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 컨설팅(Rubicon Consultin) 사가 최근 iPhone 사용자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애플의 iPhone은 출시 직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갖가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기기가 대중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쳤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연 iPhone은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되는가? 혹은 이 휴대폰이 산업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미국 내 iPhone 사용자 460명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수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루비콘 컨설팅은 앞서 던진 질문의 실마리가 될 만한 조사 결과를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iPhone의 사용자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2. iPhone의 No.1 기능은 이메일 읽기다. 흥미로운 것은 사용자들이 이메일 작성보다 이메일 읽기를 더욱 중시한다는 데 있다.
3. iPhone 덕분에 모바일 브라우징 이용이 증가했다. 75%이상의 사용자가 예전보다 웹 브라우징을 더욱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4. iPhone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사용자의 50%는 과거 일반 휴대폰 이용자였으며, 40%는 기타 다른 스마트폰 이용자였다. 가장 많이 대체된 일반 휴대폰은 모토로라의 RAZR이며, 윈도우 모바일 및 RIM사의 블랙베리 이용자 역시 iPhone으로 기종을 변경했다.
5. 놀랍게도 iPhone 사용자의 1/3 가량은 세컨드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 음성 통화 및 이메일 작성 등을 세컨드 휴대폰으로 해결한다.
6. iPhone 사용자의 1/4 가량은 iPhone 덕분에 노트북 컴퓨터를 쓰지 않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노트북 대신 iPhone만을 이용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28%에 달했다.
7. 사용자 층이 젊다. 절반 이상의 사용자가 30세 미만의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15%는 학생들이다.
8. iPhone 유저는 이미 애플의 소비자였다. iPhone을 사용자 가운데 75%가 과거 iPod, 매킨토시 컴퓨터 등을 이용해 왔다.
9. iPhone 사용자들의 통신요금은 늘어났다. 사용자들의 한달 평균 통신비는 약 24% 정도, 연간으로 따지면 약 228달러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10. AT&T는 iPhone 덕분에 연간 2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설문 결과가 암시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루비콘 컨설팅은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iPhone은 상대적으로 젊은 테크노필 소비자 층에 소구하는 제품이다. 그러므로 이 전화기가 보다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바로 그 한정된 소비자 층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iPhone은 인접 시장을 어떻게 성장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맥에서 시작해 iTunes 뮤직 스토어, iPod 등, 이미 애플의 제품을 사용해 온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 덕분에 애플은 휴대폰 시장이라는 신규 영역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AT&T는 애플 덕분에 상당한 수익을 거두었지만, 동시에 이동통신사업자가 누려온 전통적인 권한을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이동통신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어떠한 휴대폰을 제공할 지 결정해왔다. 그러나 iPhone의 성공은 그러한 역학의 역전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이동통신사업자 대신 휴대폰 제조사의 영향력이 확대된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루비콘은 애플이 거둔 이 성공을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이 재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더불어 과거 PDA가 기치로 내걸었던 (그러나 실패로 귀결되었던) ‘노트북 대체’의 움직임이 부활하는 듯 보인다는 사실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사용자들이 노트북 대신 iPhone을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만일 iPhone이 보다 대중화된다면 노트북 대체 현상 역시 가속화 될 것인가? 이 질문과 관련해서는 iPhone의 자매 기기 iPod Touch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노트북 업체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불어 iPhone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 여름 런칭할 iPhone 소프트웨어 스토어에서는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내놓은 iPhone용 소프트웨어들이 판매될 예정이다. iPhone 사용자의 40%가 신규 소프트웨어 설치에 적극적인 만큼, 이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아직 iPhone은 기술적인 면에 밝은 젊은 사용자층이 중심인 제품이다. 개발자들은 모든 iPhone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구매에 적극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루비콘 컨설팅은 이 보고서의 결론이 애플의 경쟁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도 전망을 내놓았다. RIM이나 노키아 모두 애플의 iPhone과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회사는 역시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은 현재 구글과 애플이라는 양대 산맥에 끼어 있는 형국이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시스템으로 압박해오고 있으며, 구글은 거의 무료로 모바일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제공하려는 중이다. 과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거센 도전을 어떻게 헤쳐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