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jiroom DS와 MJ의 블로그입니다. 주인장이 두명이므로 좀 헷갈릴 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헷갈리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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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물리학

MJ before 2010/MJ / 2010. 3. 16. 01:07

일요일이었나...
라면을 끓여서는 방으로 가지고들어가다가 문지방 즈음에서 일어난 찰나의 일인데

양은냄비의 한쪽손잡이를 행주로 감싸고 오른손에는 냄비, 왼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발을 딱 뗬는데
한 3일전쯤 사서 던져놓은 4키로짜리 쌀봉지에 발이 걸린것이다.
쌀이라는 것이 무게가 있어놔서, 왠만하면 밀려야되는데 내가 균형을 잃기 시작했다.
그 발은 그렇게 쌀포대에 막혀있는 상태에서

관성의 법칙은 또 절대적인 것인데다가

이미 나의 뇌는 발에게 너 움직여라 하고 명령을 내렸으므로 왼발도 앞으로 나가버렸는데,

그건 그 옆에있던 라면하나가 들어있는 봉지의 손잡이(였던듯)에 걸렸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쌀푸대에서 탈출한 발은 라면봉지를 밟았고 내 몸은 점점 사선이 되어가고....

그 쯤되면 뇌는 이천개/sec정도의 생각을 하는것이 당연지사
일단 어떤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것인지 검토해보니

나는 참 순발력있는 몸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고
일단은 넘어지게 생겼고, 그렇다면 싱크대 모서리는 꼭 피해야되겠고
그런 강렬한 액션을 취할 경우 손에 들려있는 라면은 분명 또 물리법칙을 받을텐데
그러면 카펫뿐 아니라 침대에 영향이 갈 소지가 다분하고
게다가 잘못하면 손 혹은 최악의 경우 얼굴에 방금 끓인 라면을 뒤집어쓸 수도 있으며
바닥에 있는 무언가에 찔릴 수도 있고 밥상에 세게 부딪히거나 상을 엎어버리면 그 위에있는 김치는 어떻게 되는것이며
젠장 오른쪽에 의자가 있는데 왼손으로 라면을 들껄 왜 오른손으로 들어가지고는 !!!

이런 훌륭한 뇌의 멀티행각...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발이 부엌을 넘어 방바닥을 밟았고 또 다른 발이 앞으로 나가고 보니
나는 딱 침대 앞까지 와있고 라면을 든 손은 침대중앙에 위치해있게 되었는데

너무나 놀랍게도 바로 그때 운동에너지가 딱 바닥이난 것이다. 
그렇다면 여태 달려(?)오던 힘때문에 생긴 라면국물의 관성은 어쩔것이냐? 넘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라고 묻는다면 나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참 묘하게도 그게 냄비벽을 넘을만한 위치에너지로 전환되지는 않았던 모양인지라
너무 다행스럽게 그냥 그렇게 완벽한 위기가 조용하게 지나가버린거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구사일생으로 온전히 지켜낸 라면은

역시나 맛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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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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