 깁스와 개구쟁이 토니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어 하지만, 어느새 같이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다. 늘 토니에게 당하는 맥기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애비와도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여자들끼리의 우정전선을 구축한다. 늘 못잡아먹어 안달이던 토니가 Y페스티스 공격을 받자 진심으로 걱정하고 의리를 지킨다.

스케치에 소질이 있어 가끔 팀원들을 스케치하거나 범인들의 몽타주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2시즌 마지막에 충격적인 죽음으로 팀동료들을 슬픔에 빠지게 하고, 깁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지바 다비드 요원

이스라엘의 '모사드' 출신의 여전사. 암살단 출신 답게 엄청난 수준의 격투기 실력과 무기사용 실력을 갖추고 있다. 케이트를 죽인 암살자를 처치하는 과정에서 NCIS와 인연을 맺게 되고, 얼마간의 갈등 끝에 케이트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처음에는 팀원들과의 사이에서 어색함과 불신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

케이트와는 달리 토니를 능가하는 성적농담을 즐겨 토니와 맞짱을 뜨고, 과격하고 동물적인 수사방법 때문에 두려움을 산다.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고문해서 정보 얻어내기, 원샷원킬의 달인으로 미국식 수사방법에 익숙해지기 위해 많은 인내의 과정이 필요했다. 5개국어를 하지만, 영어의 관용구에 늘 어려움을 느껴 토니와 맥기에게 놀림을 당하나, 굴하지 않고 '이거나 저거나 흥!'으로 대응한다.

모사드와 아버지, 미국과의 관계 사이에서 여러번 오해와 의심을 받지만, 깁스에 대한 그녀의 충성심은 진정한 것. 강한 겉모습 속에 조국에서 죽어간 형제, 친구들에 대한 슬픔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 누구를 믿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번뇌를 가지고 있다.

아주 가끔 나오는 토니와의 로멘스 떡밥이 시청자들을 떨리게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딴 청을 피우기 일쑤. 오히려 긴장감을 배가시켜주고 있는 커플. 거침없이 싸우고 부딪혀가며 아웅다웅 지내는 토니와 지바는 파트너 관계 만으로도 재미가 충분하다. 








티모시 맥기 요원

NCIS에 신입으로 들어와 노포크 기지에서 일하다가 깁스팀과 몇 건의 사건을 함께 해결하고, 애비에게 관심이 있어 괜히 드나들던 중, 깁스 생각에 이놈이 쓸모가 있겠다 싶었던지 어느날 깁스의 팀으로 발령이 남.

MIT에서 컴퓨터 공학과 법의학을 전공하고 존스홉킨스에서도 무언가를 전공한 수재.
토니와 지바 같은 전형적인 필드에이전트는 아니지만, 정보탐색과 해킹, 자료수집과 분석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뛰어나며 컴퓨터 고장수리 및 네트웍 시설 보강 등의 각종 기계조작에 능하다. 선배들에 비해 현장감각이 떨어진다는 자책을 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가 없으면 어떻게 수사를 할 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꼭 필요한 팀원이 되었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많이 퉁퉁했고, 주로 사무실에서 정보검색을 하거나 애비를 도와 증거를 찾아내거나, 사건현장에서 백업하는 일을 많이 맡았지만, 요즘은 살도 많이 빠지고 필드에이전트로서 총질하는 역할도 충분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살이 좀 있는 편이 역시 맥기답고 좋다는 평이 대부분.

신참인 관계로 토니에게 '프로비'라 불리며 사사껀껀 당하지만, 순진하고 긍정적인 구석이 있어 나름의 방식으로 견디더니 요즘은 토니와 맞먹으려 들고 있다. 애비와 둘도 없는 친구이자 파트너. 그 둘이 뭉치면 못찾아낼 정보가 없다. 전형적인 컴퓨터긱으로 여가시간에 환타지 네트웍게임을 즐겨 '엘프군주' 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추리소설작가를 제 2의 직업으로 가지고 있어서 팀원들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삼아 소설을 썼는데 대박이 났다. 이름을 살짝 바꿨지만 누구인지 너무 잘 알 수 있게 쓴 바람에 지바와 토니, 팔머에게 혼나지만 그것은 진정 소설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어느 모로 보나 깁스나 토니와는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
그래서 상호 보완관계 완성.





