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 before 2010/MJ

예고 남자 선배라는 것.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16. 01:09

다른 예고들은 어떨랑가 잘 모르겠으나 (대충 비슷할 것으로 예상)

내가 다닌 예고는 한반 50명 중 남자가 다섯이면 많은편인 곳이었으므로

초반에는 그 뭣도 아닌 남자들이 각각 두세명 정도의 여자들의 짝사랑 상대가 되었으며,

점점 잘난 왕자 혹은 여성화되어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수학여행을 가면 연예인 세워놓고 사진찍듯 돌려가며 팔짱끼고 사진을 찍어댔고,

장기자랑에서 HOT같은거 한번 해주면 연예인이고 뭐고 다 필요없었다.

남자애들이랑 잘 어울려 노는 여자애는 질투의 대상이 되었고,

남자애들이 슬슬 무용과애들에게 눈을 돌렸을 때의 그 배신감은 상당한 것이었다.

 

같은 학년 남학생이 그러했으니,

수많은 무섭고 깍쟁이 포스를 지닌 여자선배들 사이에 거대한 존재감을 지니고 스쳐지나가는 남자선배의 인상이란 대단히 강렬한 것이었다.

게다가 1학년 남자애들은 선배 등살에 못입었던 교복 롱코트를 선배들은 멋지게 빼입고 다녔으니 멋있어보일 수 밖에. (자기네보다 멋있어 보이면 안된다고 1학년들은 코트를 못입게한 그 발상은 정말이지 귀엽고 유치하기 그지없다.)

F4정도의 포스였냐 하면 물론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몇몇 인기있는 선배들은 여자 후배들의 선물공세와 따라다님, 수많은 소문을 꽤나 즐겼을 것으로 판단된다.

 

남자애들은 선배가 복도에 출몰하면 선배의 시야에서 자신이 사라질 때 까지 복도가 떠나가라 지속적인 인사를 해야겠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또한 선배들의 이름을 번호 앞자리부터 구구단 외듯 외워야 했으므로,

우리 2년 후배인 김희찬은 대학입학 후에도 내 동기 남자애들의 이름을 강세안부터 홍순엽까지 줄줄 외워댔다.

 

내가 1학년때 3학년 선배중에

주상훈&이재민 커플이 있었는데(친한 친구였단다)

내가 가진 그 둘에대한 인상으로 말할 것 같으면

 

햇살이 비치는 계단 윗쪽에서 역광을 받으며 거만하게 내려오는

한명은 장국영을 닮았고, 한명은 목도리를 둘둘 말고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대는,

만화캐릭터에 대입해본다면, 

인기는 많지만 매사에 무관심한 주인공과, 그의 절친이며 친구가 아닌사람은 다 하찮게여기는 나쁜남자 정도였다.

 

나는 선배보다는 우리반 남자애에게 관심이 있었으므로

대충 그정도 인상만 기억하고 잊어버렸었는데,

대학 졸업할때 쯤 냉정함은 여전하지만 점점 살이찌고있는 이재민오빠를 만나게 되었고

최근에 여전히 장국영을 좀 닮긴 했지만 단지 닮았을 뿐,

많이 늙고 초최해진 주상훈 오빠와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잠시나마 환상으로 가지고 있었던 그들의 이미지는 언감생심.

처음 들어본 주상훈오빠의 목소리는 푸하하하하 였으며

이재민오빠는 점점 중년탐정 김정일을 닮아가고있다.

 

오늘 오빠들 스튜디오에 가서 일을 좀 하고있었더니 재민오빠가 양복을 쫙빼입고 왔길래

 

면 : 오~ 양복을~

 

했더니

 

재민 : 응 결혼식 갔다왔어

면 : 넥타이 귀엽...?

재민 : 응 씨바 나 셔츠 목이 안잠겨가지고 .. 살이쪄서

         막 넥타이를 이렇!게 조여갖구 있다가 왔잖아 ㅋㅋ (셔츠 첫단추는 끌러져있다)

면 : 크흐흐흐흐

 

이런식의 대화가 오고가고 한다.

좀 있다가는 신혼집 꾸밀 인테리어 업자들이랑 신나게 회의를 한다.

사람 늙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우리의 구준표, 지후슨배, 이정선배, 프린스송도

나이먹으면 어쩔 수 없을게다.

 

그래도 지후슨배가 우월한 것은 두손들어 인정.

닥치고 슨배 찬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