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보로빵
소보로빵의 소보로는 일본어 そぼろ 에서 온 것인데, 실과 같은 물건이 흩어져 엉클어져 있는 모양을
뜻한다. 우리나라 말로는 '곰보빵'이다.
국어 순화를 하자는 차원에서 일본말인 소보로를 안쓰기로 한 것은 참 좋은데,
굳이 곰보빵이라 하여 곰보인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 필요가 당최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가 없고,
국어순화용어자료집을 편찬한 사람들의 그 사대주의적이고 무능한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곰보빵 하면 생각나는 우스겟소리까지 있지 않은가.
어느 학생이 곰보빵을 참 좋아하는데, 자주 가는 빵집의 아저씨가 곰보였던지라,
어떻게 하면 아저씨에게 미안하지 않게 곰보빵을 사나.. 고민하다가
그래 소보로라고 하자. 라고 결심을 하고는
아저씨 소보로빵 하나 주세요.. 아저씨 소보로빵 하나 주세요.. 라고 열심히 외웠던 것이다.
그러고는 드디어 빵을 사러 가서는
소보로 아저씨! 곰보빵 주세요! 라고 말했다는 얘기다.
참으로 어떻게 말을 해도 불편한 빵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왜 소보로냐면,
재원언니랑 대화를 나누다가 언니가 대뜸
소보로에 그 윗부분만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도 100% 동의하는 바다.
소보로 밑의 빵은 콩나물의 대가리, 피자의 손잡이와 함께 3대 쓸모없는 먹을 것에 속한다.
그 빵은 소보로를 먹기 위한 손잡이 정도이거나, 소보로만으로는 배가 차지 않기 때문에 제공한 맛없는 배채움도구 정도일 뿐이다.
소보로만 만들어서 파는 장사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그게 희한한 것이
빵 위에 있을때 맛있는 것이지 혼자 떨어져있으면 살짝 먹기도 불편하고 다른 것들에 비해 굳이 맛있지도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과연 소보로와 빵은 그렇게 서로를 지탱해주고 있었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