애비 슈토

NCIS팀의 법의학자. CSI의 네다섯 캐릭터들이 하는 일을 혼자 다 한다. 화학조사, 문서분석, 총기 분석, DNA/지문 매칭, 컴퓨터 해킹 까지 못하는게 없다. 좀 있으면 부검까지 할  기세. 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지만, 조수를 두기 싫어하며 자신의 일을 매우 즐긴다. 특히 질량분석기에게 강한 애정을 보인다. 각종 논문과 경력으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법의학자라서 종종 다른 곳에서 고액 연봉으로 스카웃을 제의받지만 NCIS를 절대 떠나지 않는다. 깁스에게 겉으로도 노골적이게 사랑 받는 유일한 캐릭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스족. 개목걸이에 여기저기 있는 문신, 짙은 화장과 높은 통굽부츠, 독특한 의상과 소품을 즐기고 실험실에 늘 시끄러운 데쓰메탈류의 음악을 틀어놓으며, 최고급으로 잘 만들어진 관에서 잔다. 수녀님들과 볼링치는 모임을 가지고, 레드불을 마시는 파티를 즐기며 그녀의 생일에는 모두가 검은 장미를 선물한다.

caf-pow라는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수를 달고 살아 많이 섭취한 날에는 주변 사람들까지 정신없게 만들어버리지만, 애비에게 증거를 얻어내려면 caf-pow를 상납해야 한다.

독특하기는 하지만 따뜻하고 귀여운 사람이라 모든 팀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사실 모든 사건은 애비가 다 해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완벽한 증거분석 없이 필드에이전트가 무슨 소용.








도널드 맬러드 박사

NCIS의 검시관으로 검시실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큼 박학다식한 캐릭터.
강한 영국 억양의 소유자이며, 귀족가문에서 자란 듯. 애딘버러 대학 졸업하셨다.
도널드 덕에서 유래한 '더키'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아는 것이 많은 만큼 말도 많아 중요한 소식을 들으러 온 깁스에게 지루한 옛날 이야기를 하다가 중간에 잘리곤 한다. 혼잣말도 즐겨하고 시체와도 대화를 나눈다.

경력이 오래된 만큼 능숙한 부검으로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시고, 높은 연세에도 쉬지않고 공부하여 범죄심리학 코스도 이수. 팀원들의 대소사에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상담을 해주시기도 한다.

그도 남자인지라 간혹 예쁜 여자들에게 눈길을 주기도 하고, 치매에 걸린 홀어머니를 열심히 보필하고, 추수감사절 파티에 팀원들을 꼭 부르고싶어하는 귀여운 할아버지.
빈티지 클래식 자동차를 모시는데 거의 물아일체의 경지. 너무 잘어울리신다.

나쁜놈들을 검시대 위에 올려놓고 싶어하는 욕망만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너는 반드시 내가 부검해주마!"











 

1~2시즌의 구성원은 다소 단촐했다. NCIS가 어떤 집단인지 설명하는 내용이 많이 등장했고, 요원들이 하나 둘 합류해서 완성된 팀이 구성되어 간다.
7년을 이어온 시리즈인 만큼, 1~2시즌에서는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요원들의 조금은 더 젊고 어설픈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없는 케이트와 토니의 아웅다웅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크다.
1시즌 중반정도에 등장한 '아리'이야기로 몇 편의 에피소드가 구성되더니 2시즌 마지막까지 긴장감넘치는 스토리로 써먹은 후 3시즌 초반에 '지바'의 등장에도 연관을 시키는 작가들의 치밀함이 느껴진다.



3~5시즌은 '제니퍼 세퍼드'국장과 '지바'가 등장하면서 조금 새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시리즈물들이 그러하듯, 각각의 에피소드가 한 편에 끝나는 것과는 별개로 시즌 전체에 흐르고 있어 몇 개의 에피소드를 연결짓는 내용이 있게 마련인데, 3시즌 마지막에서 4시즌 초반까지 깁스의 부상과 부재에 대한 이야기, 4시즌과 5시즌에 몇번 제니 국장과 관련된 거물급 무기상 '라그라누이'를 잡기 위해 토니가 위장신분으로 활동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 안에서 캐릭터들간의 미묘한 교류가 일어나는데, 깁스과 제니국장, 토니와 지바가 볼만하다.





시즌5에서 제니 국장이 죽고, 6부터 등장하는 벤스 국장은 제니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정치세력. 깁스나 팀원들과 그다지 좋게 시작하지 못했다. 
시즌6 초반에 팀원들을 뿔뿔히 흩어놓아 미움을 사기도... 시즌 6 초 중반에 NCIS내부의 스파이 이야기에 공을 들인 듯 하고, 후반의 지바와 지바의 모사드 남자친구, 토니의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이지 본방사수한 사람들의 피를 말렸을 듯.
그 기대에 맞게 시즌7 첫번째 에피소드는 거의 최고라 할 수 있다. 토니와 지바의 팬이라면 더욱더.
시즌7 후반으로 가면서 기억속에만 있었던 깁스의 과거 이야기가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지바와 토니 커플의 로맨스 떡밥이 간혹 노골적으로 등장.
그러나 제작진은 지바랑 토니를 엮느니 깁스랑 토니를 엮겠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니 그냥 보는 재미로 생각하고 말아야 할 듯 하다.
깁스의 이야기는 옛날부터 종종 출몰해왔던 것이라서(내가 개인적으로 깁스보다는 다른 캐릭터들을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고) 많이 기대가 되진 않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얘기긴 했으니까 어떻게 매듭을 지을지 기다려봐야겠다.

