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내 친구
나는 TV를 켜놓지 않고는 잘 못잔다.
고등학교 때에는 안그랬는데 말이다.
불끄고도 혼자서 잘 잤었다 그때는.
신해철의 음악도시를 다 듣고나서 배유정의 영화음악이었나.. 그걸 들을락말락 하면서
취침예약을 눌러놓고 잠들면
아침에 라디오가 켜지는 '퍽'하는 그 별 것 아닌 소리에 눈을 번쩍 떴더랬다.
요즈음은
라디오는 듣지 않는다.
들을 장비가 없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음악과 멀어지긴 한다 확실히.
대신 TV를 켜놓는데,
할 일이 없을 때에는 재미나게 보고,
할 일이 있을 때에는 거슬리지 않는, 귀귀울여 듣고있게 되어버리지 않는(한국의 오락프로그램은 마약이다) 채널을 찾아놓고 소리를 듣고(주로 영어가 많이 나오지만 너무 지루하지는 않은 온스타일이나 네셔널지오그래피나 비지니스채널 같은),
잠을 잘 때에는 소리를 3정도로 낮춰놓고 불빛을 느낀다.
보지도, 듣지도 않는데 왜 켜놓느냐 하면
잠이 들기 전이나 잠에서 잠깐 깼을 때 감은 눈 밖으로 어른어른하는 그 불빛이 무서움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잘 때 좋은 채널은 OCN이나 CGV같은 영화채널이다. 특히 액션영화는 명도대비가 뚜렷하니까.
원래부터도 TV를 참 좋아하긴 했지마는
밖에나와 오래 살아서 그런지 점점 더 의존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드라마보느라, 예능프로그램 보느라 시간에 얽매였었는데
요즘은 그 내용보다는 그냥 그게 소리를 내고 빛을 발하는
집에서 나말고 유일한 살아있는 존재라는데에 의존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과 리모콘을 손에 쥐고 한 10분을 보내야 정신을 차릴 수 있다.
놀라운점은 이제 집에 내려가서도 TV를 켜놓고 자야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근데 뭐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고,
TV만큼 다채로운 방법으로 말을 걸어주고 무언가를 보여주는 도구는 없으니까.
역시나 TV는 나의 좋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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