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과 알로카시아
나는 꽃다발보다는 항상 살아있는 화분을 선호한다.
꽃다발은 그 첫 모습은 아름답고 싱싱하기 그지없는데다가 가격도 그에 걸맞게 몹시 비싸지만
이삼일만 지나면 첫 자태는 어디론가 금새 가버리고 이걸 쓰레기통에 넣어야 하나 어째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꽃을 선물할 때에는 왠만하면 가볍고 작게 해서 정성만 전달하는 쪽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성년식이니 100일이니 그럴 때에는 도저히 장미한송이로 넘어갈 수 없지 않느냐 한다면
나로써도 음.. 그건 좀 그렇지만.. 하고 고민하게 되지만
그 많은 꽃들이 2~3일 살다가 죽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화분으로 선물한다면 키우는 재미도 느낄 수 있지 않느냐 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연히도 훈쓰의 누님이 화초관련 일을 하시는 터라
내 집에 생에 최초로 살아있는 식물이 존재하게 되었는데,
그 처음이 공기정화4종이라 불리는 조그만 녀석들이었다.
이 녀석들이 우리집에서 잘 살 수 있을까.. 걱정을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잘 살아줄 뿐더러 새 잎도 돋아나고 열심히 자라주고 있으니 기특할 따름이다.
요즘은 날이 좋아 창틀에 내어놓았더니
광합성도 잘되고 통풍도 잘되어 그런지 더욱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그런데, 이 무럭무럭이라는 녀석들의 단어가 무색할만큼 정말로 무럭무럭 줄줄 자라나는 놈이 하나 있으니 바로 훈쓰 집에 있는 "알로카시아 오도라"군이다.
녀석은 머리부분이 살짝 썩어서 상품가치가 없어진 관계로 훈쓰 집에 입양된 놈인데
처음부터 그 체격이 우람한데다가 원래도 알로카시아의 줄기는 어느정도 징그럽기도 하고 외계생물같기도 한 느낌이라 어떤 묘한 아우라를 풍기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썩은 머리는 그저 상처인양 치료를 한 후, 그 머리는 과감히 포기하고 줄기의 밑부분에서 새순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연수가기 전에 순이 20cm정도 나온 것을 보고 갔더랬는데 점점 자라나더니
일주일이 지나고 주말에 방문했을 때에는 내 어깨정도의 키로 자라나 잎을 멋지게 펴고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그리고나서 또 일주일 후 만났을 때에는 이미 내 키도 훈쓰의 키도 넘어서서
우산으로 써도 될만큼 큰 잎을 옆에 있던 전신거울 위로 드리워
마치 전신거울이 잎을 모자로 쓰고있는 듯한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잎이 전신거울을 토닥이고 있는 듯도 하고.
뿐만 아니라 그 줄기가 또 나뉘어 하나 더 순이 돋아나서
거기에서도 잎이 하나 나와서 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새로 난 잎은 먼저 난 잎의 기개에 눌려서인지,
반정도밖에 완벽히 펴지지 못하고 반은 오물오물 쭈그리고 있다.
2주내내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으면
어쩌면 자라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원래가 습하고 더운 지방의 식물인지라 열대지방 식물의 성격을 여지없이 보여주고자 했던듯 하다.
다른 화분들보다 물도 많이 먹고, 쑥쑥 자라나고, 어떤때 보면 잎에서 물을 내뿜기도 한다.
보면 볼수록 미역만큼 신기한 녀석이다.
어쩌면 외계인이 미역과 함께 가지고 왔을지도 모르겠고, 혹 외계인 자신이 식물로 변신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잭과 콩나무의 그 콩나무는 원래는 알로카시아였는데,
오랜 시간 구전되어오고 여러나라로 퍼져나간 후 유럽에서 다듬어진 터라
유럽에 잘 없었던 알로카시아라는 식물을 상상하지 못한 유럽인들이
그래.. 덩쿨이야말로 하늘로 윙윙 올라가기 좋은 식물이 아닌가! 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바꿔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우리나라의 동화책에도 콩나무로 묘사가 되었지만, 우리나라 역시 알로카시아가 원래부터 자라는 나라는 아니었기 때문에 콩나무가 더 이해가 쉬웠으니, 오히려 잘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라고 상상해보았지만 역시나 책이 타고 올라가기에는 콩나무가 좀더 용이한 것도 같고,
콩나무에서는 콩이 나니까 더 유용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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