한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애비나 토니의 과거 이야기라던가, 결론은 없을지언정 토니와 지바의 로맨스 같은 내용들이 나와주길 바랄 뿐이고...
깁스님이 제작자로 참여한다고 하니 너무 깁스스토리로 가지 않을까 걱정도 좀 되고.
덕키옹께서 78세시라는데 건강 잘 유지하셨으면 좋겠고,
토니는 살이 잘 안빠지거든 얼굴이라도 좀 안빨갛게 해주면 완전 고맙겠고
머 그렇다.




한꺼번에 보려니 너무 양이 많아 전체 줄거리 중심으로 넘겨가며 보았는데,
요 며칠 다시 정주행하다보니 소소하게 재미있게 잘 써놓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몇명이서 며칠동안 쓰면 한 편이 나오는 것일지 궁금한 중.
그들의 유머센스는 정말이지 존경해야 한다.
그것을 너무나 잘 살려내는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백번 친찬.

배우들이 점점 늙어가서 앞으로 몇 시즌이나 더 나올지 모르겠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 매우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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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재계약

MJ/이야기 / 2010. 6. 16. 05:51

1. 나는 한 회사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적이 없다.

어찌됐든 하고싶은 것이 생기면 큰 웬만하면 해버리는 편이고,

하기 싫은 것이 생기면 웬만하면 안하는 편이다.

하고싶다고 말을 하지만 안하고 있는 것은 솔까말 하기 싫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5년이상 한 회사에 있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그게 내 회사일지라도... 나한테는 그러한데 말이다.

 

2. 순수하게 사교로 맺어진 친구들과 '일'이라는 것을 하려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각오해야 한다.

순수하게 '일'을 위한 동료로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은 아니다. 사실 친구가 안되는 편이 서로 깔끔할 수도 있다. 마음도 잘맞고 일까지 잘하는 동료를 만단다면야 금상첨화이겠지만.

어떤 형태가 되었든, 팀 작업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3. 휴대폰 노예계약과 연예인 노예계약은 동음동의어이다. 나중을 생각하면 막막하고 짜증나긴 하지만 당장 지금 갖고싶으니 어쩔 수 없는 노예의 상황. 허나 내가 자처했으니 머라 할 말도 없다.

 

===>

1. 한 아이돌그룹이 영원히 하나로 한 기획사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은 적어도 10년 근속을 해보았거나 할 마음이라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 물론 '회사'라는 곳에 다녀본 경험이 전제되어야 하겠다.(학교랑 회사는 다르단다)

2. 아이돌 그룹에게 형제애 드립을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근본적으로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원래 친구였어도 같이 일을 하다보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일을 하기 위해 같이 생활한다고 해서 100%우정이 싹틀 뿐만 아니라 형제 자매와 같은 사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심히 이상적이다.

3. 계약을 했으면 계약이 끝날 때 까지 의무를 다 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싫어지면 적절한 댓가를 치르고 떠나야 하며, 계약이 끝났다면 충분히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자고 계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계약기간과는 무관하게 그들이 영원하길 바란다면, 십몇년 계약했다고 비난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오래 있으면 얼마나 좋아? 감사해야지.

 

그런데 이 모든 별 것 아닌 판단의 기준이 연예인에게는 특별히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관계로, 본인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 어떤 방향의 선택을 하든 이래도 욕을 먹고 저래도 욕을 먹는 상황이 연출된다.

 

더블은 어떻게들 처리할지 심히 궁금한 중인데, 추이를 좀 살펴보니 남의 일에 배나라 감나라가 어찌나 심한지 사람의 감정은 확실히 이성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성의 갑옷을 입고 있지만 다들 속은 감성으로 물컹물컹하다.

 

아놔 오늘 웃긴 글들을 너무 많이 봤다.

달필인 것과 객관적/이성적인 것은 이퀄이 아닌데

그 현란한 말솜씨로 혹세무민하는 똑똑한  팬이 너무 많다.

그런데 각종 팬들의 그 원색적인 말들이 막장드라마만큼이나 재미가 있어서, 나같은 관심은 높으나 관여도 제로인 팬은 밤을 하얗게 보내고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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