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 before 2010/MJ

뇌의 능력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16. 01:06

 

백순대를 먹자는 ㄷㅅ의 제안에 의해
토요일날 부랴부랴 신림동에 행차를 하였는데,

 

사실 그게 뭔지 잘 몰랐던 나에게
곱창을 먹나는둥, 뭐 그런 식으로 설명을 해주었던 ㄷㅅ 때문에
적잖이 걱정을 하고있었다.
나는 곱창이 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상상한 백순대는
곱창과 같은 질감과 색깔의 껍데기에, 당면이 아닌 무언가 내장스러운 것들로 이루어진 속이 들어간 순대를 크게크게 썰어서 주는 어떤것
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백순대는 단지 순대볶음을 할 때 빨간 색을 내는 양념을 하지 않고 하얀 그 무엇들로 간을 다 맞춘 머 그런 음식이었다.
고로 내가 먹기에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해프닝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났는데,
 
그 손잡이가 달린 순대 전용 철판에 가득 쌓여있는 순대와 쫄면을 좀 저어보려고 거기 같이 있던 뒤집개(?)를 든 순간 그게 너무 뜨겁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티셔츠 소매를 좀 땡겨서 그것을 감싸 쥐었는데,
티셔츠때문에 손이 좀 바보같이 되었던 관계로 뒤집개가 힘을 받지 못하고 어찌어찌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황한 나의 말초신경은 대뇌에 상황을 급히 보고하였으나
대뇌가 "아 이럴때는 뭐 저렇게 하면 될듯..." 하고 말을 하기도 전에 말초들이 알아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움직임들이 분주하게 일어났고
 
티셔츠의 보호를 받고있는 오른손에서 빠져나간 뒤집개는 내 앞에 있던 사이다가 가득찬 컵을 향해 낙하,
그 컵이 쏟아지면 일어날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나의 왼손 움직임 가동,
벌거벗은 왼손이 뒤집개의 낙하를 저지하며 꼭 쥐는 순간
옷안에 바보같은 모양의 오른손은 사이다 컵을 터치하였으나 잡지는 못하고
사이다컵은 곧장 나의 다리로 낙하
 
정신을 차려보니
사이다는 다리위에 쏟아져있고
왼손은 뜨거운 뒤집개를 잡고있고
오른손은 '멀뚱'
하고있는 것이다.
 
아뜨거! 라고 해야할지 아차거 라고 해야할지 잠시 망설였지만
망설인걸 완전 후회하면서 뜨거운 뒤집개를 내려놓았다.
 
뭐 이 것이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해쳐나갈까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어느 하나도 피하지 못하고 폭격당해버린 상황인 것이다.
 
말초도 좀 대뇌같은 생각을 할 수 없는걸까?
왜 왼손으로 컵을잡고 오른손으로 다시 뒤집개를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초는 전혀 안한 것이지?
라고 질문을 던져보았으나...


 

말초는 생각하라고 만들어진 기관이 아닌걸 어쩌겠는가.

말초는 말초고 대뇌는 대뇌다.